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있다.헨리는 눈앞에 버젓이 서 있는 두 사람의 정체를 모르고 있어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함부로 대사관으로 쳐들어온 것도 대단한데, 감히 문까지 걷어차 버려? 지금 너희들이 한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 이건 죽을죄나 다름이 없고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셈이야!”헨리 대사의 비밀회의는 이로써 중단되었다.풀지 못하고 쌓여 있던 화는 비로소 상대를 찾은 것처럼 헨리는 한지훈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히고 소리쳤다.“위병! 당장 저놈들 끌어내!”한고운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한지훈의 목을 꼭 껴안았다.이때 더없이 평온한 모습을 유지한 채 한지훈은 천천히 미쳐서 팔짝 뛸 지경인 헨리 앞으로 다가갔다.“문은 우리 쪽 사람이 걷어차 버린 건데, 무슨 의견이라도 있어?”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화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거친 욕은 순간 도로 들어갔다.눈앞에 있는 젊은이로부터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그 순간 지옥의 악마와 마주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회의실에 있던 다른 사무원도 마찬가지로 어안이 벙벙해졌다.저 녀석 정체가 뭐야?어떻게 감히 이런 행패를 부리고 건방을 떨 수 있는 걸까?“너 누구야?”헨리는 의문으로 가득 찬 얼굴로 한지훈을 한사코 노려보는 동시에 경계심을 잃지 않고 물었다.이곳까지 쳐들어 온 것을 봐서는 결코 쉬운 인물은 아니다.그러나 한지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헨리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한참 후, 그 눈빛은 헨리 대사에게 떨어졌다.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제 그쪽 아들이 우리 딸을 밀어서 무릎과 손바닥에 상처 입었어. 네 아들은 사과는 고사하고 우리 딸에게 미련한 돼지라고 욕까지 했어! 심지어 돈을 우리 딸이랑 아내에게 던 졌어! 너 알고 있었어?”헨리 대사는 순간 얼굴이 얼음장이 되어버렸다.헨리는 당연히 이 일에 대해 명확하게
헨리는 공중에 끌어올려져 있지만 추호의 두려움과 후회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왜냐하면 헨리의 뒤에는 자기 국가가 있기 때문이다.헨리는 한지훈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건방진 놈! 용국의 미련한 돼지XX! 여긴 대사관이고 국제협약의 제약을 받는 곳이야! 네가 뭔데 감히 함부로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니 뭐니 하는 건데! 네가 용국을 대표할 수 있기라도 해?”“용국 대표?”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죽을죄라고 하면 죽을 죄인 거야. 다른 이유 따위 필요 없어.”지금의 번창함으로 보면 한지훈의 이름 석자도 한지훈이 뱉은 말도 용국을 대표하기에 충분하다.한지훈이 곧 용국의 법이다.이에 대해 질의하는 사람도 감히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미친놈!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여긴 대사관이야! 국제법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고! 감히 대사관으로 쳐들어온 네 용기는 탄복하나 초래될 결과는 아주 끔찍할 거야!”헨리는 언성을 높여 엄격하게 말했다.여긴 S시 대사관으로 관변단체이다.그 누구도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곳이다.각국에서 대사관은 아주 민감한 존재이다.대사관을 침입한다는 건 그 나라의 영토를 침입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권에 대한 도발과 같다.그러나 한지훈은 대사관을 침입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제약과 법을 무시했다.게다가 대사에게 죽을죄까지 내렸으니 그야말로 건방지기 짝이 없다.이는 이국을 안중에 두지 않은 셈이고 대사관을 무시한 것과 다름이 없다.“끔찍한 결과?”한지훈은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말했다.“과연 그 끔찍한 결과는 누가 맛볼까?”한지훈은 헨리 대사를 놓아주고 덤덤하게 두루마기에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붉은 불씨는 이 순간 대사관에서 더욱 눈이 부셨다.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감히 북양구 총사령관인 한지훈과 결과에 대해 말해 본 적이 없다.“여긴 대사관이야! 네가 오늘 저지른 행동으로 넌 끔찍한 결과를 맛보게 될 거야! 너야말로 죽을죄를 지은 것이고 난 지금 당장 너를 죽이라고 할 수 있어!”헨
