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성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그 박영성 맞을 겁니다.”강우연의 충격과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박영성 대사…눈앞의 인자한 아저씨가 바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디자이너 박영성이라니!‘이게 어떻게 된 거지?’분명 박 대사는 신비의 인물의 의뢰를 받고 S시에 드레스를 제작하러 방문했다고 했다.그런데 왜 여기 있는 거지?강우연은 의아한 눈으로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그 시각, 주방을 나온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박영성에게 인사를 건넸다.“박 대사님 오셨어요?”박영성은 한지훈을 보자마자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네, 금방 도착했습니다.”“편히 앉아 계세요. 아직 반찬 다 만들려면 멀었어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네, 그럴게요.”박영성이 비서에게 눈짓하자 비서도 공손하게 소파로 다가가서 앉았다.강우연은 한지훈을 끌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작은 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지훈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저분이 진짜 박영성 대사 맞아요? 저런 분이 왜 우리 집에…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궁금증 가득한 그녀의 표정을 본 한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어제 내가 얘기했잖아. 내가 박 대사를 S시로 초대했다고.”“네?”강우연은 충격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신비의 인물이 지훈 씨였어? 어떻게?’“지훈 씨,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얘기해요. 저 사람 진짜 박 대사 맞아요?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강우연이 정색하며 다시 물었다.한지훈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충격적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저분은 박 대사 맞고 아버지 때문에 알게 되었어. 마침 박 대사님이 S시에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집으로 초대했고. 당신 드레스 하나 만들어주십사 부탁하려고.”강우연은 그제야 조금 납득이 되는 얼굴이었다.만약 한정그룹의 옛 지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우연이 다시 물었다.“정말 박 대사님께 드레스를 의뢰하려고요?”“그래. 왜?
각선미를 뽐내며 검은색 레이스 스커트에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걸어 들어오는 기고만장한 강희연이 시선으로 들어왔다.그녀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모델 워킹을 하며 다가가 입을 열었다.“손님 계시네?”강우연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희연 언니, 여기까지 어쩐 일이 세요?”강희연은 앉아 있는 박영성을 보지도 않고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별일 아니고 알려줄 게 있어서 왔어. 내 남편이 박영성 대사 모셨는데, 오늘 저녁 7시에 토이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러니 너도 늦지 말고 제때 참석해.”그녀의 말에 강우연은 마냥 어리둥절했다.멍한 얼굴로 강희연을 한 번 보고 고개를 돌려 뒤에 앉아 있는 박영성도 보았다.‘뭐? 방 대사께서 토이 레스토랑으로 가셔야 한다고?’앉아 있던 박영성도 강희연의 말을 들었다.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하무인인 듯한 강희연을 바라보았다.‘나도 모르는 스케줄이 있어?’“이 비서, 오늘 저녁에 다른 스케줄도 잡았어요?”박영성은 영문을 알 수 없어 비서가 사적으로 스케줄을 잡고 아직 보고를 올리지 않은 줄 알았다.하지만 이 비서 또한 어리둥절하기는 매한가지이다.이 비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아니요, 다른 스케줄 잡지 않았습니다.”‘그럼, 어떻게 된 일 거지?’박영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고만장한 강희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외람되지만, 누구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강희연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선 박영성을 보게 되었다.처음에는 놀랬으나 낯이 익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하지만 도통 누군지 갑자기 기억이 떠올리지 않았다.강우연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두 사람에게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박 대사님, 이분은 제 사촌 언니 강희연이라고 합니다.”하지만 강우연의 소개를 채 듣기도 전에 강희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럼, 그쪽은 누구신데요?”말 한마디에 거실 안은 순간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어색함이 감돌고 무거운 공
