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당 안.엄숙한 분위기가 모든 사람을 감쌌다.탁자 위에는 여러 위패가 놓여 있었다.제사를 주관하는 노인은 검은 옷을 입고 길게 목소리를 늘였다.“큰절을 올려라!”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여 절했다.그러고 나서 노인의 인도에 따라 사람들은 앞으로 나와 향을 꽂았다.“우리 9대 수진 가문의 치욕을 씻어낼 기회가 왔다.”노인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조용한 사당 안에는 이빨을 갈아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사람들은 강남성의 9대 수진 가문의 잔당이었다.9대 수진 가문은 엄진우와 시천민에게 연이어 숙청당하면서 큰 타격을 입어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극도로 조용해졌다.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9대 수진 가문이 이미 멸망했다고 생각했다.사실 9대 수진 가문은 정말로 분열 위기에 처했었다.이 모든 것을 되살린 것은 바로 이 노인이었다.그는 원래 운씨 가문의 출신으로 한때 운씨 가문의 제1 천재로 불렸다.그러나 한 생선 파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어 운씨 가문이 반대하는 가운데 그는 운씨 가문을 떠나 세상을 떠돌았다.9대 수진 가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운씨 가문으로 돌아와 나서며 9대 수진 가문의 지도자가 되었다.그의 지도로 9대 수진 가문은 생존력을 집중시켜 손발을 잘라내는 결단을 내리고 많은 산업을 포기하며 힘을 회복하는 데 전념했다.지금 이 사당 안에 서 있는 이들은 9대 수진 가문의 현 가주들이었다.“운 가주, 어떻게 할까요? 지시만 해주세요.”사람들은 운창준을 주시하며 일제히 말했다.“이번에는 교훈을 삼아 어둠 속에 있는 표범처럼 행동하되 다른 이들이 맨 앞에서 돌진하도록 해야 합니다. 엄진우를 겨냥하는 사람들은 용국 상층부의 중요한 인물들, 강남성 상계의 지도자들, 그리고 강남성 지하 어두운 세력들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할 일은 기회를 포착해 일격에 끝내는 것입니다. 이 말을 잘 명심하세요, 한 마디도 빠뜨리지 말고!”운창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변화는 강남성 지하에서 시작되었다.“영호 형님
엄진우가 영호를 찾았을 때 영호는 이미 기절해 있었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 피가 다 흘러버렸을 거야.”엄진우는 상태를 살펴본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영호의 이미 열몇 대의 뼈가 부러졌고 등 뒤로 파고든 총알이 척추 신경까지 압박하고 있었다.병원에 데려간다고 해도 강남성에서는 영호를 도와줄 의사가 없다.엄진우의 도움이 없으면 영호는 이미 화장장으로 보내졌을 것이다.엄진우는 영호의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때렸다.“푹푹푹!”무거운 소리가 울리며 피가 묻은 몇 개의 총알이 살에서 튕겨 나왔다.엄진우는 다시 진기를 사용해 영호의 부러진 뼈를 복원했다.마지막으로 영호에게 단약 한 알을 먹였다.곧 영호의 창백한 얼굴은 혈색을 되찾았고 그는 눈을 뜨며 깨어났다.“엄진우 님!”영호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일어나. 바닥 안 차가워?”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부상이 너무 심해서 일어날 수가 없어요...”말을 하다 말고 영호는 갑자기 멍해졌다.고개를 숙여 보니 몸의 상처가 기적적으로 나아 있었다.“엄진우 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영호는 깜짝 놀라 물었다.“당연히 내가 널 구한 거지, 바보야. 네가 계속 소리 지르면 여기 있는 걸 다 알게 될 거야.”엄진우는 눈을 굴리며 대답했다.이 영호의 그 목소리 톤은 정말 낮출 수가 없었다.“엄진우 님은 정말 살아있는 신이시군요!”영호는 감탄하며 땅에서 일어섰다.“자, 무슨 일이었는지 말해봐.”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누가 저지른 일인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집에 들이닥쳤어요. 다행히 충성스러운 부하가 절 깨웠기에 도망칠 수 있었어요.”영호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엄진우는 의아했다.영호는 강남성에서 네 개의 주요 세력을 이끄는 보스였다.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몇 통의 전화를 걸었다.이 전화들은 강남성의 다른 지하 세계의 주요 인물들에게 거는 것이었다.그러나 전부 연결되지 않았다.“이상하네. 설마 다른 사람들도 전부 당한 건가?”엄진우는 뭔
