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심리적인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엄진우는 다급히 말했다. “예 대표, 나 억울해. 아니, 나만큼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나오라고 해!” 아니, 내가 먼저 들이대서 잔 게 아니라 상대가 먼저 다가온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 그리고 내가 아무 여자나 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예우림은 쉽게 달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엄진우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엄진우는 그녀를 따라가 설명하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받지 못했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바로 최담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순간 엄진우는 심장이 철렁해 발걸음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분명 예강호의 행방을 알게 된 것이 틀림없다. 긴급한 상황에 엄진우는 예우림을 달래는 일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엄진우 님, 찾았어요. 예강호의 행적을 찾았어요.” 최담비는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중해 빌딩에 있는 9대 수진 가문 연합 본부에 있어요. 며칠 동안 함께 잠을 자며 얻어낸 정보예요. 절대 저 실망시키지 마세요.” 엄진우는 속이 떨려왔다. “걱정하지 마. 네 몫은 내가 충분히 챙겨줄게. 중해 빌딩에 드래곤 크루 사람들도 있어?” “없어요.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드래곤 크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상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엄진우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 그의 머릿속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게 진짜 문제라는 거야.” 그가 아는 드래곤 크루는, 특히 리더 시천민은 예강호를 미끼로 엄진우를 낚으려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중해 빌딩에는 반드시 그의 심복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담비가 확실하게 없다고 단언한 거로 보았을 때,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드래곤 크루의 사람들은 어딘가에 숨어 그가 덫에 걸리길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은 못 가. 자칫하면 예강호도 못 구하고 오히려 위치를 바꿀 수도 있어.”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정보를 수집하는
그제야 엄진우는 시선을 돌렸다. “켁켁, 미안. 내 동생 티셔츠와 똑같길래 잠시 넋을 잃었던 것뿐이에요.” 그러자 화끈한 몸매의 여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동생 이름이 뭐야?” “엄혜우, 난 혜우 오빠 엄진우.” 풉! 여자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엉덩이를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혜우야, 네 오빠가 찾아왔는데?” 이내 슬리퍼 소리가 들려왔다. 엄혜우는 하얀 곰돌이 반팔 티셔츠에 섹시한 핫팬츠를 입은 채 길고 하얀 다리를 뽐냈다. 그리고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머리를 묶은 그녀는 귀엽고 예뻤다. 엄예우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진짜 오빠야? 오빠가 여긴 어떻게 왔어?” 엄혜우는 두 팔을 벌려 엄진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 “보고 싶었어.” 엄진우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쩜 아직도 사춘기 소녀 같아? 너 이젠 어른이야.” 그때, 엄진우는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더니 헛기침을 해댔다. “혜우야, 너 설마 속옷 안 입었어?” “헤헷!” 엄혜우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이젠 알겠지? 나 소녀 아니야!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봐!” 엄혜우가 가슴을 쑥 내밀자 하얗고 얇은 티셔츠에는 선명한 검은 점 두 개가 솟아올랐다. 엄진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말했다. “너 이거 어디서 배운 못돼먹은 행동이야. 감히 오빠한테 까불고 있어!” “아파, 아프다고!” 엄혜우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배우긴 뭘 배워. 내가 뭐 어린앤가? 이런 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거야.” 옆에 있던 화끈한 몸매의 여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혜우 오빠, 신경 쓰지 마. 얘 평소에도 집에선 가슴 조인다고 속옷 안 입어.” “나 아직 발육 중이라 속옷이 다 작아졌어.” 엄혜우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순간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어이없네, 나한테 왜 그런 걸 얘기하지? 넌 내 동생이야! “나중에 네 새언니한테 골라달라고 할게. 그 여자가 이 방면은 전문이야.” 엄진우가
엄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오빠가 바람둥이라고? 그럴 리가! 우리 오빠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쉿!” 도나은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그녀에게 조용하라는 눈짓을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내가 요 몇 년간 스무 명도 넘는 남자들한테서 대시를 받은 경험으로 보았을 때 네 오빠도 대단한 바람둥이일 가능성이 커. 그리고 남자들 대부분이 그래.” 바람둥이 이야기가 나오자 도나은은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그런 바람둥이야. 혜우야, 너 오빠가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밤에 문 꽁꽁 잠가야 해. 나한테 뭔 짓이라도 하면 어떡해.” 엄혜우는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그래서 너 나랑 같이 자려고 했던 거였어? 하지만 그건 내가 장담해. 우리 오빠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새언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야. 진짜 이 세상 미모가 아니라고. 그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어떻게 다른 여자를 생각해?” 그러자 도나은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혜우야, 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어떤 남자들은 뼛속까지 음탕한 생각만 하고 있어. 그래서 집안의 꽃보다 들꽃에 더 매력을 느끼는 법이지. 집에 아무리 예쁜 아내가 있다고 해도 밖에 나가면 더러운 짓을 참지 못한다고. 아까 내가 문 열었을 때 네 오빠의 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날 벗기고 침대에 던진 후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눈빛이었어.” 그러자 엄혜우는 고개를 저으며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네 추측일 뿐이야. 모든 남자를 네 전남친처럼 생각하지 마. 네가 배신당했던 건 알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다 똑같은 건 아니잖아.” 그러자 도나은은 팔짱을 끼고 비웃으며 말했다. “혜우야, 넌 아직 경험이 너무 적어. 세상 물정을 몰라. 이러자. 나한테 네 오빠의 정체를 밝힐 좋은 방법이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바로 알게 될 거야. 만약 내 말이 맞았다면 앞으론 네 오빠와 거리 두는 거야. 반대로 내 말이 틀리면 내가 사과할게.”