닮은꼴 배우?강희연의 말을 듣고 강우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의문을 품고 옆에 있는 박영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박 대사님, 이게……”지금 제일 당황한 사람은 박영성이다.자기소개를 했을 뿐인데, 닮은꼴 배우로 오해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게다가 처음으로 이런 황당무계한 소리를 들어본다.“네? 지금 이게 무슨 뜻입니까?”“흥!”강희연은 콧방귀를 끼며 두 팔을 껴안았다.그리고 거만한 모습으로 박영성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답했다.“뭐가 무슨 뜻이라는 겁니까? 그쪽이 박 대사 닮은 꼴 배우라고요! 가짜 박 대사라고요! 이제 알아 들었어요? 살다 살다 가짜 박 대사를 만나게 될 줄은 또 몰랐어요!”가짜 박 대사?박영성은 순간 눈살을 찌푸리더니 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비웃었다.난생처음으로 자신이 가짜 박 대사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제가 가짜라는 겁니까?”박영성은 강희연에게 반문했다.“그럼요!”강희연은 무척이나 단호하게 말했다.“진짜 박 대사께서는 지금 우리 집에 손님으로 와 계세요. 그럼, 당신이 가짜 박 대사가 아니라면 뭐겠어요?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누가 시킨 거예요? 한지훈이 시킨 거 맞죠? 박 대사로 사칭하고 다니다가 큰코다치게 될 겁니다!”박 대사는 고개를 연신 저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자기로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박영성은 해석하고 싶었지만, 강희연은 그의 말을 끊고 차가운 얼굴로 강우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강우연! 한지훈보고 당장 나오라고 해! 걔 아니면 이런 짓 꾸며낼 사람 없어! 집에 가서 아빠, 할아버지 그리고 진짜 박 대사한테 다 이를 거야! 어디 감히 박 대사를 사칭하고 다녀! 참, 겁도 없어!”강우연은 무거운 표정으로 옆에 있는 박영성을 바라보았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강우연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필경 박영성은 세계적으로 위명한 최고급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다.한지훈은 예전의 한씨 가문의 관계로 박
”흥!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줄 알았어! 오늘 저녁 7시에 토이 레스토랑에서 박 대사님과 식사 자리를 가지게 됐는데, 여기 서 있는 저 사람이 아니야! 아직도 저 사람이 진짜 박 대사라고 우기고 싶어?”강희연은 도도한 모습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비꼬는 뉘앙스가 가득했다.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냉소를 금치 못했다.“오늘 저녁에 토이 레스토랑에서 박 대사와 식사 자리를 가지게 된다고?”“그래!”강희연은 확신에 찬 모습으로 대답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영성을 바라보았다.“박 대사님, 이게 사실입니까?”박영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녁에 다른 약속 없습니다.”그래?한지훈은 실마리가 풀린 듯 덤덤하게 웃었다.“그럼, 오관우가 가짜 박 대사를 모시고 온 거네?”“뭐? 아니야! 저 사람이 가짜 박 대사야!”강희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호되게 호통을 치며 덧붙였다.“한지훈! 너도 이제 그만해! 가짜 박 대사 데리고 와서 쇼하는 주제에 감히 누가 보고 가짜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렇게 된 이상 저녁에 다 같이 레스토랑으로 와. 삼자대면하면 누가 가짜고 진짜인지 알게 될 거야!”“그래!”한지훈은 단번에 승낙했다.그러나 이때, 강우연은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소리를 쳤다.“그만해요! 지훈 씨!”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강우연은 당장이라고 떨어질 듯한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며 울먹였다.“저 기쁘게 해주고 가짜 박 대사 데리고 온 거 알겠어요. 지훈 씨 탓한 적 없고 탓하지 않을 거예요. 근데, 지금처럼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하면 안 되잖아요. 이럴수록 제가 더 창피해서 그래요…… 고운이도 있는데, 앞으로 지훈 씨 보면서 고운이도 나쁜 버릇 생길까 봐 걱정돼요……”울먹이는 강우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지훈은 가슴이 미어졌다.그는 자신을 든든히 오해하고 있는 강우연에게 해석하기 바빴다.“아니야, 우연아, 난 널 속인 적 없어…….”“그만해요. 상황 파악 이미 끝났어요
