그들이 차에 오르자 놀란 승객들은 슬금슬금 길을 비켰다.“형님, 저놈입니다. 저놈이 들개 형님 얼굴을 반죽으로 만들었어요!”빡빡이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놈이 맨 뒤쪽에 앉은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한지훈은 그들을 힐끗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도망가는 게 하도 불쌍해서 내버려뒀더니 지원병을 불러왔어?”큰형님으로 보이는 빡빡이는 1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키에 배가 불룩 나온 근육돼지였다.그는 한지훈을 아래위로 훑더니 옆에 있는 부하에게 말했다.“쟤야? 들개 그 녀석 요즘 운동을 너무 게을리한 거 아니야? 저런 놈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나까지 동원하게 만들어? 딱 봐도 비실비실해 보이는구만, 너희는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부하 녀석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님, 그게 아니라… 저놈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비실비실하게 생겨서 몸놀림이 심상치 않아요!”형님이라는 녀석은 짜증스럽게 부하를 밀치더니 한지훈의 옆으로 가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았다.“친구, 내 동생을 때렸다는 얘기 들었어. 동생이 맞았는데 형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앞으로 내가 이 도시에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라고. 딱 봐도 비실해 보이는데 차라리 이건 어때? 지금 내 앞에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고 현금 2천만 원을 내놓으면 없던 일로 해주지.”한지훈은 멍청이를 보는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 제안 별로인데? 차라리 이렇게 하자. 너희가 나한테 2천만 원 주면 내가 그냥 넘어가 줄게. 어때?”“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양아친은 제 귀를 의심했다.건방진 자식!그의 뒤를 따라온 부하들이 발끈하며 소리쳤다.“형님, 이 자식이 우릴 무시하는 것 같은데 본때를 보여줍시다!”“건방진 자식, 지금 누구한테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이 일대의 왕을 자처하며 괴롭힘을 일삼핬던 그들 일당에게 이는 커다란 수치심을 안겨주었다.형님이라는 작자는 그 자리에서 한지훈의 허리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이걸 제대로 맞는다면 허리가
부하 녀석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씩씩거리며 다시 주먹을 다잡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맨 앞에 다가오는 놈의 볼에 주먹을 날려버렸다.퍽! 퍽퍽!동작이 너무 빨라서 그들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고개가 돌아가고 입가가 터져 피가 흘러나왔다.일부는 이미 의자에 주저앉았고 일부는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쳇, 약골들이네.”한지훈은 팔목을 우드득 꺾으며 혼비백산한 우두머리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차갑게 물었다.“어때? 이제는 좀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어?”우두머리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다급히 말했다.“알았어요! 목숨만 살려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그는 상대의 실력이 자신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빡빡이가 부하들에게 눈짓하자 겁에 질린 부하들은 저마다 호주머니를 털어 겨우 백만 원 정도를 내놓았다.그 모습을 본 빡빡이의 손에 땀이 고였다. 그는 두 손으로 돈을 한지훈에게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저희가 가진 현금은 이것뿐이에요. 이 정도로 어떻게 안 될까요?”솔직히 그는 두려웠다. 심기가 뒤틀린 한지훈이 자신의 남은 다리마저 부러뜨릴 것 같았다.안타까운 시선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던 승객들은 상황이 역전된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한지훈은 꾸깃꾸깃한 현금뭉치를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이 자식들이 누굴 거지로 보나!”그 말을 들은 빡빡이 우두머리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눈물 콧물 쥐여짜며 말했다.“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도 집에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단 말입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의 부하 녀석들도 덩달아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평소에 약한 시민을 괴롭히며 이 일대에서 온갖 횡포를 일삼던 놈들은 이 순간이 수치스럽고 억울했다.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라도 된 것처럼 눈물을 흘렸다.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안 되겠는데?”이런 녀석들에게 숨겨둔 금고가 존재하지 않을 리 없었다.결국 빡빡