“미안, 자리가 좁아서 다리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네?” 도나은은 이마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엄진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생각했다. 뭔 개소리야? 자리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내 쪽으로 다리를 올려? 게다가 이 향수, 머리 아파. 엄진우는 무심한 척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두 사람 집이니까 난 상관없어.” 엄진우의 말에 도나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꽤 착한 척하네? 하지만 괜찮아. 남자의 본성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그녀는 엄혜우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엄혜우는 맥주 여섯 병을 엄진우 앞에 놓고 병따개로 하나하나 따며 말했다. “오빠, 맥주나 마셔. 예전엔 내가 어리다고 같이 술 안 마셨잖아. 이젠 나도 성인이 됐으니까 우리 오늘 제대로 마셔보자. 취할 때까지.” 그러자 도나은도 맞장구를 쳤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마음이 넓다는 말도 있잖아. 진우 오빠, 나랑 같이 마셔. 오빠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데?” 그러자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술은 잘 못 마셔. 그러다 취할까 봐 걱정이네.” “괜찮아. 그냥 즐기면서 마시는 거잖아.” 엄진우의 대답에 도나은은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술을 잘 못 마셔? 생각보다 일이 더 쉬워지겠네. 그렇다면 나이트의 여왕이 한 수 가르쳐줘야겠어. 셋은 거의 안주도 먹지 않고 빠르게 잔을 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맥주 수십 병을 해치웠고 술에 약한 엄혜우는 이미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 마셔. 난 더는 못 마시겠어. 베란다에서 바람 좀 쐬고 올게.” 엄혜우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도나은은 몰래 미소를 지었다. 이젠 엄진우를 마음껏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엄진우도 안색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채 눈을 감고 숨을 돌렸다. 그러자 도나은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역시 남매라 그런가, 두 사람 모두 주량이 젬병이군.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당신에게 내 진가를 보여주지. 그녀는 일부러 어깨끈을 내려
엄혜우는 베란다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도나은과 엄진우는 벌써 두 시간 넘게 단둘이 있었고 중간에 도나은은 그녀에게 소주를 사 오라고 시킨 뒤 계속 술을 마셨다. “맙소사, 나은이 우리 오빠 제대로 취하게 할 작정인 것 같아.” 엄혜우는 엄진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말 취해서 도나은의 유혹에라도 넘어가면 어쩌나 싶었다. 그때면 변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바로 그때, 방 안에서 도나은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나은아!”엄혜우는 사색이 되어 방으로 달려 들어가 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오빠! 그만해!” 그러나 실제로는 그녀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엄진우가 도나은에게 손을 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나은이 나시 끈을 내리고 브래지어까지 벗어 던진 채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엄진우에게 달라붙고 있었다. “왜 날 거부하는 거지? 나 안 예뻐?” 도나은은 이미 술에 떡이 된 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엄진우에게 매달리며 앙탈을 부렸다. “너 나 사랑한다며? 근데 왜 날 버렸어? 나한테 키스해! 나 만지고 핥아! 빨리!” 그러자 엄진우는 엄혜우를 향해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친구 정말 대단하네.” 엄혜우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얘... 얘 평소엔 안 이래.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네가 나가고 맥주 열두 병에 소주 반병 마셨어. 내가 뭘 어쩌겠어? 그만 마시라고 했는데도 계속 마시잖아.” 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게다가 내 몸에 토했네. 혜우야, 네 친구 일단 방으로 옮기자.” “그럼 오빠는?” “난 괜찮으니까 소파에서 잘게. 하룻밤쯤은 참을 수 있어. 네 친구도 마음고생이 많은 것 같으니 푹 자게 해.” 엄진우는 다정하게 말한 뒤 도나은을 방으로 옮기고 다시 거실로 가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도나은은 지난밤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했다. 이때 엄혜우가 방으로 들어왔다.“어젯밤 우리 오빠가 너 얼굴과 손발 다 닦아주고 이불도
“그럼 어디 갈만한 곳은 없어?” 엄진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했다. 엄혜우는 잔뜩 긴장해서 말했다. “그냥 사진 촬영이나 패션쇼를 하는 정도라 위험한 일은 거의 없어. 아, 맞다! 그 회사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다고 했어. 사장이 재벌 2세라 모델들을 데리고 자주 파티에 가곤 해. 그런데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문자 보냈지.” “내가 찾아볼 테니까 넌 집에 있어.” 엄혜우의 말을 들으니 도나은이 일하는 회사가 그다지 정직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부 모델들은 사생활이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엄진우가 외투를 입고 나가려던 순간, 엄혜우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오빠! 오빠!” 엄진우도 놀라서 급히 물었다. “왜 그래?” “나 사람들이 인터넷에 공유한 영상을 봤는데...” 엄혜우는 겁에 질린 듯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엄진우가 물었다. “뭘 공유했는데?” 