한편, 강씨 정원.강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오관우 그리고 호화롭고 부귀하게 차려입은 중년 남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박 대사님, 누추한 곳까지 이렇게 직접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직접 뵐 수 있게 돼서 너무 큰 영광입니다.”강준상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오관우가 소문으로 만 듣던 저명한 박 대사를 모셔 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다른 가족들과 덩달아 흥분하며 저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역시 세계적으로 저명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라 그러신지 아우라가 보통이 아닙니다.”“저희 강씨 가문에 직접 왕림해 주신다니, 평생 어깨를 펴고 떳떳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일을 제대로 홍보하여 S시 다른 가문들에게도 보여줘야겠습니다.”“맞아요! 힘을 잔뜩 주어 홍보 해야겠어요. 우리 강씨 가문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뭇사람들의 칭찬에 소파 중간에 앉아있는 박 대사는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물을 뿜어낼 뻔했다.박 대사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채 불안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오관우를 바라보았다.“왜 그러십니까? 차가 너무 뜨거우십니까?”강문박은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그러자 표정이 어색한 박 대사는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네, 조금 뜨겁네요.”하지만 가짜 박 대사의 외형도 용모도 진짜 박영성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만약 일반인이 두 사람을 보게 된다면 어느 사람이 진짜고 어느 사람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리고 지금 가짜 박 대사는 살려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오관우를 애절하게 바라보고 있다.오관우도 그제야 애절한 눈빛에 함유된 뜻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버님, 어르신,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박 대사께서는 명예를 추구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게다가 이번에 S시로 오신 것도 사적인 초청이라 개인 스케줄이 노출되면 많이 번거로워질지도 모릅니다.”이 말을 듣자, 강문박은 아부를 떨며 비위를 맞췄다.“맞아요! 오 도련님 말이 맞아요. 저희가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박 대사님,
”박 대사가 두 명이나 된다는 소리야?”삽시간은 강씨 정원은 떠들썩거리며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희연아, 어찌 된 일인지 어서 말해 보거라.”강문박뿐만 아니라 다들 다급한 모습이 역력하다.하지만 오관우와 그가 데리고 온 박 대사는 제 발에 찔려 서로 마주 보다가 살짝 넋이 나갔다.오관우는 마치 그에게 닮은 꼴 배우가 당신 말고 또 있는가 하고 물어보기라도 하는 듯했다.그리고 가짜 박 대사 역시 눈빛으로 자기도 모르는 일이라고 답하는 듯했다.“박 대사로 사칭하며 살아온 지 벌써 3, 4년이나 돼가는데, 다른 닮은 꼴 배우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용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면적도 넓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박 대사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합니까?”가짜 박 대사는 당황한 눈빛으로 덧붙이는 듯했다.그러자 오관우도 눈짓으로 답을 했다.“일단 침착해요. 일단 상황부터 지켜봐요.”따라서 오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놀랍다는 척을 하며 물었다.“그 집에도 박 대사가 있다는 게 사실이야? 확실해?”“그래! 장담하는데 거의 똑같아.”강희연은 한껏 오버하며 말했다.오관우도 다른 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멍해졌다.다들 의문을 풀려고 오관우와 가짜 박 대사를 향해 질문을 끊임없이 날렸다.“어떻게 된 겁니까?”“오 도련님, 박 대사가 여러 명이나 된 다는 말인가요?”“박 대사님, 쌍둥이 형제라도 있어요?”오관우는 즉시 반박했다.“말도 안 됩니다! 세상에 박 대사가 둘이나 있다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가짜예요! 그 집에 있는 박 대사는 분명 가짜 박 대사입니다! 한지훈이 강우연 환심을 사려고 닮은 꼴 배우를 찾아와서 연기하는 거라고요! 참, 뻔뻔스러운 인간입니다!”“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한바탕 혼내 주고 오는 길이야.”강희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오관우의 의견에 찬성을 보냈다.아니면, 지금 눈앞에 있는 호화롭고 부귀하게 차려입은 박 대사가 가짜라는 말인가?그건 너무 터무