수많은 군졸들 속에 탱크도 반테러 무장 차량도 줄지어 있었다.대사관 주위 5킬로미터 안에 군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얼마나 많은 군졸들이 온 걸까?정말로 전쟁이 발발하기 일보 직전인 걸까?헨리 대사는 와르르 무너지며 두 다리가 나른해졌다.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반면 한지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제자리에 서서 담배꽁초를 땅에 던지고 발로 불씨를 껐다.“이런 결과는 어떻게 마음에 드시나요? 헨리 대사님?”헨리 대사는 순간 온몸이 부들부들 떨며 기절할 뻔했다.이것이 과연 한지훈이 말한 끔찍한 결과일까?만 명의 병력으로 대사관 전체를 포위하는 것이 바로 이 사건의 결말이다.그 누구도 감히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헨리 대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리를 후들거리며 공포에 가득 찬 눈으로 평온하기 그지없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창밖에 펼쳐진 검푸름 바다는 헨리로 하여금 혼비백산하게 했다.헨리 대사는 주군 대사로 거물도 입이 떡 벌어지는 장면도 거센 비바람도 모조리 봐왔고 겪어왔다.하지만 그런 그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 제대로 주눅이 들었다.만 명이나 되는 병력은 그 어떠한 말보다도 힘이 있었다.이러한 장면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다.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힘이고 감히 반항할 수도 없는 힘이다.회의실 안의 다른 대사관 사무원들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헨리 대사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묻고 싶은 마음뿐이다.대사관 사무원들은 주체할 수 없이 창문을 통해 대사관 밖의 광경을 보았다.검푸른 군졸의 인파에 동공이 확장되며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막았다.모든 이의 심장이 이 순간 멈추는 듯했다.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와 거대한 병력의 위압에 숨이 턱턱 막혔다.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이는 양국 간의 전쟁이 발발함을 의미하고 있는 걸까?대사관 안의 모든 이들은 아연실색하며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끝이 보이지 않는 검푸른 인해를 바라보고 있다.지금 대사관 전체가 봉쇄되었다.아마 파리 한 마리도 나가지 못할 것이다.만 명
검푸른 군복에는 구불구불한 용이 구름을 딛고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으로 수놓아져 있다.이 사람은 용국의 총사령관이다.용국 사열식에 나타났던 총사령관의 군복이다.순간 헨리 대사는 다리가 후들거려 의자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방금 전까지 얼굴을 붉히고 히스테리를 부렸던 상대가 용국의 제일 총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일파만파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그런 무적의 존재이다.용국 전쟁 구역을 통솔하는 총사령관이다.만인의 존경을 받으며 지위가 숭고한 그런 신과 같은 사람이다.용국 전쟁 구역은 별을 기준으로 하여 존을 표시한다.청색 무늬 드래곤은 군수의 위치를 의미하는 걸까?보잘것없는 S시 대사관 안에 용국 당세의 총사령관이 서 있다는 말인가?청색 무늬 드래곤 군복을 입고 있는 한지훈은 당세 무적의 존재이다.삽시간에 군왕의 자태가 천하를 장악해 버리는 듯했다.“고관과 귀인, 용경 왕후, 외국 오랑캐까지 총사령관을 만나게 되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올려야 한다!”한지훈은 두 손을 등 뒤에 지고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보았다.격렬한 천둥과 같은 위압이 회의실 전체에 휩싸여 저마다 꿍꿍이를 품고 있는 외국 오랑캐들을 진압하였다.고관과 귀인?왕후 신하?그 누구든 한지훈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한 쪽 무릎을 꿇고 그를 외쳐야 한다.한지훈은 용국 당세 지위가 가장 높은 총사령관으로 용국 10억 명 백성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피로 바꾼 것이다.“용국 총사령관인 나를 보고도 무릎을 꿇지 않고 고개도 숙이지 않는 너희들을 어쩌면 좋을까? 당장 꿇어!”한지훈의 단호하고 차가운 위압 소리에 다들 벌벌 떨기 시작했다.풀썩!무릎을 꿇는 소리가 잇따라 이어졌다.대사관 사무원들도 위압에 눌려 다리가 나른해지자 저마다 무릎을 꿇었다.헨리도 비록 신분은 대사이지만 또한 위압에 영혼이 탈탈 털려 비굴하게 무릎을 꿇었다.당세 용국 총사령관은 청색 무늬 드래곤 전포를 입고 백만 대군을 충격과 두려움에 떨게 했었다.
