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운이 너무 아파….”아이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아우성쳤다.강우연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휴지를 꺼내 상처에 묻은 흙을 닦아주며 달래주었다.“고운이 뚝, 울지 마. 이따가 엄마랑 같이 양호실에 한번 가보자.”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눈앞의 금발 남자아이를 바라보며 따졌다.“가만히 있는 애를 왜 밀쳤니?”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금발 남자애는 팔짱을 끼고는 턱을 빳빳이 쳐들고 강우연을 바라보며 중지손가락을 치켜들더니 영어로 욕설을 내뱉었다.“멍청이!”네 살밖에 안 된 아이에게서 거친 욕설이 나오자, 강우연도 순간 당황했다.이 나이에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으면 애가 이토록 거칠고 예의가 없을가!“너 지금 욕했어? 부모님 어디 계시니?”강우연은 화가 났지만 네 살짜리 꼬마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부모부터 찾았다.이때, 검은색 마이바흐에서 한 중년 여성이 내리더니 달려와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금발 꼬마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우리 꼬마 도련님, 괜찮은 거죠?”금발의 남자애는 바로 고운이를 손가락질하며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저 용국 멍청이가 내 길을 막았어!”그 말을 들은 중년 여자는 곧장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강우연과 고운이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신들은 누구야? 당장 길 안 비켜? 여기 이 아이는 이국 대사관 헨리 외무부장의 아들이야. 우릴 잘못 건드렸다가는 감옥 밥을 먹게 될 거라고! 당장 꺼져!”가정부로 보이는 중년 여자는 자신이 귀족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을 무시했다.그녀는 평소에도 이국 대사 헨리의 빽을 믿고 사람들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유형이었다.헨리의 아들을 유치원에 픽업할 때도 그녀는 꼭 마이바흐를 타고 다녔다.허영심 때문이었다.강우연은 그녀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외교부 장관의 아들이라고?가정부가 말한 대로 존귀한 신분인 건 맞지만 분명히 잘못은 저쪽에서 했는데!그래서 강우연은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얘가 누구 아들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얘가
중년 여자가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그래서 뭐? 능력 있으면 지금 신고해서 우리 도련님 잡아가라고 해!”말을 마친 여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금발 아이는 고개를 돌리고 강우연을 향해 중지를 치켜올리더니 욕설을 내뱉었다.“용국의 멍청이!”고운이는 속상해서 와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를 찾았다.강우연은 아이가 안쓰러웠지만 저런 사람들을 상대로 싸워봐야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외무부 장관 아들과 일반인이 무슨 수로 싸운단 말인가!“고운아, 울지 마. 일단 엄마랑 가서 상처부터 치료하자.”강우연은 울음을 삼키며 길 가던 택시를 잡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도영그룹.한지훈은 도설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도설현은 진지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물었다.“아까 정말 카리스마 있었어요. 도호헌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한 사람은 지훈 씨밖에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서 쫓겨났겠죠.”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경비원들은 내 상대가 아니에요.”도설현은 생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네요. 살랑까지 쓰러뜨린 인물인데 S시에서는 한지훈 씨를 상대할 사람이 별로 없겠어요. 그런데 대체 그 기술은 어디서 배웠어요? 이력서를 봤는데 퇴역 군인이라면서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전쟁부에 있을 때 익힌 기술이죠.”도설현은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거짓말! 당신 퇴역 군인 아니잖아요! 살랑은 3성 병왕급 실력자예요. 1분 안에 그를 쓰러뜨렸다는 건 최소 4성 천급 병왕 이상의 실력이라는 건데 그 실력으로 전쟁부에 있었으면 최소 군단장 급이었겠죠! 그 실력으로 일개 경호원 면접을 보러 왔다는 게 말이 돼요?”한지훈은 살짝 당황하며 인상을 찌푸렸다.그냥 예쁜 여자인 줄만 알았는데 꽤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이 말이 없자 도설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사람은