“결혼식 날에 북양 30만 대군과 8대 용장, 천성전 인원들을 본식에 초대할 거야. 다른 4대 전쟁부에도 초대장을 보내고 총사령관을 초대하도록. 용각과 천자각은 내가 직접 초대장을 들고 방문할 생각이야.”한지훈의 두 눈이 생기로 반짝였다.“알겠습니다, 사령관님.”용일이 격앙된 표정으로 대답했다.총사령관의 결혼식, 그리고 용국을 뒤흔들 성대한 국혼이 이 작은 도시에서 열릴 것이다.5대 주국의 수령들이 축하인사를 하러 몰려들 것이며 전국적으로 생중계될 것이다.용일은 이 성대한 파티의 일원으로서 자부감을 느꼈다.다음 날 아침, 한지훈은 낯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한지훈이 물었다.“한지훈 씨 맞아요? 저 소예민이에요. 시간 괜찮으면 한번 만나뵙고 싶은데요.”수화기 너머로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지훈은 한참을 생각해서야 그날 케빈 호텔에서 만났던 여자 의사를 기억해냈다.그런데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을까?한지훈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소 선생님이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저 지금 출근하러 나가는 길인데요.”소예민은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그럼 저녁에는 시간 어떠세요?”한지훈은 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밤중에 외간남자를 불러내서 뭐 하자는 거지?“시간 괜찮습니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자 소예민은 확연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녁에 모시러 갈게요. 어디 출근해요?”“도영그룹이요.”통화를 끝낸 한지훈은 고운이를 유치원에 데려가고 도영그룹으로 출근했다.안내데스크 직원은 그를 보자마자 고개를 홱 돌리더니 인사도 받지 않고 다급히 자리를 떠버렸다.한지훈은 어리둥절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갔다.마케팅부서로 가자 직원들이 연말 보너스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호호 떠들고 있었다. 그런 그들도 한지훈을 보자마자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입을 꾹 닫았다.분위기는 삭막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가라앉았다.한지훈
“이사님, 그게 아니라….”장신혁은 당황한 얼굴로 급기야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한명이 그의 말을 잘랐다.“아니긴 뭐가 아니야! 장신혁 씨 일하기 싫은 거 티나.”이한명은 음침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비난을 퍼부었다.“일할 시간에 일을 열심히 하지는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잡담이나 할 거면 회사 그만둬! 두 사람 다 해고야!”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 이사님, 저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까지 화풀이하실 건 없잖아요. 저를 회사에서 내치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장신혁 씨랑은 아무 상관없어요.”“지훈 씨….”장신혁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분노한 이한명이 빽 하고 소리 질렀다.한지훈은 장신혁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고 앞으로 나섰다.“이 이사님은 저를 자그로 싶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저는 나갈 생각이 없는데요? 도 대표님은 이사님 생각 아세요?”현장에 있던 마케팅부 직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감히 이한명 이사를 상대로 저런 발언을 하다니!정말 회사 다니기 실은 건가?이한명 이사와 도 대표의 관계를 몰라서 저런 말을 하는건가?이한명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버럭 소리를 질렀다.“지금 뭐라는 거야? 나 이 회사 이사야! 너 같은 평사원 자르는 건 일도 아니라고!”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이사가 대표는 아니잖아요. 저는 도 대표님께서 친히 선택하신 경호원입니다.”“이 자식이!”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이한명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무례한 녀석! 윗사람 공경할 줄도 모르는 직원 뒀다 뭐해? 회사 위계 질서만 망칠 뿐이지! 도 대표가 너 같이 건방진 녀석을 계속 옆에 둘 것 같아?”소란은 끝끝내 대표 사무실까지 전해졌다.“시끄럽게 뭣들 하는 거야!”도설현이 인상을 확 찌푸리고 마케팅부로 들어왔다.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본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지훈의 주먹이
그녀는 지금 머리가 아팠다.리양제약의 송천우를 건드린 탓에 오늘 아침부터 협력 제안은 없던 걸로 하자는 통보를 받았다.오후에 리양제약을 찾아 송천우와 다시 협력에 관한 사안을 재논의해야 했다.한지훈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마냥 순하고 만만할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은 여자였다.10분 뒤, 몸매를 강조한 정장 원피스를 입은 대표실 비서 이안영이 마케팅부로 왔다. 허벅지만 살짝 가린 베이지톤의 원피스는 그녀의 길고 쭉 뻗은 다리를 강조했다.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입구에서 빈둥거리는 한지훈을 보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그러고는 재빨리 한지훈을 지나쳐 사무실로 달려갔다.여자의 마음이란 참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대체 저럴 거면 얼굴은 왜 붉히는 걸까.잠시 후, 마케팅 부장 사무실에서 두 여자가 나왔다.한 명은 이안영이고 다른 한 명은 한지훈도 모르는 얼굴이었다.하지만 한눈에 봐도 존재감이 확실한 여자였다.균형잡힌 몸매에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굉장한 미인이었다.저 여자는 누구지?도영그룹에 도설현을 제외하고도 대단한 미인이 있다는 사실이 한지훈은 놀라왔다.