쿵!이 말에 헨리 대사는 두 무릎을 모조리 꿇고 식은땀도 끊임없이 흘러내렸다.그럼, 설마 삼성?“각하, 그럼, 삼성 지수 이십니까?”헨리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공포에 휩싸여 온몸이 떨리고 있다.삼성 지수!겨우 20대 초반에 삼성 지수!이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헨리는 호흡마저 가빠지기 시작했다.자리에 있던 모든 대사관 사무원들도 이 순간 아연실색하며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가득했다.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평온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다.한지훈은 차갑게 입을 열고 물었다.“삼성 지수? 삼성 지수 위에 뭐가 있는지 알아?”쿵!순간 헨리는 벼락에 맞기라도 하는 듯했다.한지훈의 말이 고막으로 전해진 순간 온 모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삼성 이상?그렇다면 삼성 이상이란 말인가?이는 너무 말도 안 되고 무서운 일이다.무릎을 꿇고 있던 대사관 사무원들도 동공이 확장되며 얼굴이 일그러졌다.가장 무서운 생각이 순간 그들의 머릿속을 습격했다.사성!불과 20대 초반인 나이에 사성 천수라니!공포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다들 일제히 들숨을 내쉬었다.용국 전체를 내다본다고 하더라도 사성 천수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그들은 모두 용경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거물 중에 거물이다.그들의 말 한마디에 행동 하나에 한 도시가 무너질 수 있다.한지훈은 숨을 내뱉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성 천수? 잊어먹고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는데, 동원구 본부 서효양 총사령관도 날 보면 고개를 숙여야 해.”“왜냐하면 내가 그 사람보다 높은 위치에 있거든!”쿵!사성 위라면 오성 천수란 말인가?오성 천수라 할지라도 용국 전체에 극히 드물다.용경 궁에 있는 육성 대원수와 용경 군사 묘지에 깊이 잠들어 계시는 개국 공신 몇 문을 제외하고는 당세 오성 용수는 단 한 명이다.그 사람은 바로 북양구 총사령관이다.30만 북양구 군졸로 8국 백만 대군을 진압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이때, 한지훈은 손을
헨리 대사는 땅에 주저앉아 식은땀만 흘리고 있다.오성 용수라니!겨우 20살 남짓한 나이에 오성 용수라니!용국 건국 이래 가장 젊은 총사령관이자 가장 많은 영예를 얻게 된 총사령관이다.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은 들숨을 내쉬며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오성 용수는 용국의 장군을 제외하고 신분이 가장 높다.그보다 더욱 놀랍고 두려워해야 할 사실은 바로 오성 용수가 북양구 총사령관이라는 것이다.8국 백만 군을 진압한 파이터 왕이다.30만 북양구 군졸은 이미 국제에 이름을 떨쳤다.그리고 북양구 총사령관은 실력이 비범하고 일반 사람이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이다.이국의 장군들도 백 만군 대전을 본 후 며칠 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물러갔었다.한지훈은 여러 나라에게 강하고 용감무쌍하며 용국의 중심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북양구 총사령관이다. 북양구가 있는 한 용국은 대대로 번창해질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그리고 지금 북양구 총사령관은 헨리 앞에 서 있다.헨리 대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놀라워 마지 못하고 있다.“북양구 총사령관님, 소인 인사 올리겠습니다.”헨리 대사는 거의 이마가 땅에 닿을 지경으로 공손하게 인사했다.한지훈을 눈썹을 치켜세우고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전에 이곳은 이국의 땅이라고 하지 않았어? 이국과 국제법에 보호받는다고 했던 거 같은데?”헨리 대사는 순간 질색하며 말을 바꾸었다.“아닙니다! 이곳은 용국이고 용국의 땅입니다.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자칫 잘못하면 사람 목숨이 여러 개나 날아가는 상황이다.북양구 총사령관과 이치를 따지고 법을 논하는 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것이다.그가 바로 용국의 이치고 용국의 법이다.한지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반문했다.“함부로 대사관에 쳐들어온 건 죽을죄라고 하지 않았어? 나보고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거라고 하지 않았어?”헨리 대사는 거듭 숨을 들이마시며 연신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총사령관님이