강우연은 애써 거짓말을 했다.“별거 아니에요. 고운이가 실수로 계단에서 좀 굴렀어요.”그녀는 한지훈이 진실을 알고 유치원에 찾아갈가 봐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한지훈은 시선을 피하는 강우연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고운이에게 물었다.“고운아, 아빠한테 사실대로 말해 봐. 진짜 혼자 넘어져서 다친 거야? 아빠가 거짓말하는 아이 제일 싫어하는 거 알지?”고운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강우연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는 사람은 항상 성실해야 한다고 얘기했어. 고운이는 거짓말을 하면 안 돼. 고운이는 스스로 넘어진 게 아니야. 금발의 남자애가 고운이를 밀었어. 그리고 고운이한테 멍청이라고 했어….”말을 마친 아이는 서럽게 흐느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알았어. 아빠가 그 남자애한테 가서 혼내주고 너한테 사과하라고 할게.”“정말?”고운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그 남자애는 외국 대사의 아들이라고 했어. 아빠, 대사가 뭐야? 아주 대단한 사람이야?”대사?한지훈이 강우연을 바라보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고운이를 밀친 남자애는 이국 대사관 헨리 외무부 장관의 아들이라고 했어요. 지훈 씨, 이 일은 그냥 넘어가요. 우리랑은 신분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랑 싸우면 우리가 손해에요.”강우연은 한지훈이 그쪽을 찾아가서 난동을 피울가 봐 걱정스러웠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고운아, 아빠 믿지?”고운이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하지!”한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말했다.“좋아. 내일은 아빠랑 같이 그 남자애를 찾아가서 사과를 받아낼 거야. 외무부 장관의 아들이 뭐가 어때서? 아빠가 더 세!”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대사관 사람이라! 그래서 뭐?고운이를 다치게 했으면 용경에 있는 이국 대사라도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지훈은 사랑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말했다.“오늘 아빠랑 유치원에 갈 거야. 가서 널 밀친 그 남자애에게 사과를 받아낼 거야.”“좋아!”고운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자리에서 일어선 한지훈은 그 자리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병사들을 바라보았다.고운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흥분에 겨워 늠름한 아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용일은 두 손으로 금용이 새겨진 상자를 들고 한발 한발 한지훈에게 다가왔다.“사령관님, 전포 가지고 왔습니다!”용일은 공손히 허리를 굽히고 두 손으로 한지훈의 앞에 상자를 내밀었다.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손을 내밀어 부드럽게 상자를 어루만졌다.그의 두 눈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품어져 나왔다.고운이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하얗고 작은 손을 내밀어 상자를 만졌다가 차가운 느낌에 놀라 손을 움츠렸다.한지훈은 웃으며 아이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이건 고운이가 만지면 안 되는 거야. 나중에 고운이가 성인이 돼서 결혼할 때 아빠가 이거 선물로 줄게!”고운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지훈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아, 아니야! 고운이는 결혼 안 할래! 고운이는 영원히 아빠랑만 살래.”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에 내려놓았다.그러고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전포가 담긴 상자를 바라보며 길게 심호흡했다.그리고 드디어 손을 뻗어 그 상자를 열었다.싸늘하고 차가운 기운이 정원 전체를 에워쌌다.지나가던 사람들도 그 기운을 느끼고 감탄하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청색 금자수로 용을 수놓은 전포가 상자 안에서 고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북양 총사령관의 신분을 대표하는 전포였다.금색의 용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눈에서 싸늘한 살기를 품고 있었다.이 전포만 두르고 전장에 나가면 백만 대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수 있었다.북양 총사령관은 이 전포를 두르고 전장에 나가 3국 연합군을 격퇴시켰다.무적과 지존을 뜻하는 신분의 상징!한지훈은 손을 뻗어 전포를
문을 나서자, 용일이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사령관님, 바람이 거셉니다. 먼지가 안 묻게 제 전포를 걸치세요.”청색의 금빛용은 용국의 명예이고 더럽혀지면 안 되는 존재였다.주변의 바람마저 그것을 위해 멈춘 듯했다.한지훈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자, 용일은 자신의 전포를 벗어 그의 어깨에 걸쳐주었다.한지훈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고운이를 힐끗 보고는 용일에게 말했다.“대사관으로 간다. 자식이 잘못했으면 부모부터 만나봐야지! 헨리 대사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직접 만나봐야겠어!”“네!”용일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공손한 자세로 차 문을 열어주었다.한지훈은 허리를 숙이고 차에 올랐다. 고운이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용기를 꽂은 차량 내부와 아빠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오늘의 아빠는 뭔가 평소와 달랐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숨 막히는 카리스마가 아이에게는 낯설었다.