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나경의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에 엄진우는 약간 놀랐다.“밖에 있는 사람 누구죠?”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제 전 남잔 친구인데 도박꾼이에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공나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대표님, 제발 부탁인데 문 열지 마세요. 그러면 저 정말 큰일 나요.”엄진우는 잠시 침묵하더니 순간 결심한 듯 돌아서서 문손잡이를 바로 돌렸다.“안 돼!”공나경은 크게 놀라 달려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공나경!”비교적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문을 거칠게 밀쳐 들어오고 엄진우를 보자마자 분노하며 외쳤다.“이년이 정말 나 몰래 남자를 만나고 있었네. 이 더러운 년아!”남자는 손을 들어 공나경의 뺨을 세게 때렸다.공나경은 휘청거리며 테이블에 부딪혔고 무릎에 바로 피가 났다.“네가 뭔데 날 때려?”공나경은 눈을 크게 뜨고 화를 내며 달려들어 남자와 싸우려고 했다.“계승우! 넌 이제 내 남친 아니야. 우리 이미 헤어졌어. 여기는 내 집이야. 내 돈 주고 산 집인데 네가 무슨 권리로 들어와.”계승우는 공나경의 미친 듯한 행동에 놀라 뒷걸음질 치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공나경, 이제 부자랑 사귀나 보네. 예전보다 간이 커졌어. 예전엔 언제나 내 말에 순종하고 이러지는 못했는데.”“그때는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네가 새 사람으로 거듭날 거라고 잘살아 보겠다고 하는 헛소리를 믿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이게 뭐야?”공나경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대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3년을 함께 했어. 넌 도박 중독자야. 직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연금까지 날려버렸어. 그래서 내가 졸업하자마자 어쩔 수 없이 BJ를 하면서 빠르게 돈을 벌어야 했어. 어린 나이에 네 도박 빚 몇억을 갚아야 했다고.”공나경의 비난을 듣고 엄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공나경의 전 남친이 도박꾼이었구나. 재산을 전부 잃게 했으니 전 남친을 미워하고 두려워할 만도 하지. 그러지 않고서는 몇 년 사귄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나쁠 리가 없어.“닥쳐. 외부 사
그 말에 공나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엄진우를 한 번 보았다.역시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존재다.그녀의 일찍 죽은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도 그랬고 이 도박꾼 전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였다.엄진우처럼 젊고 유망한 대기업 대표에게는 자기 같은 작은 BJ의 존재는 무의미했다.“계승우, 대체 왜 왔어? 난 이미 너 여자 친구가 아니야. 당장 나가.”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공나경, 그만해. 나한테 돌아와. 그러면 다시 예전처럼 잘해줄게.”계승우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 했다. 예전처럼 아무리 잘못해도 조금만 잘해주면 그녀는 금방 용서하고 자기에게 돌아오곤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공나경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말했잖아. 이 짐승 같은 인간아. 내 집에서 나가! 이 뺨은 네가 내게 빚진 것 중 하나야. 지난 몇 년 동안 넌 내 돈으로 먹고살며 매일 도박장에 가거나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놀았잖아. 난 이제 네가 질렸어.”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이 남자와의 모든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다.계승우는 얼굴을 감싼 채 연신 뒤로 물러서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정말 나 쳤어? 감히? 공나경, 솔직하게 말할게. 네 서랍에 4천만이 들어있는 통장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그거 나한테 줘. 그럼 당장 사라질게.”계승우의 말에 공나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온몸이 떨렸다.“계승우, 그 4천만은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유산이야. 그 돈은 건드릴 수 없어. 넌 내 돈 1억도 넘게 썼어. 근데 뻔뻔스럽게 돈을 요구해?”그녀는 엄청 화가 났다.계승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주겠다고? 하하! 내가 혼자 온 줄 알아?”쿵쿵! 그 순간 몇 명의 험악하게 생긴 깡패들이 들어왔다.파마머리, 굵은 금목걸이, 문신으로 덮인 팔을 가진 그들 중 한 사람이 계승우를 한 발로 차 쓰러뜨렸다.“이 새끼야! 여기가 네 집이라며? 네 여자가 돈 쉽게 줄 것 같아?”계승