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그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 그녀는 이안영을 따라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이안영이 청순미인이었다면 저 여자는 성숙한 여자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주변 남자 직원들을 돌아보니 이미 홀린 듯,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마케팅부 부장 조민아가 돌아왔다. 높은 하이힐에 차가운 도시 미녀 이미지를 풀풀 풍기며 지나가는 모습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물론 그에게는 강우연뿐이었다.그냥 정말 단순히 예뻐서 잠깐 쳐다봤을 뿐이었다.“지훈 씨, 뭘 그렇게 봐요?”옆에 있던 장신혁이 그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마케팅 부장님이랑 친해요?”한지훈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굉장한 미인이네.’그의 시선을 따라가본 장신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설마, 우리 부장님한테 마음 있는
하정혜는 팔짱을 끼고 거만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한지훈을 벌레 보듯이 내려다보며 물었다.“당신이 한지훈이야?”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를 바라보았다.진한 화장을 한 것부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저 화장을 벗기면 어떤 얼굴이 나올지 딱 봐도 알 것 같았다.몸매는 조금 괜찮은 편이었지만 이한명의 사람 보는 눈이 너무 형편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한지훈이 담담히 물었다.하정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시비를 걸어왔다.“고작 경호원 주제에 우리 이 이사님한테 말대꾸나 하고 말이야! 이사님 한마디면 당장 짐 싸서 떠나야 하는 주제에! 신세가 안타까워서 충고하는데 당장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 이사님께 사과해! 안 그러면 당신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마케팅부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멀찌감치 물러났다.일부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녹화해서 회사 커뮤니티에 뿌렸다.장신혁도 자리를 피하고 싶었으나 용기를 내서 다가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하 부장님, 지훈 씨가 신입이라 아직 회사 생활이 익숙치 않아서 그래요. 이 이사님이랑 뭔가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 대표님 사람인데 공개 사과는 좀 그렇지 않나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정혜는 손을 번쩍 들어 장신혁의 귀뺨을 때렸다.“장신혁, 네가 뭔데 끼어들어? 마케팅부 평사원 주제에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언제부터 부장이 하는 일에 평사원 따위가 잔소리나 늘어놓고 있어? 당장 안 꺼져?”싸늘한 경고에 겁에 질린 장신혁이 볼을 붙잡고 한지훈의 뒤로 물러섰다.평사원에 불과한 그가 이번 일로 직장까지 잃으면 앞날이 깜깜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하정혜를 쏘아보았다.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장신혁을 가리키며 말했다.“당장 장신혁 씨한테 사과하세요!”“헉!”그 한마디에 사무실 직원들 전부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지금 뭘 들은 거지?부장인 하정혜에게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다니!미친 거 아닌가?아니면 하정혜의 신분에 대해 정말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정혜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훈, 들었지? 장신혁은 다 아는 당연한 이치를 넌 모르네? 나 홍보부 부장이야. 너 같은 일개 경호원 나부랭이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내가 고작 말단 사원한테 사과를 해? 꿈도 야무지지!”“내가 사과하면 장신혁 씨는 받을 용기는 있고? 그거 받으면 당장 내일 짐 싸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데?”잘못을 하고도 뻔뻔한 하정혜의 태도에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다 안다는 듯이 장신혁의 어깨를 다독였다.“나한테 처음으로 다가와준 동료인데 괴롭힘 당하게 둘 수는 없죠.”말을 마친 그는 담담한 얼굴로 뒤돌아서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하정혜의 뺨을 때렸다.순간 주변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하정혜를 쳤어?세상에!하정혜도 당황했는지 한참 멍하니 있다가 생각이 돌아온 뒤에야 얼굴을 감싸며 성난 사자처럼 포효했다.“너… 감히 날 쳤어?”“못할 게 뭐가 있어?”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신혁 씨가 맞은 거 그대로 돌려준 거 뿐인데?”“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일개 청소부라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 한 부서의 부장으로서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았어야지! 당신보다 직위가 낮더라도 그 사람들이 있어서 회사가 돌아가는 거야!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인간은 맞아야지!”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의 동공이 흔들렸다.그랬다.평사원도 회사의 일원이었다.매일 되도 않는 갑질과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평소에 하정혜의 갑질에 시달렸던 직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하정혜를 놓아주었다.한지훈의 귀뺨이 그들을 깨운 것이다.장신혁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이 정도로 자신을 위해 나서줄 줄이야!하정혜가 울분을 터뜨리려는 순간, 한지훈이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짝!순식간에 하정혜의 볼은 시뻘겋게 부어올랐다.그녀는 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포효했다.“너… 두고 봐!”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