“아빠, 고운이 좀 무서워. 그냥 엄마 말 듣고 가지 말자….”고운이는 한지훈의 목을 꼭 껴안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는 아빠가 이 일로 귀찮아지거나 다칠가 봐 두려웠다.한지훈은 아이의 볼을 살짝 쓰다듬고는 웃으며 말했다.“무서워할 필요 없어. 아빠가 있잖아.”담담하지만 단호하고 비장한 한마디였다.북양 총사령관의 딸을 괴롭힌 사람은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용일에게 말했다.“한민학 군단장에게 연락해서 병사를 이쪽으로 보내라고 해!”용일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몇 명 정도 필요하다고 할까요? 천 명이면 되겠습니까?”고개를 돌린 용일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만약 차 안에 외부인이 있었더라면 벌써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천 명의 군사라니!한지훈은 대놓고 오군 본부에 천 명의 군사를 요구했다.적지 않은 숫자였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부족해! 더!”용일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3천이요?”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지훈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 누구도 감히 막는 사람이 없었다.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사관 전체가 한지훈의 기세에 눌려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외국 사무원들은 일제히 길을 내주면서 더없이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모두가 한지훈의 기세에 눌려 오금이 저리고 있었다.“고운아, 어제 대사 아들이 고운이 밀어버린 거 맞아?”한지훈이 물었다.그러자 한고운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입을 삐죽 내밀고 답했다.“맞아요! 저보고 용국의 미련한 돼지라고 했어요! 그리고 돈을 엄마랑 고운이한테 마구 던졌어요!”딸의 말을 듣고 차가운 기운은 한지훈의 몸을 뚫고 나올 듯했다.“그래! 그럼, 아빠랑 같이 그 대사 아들 찾으러 가자!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이 맑은 법인데, 이 집은 윗물이 더럽구나!”놀라움과 공포에 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한지훈은 한고운을 안고 대사의 사무실로 곧장 향했다.대사관 3층, 총 대사 회의실 안.대사 헨리는 회의실 가장 중심에 엄숙한 얼굴로 앉아 있다.회의에 참석한 대사관 사무원들에게 용국의 정보를 어떻게 얻어낼 것 인가에 대해 대책을 제기하라고 했다.“똑똑똑!”이때, 우렁찬 노크 소리가 회의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누구야? 고위층 회의 중인 거 몰라? 나중에 얘기해!”헨리 대사는 자리에 앉아 문 밖을 향해 횡포를 부리며 소리쳤다.대사관의 장관으로서 헨리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 바로 회의 중에 다른 일이나 사람으로 방해를 받는 것이다.다른 사무원들도 개의치 않고 계속 대책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그러나 노크 소리는 다시 울려 퍼졌다.“똑똑똑!”소리는 전보다 더욱 크게 울렸으며 리듬에 다소 불쾌함도 섞여 있는 듯했다.“X발 누구야! 회의 중이니까 당장 꺼져!”헨리는 노하며 문밖을 향해 호통을 쳤다.자리에 앉아 있던 대사관 사무원들도 얼굴에 불쾌한 기색을 띠며 약간의 노여움도 있었다.모두가 알다시피 반드시 알아야 하듯이 이곳
헨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있다.헨리는 눈앞에 버젓이 서 있는 두 사람의 정체를 모르고 있어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함부로 대사관으로 쳐들어온 것도 대단한데, 감히 문까지 걷어차 버려? 지금 너희들이 한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 이건 죽을죄나 다름이 없고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셈이야!”헨리 대사의 비밀회의는 이로써 중단되었다.풀지 못하고 쌓여 있던 화는 비로소 상대를 찾은 것처럼 헨리는 한지훈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히고 소리쳤다.“위병! 당장 저놈들 끌어내!”한고운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한지훈의 목을 꼭 껴안았다.이때 더없이 평온한 모습을 유지한 채 한지훈은 천천히 미쳐서 팔짝 뛸 지경인 헨리 앞으로 다가갔다.“문은 우리 쪽 사람이 걷어차 버린 건데, 무슨 의견이라도 있어?”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화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거친 욕은 순간 도로 들어갔다.눈앞에 있는 젊은이로부터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그 순간 지옥의 악마와 마주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회의실에 있던 다른 사무원도 마찬가지로 어안이 벙벙해졌다.저 녀석 정체가 뭐야?어떻게 감히 이런 행패를 부리고 건방을 떨 수 있는 걸까?“너 누구야?”헨리는 의문으로 가득 찬 얼굴로 한지훈을 한사코 노려보는 동시에 경계심을 잃지 않고 물었다.이곳까지 쳐들어 온 것을 봐서는 결코 쉬운 인물은 아니다.그러나 한지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헨리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한참 후, 그 눈빛은 헨리 대사에게 떨어졌다.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제 그쪽 아들이 우리 딸을 밀어서 무릎과 손바닥에 상처 입었어. 네 아들은 사과는 고사하고 우리 딸에게 미련한 돼지라고 욕까지 했어! 심지어 돈을 우리 딸이랑 아내에게 던 졌어! 너 알고 있었어?”헨리 대사는 순간 얼굴이 얼음장이 되어버렸다.헨리는 당연히 이 일에 대해 명확하게