“이런 좋은 일이?”계승우는 이 말을 듣고 바로 기뻐하며 말했다.“문제없어요. 어차피 제가 많이 놀아봐서 이 여자도 그 방면에 익숙할테니 진용 형님이 즐기기에 문제없을 거예요.”진용은 턱을 쓰다듬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좋아, 좋아. 넌 비록 쓰레기지만 그래도 머리는 좀 돌아가는군.”“계승우, 넌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날 팔아넘겨?”공나경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이 엄청 분노했다.남자를 보는 눈이 이렇게 없었다니. 어떻게 이런 사람을 좋아했을까?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가?“공나경, 왜 그렇게 민감해? 처음도 아닌데. 예전에 우리가 자주 하던 일이었잖아? 이번엔 그냥 진용 형님으로 바뀐 것뿐이야.”계승우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크게 웃으며 다가가 공나경을 잡으려고 했다.“어서 가서 진용 형님을 잘 모셔.”공나경은 끝까지 거부하며 반항했다.“꺼져. 말했잖아. 우리 헤어졌다고. 넌 날 다른 남자에게 넘길 자격 없어. 꺼져.”계승우의 얼굴에는 그녀의 손톱자국이 여러 개 남았고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쳤다.“젠장, 처맞아야 말 들을 거야?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 무조건 진용 형님을 모셔야 해. 모신 후에 다른 채권자들도 모실 준비해. 그러면 빚도 많이 탕감할 수 있을 거야...”계승우는 위협적으로 웃으며 말했다.바로 이 순간 그의 몸은 마치 줄이 끊긴 연처럼 날아가 버리더니 갈비뼈가 일여덟 개나 부러졌다.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아아아, 누가 날 때렸어.”“너 같은 짐승은 당장 때려죽여도 아깝지 않아.”어이없는 상황에 엄진우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했다.그는 공나경을 바라보며 조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눈멀었어요? 이런 남자를 위해 몇 년을 허비하고 어린 나이에 거액의 빚까지 져야 했어요?”그는 그녀가 쌤통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동정했다. 그래도 그녀는 자기 생명의 은인이니 다른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부하들은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얘가 우리한테 진 빚이 얼만데, 얘가 죽으면 우리는 누구한테서 돈 받으라는 거지? 너한테서 받으면 되나?”진용의 시큰둥한 말에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빚이 40억이라고? 60억 줄게.”이 말이 나오자마자 진용은 순간 멍해졌다.“진짜야? 뻥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쉽게 속을 줄 알아?”“난 비담 컴퍼니 대표 엄진우야. 이건 내 명함이고.”엄진우는 자기 명함을 진용에게 던졌다.“진짜 대표라고?”진용의 부하는 명함을 주워 들더니 바로 숨을 들이마셨다.“맞아. 아까 공나경이 이 남자를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어? 이 회사 요즘 성안에서 꽤 잘나가는 회사잖아?”진용은 이내 태도를 바꾸며 아첨하는 웃음을 지었다.“하하하. 미안. 대단하신 엄 대표님을 몰라봤네. 내가 사과할게.”“계승우를 죽여.”엄진우는 그들의 아첨을 무시하며 가볍게 말했다.이 말을 듣고 사람들의 얼굴색이 순간 변했다.공나경은 심리적으로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에 질렸다.계승우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진용 형님! 제가 평소에 얼마나 공경을 다 했습니까. 매달 담배, 술 그리고 클럽에서 아가씨들을 찾는 데 쓰는 돈도 제가 다 냈잖아요. 저를 이렇게 대할 순 없어요.”“하하. 내가 어찌 그럴 수 있겠어. 난 의리가 있는 사람이야. 여기서 널 죽이면 이후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진용은 웃으며 계승우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우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난 의리가 없는 사람은 아니야. 60억을 위해 널 죽이지는 않아. 계승우, 먼저 병원으로 가자.”계승우는 기쁨에 넘쳐 말했다.“고마워요, 진용 형님. 너무 의리 있어요. 평생 잊지 않을게요.”“괜찮아. 어서 가자.”진용은 웃으며 그를 부하에게 밀어냈다.갑자기 진용은 허리에서 칼을 꺼내 계승우의 허리를 찔렀다.“아!”계승우가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몇 명이 그를 꽉 눌렀다.진용은 이어서 목을 한 번 더 찔렀고 피가 사방에 튀었다.계승