금색 머리에 파란 눈을 지닌 남자아이의 얼굴에는 조롱이 가득했다.이 말이 나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있는 헨리는 순간 바지에 실수할 뻔했다.“탁!”헨리는 곧장 일어서서 아들의 얼굴을 내리치고 호통쳤다.“당장 무릎 꿇어! 그리고 당장 사과해!”“싫어요! 제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요!”남자아이는 고집을 피웠다.“사과하지 않으면 당장 이국으로 돌아가!”헨리 대사는 아이를 협박했다.그러자 남자아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마지못해 한고운에게 사과했다.“미안해.”헨리 대사도 이어 덧붙였다.“총사령관님, 아이들이 장난하는 거라 말이 좀 거칠었던 거 같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한지훈은 한고운을 보고 물었다.“고운아, 인제 마음이 풀려?”한고운은 붉어진 눈시울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빠, 우리 인제 돌아가요.”“그래!”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차가운 시선으로 헨리 대사를 보았다.“기억해! 여긴 영원히 용국의 땅 이야! 외국 오랑캐인 너희들의 사유지가 아니야!”“네네네! 명심하겠습니다.”헨리 대사는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을 몸을 돌려 한고운을 안고 대사관에서 나왔다.한지훈이 떠나가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헨리 대사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맥이 풀려 의자에 기대앉더니 곧 일어서서 창문으로 갔다.만 명의 군졸이 획일적인 동작으로 물러가는 모습이 보였다.자그마치 만 명의 군졸이다.만약 오늘 먼저 손을 대기라도 했다면 대사관 전체가 폐가로 됐을지도 모른다.“대사님, 괜찮으십니까?”“우리 인제 어떡해요? 오성 용수에게 미움을 샀으니 인제 어떡합니까!”“아니면 차라리 위로 보고 할까요? 북양구 총사령관이 너무 건방집니다! 여긴 필경 대사관인데 우리 이국도 국제법도 무시하고 있지 않습니까!”사람들은 저마다 얼굴을 붉히며 다투고 있었다.헨리 대사는 고심 끝에 용경 총 대사관에 있는 로버드 총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되자 나지막한 중년 남성의 목소
한지훈은 웃으며 한고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고운아, 아빠가 뭐라고 그랬어? 그 사람들 놀라게 하려고 한 방법인데, 그걸 믿으면 어떡해?”한지훈의 말을 듣고서야 강우연은 비로소 숨이 제대로 쉬지는 듯했다.다행히도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 너무 듣기 좋았다.한고운은 입을 삐죽거리며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한고운은 한지훈에게 슬며시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아빠, 엄마한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그래요?”한지훈은 웃으며 한고운의 볼을 어루만졌다.“그래! 그러니 비밀 지켜줄 거지?”“히히히.”한고운은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입을 가로막도 천진난만하게 웃었다.“좋아요! 아빠하고 고운이 만의 비밀로 할게요.”강우연은 아빠와 딸이 속삭이는 모습을 보고 마냥 행복했다.어느새 질책의 빛도 얼굴에서 사라지고 부드러운 미소만 가득했다.그리고 강우연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사장님이 가불해 주신 데요?”한지훈은 마침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허락해 주셨어. 며칠만 있으면 내 카드로 입금하실 거야. 받으면 네 카드로 보내 줄 테니까 고운이 입학 수속하면 돼.”강우연은 기뻐하며 당장이라도 덩실덩실 춤을 출 듯했다. “진짜 맞죠? 너무 좋아요! 너무 잘 됐어요!”말하면서 강우연은 한고운의 볼을 만졌다.“고운아, 너 이제 학교에 갈 수 있어! 너무 좋지?”한고운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고운이도 인제 학교에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도 씨 그룹 사장 사무실.도호헌은 오늘 하루 종일 저기압이다.특히 오늘 오전 회사 로비에서 도설현과 한지훈에게 한 방 먹은 일로 얼굴이 상기되었다.수많은 직원들 앞에서 도설현은 팔을 밖으로 꺾어 한지훈의 편을 들어 주었다.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도설현! 내가 반드시 호되게 대가 치르게 할 거야!”도호헌의 험상궂은 얼굴에 차가운 살의가 떠올랐다.“똑똑똑!”노크 소리에 사로가 정지되었다.도호헌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들어 오세요.”