“우리 회사의 스트리머들이 출근길에 깡패들에게 희롱을 당해서 출근을 못 하고 있어.”소지안이 급히 말했다.엄진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엄진우는 그들이 이렇게 빨리 행동에 나설 줄은 생각도 못 했다.하지만 이런 하찮은 방법을 쓸 줄이야?“걱정 마. 내가 처리할게.”그는 휴대폰을 꺼내려다 잠시 멍해지더니 머리를 툭 쳤다.예전 같으면 전화 한 통으로 영호가 이런 작은 문제를 알아서 처리해 줬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강남성의 지하 세계는 이미 변해버렸다.이런 작은 문제마저도 직접 처리해야 했다.“젠장 그놈들이 날 지치게 해서 죽이려는 속셈은 아니겠지?”엄진우는 투덜거리며 일어나 옷을 입었다.어젯밤 그는 영호를 구해온 후 소지안을 붙잡고 또다시 뜨거운 밤을 보냈다.“지안 씨 버스 하나 빌려 와. 내가 스트리머들 데리러 갈게.”곧 소지안은 버스 한 대를 준비했다.엄진우는 열쇠를 들고 버스에 올라타 출발했다.그러던 중 한 여자가 길가에서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엄진우는 멈출 생각이 없었지만 그 여자는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급브레이크를 밟아 도로 위에 여러 개의 제동 자국이 남았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는 버스 문을 열고 올라타자 강한 향수 냄새가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아가씨, 오해한 것 같은데 이건 승객용 버스가 아니야.”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얼른 차나 몰아! 웃기네 이게 버스가 아니면 뭐야? 지각할 것 같으니까 중남빌딩으로 빨리 좀 몰아.”여자는 2천 원을 엄진우에게 던지며 자리에 앉았다.“더러운 돈 치워. 이건 승객용 버스가 아니라고 말했지. 난 사람을 데리러 가야 하니까 빨리 내려.”엄진우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싸늘하게 말했다.“난 사람이 아냐? 이 거지 같은 버스로 누굴 태우려고? 어떤 미인이 이런 엉망진창 버스를 타겠어? 덩치는 커가지고 승용차 하나 없으면서 무슨 말 할 자격이 있다고! 내가 이렇게 마음씨 착하고 예쁘니까 이 형편없는 버스를 타주는 거지. 얼른 출발해!”그녀는 입을
금방 그 여자가 이렇게 낡은 차에는 아무 사람도 타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빨리 망신을 당할 줄은 몰랐다.그 미인은 정말로 절세의 미모를 가진 여인이었고 어느 정도 미모를 자랑하던 그녀조차도 공나경 앞에서는 자격지심을 느꼈다. 게다가 차에 타고 엄진우에게 달콤한 입맞춤까지 했다.“그래서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려고 했던 거군. 미인만 보면 정신 못 차리는 놈이었네. 흥, 영웅인 척은. 저기요, 이 사람은 분명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일 거예요. 어쩌면 이 깡패들은 그가 고용한 배우들이고 지금 자작극을 벌이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여자는 시큰둥하게 말했다.공나경은 엄진우에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 여자가 엄진우와 알고 지내는 사람인 줄 알았다.“신경 쓸 필요 없어. 미친 여자야.”엄진우가 경멸스럽게 말했다.이런 인간은 그에게 그냥 준다 해도 눈길 한번 주지도 않을 것이다.엄진우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차례차례 구했다.그렇게 한참을 지나자 여자는 이미 무감각해졌다.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차 안은 이미 미녀들로 가득 찼다.모두 여배우와 견줄 만한 미모를 가진 여자들이었다.“아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깡패들을 고용한 거야? 여러분, 속지 마세요! 이 남자가 당신들의 몸을 탐하려는 수작이에요. 저질스럽게.”여자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 가난한 버스 기사가 이 많은 미인을 구할 수 있어?“이런 좋은 일이 있어?”용감한 한 스트리머가 직접 엄진우의 옆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가슴 근육을 만지려 했다.“아아아, 나도! 나도 만져볼래.”스트리머들이 엄진우에게 몰려들어 그의 몸을 이리저리 만졌다.“모두 멈춰! 지금 운전 중이야. 방해하지 마!”엄진우가 급히 한 마디 외치자 그제야 이 여우 같은 여자들이 멈췄다.여자는 그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이 세상이 미친 건가?설마 버스 기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직업인가?곧 엄진우는 회사 앞에 버스를 멈