“내가 돈을 안 준다고 말한 적은 없잖아. 뭐가 그리 급해?”엄진우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60억이 큰 금액이라 회사 대표라 해도 마음대로 옮기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 거야.”“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진용은 미간을 찌푸렸다.“은행으로 가. 직접 현금 인출해 줄게. 어때?”엄진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좋아! 엄 대표 정말 시원시원하군. 난 당신이 마음에 들어. 앞으로 더러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바로 애들 데리고 올게.”상대는 엄진우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자 바로 웃으면서 말하더니 이내 말투를 바꿨다.“하지만 공나경을 여기 혼자 두는 건 좋지 않아 보이니 우리랑 같이 가자. 가는 길에 우리가 잘 지켜줄게.”엄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역시나 교활한 여우야.이 말의 뜻은 엄진우를 못 믿어서 공나경을 인질로 삼겠다는 것이다. 공나경은 차분함을 되찾고 괜히 미안한 마음에 말했다.“죄송해요, 엄 대표님. 저 때문에 60억이나 허비하게 됐어요.”60억이라니.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받는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도 한 달에 많아야 7백~8백만인데, 엄 대표님에게 평생 일해도 이 돈을 갚지 못할 거야.엄진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60억 따위를 마음에 둘 것 같아요? 바보야.”이 과도하게 친근한 호칭에 공나경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이제야 엄진우가 정말 완벽한 남자로 보였고 강력하면서도 여자를 극도로 아끼는 사람이라고 느꼈다.세상에! 완벽한 남자다!“가자.”사람들이 문을 나섰다.공나경 집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마침 은행이 있어 일행은 빠르게 은행에 도착했다. “도착했어. 엄 대표, 빨리 돈 인출해. 애들 밥 먹여야겠어.”진용은 60억이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잔뜩 흥분한 채 손을 비비며 기뻐했다.엄진우는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여기 아니야. 일단 날 따라 뒤로 와”진용은 어리둥절했다.뒤로 간다고? 거기에는 현금자동인출기만 있는데. 거길 왜 가지?자동인출기
진용은 이를 갈며 말했다.“60억, 지금 당장 은행에 가서 인출해. 한 푼이라도 부족하면 네 다리 부러뜨린다. 그리고 네 여자는 두고 가. 애들이 돌아가면서 즐기고 놔줄게.”엄진우의 장난에 진용은 완전히 화가 났다.결과가 엄중했다.그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어쨌든 오늘 엄진우를 반드시 모질게 괴롭혀 화풀이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공나경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말했다.“돈과 사람을 다 얻으려 하다니, 당신들이 그러고도 인간이야?”“우리 지하 조직에게 인간성을 논하다니? 너 머리가 돌았구나.”진용이 비웃었다.“공나경, 명령한다. 입 다물어.”엄진우는 태연하게 그녀를 끌어안고 차분하게 말했다.“말이 너무 많아. 내 격을 떨어뜨린다고, 알겠어?”공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정말 마음이 복잡한 그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몸을 떨며 말했다.“엄 대표님, 우리 지금 포위당한 거 몰라요?”“그래?”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진용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 상황에서 뭘 또 꾸며내는 거야. 눈멀었어? 여기 내 사람들로 가득 찬 거 안 보여?”말이 끝나자마자 길가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정장을 입고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키가 큰 사람들이 곧바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이내 사방에서 점점 더 많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몰려들었다.새 정장도 그들의 피비린내와 얼굴의 폭력성을 숨기지 못했다. 분명히 다 대단한 인물들이었다.언뜻 보기에 사람의 탈을 쓴 늑대 같았다. 정장을 입은 늑대들.“진용 형님, 저 사람들 우리를 향해 오는 것 같아요.”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다리가 떨리기까지 했다.사람이 너무 많았다. 거의 온 거리를 다 차지할 정도였다.적어도 몇백 명이 넘는 것 같았다.순식간에 그들은 오히려 물 샐 틈 없이 포위되었다.“다시 묻겠다. 그래?”엄진우는 비웃으며 말했다.“너희 사람이 우리를 포위했다고 확신해?”진용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놀랐고 당황하며 휴대폰을