임몽몽은 한지훈을 힐끗 바라보고는, 조롱 섞인 웃음으로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저에게 너무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사실 저는 예전부터 당신을 존경했었거든요.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죠!”“비록 지금은 좀 다르게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제 꿈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조금 떨어진 처지가 되셨지만, 털 뽑힌 봉황은 닭만 못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착한 사람이니 괜찮습니다!”임몽몽의 말은 비꼬는 의미가 가득했고, 거의 모든 말이 한지훈을 조롱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그녀의 의도는 분명했다. 한지훈이 예전엔 위상이 높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저 한낱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자신이 한지훈을 돕는 것은 단지 길가의 거지에게 잔돈을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지훈 선생님, 기억하시나요? 몇 년 전 바로 이 공항에서, 그때 당신이... 아 맞다, 7개국 정상 회담에 참석하고 돌아왔을 때요.”“그날 아침, 저는 공항 입구에서 4시간 넘게 기다리며 당신의 사인 하나 받으려 했는데, 당신의 경호원들이 저를 막았죠.”“그때 정말 실망했어요. 그 일 때문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요. 그 남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정말 가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저기, 저 남자 보세요. 지금의 당신보다 훨씬 더 능력 있어 보이잖아요.”임몽몽은 자신의 분노를 숨기지 않고, 한지훈을 조롱하며 말했다.한지훈은 더 이상 이 불쾌한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고, 그는 이승운을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죠? 당신이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그리고 파용군의 공적이 가짜라고 하셨습니까?”한지훈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그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파용군에 대한 모욕은 용납할 수 없었다.파용군은 이 나라를 위해 싸워온, 수없이 많은 전투 속에서 목숨을 바친 철군이었다! 그들 모두는 존경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었
“하하, 임몽몽 씨, 그건 예전 일이죠. 지금은 평화로운 시기니까, 그가 여전히 북양왕이라 해도 특권을 가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이승운은 매우 협조적으로 말을 꺼냈다.“이승운!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양령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쥐었다.“당연히 알지, 내가 뭘 하는지. 그리고 너희 둘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말이야. 나한테 손을 대고 싶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저기 기자들 많잖아? 네가 손을 대면 한지훈을 패가망신시킬 수도 있다고!”이승운은 이를 드러내며 비웃으면서 말했다.“이 매니저님,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사실 저도 한지훈 선생님을 정말 존경했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그의 물건을 돌려주도록 하세요!”임몽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양령아는 화가 치밀었다.이 임몽몽은 도대체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한 걸까?“만약 한지훈이 말했다면 무시했을 테지만, 임몽몽 씨가 이렇게 말하니 반드시 들어 드려야죠!”이승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임몽몽과 눈을 맞추고 교묘하게 웃었다.누구나 알 수 있었듯, 임몽몽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한지훈을 깎아내리려는 거였다.한지훈이 북양왕이 아니었다 해도, 여전히 평범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하지만 지금, 그가 여자 한명에게까지 무시당하고 있다니.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오늘 한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참고 있더라도 그의 명성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하하하!”동방영은 과장된 웃음을 터뜨리며, 한참 동안 웃고 난 후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한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여러분, 다 들으셨죠? 정말 실망스럽군요!”“이분이 바로 북양왕이었던 분입니다, 한때 파용군의 상장군이었죠!”“자, 여러분들, 파용군의 상장군이 어떻게 이렇게 여자에게만 의지하는 사람인지 보세요! 그동안 한지훈이 우리 평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파용군에 한지훈 같은 상장군이 있었다니
이승운의 미친 듯한 고함 소리에 곧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젊은 미모의 여성이 선글라스를 벗고 군중을 헤집고 나타났다. 그녀는 고급스럽고 섹시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검은색 롱 드레스 아래에 하얗고 길게 뻗은 다리가 드러나 매우 눈길을 끌었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매우 거만하고,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짐을 찾는 곳으로 향했다.그녀의 이름은 임몽몽, 임 씨 그룹의 외동딸이었고 용경에서 어느 정도 상류층에 속할 만한 명망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매니저님, 오랜만이네요!”세계 각국을 오가며 사업을 관리하는 그녀는 공항의 단골이기도 했기에, 이승운과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승운과 인사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승운은 일개 공항 매니저에 불과했고, 임몽몽과 동급에 있을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는 특별히 한지훈을 보러 온 것이었다! 