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깼어요?” 이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 아름다운 목소리와 매끈한 몸매, 그리고 작고 입체적인 얼굴,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다. 잠깐! 익숙해? 엄진우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 여자 설마...“공나경 씨?” 엄진우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청순한 여자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요? 못 본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설마 저 잊었어요? 대표님 건망증이 심하시네요.” “섹시한 원피스도 안 입고 얼굴도 민낯이라 조금 낯설긴 하네요.” 엄진우는 잠시 감개하더니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근데 어떻게 된 거죠? 빨리 말해줘요.” “사실 저도 당황스러워요.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더라고요. 그것도 마침 내 앞에요.” 공나경은 보조개를 드러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다 찬찬히 봤는데, 대박, 대표님이신 거예요. 온몸이 새까맣게 탔는데 화상 면적이 얼핏 봐도 90% 이상은 돼 보였어요. 제가 의학을 조금 배워서 바로 집으로 모시고 왔죠. 사실 운에 맡기려고 했어요.” 당시 엄진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타버리기도 했고 사실 이 정도면 보통 사람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나경이 엄진우에게 링거를 놓아준 후 엄진우는 기적적으로 숨을 쉬게 되었다... 그의 몸은 기적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날 구해줬다는 건가요?” 엄진우는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붕대를 풀었다. 그의 몸은 이미 새살이 돋아났다. “세상에!” 공나경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만신창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죠?” 엄진우는 팔다리를 움직이며 미소를 지었다. “왜요? 회복됐는데 안 좋아요?” 공나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믿어요? 침대 꽤 튼튼해 보이는데 어디 테스트해 볼래요?” 엄진우는 그녀의 시몬스 침대를 두드리며 빙그레 웃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공나경은 어
배달이 도착하고 엄진우는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부조림, 제육볶음, 콩나물무침... 모두 평범한 요리지만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먹음직스러운 요리에 공나경은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뭘 멍하니 보고만 있어요. 빨리 먹어요.” 엄진우는 친절하게 그녀를 위해 밥까지 떠주었다. 공나경도 더는 사양하지 않고 음식을 집기 시작했다. 평소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져 집밥이 대체 어떤 맛인지 잊고 산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러다 오늘! “대표님... 바쁘신 분이 어떻게 요리도 이렇게 잘해요?” 공나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3분도 안 되는 사이 그녀는 벌써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뺏어 먹지 않을 테니 천천히 먹어요. 이거 공나경 씨 집이에요.” “미안해요, 우앙! 대표님,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집밥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우리 엄마 생각나요!” 밥을 먹던 공나경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혀를 찼다. 이 여자, 눈물이 참 많은 여자다. 밥 먹다가도 눈물을 흘리다니. “울지 마요. 나중에 먹고 싶으면 내가 가르쳐줄게요. 뭐 시간 날 때면 내가 직접 해줄 수도 있고요.” 엄진우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고 그러자 공나경은 더 크게 눈물을 흘리며 엄진우의 품에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몸이 맞닿은 순간, 엄진우는 더 가까이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하... 온몸이 불타오르는 느낌에 엄진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거지? 난 공나경 씨한테 그럴 생각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엄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맞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옷, 남자 옷 같은데 집에 다른 남자가 있었어요?” 그 말에 공나경은 울음을 그치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맞아요. 남자 친구 옷이에요. 정확하게 말하면 전 남자 친구요.” “네?” 이 집에 다른 남자가 있었다니. 엄진우는 저도 몰래 눈썹을 치켜올렸다.