“엄진우 님의 원칙, 잘 알고 있습니다.”영호는 이를 악물고 스스로 두 손가락을 부러뜨렸다.공나경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맙소사! 너무 무서워. 자해를 하다니.엄진우는 놀라며 말했다.“손가락 하나만 부러뜨리라고 했는데.”“엄진우 님은 비록 한 개를 부러뜨리라 하셨지만 다른 하나는 제가 저 자신에게 내리는 벌입니다.”영호는 고개를 높이 들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이름처럼 용맹한 호랑이와도 같은 영호였다.엄진우도 더는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좋아. 이 사람은 네가 처리해. 이 일은 끝났어.”영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엄진우 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진용의 머리를 발로 짓밟았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서 진용이 비명을 질렀다. 진용의 두개골은 영호에 의해 박살 났다.엄진우는 잔뜩 겁에 질린 공나경을 데리고 떠났다.“엄 대표님, 조폭들이 왜 엄 대표님에게 공손하게 구는 거죠?”공나경은 아직도 놀라 표정이었다.그녀는 자기 회사 대표가 지하 세계에서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줄 몰랐다.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더는 묻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많이 알면 오히려 독이야.”공나경은 놀라서 눈이 커지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엄 대표님, 더는 묻지 않을게요.”엄진우는 더 크게 웃었다. 이 여자는 정말 순진하기 그지없었다.그는 그녀를 끌어당겨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자기의 몸에 닿게 했다.“브래지어도 안 입었어? 사람들이 볼까 봐 걱정도 안 해?”엄진우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브래지어도 안 입었는데 이렇게 큰 거면 입으면 대단하겠네.”공나경은 당황하며 말했다.“죄송해요.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창피해요.”그녀는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부끄러워했다.엄진우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장난이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어젯밤 너희 집에서 묵었으니 예 대표와 소 대표가 날 찾고 있을 거야. 회사에 가봐야겠어. 같이 갈래?”공나경은 수줍은 듯 주위를 둘러보
바로 전에 엄진우에 의해 해고된 곽영진과 유연희였다.두 사람의 태도는 오만하고 거만했다.유연희는 허리에 손을 얹고 콧구멍을 하늘로 향하며 말했다.“소지안,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어. 그런 높은 자세로 말하지 마. 넌 그럴 자격 없어. 우리는 뒤에 있는 보스들을 대표해서 돈 돌려받으러 왔어. 다들 알다시피 너희 비담 컴퍼니의 대표는 연락이 끊겼어. 반나절 동안 연락이 안 되니까 뒤에 있는 대형 투자자들과 투자단체들이 전부 투자를 회수하기로 결정했어. 그럼에도 오히려 강하게 나온다 이거지?”정곡이 찔린 소지안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우리 대표님은 단지 연락이 끊겼을 뿐 죽은 게 아니야. 적극적으로 연락 시도하고 있으니까 헛소리하지 마. 게다가 대표님이 없더라도 비담 컴퍼니에는 나와 여러 명의 정예 직원들이 있으니 성안에서 여전히 굳건히 발전해 나갈 수 있어.”뒤에 있던 보안과 직원들이 일제히 동의하며 말했다.“맞아요. 소 대표님이 있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비담 컴퍼니가 얼마나 큰데 잠시 대표가 없다고 해서 너희 같은 악당들이 날뛰게 놔둘 것 같아?”내가 연락 두절이 됐다고? 어디서 나온 소문이지?엄진우는 순간 당황하며 주머니를 만져보았다. 응? 휴대폰이 없네?“휴대폰 어디 갔지?”엄진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공나경은 순간 주저하며 말했다.“죄송해요, 엄 대표님. 제가 엄 대표님을 찾았을 때 휴대폰이 이미 산산조각 나 있었어 그냥 버렸어요.”그녀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만약 자기가 자의적으로 휴대폰을 버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맙소사! 내가 엄 대표님이 연락 두절된 원흉이라니. 죽을죄를 지었어!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바보야. 이미 산산조각 난 걸 내가 가져가서 뭘 하겠어? 네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말을 마친 후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엇을 찾는 듯 뒤로 걸어갔다.“엄 대표님! 모두가 엄 대표님이 실종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서 나가서 해명해야죠.”공나경은 엄진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