한때 북양왕이었던 한지훈은 수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존재였고, 반년 전만 해도 임몽몽은 한지훈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당시 그녀처럼 자산이 몇 천억 원 수준인 작은 가문의 후손들이 용경에 얼마나 많았는지 세기도 어려웠다.하지만 한지훈은 용국의 군혼이자 영웅이었으며, 그는 많은 이들에게 신뢰와 숭배를 받는 존재였다.모든 여자가 그런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했고, 모든 여자가 그와 가까워지기를 원했다.하지만 임몽몽은 전혀 한지훈과 마주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 번은 한지훈이 외국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한 후 용국으로 돌아왔을 때, 임몽몽은 공항에서 하룻밤을 기다려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 했지만 그녀는 한지훈에게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오늘, 뜻밖에도 여기서 전설의 남자를 만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임몽몽은 한지훈을 가까이서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의 권력과 지지가 사라지고 나니, 한지훈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었고 공항 매니저에게 꾸중을 듣는데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모든 남자들은 다 똑같은 것인가? 한지훈도 세속에
“이게 누구 짐인지 알고 하는 말인가요?!”양령아는 얼굴이 차갑게 변하며 말했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특별 증명서를 꺼내야 할 상황까지 갔다.한지훈은 그녀에게 큰 영웅이었고, 방금 동방영의 조롱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공항 직원까지 그를 괴롭히는 상황에 분노가 치솟았다.“당연히 알지요. 한지훈! 반년 전에는 북양왕이었지만 지금은 평민인데, 어쩌겠어요?”직원은 냉담하게 대답했다.“아가씨, 아직도 한지훈이 북양왕이라 생각하세요? 이제 전쟁도 없고, 용경도 포위되지 않았으니 그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아가씨는 이쁘고 젊으니까, 한지훈 같은 쓸모없는 사람은 멀리하고 동방 도련님 같은 귀인가 가까워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하면 나중에 큰 이득이 있을지도요.”이승운은 팔짱을 낀 채 담배를 물고, 자신만만하게 다가오며 말했다.이승운은 한지훈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그때는 그가 북양왕으로, 오국 대군이 용경을 포위할 때 그가 직접 마중 나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의 신분으로 한지훈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었고, 그에게 50미터 내로 다가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지훈에게 당당하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으니, 인생은 참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승운은 점점 더 기분이 좋아지며, 한지훈을 조롱했다.게다가 지금 한지훈은 너무 평범해 보였고, 자신이 그를 모욕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방 가문이 한지훈과 가까이 지내면 일가를 멸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었고, 권력을 잃은 한지훈은 이제 약골에 불과했다! “이승운 씨, 그게 지금 무슨 뜻이죠!”양령아는 이승운의 명함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그냥 절차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혹시 모르세요? 최근 이집트에서 기생충이 유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여러분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짐을 잠시 압수하고 필요한 검사를 해야 합니다!”이승운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변명했다.“내가 명령하는데, 지금 당장…”양령
이 말을 들은 한지훈과 양령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을 찌푸렸다.VIP 휴게실 안에는 이미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쉬고 있었고, 몇몇은 오늘의 신문을 읽고 있었으며, 몇몇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폐쇄되었다는 흔적은 전혀 없었고, 이 매니저가 분명히 한지훈과 양령아를 일부러 난처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매니저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분은 한지훈, 과거의 북양왕입니다. VIP 휴게실을 사용할 특권이 있으신 분이에요. 이 사실이 윗분들께 알려지면 우린...”한 직원이 다급히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이승운에게 말했다.“윗분?”이승운은 비웃으며 담배를 꺼내 물고 연기를 뿜어냈다.“동방 오우 도련님께서 이미 경고했잖아. 그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멸문시킨다고!”“윗분들이 알면 어쩔 건데?!”그는 태연히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반년 전이라면 나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는 더 이상 북양왕이 아니고, 게다가 사대 가문과도 등을 졌잖아. 사대 가문 앞에서 그놈은 그저 먼지에 불과하다고!”이승운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동방영이 뒷짐을 진 채 다가오며, 한지훈과 양령아를 쓱 훑어보고 비웃었다.“어이쿠, 한 선생님께서 이번에 귀국하신 게 꽤나 순탄치 않으신가 보네요.”“하지만 원인이야 있겠죠. 누구더라, 사대 가문조차 안중에 없으셨던 분? 하도 거만하시니, 이제 공항 매니저도 한 선생님을 경멸하네요!”“그럼 이렇게 하시죠. 우리 북양왕님께 작은 접이식 의자 하나 사드리죠. 여기서 잠시 앉으셔서 쉬시고, 제가 사람을 시켜 컵라면 한 그릇 끓여 드리겠습니다. 어떠신가요?”주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동방영!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하라고 했어?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양령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분노를 터뜨렸다.“흥,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황제급 대우지! 나 같으면 국물 한 방울도 안 줬을 거다!”이승운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만 가지.