헨리는 공중에 끌어올려져 있지만 추호의 두려움과 후회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왜냐하면 헨리의 뒤에는 자기 국가가 있기 때문이다.헨리는 한지훈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건방진 놈! 용국의 미련한 돼지XX! 여긴 대사관이고 국제협약의 제약을 받는 곳이야! 네가 뭔데 감히 함부로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니 뭐니 하는 건데! 네가 용국을 대표할 수 있기라도 해?”“용국 대표?”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죽을죄라고 하면 죽을 죄인 거야. 다른 이유 따위 필요 없어.”지금의 번창함으로 보면 한지훈의 이름 석자도 한지훈이 뱉은 말도 용국을 대표하기에 충분하다.한지훈이 곧 용국의 법이다.이에 대해 질의하는 사람도 감히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미친놈!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여긴 대사관이야! 국제법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고! 감히 대사관으로 쳐들어온 네 용기는 탄복하나 초래될 결과는 아주 끔찍할 거야!”헨리는 언성을 높여 엄격하게 말했다.여긴 S시 대사관으로 관변단체이다.그 누구도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곳이다.각국에서 대사관은 아주 민감한 존재이다.대사관을 침입한다는 건 그 나라의 영토를 침입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권에 대한 도발과 같다.그러나 한지훈은 대사관을 침입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제약과 법을 무시했다.게다가 대사에게 죽을죄까지 내렸으니 그야말로 건방지기 짝이 없다.이는 이국을 안중에 두지 않은 셈이고 대사관을 무시한 것과 다름이 없다.“끔찍한 결과?”한지훈은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말했다.“과연 그 끔찍한 결과는 누가 맛볼까?”한지훈은 헨리 대사를 놓아주고 덤덤하게 두루마기에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붉은 불씨는 이 순간 대사관에서 더욱 눈이 부셨다.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감히 북양구 총사령관인 한지훈과 결과에 대해 말해 본 적이 없다.“여긴 대사관이야! 네가 오늘 저지른 행동으로 넌 끔찍한 결과를 맛보게 될 거야! 너야말로 죽을죄를 지은 것이고 난 지금 당장 너를 죽이라고 할 수 있어!”헨
“좋아, 아주 좋아! 한지훈, 네가 감히 이토록 오만하게 구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너희 용국의 연안을 피바다로 만들어 주겠다!”안드레는 장창을 단단히 움켜쥐고 용국의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장창 끝에서 눈부신 백색 광채가 점점 강렬해졌고, 그 빛은 마치 실체화된 살기처럼 퍼져 나갔다. 게다가 진법의 증폭을 받은 살기는 지나가는 곳마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소멸시킬 기세였다.“한... 한 씨 형님,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시오!”진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누구든 안드레는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가 이 창을 휘두르는 순간,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화를 당할 것이었다.“안드레, 네 따위가 감히 우리 용국 백성을 해치겠다고?”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한쪽 팔을 뻗어 갑판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진왕검!”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가 갑자기 열리더니 넉 자 세 치 길이의 진왕검이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상자에서 튀어나와 한지훈을 향해 날아왔다.진왕검이 손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은빛 광채가 하늘을 뒤덮으며 반쪽 하늘 전체를 가득 채웠다.진왕검은 고대로부터 왕들이 차고 다니던 검이었으며,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러진 적이 없는 검이었다. 진왕검이 가진 특성은 단순한 명검의 재질이 아니라, 어떤 보검도 가질 수 없는 제왕의 기운이 함께 깃들어 있다는 점이었다.그 은빛 광채 속에서는 마치 용의 포효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했고, 게다가 검신 위에 새겨진 거대한 청룡 문양이 하늘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치솟았다. 이 순간, 사방 수백 리 내의 공간이 진왕검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찰나에 살기로 가득 차올랐으며, 마치 이 한 자루 검이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단숨에 두 동강 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절대적인 압도적 기세가 하늘과 땅을 휩싸며 퍼져 나갔고, 이내 넓디넓은 바다가 폭풍처럼 요동쳤으며, 하늘의 구름마저 급변했다. 그곳에 있던