회의실 내의 분위기는 바로 가벼워졌다.“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회사 스트리머들의 안전 문제입니다. 이렇게 계속되면 다른 것은 몰라도 회사의 방송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을 것입니다.”소지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그 깡패들은 말로만 괴롭히고 에워싸서 떠나지 못하게 할 뿐 실제로 신체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고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매일 엄진우가 스트리머들을 출퇴근 시켜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 문제라면 나에게 해결할 방법이 있어.”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순간 소지안은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어떤 방법이죠?”“우리 회사 옆에 있는 그 아파트 건물 지성그룹이 개발한 프로젝트 아니었어? 지성그룹에서 그 건물을 얻어오면 돼.”엄진우는 마치 그게 건물이 아니라 빵이나 만두인 양 가볍게 말했다.“예전이라면 회사의 보유 현금과 은행과 좋은 관계로 그 건물을 사들이는 것도 문제없었겠죠. 하지만 지금 불야성 프로젝트의 자금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 프로젝트를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그 건물을 살 여유 자금이 어디 있겠어요?”소지안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언제 사겠다고 했어? 내가 말한 건 ‘얻는다’ 는 거야.”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순간 회의실에서는 소란스러운 논의가 일어났다.그건 건물 한 채인데! 비담 컴퍼니가 그 정도의 체면이 있을 리가?“지성그룹이 우리 본사이긴 하지만 재무는 분리되어 있어서 그 건물을 무상으로 우리에게 빌려줄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 설령 예 대표님이 동의한다 해도, 그룹 이사회가 동의할 리가 없잖아요.”엄진우의 출처 없는 자신감에 소지안은 이해할 수 없어 차분히 설명했다.“걱정 마. 내 이 얼굴을 봐서라도 지성그룹이 거절하지 못할 거야. 문제는 하나씩 해결하자고. 내일 회사의 스트리머들에게 하루 쉬라고 하고 모레 정상 출근하게 해! 회의 끝.”엄진우는 더 이상 그들에게 의문을 제기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만만한 모습으
“진심이야?” 엄진우의 눈에 순간 빛이 반짝였다. “진심이면 뭐 어쩔 건데? 포기해. 그건 불가능해! 그 가격에 너한테 팔더라도 이사회는 쉽지 않을 거야.” 예우림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내일 이사회 열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엄진우는 자신감 있게 웃으며 말했다.“지난번 이사회에서 남긴 위신을 빌미로 모두를 강요하려는 거라면 포기해. 얼마 전 회사에 새로운 이사가 들어왔는데 상대는 제경 대가문의 직계 자손이야. 그런 사람이 당신을 두려워할 리 없어.” 예우림은 혹시라도 엄진우가 이사회에서 소동을 일으킬까 봐 불안한 마음에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대가문? 얼마나 큰 가문인데?” 엄진우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상대 가문이 용국 국민의 모든 의식주를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 정도면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지?” 예우림이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2세가 왜 지성그룹 이사로 온 걸까? 다른 음모가 있는 건 아니고?”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예우림의 설명으로 인해 그는 대충 상대가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누가 알아? 하지만 많은 이사가 물러났고 나는 모든 주식을 인수할 능력이 없었는데 마침 그 사람이 나타나서 회사 운영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내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예우림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녀 역시 엄진우가 말한 점도 고려했지만 상대를 거절하면 당분간 새로운 자본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정당한 이유로 모두를 설득하려는 거야. 어느 가문의 자제든 상관없어. 이사회 날짜 정해지면 알려줘.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볼게.” 말을 마친 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엄진우는 곧 약국에 도착했다. “총각, 원하는 약재가 있어?” 졸린 눈을 비비며 한 노인이 진료대에서 엄진우를 훑어보며 물었다. “제가 약재를 구한다는 건 어떻게 아셨죠? 병 보러 올 수도 있잖아요.” “허허,