동방영의 웃음소리는 곧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곧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한지훈에게로 쏠렸다.북양왕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아무도 감히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지 못했다.동방 오우가 이미 경고를 내렸고, 한지훈에게 접근하는 자는 가문까지 멸할 것이다! “동방영! 네가 무슨 자격으로 한 선생님을 비웃는 거지! 몇 시간 전만 해도 한 선생님은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고 있었어. 그런데 넌? 즐기기만 할 뿐, 국가를 위해 뭘 한 게 있지?”양령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허허, 나는 국가에 세금을 내지. 소비할 때 세금을 내지 않나? 우리 같은 납세자들의 돈 없이는, 한지훈이 북양에서 뭘 먹고 살았겠어?”“솔직히 말해서, 우리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이 하루에 몇백만, 몇천만씩 기부 안 하면, 그놈은 따뜻한 똥도 못 먹었을 거라고!”동방영은 거리낌 없이 조롱하며 말했다.“저… 괘씸한 놈!”“제기랄, 동방 집안 놈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흥, 저런 놈은 언젠가 천벌을 받을 거다!”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를 악물며 작게 욕설을 퍼부었다.한지훈은 과거 수차례 용국을 위기에서 구했고, 몇 달 전에는 용경을 구하기까지 했다.한지훈이 없었다면, 오국 연합군은 이미 용경을 점령해 그들은 지금의 평화로운 삶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기에 용국 사람들은 한지훈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를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한지훈조차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네가 왜 나서서 소란을 피우는 거지? 설마 내 형제 동방 오우가 내린 통첩을 모른단 말이야? 그러다 양씨 가문 전체를 해치우고 싶기라도 해?”동방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비웃었다.“동방영! 너... 너...”양령아는 손가락으로 동방영을 가리켰지만, 분노에 차 제대로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한지훈은 동방영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곧장 출구 쪽 휴게소로 걸어갔다.“아이고, 북양왕께서 몸이 허약하신가 보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쉬어야 한다니? 어서, 북양왕께 보약을 한 상
“한지훈이 광명존을 생포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동방 오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여전히 고금의 현을 매만지고 있었다. “사실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광명존의 스승인 우천존도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용이 나타나 우천존을 물리쳤고, 한지훈은 광명존을 반신불수로 만들었다고 분석됩니다!”노인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오! 광명존을 이길 수 있다니, 그에게 다른 비장의 카드가 있는 게 분명하군. 진법인가?”동방 오우는 무표정하게 물었다.“들리는 말로는, 한지훈이 진법에 능하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백성과 그 일당이 한씨 가문 별장에서 죽을 리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도련님께서는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응?”동방 오우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순식간에 노인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노인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젊은 남자의 시선을 감히 마주하지 못했다. 비록 이 둘이 모두 오성 천왕 경지였으나, 동방 오우는 어려서부터 용호산에서 진법을 배우며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짧은 십여 년 만에 용호산의 핵심을 깨우치며, 진법으로 사람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갈 정도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그런 무형의 살인 기술은 노인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같은 경지임에도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게 했다.“진법으로 따지자면, 한지훈은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지금쯤 그는 찬란한 명성을 안고 돌아가리라 기대하고 있겠지? 동방영에게 공항으로 가서 북양왕을 맞이해 주도록 해라. 물론, 그에게 적당한 본때를 보여주며 말이다!”“도련님, 그 말씀은…?”노인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동방 오우를 바라보았다.“간단해. 북양왕이 귀국했을 때,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고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에서 그의 체면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보고 싶군! 그리고, 한지훈에게 가까이 가는 자는 그 가족까지 모두 멸할 거라는 소문을 퍼뜨려라!”“알겠습니다!”노인은 서둘러 물러났다.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영