공나경의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에 엄진우는 약간 놀랐다.“밖에 있는 사람 누구죠?”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제 전 남잔 친구인데 도박꾼이에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공나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대표님, 제발 부탁인데 문 열지 마세요. 그러면 저 정말 큰일 나요.”엄진우는 잠시 침묵하더니 순간 결심한 듯 돌아서서 문손잡이를 바로 돌렸다.“안 돼!”공나경은 크게 놀라 달려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공나경!”비교적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문을 거칠게 밀쳐 들어오고 엄진우를 보자마자 분노하며 외쳤다.“이년이 정말 나 몰래 남자를 만나고 있었네. 이 더러운 년아!”남자는 손을 들어 공나경의 뺨을 세게 때렸다.공나경은 휘청거리며 테이블에 부딪혔고 무릎에 바로 피가 났다.“네가 뭔데 날 때려?”공나경은 눈을 크게 뜨고 화를 내며 달려들어 남자와 싸우려고 했다.“계승우! 넌 이제 내 남친 아니야. 우리 이미 헤어졌어. 여기는 내 집이야. 내 돈 주고 산 집인데 네가 무슨 권리로 들어와.”계승우는 공나경의 미친 듯한 행동에 놀라 뒷걸음질 치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공나경, 이제 부자랑 사귀나 보네. 예전보다 간이 커졌어. 예전엔 언제나 내 말에 순종하고 이러지는 못했는데.”“그때는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네가 새 사람으로 거듭날 거라고 잘살아 보겠다고 하는 헛소리를 믿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이게 뭐야?”공나경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대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3년을 함께 했어. 넌 도박 중독자야. 직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연금까지 날려버렸어. 그래서 내가 졸업하자마자 어쩔 수 없이 BJ를 하면서 빠르게 돈을 벌어야 했어. 어린 나이에 네 도박 빚 몇억을 갚아야 했다고.”공나경의 비난을 듣고 엄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공나경의 전 남친이 도박꾼이었구나. 재산을 전부 잃게 했으니 전 남친을 미워하고 두려워할 만도 하지. 그러지 않고서는 몇 년 사귄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나쁠 리가 없어.“닥쳐. 외부 사
그 말에 공나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엄진우를 한 번 보았다.역시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존재다.그녀의 일찍 죽은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도 그랬고 이 도박꾼 전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였다.엄진우처럼 젊고 유망한 대기업 대표에게는 자기 같은 작은 BJ의 존재는 무의미했다.“계승우, 대체 왜 왔어? 난 이미 너 여자 친구가 아니야. 당장 나가.”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공나경, 그만해. 나한테 돌아와. 그러면 다시 예전처럼 잘해줄게.”계승우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 했다. 예전처럼 아무리 잘못해도 조금만 잘해주면 그녀는 금방 용서하고 자기에게 돌아오곤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공나경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말했잖아. 이 짐승 같은 인간아. 내 집에서 나가! 이 뺨은 네가 내게 빚진 것 중 하나야. 지난 몇 년 동안 넌 내 돈으로 먹고살며 매일 도박장에 가거나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놀았잖아. 난 이제 네가 질렸어.”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이 남자와의 모든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다.계승우는 얼굴을 감싼 채 연신 뒤로 물러서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정말 나 쳤어? 감히? 공나경, 솔직하게 말할게. 네 서랍에 4천만이 들어있는 통장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그거 나한테 줘. 그럼 당장 사라질게.”계승우의 말에 공나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온몸이 떨렸다.“계승우, 그 4천만은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유산이야. 그 돈은 건드릴 수 없어. 넌 내 돈 1억도 넘게 썼어. 근데 뻔뻔스럽게 돈을 요구해?”그녀는 엄청 화가 났다.계승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주겠다고? 하하! 내가 혼자 온 줄 알아?”쿵쿵! 그 순간 몇 명의 험악하게 생긴 깡패들이 들어왔다.파마머리, 굵은 금목걸이, 문신으로 덮인 팔을 가진 그들 중 한 사람이 계승우를 한 발로 차 쓰러뜨렸다.“이 새끼야! 여기가 네 집이라며? 네 여자가 돈 쉽게 줄 것 같아?”계승