한지훈에게 손을 쓰는 순간 박살 날 텐데!“짝!”한지훈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손바닥을 번쩍 들더니,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이번에는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고, 안드레가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하지만 이 손바닥 한 방은 그야말로 안드레에게 엄청난 모욕이었다!게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카일 가문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기도 했다!“네… 네 이놈! 반드시 널 죽이고 말겠다! 용국 동남 연안 전체가 무너지고, 제재소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해도 반드시 네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안드레의 얼굴은 이미 부어올라 일그러져 있었고, 두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했다.그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살갗을 깊숙이 파고들어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장창!”안드레가 손을 뻗자, 배 위에 놓여 있던 장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장창을 손에 쥔 순간, 안드레의 몸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기세는 하늘마저 어둡게 만들었고, 뜨거운 태양조차 창백하게 변해 버렸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살육밖에 없었고, 한지훈이 가져온 이 치욕을 수많은 피로 씻어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는 과거, 무려 십 년 넘게 이름을 날린 전신 강자와 싸웠을 때조차 이런 치욕을 겪은 적이 없었다!그가 장창을 쥐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길게 늘어진 백발이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위에서 스스로 일렁이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안 돼!”진우가 놀라 소리쳤다.안드레의 목표는 한지훈이 아니었다!그는 창끝을 용국 동남 연안의 해안가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그가 이 창을 내리꽂는 순간, 용국 동남 해안은 그 여파에 휩쓸릴 것이다!게다가, 분노에 찬 천신계 강자의 일격이라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한지훈,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용국의 해안 도시들이 피바다가 될 것이다!”안드레는 장창을
모든 이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한지훈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안드레마저 매우 놀랐고, 그가 허둥지둥 한지훈의 흔적을 찾는 순간 한지훈이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한지훈은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 그대로 안드레를 향해 내리꽂았다!안드레는 깜짝 놀라 급히 주먹을 휘둘러 반격했고,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폭발하며 사방 수 리 내의 바다 위가 거센 파도로 출렁였다!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안드레와 한지훈의 주먹이 격돌했다!쿵!안드레가 자부하던, 모든 것을 단숨에 초토화할 것 같던 그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닿는 순간 그 힘이 한없이 무력해졌다.심지어 안드레의 팔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콰득!”안드레는 한 손으로 팔을 부여잡고 물러서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응시했다. “이, 이럴 리가 없어!”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마, 자신이 한지훈에게 밀린단 말인가?“말했지, 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른다고!”한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치켜들었다!그 순간, 한지훈은 완전히 본래의 기운을 드러냈다!천신계 강자의 강대한 위압이 해저에 사는 수생 생물들조차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다!이제 안드레는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아니, 한지훈의 주먹을 감히 정면으로 받아칠 용기조차 사라졌다.한지훈의 주먹이 연달아 안드레의 몸을 강타했고, 안드레는 피를 뿜으며 공중으로 날아갔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 날뛰는군!”안드레의 말이 끝나자, 한지훈은 손바닥을 들어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찰싹!”안드레의 몸이 다시 한번 옆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이 바다에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다시 한번 손을 들어 거침없이 뺨을 후려쳤다! 안드레의 몸이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고, 연속된 광경을 바라보던 배 위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저자가 정말 오륙에서 유일한 천신계 강자라는 안드레인가?정말로 오륙의 평화 사절단이라고 불리는