하정혜는 무시무시한 기에 눌려 잠깐 얼굴이 창백해졌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질렀다.“아니! 난 저런 폐급한테 사과할 이유 없어!”“그래?”한지훈은 싸늘한 말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그 모습을 본 하정혜는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뒷걸음질쳤다.“너… 왜 이래? 뭘 하려는 거야?”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조금전 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하라고!”정신이 나가버린 하정혜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한지훈! 너 미쳤어? 나 홍보부 부장이야! 관리직이 평사원한테 사과하는 게 말이 돼? 정말 끝까지 이럴 거야?”“그래서 뭐? 난 팩트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당장 사과해!”한지훈은 코너로 몰린 하정혜를 끝까지 몰아세웠다.구석까지 밀려난 하정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이를 꾹 악물더니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한지훈을 힐끗 노려보고는 장신혁에게 말했다.“미안했어.”그 한마디에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들은 얼이 빠졌다.하정혜가 장신혁한테 사과를?비록 태도도 껄렁하고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지만 그녀가 평사원한테 머리 숙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장신혁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지훈에게 고마웠지만 그 후에 있을 폭풍 때문에 걱정이 더 컸다.‘지훈 씨가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그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다가가서 한지훈을 말렸다.“지훈 씨, 이제 그만하고 보내줘요.”한지훈은 그제야 살기를 거두고 담담한 얼굴로 자리에 가서 앉았다.하정혜는 이를 으드득 갈며 둘을 힘껏 노려보고는 말했다.“한지훈, 장신혁, 딱 기다려! 오늘 일 절대 쉽게 넘기지 않을 거야. 이 회사에 있는 동안 지옥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지!”“헉!”지켜보던 직원들이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이로써 한지훈과 장신혁은 하정혜에게 제대로 찍힌 것이다.일부는 동정의 눈길을 보냈지만 깨고소하는 직원들도 몇 있었다.“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하필이면 하 부장을 건드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
심지어 그의 손을 거쳐 멀쩡히 살아남는 적수도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이제 몇 살인데? 고작 20대의 나이에도 이렇게나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장도령 또한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네. 동방 오우였으면 진작에 죽었을 텐데!”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진우는, 한지훈이 뒤로 감춘 팔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점점 한지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일전에서, 한지훈은 분명 손실을 입긴 했다. 그러나 장도령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적이었다. “하하하!”이내 장도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매우 예리하네! 사실 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정말 만만치는 않아. 만약 앞으로 무사히 실력을 닦게 된다면, 정확히 10년 후 넌 반드시 뛰어난 용봉이 될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아무리 네가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장 씨 집안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지!”“지금 국운이 시작된 이상 다들 알고 시피 국운이 한창 높아지고 있을 무렵, 모든 용인들은 모두 적지 않은 이익을 보게 될 거야. 아마도 2년 후가 되면, 그때는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도 적지 않은 기력을 쏟아야 되겠지!”“그렇기에 난 결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과거 너 같은 인재들 수십 명이 이미 내 손에서 죽게 됐어. 게다가 네가 나더러 직접 손을 써라고 권한 이상 너한테 펼쳐질 엔딩은 단 하나뿐이야!”이 말을 들은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일전은 그저 맛보기 었단 말인가? 장도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아연실색하였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저 몸풀기 일뿐이었다니? “진짜 그냥 몸풀기였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신선 같은 수법이야!”“아니야. 장 선배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싸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