“이런 좋은 일이?”계승우는 이 말을 듣고 바로 기뻐하며 말했다.“문제없어요. 어차피 제가 많이 놀아봐서 이 여자도 그 방면에 익숙할테니 진용 형님이 즐기기에 문제없을 거예요.”진용은 턱을 쓰다듬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좋아, 좋아. 넌 비록 쓰레기지만 그래도 머리는 좀 돌아가는군.”“계승우, 넌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날 팔아넘겨?”공나경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이 엄청 분노했다.남자를 보는 눈이 이렇게 없었다니. 어떻게 이런 사람을 좋아했을까?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가?“공나경, 왜 그렇게 민감해? 처음도 아닌데. 예전에 우리가 자주 하던 일이었잖아? 이번엔 그냥 진용 형님으로 바뀐 것뿐이야.”계승우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크게 웃으며 다가가 공나경을 잡으려고 했다.“어서 가서 진용 형님을 잘 모셔.”공나경은 끝까지 거부하며 반항했다.“꺼져. 말했잖아. 우리 헤어졌다고. 넌 날 다른 남자에게 넘길 자격 없어. 꺼져.”계승우의 얼굴에는 그녀의 손톱자국이 여러 개 남았고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쳤다.“젠장, 처맞아야 말 들을 거야?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 무조건 진용 형님을 모셔야 해. 모신 후에 다른 채권자들도 모실 준비해. 그러면 빚도 많이 탕감할 수 있을 거야...”계승우는 위협적으로 웃으며 말했다.바로 이 순간 그의 몸은 마치 줄이 끊긴 연처럼 날아가 버리더니 갈비뼈가 일여덟 개나 부러졌다.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아아아, 누가 날 때렸어.”“너 같은 짐승은 당장 때려죽여도 아깝지 않아.”어이없는 상황에 엄진우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했다.그는 공나경을 바라보며 조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눈멀었어요? 이런 남자를 위해 몇 년을 허비하고 어린 나이에 거액의 빚까지 져야 했어요?”그는 그녀가 쌤통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동정했다. 그래도 그녀는 자기 생명의 은인이니 다른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부하들은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얘가 우리한테 진 빚이 얼만데, 얘가 죽으면 우리는 누구한테서 돈 받으라는 거지? 너한테서 받으면 되나?”진용의 시큰둥한 말에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빚이 40억이라고? 60억 줄게.”이 말이 나오자마자 진용은 순간 멍해졌다.“진짜야? 뻥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쉽게 속을 줄 알아?”“난 비담 컴퍼니 대표 엄진우야. 이건 내 명함이고.”엄진우는 자기 명함을 진용에게 던졌다.“진짜 대표라고?”진용의 부하는 명함을 주워 들더니 바로 숨을 들이마셨다.“맞아. 아까 공나경이 이 남자를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어? 이 회사 요즘 성안에서 꽤 잘나가는 회사잖아?”진용은 이내 태도를 바꾸며 아첨하는 웃음을 지었다.“하하하. 미안. 대단하신 엄 대표님을 몰라봤네. 내가 사과할게.”“계승우를 죽여.”엄진우는 그들의 아첨을 무시하며 가볍게 말했다.이 말을 듣고 사람들의 얼굴색이 순간 변했다.공나경은 심리적으로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에 질렸다.계승우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진용 형님! 제가 평소에 얼마나 공경을 다 했습니까. 매달 담배, 술 그리고 클럽에서 아가씨들을 찾는 데 쓰는 돈도 제가 다 냈잖아요. 저를 이렇게 대할 순 없어요.”“하하. 내가 어찌 그럴 수 있겠어. 난 의리가 있는 사람이야. 여기서 널 죽이면 이후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진용은 웃으며 계승우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우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난 의리가 없는 사람은 아니야. 60억을 위해 널 죽이지는 않아. 계승우, 먼저 병원으로 가자.”계승우는 기쁨에 넘쳐 말했다.“고마워요, 진용 형님. 너무 의리 있어요. 평생 잊지 않을게요.”“괜찮아. 어서 가자.”진용은 웃으며 그를 부하에게 밀어냈다.갑자기 진용은 허리에서 칼을 꺼내 계승우의 허리를 찔렀다.“아!”계승우가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몇 명이 그를 꽉 눌렀다.진용은 이어서 목을 한 번 더 찔렀고 피가 사방에 튀었다.계승
