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시추연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정교하고 차가운 얼굴, 오뚝한 코, 완벽한 몸매, 게다가 뛰어난 신분까지 있으니 어떻게 보면 최고의 연인이었다.“날 모시겠다고? 경험은 있어?”엄진우는 비웃으며 말했다.“저...저 잘 몰라요. 하지만 배울 수 있어요. 어떤 자세든 다 배울게요. 당신만 좋다면.”시추연은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시추연의 명왕에 대한 숭배는 누구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철저했다.하지만 엄진우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필요 없어.”말을 마치고 시추연을 두고 빠르게 걸어 나갔다.그는 골칫거리가 될 소녀 팬을 옆에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예우림이 알게 된다면 반드시 혼날 것이었다.쿵!그러나 그가 떠나려는 순간 뒤에서 큰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거대한 열파가 일었다.“아!”모두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엄진우가 몸을 돌리자 육선생의 잘린 시체는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게다가 그 몸에서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어.”모두 놀라서 기절할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일반 인간과는 다른 인조인간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뻔했네.”깜짝 놀란 엄진우는 빠르게 돌진해 한 발로 육선생의 몸을 차더니 순식간에 또 피와 살로 되어 사방으로 튕겼다.그러나 육선생은 아직 죽지 않고 오히려 섬뜩한 웃음소리를 냈다.“아하하! 명왕아, 명왕.”“네가 왜 아직 죽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살아난다면 다시 죽일 것이고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죽일 거야.”엄진우는 전혀 겁먹지 않고 한 손으로 육선생의 상반신을 잡고 마치 병아리를 들듯 공중에서 쥐어짜서 터뜨렸다.“아니야. 뭔가 이상해...”공기 중의 살기가 점점 더 강해졌다. 심지어 약간의 화약 냄새가 났다.“핵폭탄!”그는 깜짝 놀랐다.“흐흐! 명왕답게 빨리 알아챘군. 내 몸속에 사실 소형 수소폭탄이 설치되어 있어. 내가 죽으면 수소폭탄이 자폭 장치를 작동할 것이야. 그러면 최소한 강남성의 절반은 지옥으로 변할 거야
그는 육신으로 핵폭탄을 막아냈고 이는 이미 보통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심지어 꿈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능하지 않을까? 시도해 보면 알겠지?” 엄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 세상에서 핵폭발의 엄청난 위력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육신은 엄진우밖에 없다. “미쳤어? 그러다가 죽어!” 육선생은 큰 소리로 외쳤다. “미친 새끼.” “난 죽지 않아.” 엄진우는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난 명왕이야!” 쿵! 모두가 보고 있는 가운데, 허공에는 커다란 버섯구름이 솟아올랐다. 하늘에는 현란한 불꽃이 피어났다가 이내 사라지며 구름 중앙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모두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청용은 사색이 되어 두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명왕님!” “설마 죽었어?” 시추연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낙담하여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른 사람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던, 살인으로 악명 높은 북강의 폭군 명왕이 결국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몸을 희생시켰다. “명왕님, 내 우상.” 시추연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아무도 이 여자가 분 전만 해도 엄진우에게 거만하게 굴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청용은 슬픈 얼굴로 먼 곳을 바라봤다. “명왕님의 생사를 막론하고 그의 명령에 따라 현장을 처리하고 모든 소식을 봉쇄한다. 약신대회는 순리롭게 진행되었고 소요 의존의 손녀인 시추연이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었으며 그 어떤 사건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해!” 청용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한창 업무를 보고 있던 소지안이 갑작스러운 소리에 다급히 몸을 일으켜 앞을 보았더니 예우림이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그녀는 발목을 잡고 고통스럽게 어금니를 깨물고 있었다. “우림아, 왜 그래?” 소지안은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하루 종일 너 안절부절못하고 있잖아. 뭔 일 있어?” “별거 아니야. 그냥 갑자기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어. 너무 아팠어.” 예우림은