강희연의 말을 듣고 오관우도 차갑게 웃었다.“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야! 얼마나 초라해지는 내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거야.”“아주 좋은 구경이 되겠구나!”“마침 박 대사님도 이곳에 계시니 제 발이 저릴 거다.”“참, 한지훈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꾸민 거야? 닮은 꼴을 데리고 와서 연기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한참을 비아냥거리며 차갑게 웃었다.다들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오관우는 정리환을 한쪽으로 데리고 나왔다.그는 주위를 살피고 나서 목소리를 낮추었다.“자신 있죠?”그러자 정리환은 자신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박 대사는 이미 제 영혼과 다름없는 인물입니다. 저보다 더 똑같이 흉내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쪽이 진짜 박 대사가 아닌 이상 제가 바로 진짜 박 대사입니다.”자신만만해하는 정리환의 말을 듣고 오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듯 웃었다.“좋아요! 일이 성사되면 200만 원 더 줄게요.”“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도련님!”정리환은 감격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50이 넘도록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저녁, 토이 레스토랑.룸 안에는 세상이 차려져 있고 빈자리가 없었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가짜 박 대사와 오관우에 대해 다시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저분이 오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요? 우리 강씨 가문의 미래 사위? 외모도 수려하고 능력도 뛰어난 아주 보기 드문 훌륭한 청년이네요!”“그러게, 말이에요. S시에서 박 대사님을 모셨다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게 오 도련님일 줄은 몰랐어요.”“희연 언니 너무 부러워요. 남자 친구가 잘생기고 능력도 뛰어나서 너무 좋겠어요.”강씨 가문 직계 칭찬과 손아랫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관우과 가짜 박 대사 정리환은 중간 자리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누리고 있다.남에게 칭찬을 받고 신처럼 떠받쳐 기분이 좋았다.그러나 이때 모두가 웃고 떠드는 사이
다들 들숨을 내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감히 박 대사를 사칭하는 이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대박! 그러고 보니 정말로 너무 똑같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도 되지 않아.”“이게 무슨 망신이야? 한지훈이 가짜 박 대사를 데리고 왔다고? 무슨 뜻이야?”“우리 가문 망신 시키려고 작정한 거야?”사람들의 질의와 호통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가짜 박 대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강문박 등도 한지훈 옆에 서 있는 박영성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옆에 박 대사가 앉아 있지 않은 한, 그들도 한지훈 곁에 있는 박영성이 진짜 박 대사라고 착각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똑같다.그러나 바로 이러한 이유로 강문박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테이블을 치며 소리쳤다.“한지훈! 네가 지금 어떤 무례를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 있어? 강씨 가문에서 어렵게 오 도련님을 통해 박 대사님을 모셔 왔는데, 어디 감히 가짜 박 대사를 데리고 와서 행패를 부려! 네 눈에는 우리 강씨 가문이 있기나 해? 박 대사님께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내 말이! 여기가 어디라도 뻔뻔하게 오고 난리야!”설해연도 덩달아 같이 호통을 쳤다.“강학주! 이게 네가 말한 좋은 사위야? 어떻게 이런 못난 짓을 꾸며낼 수 있어? 우리 강씨 가문의 체면은 어떡해?”강학주는 이미 얼굴빛이 무척이나 어두워진 채로 연신 고개만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옆에 있는 서경희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한지훈을 노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강준상도 콧방귀를 끼며 지팡이를 세차게 내리쳤다.“한지훈! 여기가 어디라도 네 놈이 감히! 당장 박 대사님께 사과드려! 어떻게 해서라도 박 대사님 용서를 받아 내도록 해! 아니면 오늘 강씨 가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본때를 보여주겠어!”어르신이 입을 여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오관우는 덤덤하게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정리환에게 눈빛으로 말했다.“박 대사와 꽤 닮았네요.”정리환은 얼굴이 어두워진 채로 오관우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