“원가주, 무엇이 그리 겁이 납니까!”동방소는 냉랭한 시선으로 원상용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가 자신보다 몇 세대 어린 후손이었지만, 결국 원씨 가문의 가주로서 자신과 대등하게 대화할 자격이 있었다.“겁이 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원씨 가문에 또다시 상복을 입히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한지훈이 돌아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그가 우리를 청산하기 시작한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모를 테지만, 진왕의 반란 때조차 무적천도 그를 어찌하지 못했습니다!”“다시 말해, 그가 우리를 건드리면 무신종도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이…이것이야말로 중대한 문제가 아니겠습니까?”원상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점차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허허!”그러자 동방소는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한지훈이 비록 아직 죽지 않았다 해도, 이 동방 가문에서 한 수밖에 두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십니까?”사대 가문의 100여 년 전 가주로서, 동방소는 결코 모든 것을 하나의 계획에 걸지 않았다.“오호? 동방 가주님께서 또 다른 수를 준비해 두셨단 말씀입니까?”원상용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동방소를 바라보았다.“다들 귀를 가까이 대보시오.”동방소는 천천히 입을 열고, 이후 모두의 귀에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헉!”모두가 그의 말을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정말입니까, 가주님?”원상용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흥, 조금의 거짓도 없습니다. 동방 가문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동방소는 진지한 표정으로 단언했다.“동방 가주님, 동방 가문의 뿌리가 이토록 깊은 줄은 몰랐습니다!”원상용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하하하... 이 후수가 없다면, 제가 정말로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셨던 겁니까?”동방소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천하는 여전히 우리 사대 가문의 것입니다! 겨우 한씨 가문의 남은 잔재가 어찌 우리와 비교
한지훈!동방소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만약 원한을 따지자면, 동방 가문은 결코 원씨 가문에 비해 적지 않았다.더군다나, 얼마 전 동방염이 한지훈의 손에 죽은 치욕을 반드시 갚아야 했다! 4대 가문은 한지훈이 결코 함부로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알려 주어야 했다. 수십 년 동안 4대 가문은 용국의 경제 맥락을 쥐고 있었고, 조정의 대신들도 그들의 체면을 구기지 못했다. 그러나 원성천이 전사한 지금, 4대 가문의 위세는 이미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많은 이들이 4대 가문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모두 한지훈에게 있었다! 그렇기에 동방염이 죽은 후, 동방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은거해 있던 가주를 불러내기로 결정한 것이다.이번에 한지훈이 이집트로 간다는 정보와 그의 목적, 그리고 그와의 접촉 방식까지 모든 정보를 동방 가문이 직접 광명존에게 전달했다. 광명존 측에서도 한지훈이 이집트에 도착하면, 수많은 함정과 난관이 닥치도록 설계를 해 두었고 이번에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확언했었다.그러나 지금의 결과는 동방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이때, 동방 가문의 대청에는 이미 사람이 가득 차 있었고, 심지어 원씨 가문의 대표까지 자리하고 있었다.“동방 가주님, 제가 기억하기로 반달 전, 당신께서 친히 말씀하셨던 것이죠? 이번에야말로 한지훈이 날개가 달렸더라도 도망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가 무사히 귀국했다니요?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우리 원씨 가문은 가주님의 계획을 위해 적지 않은 인력과 자원을 쏟아부었습니다. 흑병대의 정보라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십니까?!”원상용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얼굴 가득 분노를 드러냈다.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하나의 계획이었지만, 그 뒤에는 사대 가문이 얼마나 많은 돈과 인맥을 동원했는지 모른다. 처음에 동방소는 이번에 천신계 강자가 직접 나섰으니, 한지훈이 100명이라고 해도 반드시 이집트에서 죽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