“뭐라고요...” 순간 예우림은 벼락을 맞은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림아! 너 왜 그래?” 소지안은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다. “금 회장님이 그러는데... 우리가 받은 소식은 사실과 다르대. 약신대회 현장은 의문의 습격으로 남해 의존들 사이에서도 사상자가 많이 나왔대. 엄진우도... 어쩌면...” “그럴 리가 없어!” 그 말에 소지안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진우 씨는 죽지 않아. 진우 씨는...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잖아.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이야. 그런데 어떻게 죽어.” 예우림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네 말이 맞아. 맞아... 전화부터 해봐야겠다. 아무 일 없을 거야.” 하지만 엄진우는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두 여자는 더욱더 불안감에 휩싸여 무력감이 짙어졌다. “배터리가 다 나갔나? 그래서 못 받는 건가?” 소지안은 가슴을 치며 중얼거렸다. “그래! 맞아! 배터리가 다 나갔을 거야. 우림아, 맞지?” 예우림은 넋이 나간 듯 비틀 거리며 창가로 걸어가 혼잣말을 했다. “그 자식이 정말 죽기라도 하면, 난 어떡하지...” 이때, 소지안의 사무실로 낯선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비담 컴퍼니 소지안 부대표님 맞죠? 여긴 성안 형대 그룹 홍보팀인데 사흘 내로 성안에서 철수하세요. 아니면 상업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우리 흑호 회사는 지하 세력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러니 5일 내로 20억 준비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비담 컴퍼니 모든 임직원의 생명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요!” “소 대표님? 여긴...” 전부 내놓으라 하는 경쟁자들의 위협 전화였다. 소지안의 머리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그제야 그녀는 비담 컴퍼니가 어떻게 성안에서 순조롭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엄진우의 개인적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여태 비담 컴퍼니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다 엄진우에게 사고가 났다는
“어디 아파요? 예우림 씨 소유의 회사를 내가 왜 도와야 하죠?” 예정현은 코웃음을 치며 매정하게 말했다. “시간 없어요. 끊을게요.” “잠깐만요!” 예우림은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 “예정현 씨, 우리 손잡은 거 잊었어요? 그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건 엄진우 씨가 있었을 때의 얘기죠.” 예정현은 싸늘하게 웃었다. “엄진우 씨가 없는데 내가 예우림 씨에게 왜 잘 보여야 하죠? 소문에 엄진우 씨가 약신대회에서 죽었다고 하던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더는 예우림 씨와 손잡을 이유가 없어졌어요.” “사람이 어떻게 이래요...” 예우림은 화가 치밀어 올라 한바탕 따지려고 했지만 예정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예우림은 사색이 되어 발을 동동 굴렀다. “쥐새끼 같은 것, 의리란 쥐뿔도 없는 년!” 그녀는 예정현이 여태 엄진우의 체면을 보고 그녀에게 잘해줬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건 오직 금복생뿐이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금복생도 말머리를 돌려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예우림 씨, 이 금복생은 은혜를 모르는 놈이 아니에요. 하지만 엄 대표는 무너졌고 난 상인이라 전체 국면도 고려해야겠죠. 지금 비담 컴퍼니가 직면한 문제는 아주 커요. 자칫하면 나도 곤경에 처할 수 있어요.” 여태 금복생이 그녀를 도왔던 것 역시 엄진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엄진우가 사라지면 금복생도 그녀들을 도울 동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안전 하나는 내가 절대 보장할게요. 그 외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금복생의 태도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예우림은 휴대폰을 바닥에 던지며 씩씩거렸다. “어쩜 이렇게 얼굴이 쉽게 바뀌지?” 소지안은 예상했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우림아. 이게 바로 성안의 진짜 얼굴이야. 네가 잘나갈 땐 모든 행운과 선의는 너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하지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 옛친구도, 파트너들도 다들 도망가고 마는 거야. 그래도 금 회장님의 태도는