“내가 돈을 안 준다고 말한 적은 없잖아. 뭐가 그리 급해?”엄진우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60억이 큰 금액이라 회사 대표라 해도 마음대로 옮기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 거야.”“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진용은 미간을 찌푸렸다.“은행으로 가. 직접 현금 인출해 줄게. 어때?”엄진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좋아! 엄 대표 정말 시원시원하군. 난 당신이 마음에 들어. 앞으로 더러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바로 애들 데리고 올게.”상대는 엄진우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자 바로 웃으면서 말하더니 이내 말투를 바꿨다.“하지만 공나경을 여기 혼자 두는 건 좋지 않아 보이니 우리랑 같이 가자. 가는 길에 우리가 잘 지켜줄게.”엄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역시나 교활한 여우야.이 말의 뜻은 엄진우를 못 믿어서 공나경을 인질로 삼겠다는 것이다. 공나경은 차분함을 되찾고 괜히 미안한 마음에 말했다.“죄송해요, 엄 대표님. 저 때문에 60억이나 허비하게 됐어요.”60억이라니.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받는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도 한 달에 많아야 7백~8백만인데, 엄 대표님에게 평생 일해도 이 돈을 갚지 못할 거야.엄진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60억 따위를 마음에 둘 것 같아요? 바보야.”이 과도하게 친근한 호칭에 공나경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이제야 엄진우가 정말 완벽한 남자로 보였고 강력하면서도 여자를 극도로 아끼는 사람이라고 느꼈다.세상에! 완벽한 남자다!“가자.”사람들이 문을 나섰다.공나경 집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마침 은행이 있어 일행은 빠르게 은행에 도착했다. “도착했어. 엄 대표, 빨리 돈 인출해. 애들 밥 먹여야겠어.”진용은 60억이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잔뜩 흥분한 채 손을 비비며 기뻐했다.엄진우는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여기 아니야. 일단 날 따라 뒤로 와”진용은 어리둥절했다.뒤로 간다고? 거기에는 현금자동인출기만 있는데. 거길 왜 가지?자동인출기
진용은 이를 갈며 말했다.“60억, 지금 당장 은행에 가서 인출해. 한 푼이라도 부족하면 네 다리 부러뜨린다. 그리고 네 여자는 두고 가. 애들이 돌아가면서 즐기고 놔줄게.”엄진우의 장난에 진용은 완전히 화가 났다.결과가 엄중했다.그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어쨌든 오늘 엄진우를 반드시 모질게 괴롭혀 화풀이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공나경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말했다.“돈과 사람을 다 얻으려 하다니, 당신들이 그러고도 인간이야?”“우리 지하 조직에게 인간성을 논하다니? 너 머리가 돌았구나.”진용이 비웃었다.“공나경, 명령한다. 입 다물어.”엄진우는 태연하게 그녀를 끌어안고 차분하게 말했다.“말이 너무 많아. 내 격을 떨어뜨린다고, 알겠어?”공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정말 마음이 복잡한 그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몸을 떨며 말했다.“엄 대표님, 우리 지금 포위당한 거 몰라요?”“그래?”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진용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 상황에서 뭘 또 꾸며내는 거야. 눈멀었어? 여기 내 사람들로 가득 찬 거 안 보여?”말이 끝나자마자 길가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정장을 입고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키가 큰 사람들이 곧바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이내 사방에서 점점 더 많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몰려들었다.새 정장도 그들의 피비린내와 얼굴의 폭력성을 숨기지 못했다. 분명히 다 대단한 인물들이었다.언뜻 보기에 사람의 탈을 쓴 늑대 같았다. 정장을 입은 늑대들.“진용 형님, 저 사람들 우리를 향해 오는 것 같아요.”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다리가 떨리기까지 했다.사람이 너무 많았다. 거의 온 거리를 다 차지할 정도였다.적어도 몇백 명이 넘는 것 같았다.순식간에 그들은 오히려 물 샐 틈 없이 포위되었다.“다시 묻겠다. 그래?”엄진우는 비웃으며 말했다.“너희 사람이 우리를 포위했다고 확신해?”진용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놀랐고 당황하며 휴대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