따라서 한 수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천신계 강자의 기본이었다! “하아... 역시 너무 젊군.”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안드레의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부딪히려 할 찰나, 한지훈이 갑자기 주먹을 펼쳐 손바닥으로 변환하며 안드레의 주먹을 아래로 눌렀다.“음?”안드레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소한 변화 속에 과연 어떤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인가?!“파악!”“쿵!”주먹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뒤를 따라 천둥 같은 굉음이 폭발했다.거대한 폭발음이 마치 바다 위에서 핵폭탄이 터진 듯한 위력을 뿜어냈다.순식간에 바다가 끓어오르며 사방으로 물보라가 솟구쳤고, 수많은 물고기가 끓는 바닷물 속에서 익어 떠오르기 시작했다!눈부신 한 줄기 강한 빛이 터져 나오자 사람들은 황급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렇게 30분이 지나고서야 빛이 점차 사라졌고, 사람들은 서서히 눈을 뜨며 한지훈과 안드레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카일 가문의 무리들은 눈을 뜨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안드레 경의 이 강력한 일격에서 살아남을 자가 있겠는가?!아마도 한지훈의 육신조차 산산이 부서졌을 터!하지만 그 순간,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동시에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이... 이럴 수가!”백발의 노인은 선박 난간을 붙잡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주변 사람들 또한 모두 얼굴이 창백해졌다!바다 위에서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시선은 몇백 미터 떨어진 바다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에는 안드레가 흐트러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안드레의 가슴팍에는 깊은 상처가 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머리카락과 눈썹에도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안드레조차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방금 전, 한지훈의 손바닥과 맞닿았을 때 분명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지훈의 손바닥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한지훈과 안드레는 거의 동시에 한 걸음씩 물러섰다.거대한 충격이 몇 초가 지나도록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바닷물은 광풍에 휩쓸려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았다!안드레는 주먹을 살짝 쥐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분명한 통증을 느꼈다!천신계에 오른 이후, 안드레는 마지막으로 통증을 느낀 때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한지훈의 일격이 그에게 통증을 안겨준 것이다!분명 서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발휘하긴 했지만, 한지훈은 막 천신계에 오른 젊은이일 뿐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강할 수 있단 말인가?!안드레는 놀란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때의 한지훈 역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고, 방금 받은 일격은 그가 살아오면서 맞은 가장 무거운 한 방이었다!만약 그의 몸이 뇌해의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결코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곤륜 뇌해에서 단련된 그의 육체는 사실 안드레보다도 몇 배는 더 강력했다!다만 이제 막 돌파한 터라, 아직 완전히 몸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젊은이, 정말 대단하군. 감히 우리 카일 가문에 도전할 만하겠어!”안드레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두 번째 주먹이 그림자처럼 날아들었다!그 일격이 뻗어나가자, 바다의 수면이 수십 미터나 움푹 내려앉으며 거대한 원형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심지어 해저의 암초조차도 무너지며 부서졌고, 수백 미터 내의 바다 생물들이 동시에 죽고 말았다. 핏빛 안개가 해저에서 떠올라,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이 광경을 보며 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안드레의 이 한 방은, 마치 용국 무학 중 격산타우와도 같은 기법이었다!겉보기엔 직선적인 공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변수가 숨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천신계 강자의 신력인가……?”진우는 경탄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고, 주변의 무리들도 연신 놀라움을 터뜨렸다.이 한 방이라면, 사람은 물론이고 전차나 전함조차도 견뎌낼 수 없을 것이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