“깼어요?” 이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 아름다운 목소리와 매끈한 몸매, 그리고 작고 입체적인 얼굴,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다. 잠깐! 익숙해? 엄진우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 여자 설마...“공나경 씨?” 엄진우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청순한 여자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요? 못 본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설마 저 잊었어요? 대표님 건망증이 심하시네요.” “섹시한 원피스도 안 입고 얼굴도 민낯이라 조금 낯설긴 하네요.” 엄진우는 잠시 감개하더니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근데 어떻게 된 거죠? 빨리 말해줘요.” “사실 저도 당황스러워요.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더라고요. 그것도 마침 내 앞에요.” 공나경은 보조개를 드러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다 찬찬히 봤는데, 대박, 대표님이신 거예요. 온몸이 새까맣게 탔는데 화상 면적이 얼핏 봐도 90% 이상은 돼 보였어요. 제가 의학을 조금 배워서 바로 집으로 모시고 왔죠. 사실 운에 맡기려고 했어요.” 당시 엄진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타버리기도 했고 사실 이 정도면 보통 사람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나경이 엄진우에게 링거를 놓아준 후 엄진우는 기적적으로 숨을 쉬게 되었다... 그의 몸은 기적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날 구해줬다는 건가요?” 엄진우는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붕대를 풀었다. 그의 몸은 이미 새살이 돋아났다. “세상에!” 공나경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만신창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죠?” 엄진우는 팔다리를 움직이며 미소를 지었다. “왜요? 회복됐는데 안 좋아요?” 공나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믿어요? 침대 꽤 튼튼해 보이는데 어디 테스트해 볼래요?” 엄진우는 그녀의 시몬스 침대를 두드리며 빙그레 웃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공나경은 어
배달이 도착하고 엄진우는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부조림, 제육볶음, 콩나물무침... 모두 평범한 요리지만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먹음직스러운 요리에 공나경은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뭘 멍하니 보고만 있어요. 빨리 먹어요.” 엄진우는 친절하게 그녀를 위해 밥까지 떠주었다. 공나경도 더는 사양하지 않고 음식을 집기 시작했다. 평소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져 집밥이 대체 어떤 맛인지 잊고 산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러다 오늘! “대표님... 바쁘신 분이 어떻게 요리도 이렇게 잘해요?” 공나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3분도 안 되는 사이 그녀는 벌써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뺏어 먹지 않을 테니 천천히 먹어요. 이거 공나경 씨 집이에요.” “미안해요, 우앙! 대표님,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집밥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우리 엄마 생각나요!” 밥을 먹던 공나경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혀를 찼다. 이 여자, 눈물이 참 많은 여자다. 밥 먹다가도 눈물을 흘리다니. “울지 마요. 나중에 먹고 싶으면 내가 가르쳐줄게요. 뭐 시간 날 때면 내가 직접 해줄 수도 있고요.” 엄진우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고 그러자 공나경은 더 크게 눈물을 흘리며 엄진우의 품에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몸이 맞닿은 순간, 엄진우는 더 가까이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하... 온몸이 불타오르는 느낌에 엄진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거지? 난 공나경 씨한테 그럴 생각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엄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맞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옷, 남자 옷 같은데 집에 다른 남자가 있었어요?” 그 말에 공나경은 울음을 그치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맞아요. 남자 친구 옷이에요. 정확하게 말하면 전 남자 친구요.” “네?” 이 집에 다른 남자가 있었다니. 엄진우는 저도 몰래 눈썹을 치켜올렸다.