“어르신은 약성 조합만 알 뿐, 각 약재의 비율이 달라지면 최종 약성도 달라진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군요. 그렇다면 어르신도 단지 자만에 빠져 눈만 높고 실력은 부족한 사람에 불과해요.”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으며 처방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기 서!” 노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시죠?” 엄진우는 뒤돌아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자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정도 간단한 것을 내가 모를 리 없지! 하지만 나한테는 쉬운 지식이 자네 같은 풋내기 애송이한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 않겠나? 무식한 건 무섭지 않지만 자네처럼 실력도 없으면서 떠벌리고 다니는 자들이 더 무서운 법이야! 한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인데 어찌 자네가 함부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노인은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왜 제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죠?” 엄진우가 물었다. 노인은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리며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처방으로 어떻게 좋은 약을 만들어낼지 한번 보여줄까? 만약 내가 해낼 수 없다면, 자네는 평생 한의학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겠나?” “만약 제가 해낸다면요?” 엄진우가 다시 물었다. “만약 자네가 해낸다면 난 자네에게 성공의 길을 열어줄 거야. 내 못난 아들이 바로 강남성 의약청 청장이거든!” 노인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말에 엄진우의 눈이 밝게 빛났다. “그렇다면 제가 시범을 보여드리죠. 잘 보세요. 한 번만 보여드릴 테니까.” 엄진우는 약방으로 들어가 처방전에 적힌 약재들을 손으로 직접 집어들기 시작하더니 저울도 없이 각 약재를 손으로 대충 집어서 약 바구니에 담았다. “아주 장난으로 아는군!” 그 행동에 노인은 엄진우를 비웃었다. 손으로 대충 집어서 양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누굴 속이려고! “정말 그럴까요?” 엄진우는 약 바구니를 탁자 위에 던지며 말했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장난하는 거야? 이 처방을 약으로 만드는 건 나조차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노인은 단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해봐. 자네가 정말 실력이 있는 건지, 아니면 허풍인지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단로요? 전 연단할 때 이런 물건은 쓰지 않아요!” 엄진우는 단로를 한 번 보더니 경멸스럽게 말하고 이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신기한 것은 탁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바구니 속의 약재들은 전부 공중으로 떠 올랐다. “이건... 천녀산화! 이 연단법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온 용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깜짝 놀란 노인은 목소리가 떨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손을 크게 휘저었다. 그러자 공중에 흩어진 약재들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취사청탑! 이건 또 다른 고대의 전승 연단법이야!” 노인의 두 눈은 당장이라도 빠져나올 것 같았다. 약재들은 계속 회전하며 마찰을 일으키더니 마침내 불꽃이 피어올랐다. 엄진우가 손가락을 뻗어 불꽃을 찌르자 붉은색 불꽃은 백금색 단화로 변했다. “ 점석성금! 이건... 이미 실전한 기술이 아닌가?” 잔뜩 흥분한 노인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약재들은 불꽃 속에서 빠르게 녹아들며 서서히 액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큰 손짓으로 그 액체들을 수십, 수백 가닥으로 나누었고 단화도 흩어져 액체들을 계속해 달구었다. “단이 완성됐네요.” 엄진우가 말했다. 점점 응집된 액체는 하나로 뭉치더니 단화가 폭발했고 작은 단약 하나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순간 노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흥분하여 온몸의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엄진우의 연단 과정은 노인에게 크나큰 계시와도 같았다. “이... 이게 바로 백단성단의 손법인가?”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요. 안목은 괜찮네요.” 엄진우도 다소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노인은 지나치게 고집스럽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