엄혜우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엄진우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자극적인 링크... ‘18세 여대생 모델, 나이트클럽에서 누군가에게 뒤로...’ 링크를 클릭하자 옷이 벗겨진 여자가 여러 남자에게... “나은이야!” 엄진우는 충격을 받았다. 영상 속 도나은은 술에 취해 거의 의식을 잃었지만 여전히 마지막 의식을 부여잡고 남자들에게 격렬히 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면을 쓴 남자들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그녀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구역질 나는 도구들... “흑흑흑!” 겁에 질린 엄혜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입을 막고 눈물을 터뜨렸다. “오빠, 저 여자... 그냥 나은이와 닮은 여자일 수도 있어. 나은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 엄진우는 링크를 자기 휴대폰으로 전송한 후 엄혜우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어.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AI 얼굴 변경이나 사진 편집이 흔하니까. 일단 넌 어디도 가지 말고 집에 얌전히 있어. 내가 찾아볼게.” 집에서 나선 후, 엄진우는 바로 이보향에게
“그래서 알아도 소용없다고 했던 거예요. 정말 성가신 사람이네요.” 상대는 여전히 두려운 기색으로 불평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듣는 둥 마는 둥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고마워요.” 프린세스? 그거 모용준 산업이잖아. 그렇다면 일이 쉽게 풀리겠네. 모용준한테 부탁하면 도나은은 쉽게 데려올 수 있겠어. 영상이 진짜든 가짜든 어쨌든 사람 안전이 우선이야. 프린세스 클럽으로 가는 도중, 엄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오빠, 나은이 돌아왔어. 그거 가짜야. 합성 영상이래. 나은이 핑계 대고 먼저 빠져나왔고 다치지도 않았어.” 엄혜우의 목소리에는 위기를 넘긴 듯한 기쁨이 느껴졌다. 엄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군, 바로 돌아갈게.”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엄진우는 한눈에 그 영상의 합성 여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십중팔구 진짜였다. 특히 도나은의 특정 신체 특징으로 보았을 때, 모두 일치했다.그는 어제 도나은의 얼굴을 씻겨주면서 우연히 엉덩이에 있는 두 개의 점을 보았는데 영상 속에서도 그 점은 확실히 보였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야. 도나은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지.” 엄진우는 확신했다. 왜 거짓말을 한 거지? 수모를 감추고 싶어서? 하지만... 이 영상은 이미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고 있었고 그녀의 명예는 곧 파탄 나고 말 것이다. 엄진우는 문뜩 이 열여덟 살 여대생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엄혜우가 달려와 말했다. “오빠, 고생했어. 다행히 진짜가 아니야.” 엄진우는 주변을 살피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도나은 어디 갔어? 맥 좀 짚어보게 나오라고 해.” 엄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옥상에서 꽃에 물 주고 있어. 나은이 습관이야.” 엄진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상적인 사람이 밤 12시에 옥상에서 꽃에 물을 준다고? 안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빨리 가자!”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악!” “
“난 그게 마지막 유언인 줄도 몰랐어. 나 진짜 바보야, 난 친구도 아니야. 왜 그걸 몰랐을까...” 엄혜우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자기 뺨을 후려쳤다.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혜우야,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 이건 전부 그놈들의 잘못이야.” 도나은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을 생각하니 엄진우는 화가 나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순간 엄진우는 살기가 솟아났다. 이렇게 강한 살기는 단 두 번 나타났는데, 한 번은 예우림이 홍의외에 팔려 갔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바로 지금이다. “오빠, 우리 신고하자. 나은이 해친 사람들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자.” 엄혜우는 눈물을 닦으며 울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엄진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엄혜우의 볼을 꼬집었다. “바보야. 여긴 성안이야. 성안의 거물들에겐 법이란 없어. 난 내 방식대로 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 그러자 엄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빠, 뭐 어쩌려고.” 엄진우는 아무 대답도 없이 도나은에게 다가가 그녀의 두 눈을 감겨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혜우야, 나은이 뒤처리 잘 부탁해. 그리고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나은이 부모님에게도 연락드려.” 엄진우의 말에 엄혜우는 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은이 부모님 평범한 회사원이야. 힘들게 딸을 키웠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그 말에 엄진우는 무표정했지만 두 눈에는 불길이 타올랐다. 그는 혼자 옥상에 올라가 밤을 새웠는데 엄혜우도 감히 그를 말리지 못했다. 지금의 엄진우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냉정한 두뇌가 필요했다. 이때, 이보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명왕님, 확인했습니다. 이 링크는 한 성인 사이트에서 올라온 건데 유포자는 재벌 2세로 그중 하나는 단영언이라고 동영상의 최초 유포자이자 피해자의 사장입니다. 게다가 용국 세습 귀족이라는 타이틀도 있는데 백작 장신백 단은명의 아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