공나경의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에 엄진우는 약간 놀랐다.“밖에 있는 사람 누구죠?”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제 전 남잔 친구인데 도박꾼이에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공나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대표님, 제발 부탁인데 문 열지 마세요. 그러면 저 정말 큰일 나요.”엄진우는 잠시 침묵하더니 순간 결심한 듯 돌아서서 문손잡이를 바로 돌렸다.“안 돼!”공나경은 크게 놀라 달려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공나경!”비교적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문을 거칠게 밀쳐 들어오고 엄진우를 보자마자 분노하며 외쳤다.“이년이 정말 나 몰래 남자를 만나고 있었네. 이 더러운 년아!”남자는 손을 들어 공나경의 뺨을 세게 때렸다.공나경은 휘청거리며 테이블에 부딪혔고 무릎에 바로 피가 났다.“네가 뭔데 날 때려?”공나경은 눈을 크게 뜨고 화를 내며 달려들어 남자와 싸우려고 했다.“계승우! 넌 이제 내 남친 아니야. 우리 이미 헤어졌어. 여기는 내 집이야. 내 돈 주고 산 집인데 네가 무슨 권리로 들어와.”계승우는 공나경의 미친 듯한 행동에 놀라 뒷걸음질 치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공나경, 이제 부자랑 사귀나 보네. 예전보다 간이 커졌어. 예전엔 언제나 내 말에 순종하고 이러지는 못했는데.”“그때는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네가 새 사람으로 거듭날 거라고 잘살아 보겠다고 하는 헛소리를 믿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이게 뭐야?”공나경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대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3년을 함께 했어. 넌 도박 중독자야. 직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연금까지 날려버렸어. 그래서 내가 졸업하자마자 어쩔 수 없이 BJ를 하면서 빠르게 돈을 벌어야 했어. 어린 나이에 네 도박 빚 몇억을 갚아야 했다고.”공나경의 비난을 듣고 엄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공나경의 전 남친이 도박꾼이었구나. 재산을 전부 잃게 했으니 전 남친을 미워하고 두려워할 만도 하지. 그러지 않고서는 몇 년 사귄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나쁠 리가 없어.“닥쳐. 외부 사
그 말에 공나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엄진우를 한 번 보았다.역시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존재다.그녀의 일찍 죽은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도 그랬고 이 도박꾼 전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였다.엄진우처럼 젊고 유망한 대기업 대표에게는 자기 같은 작은 BJ의 존재는 무의미했다.“계승우, 대체 왜 왔어? 난 이미 너 여자 친구가 아니야. 당장 나가.”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공나경, 그만해. 나한테 돌아와. 그러면 다시 예전처럼 잘해줄게.”계승우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 했다. 예전처럼 아무리 잘못해도 조금만 잘해주면 그녀는 금방 용서하고 자기에게 돌아오곤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공나경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말했잖아. 이 짐승 같은 인간아. 내 집에서 나가! 이 뺨은 네가 내게 빚진 것 중 하나야. 지난 몇 년 동안 넌 내 돈으로 먹고살며 매일 도박장에 가거나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놀았잖아. 난 이제 네가 질렸어.”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이 남자와의 모든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다.계승우는 얼굴을 감싼 채 연신 뒤로 물러서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정말 나 쳤어? 감히? 공나경, 솔직하게 말할게. 네 서랍에 4천만이 들어있는 통장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그거 나한테 줘. 그럼 당장 사라질게.”계승우의 말에 공나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온몸이 떨렸다.“계승우, 그 4천만은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유산이야. 그 돈은 건드릴 수 없어. 넌 내 돈 1억도 넘게 썼어. 근데 뻔뻔스럽게 돈을 요구해?”그녀는 엄청 화가 났다.계승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주겠다고? 하하! 내가 혼자 온 줄 알아?”쿵쿵! 그 순간 몇 명의 험악하게 생긴 깡패들이 들어왔다.파마머리, 굵은 금목걸이, 문신으로 덮인 팔을 가진 그들 중 한 사람이 계승우를 한 발로 차 쓰러뜨렸다.“이 새끼야! 여기가 네 집이라며? 네 여자가 돈 쉽게 줄 것 같아?”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