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알아도 소용없다고 했던 거예요. 정말 성가신 사람이네요.” 상대는 여전히 두려운 기색으로 불평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듣는 둥 마는 둥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고마워요.” 프린세스? 그거 모용준 산업이잖아. 그렇다면 일이 쉽게 풀리겠네. 모용준한테 부탁하면 도나은은 쉽게 데려올 수 있겠어. 영상이 진짜든 가짜든 어쨌든 사람 안전이 우선이야. 프린세스 클럽으로 가는 도중, 엄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오빠, 나은이 돌아왔어. 그거 가짜야. 합성 영상이래. 나은이 핑계 대고 먼저 빠져나왔고 다치지도 않았어.” 엄혜우의 목소리에는 위기를 넘긴 듯한 기쁨이 느껴졌다. 엄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군, 바로 돌아갈게.”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엄진우는 한눈에 그 영상의 합성 여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십중팔구 진짜였다. 특히 도나은의 특정 신체 특징으로 보았을 때, 모두 일치했다.그는 어제 도나은의 얼굴을 씻겨주면서 우연히 엉덩이에 있는 두 개의 점을 보았는데 영상 속에서도 그 점은 확실히 보였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야. 도나은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지.” 엄진우는 확신했다. 왜 거짓말을 한 거지? 수모를 감추고 싶어서? 하지만... 이 영상은 이미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고 있었고 그녀의 명예는 곧 파탄 나고 말 것이다. 엄진우는 문뜩 이 열여덟 살 여대생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엄혜우가 달려와 말했다. “오빠, 고생했어. 다행히 진짜가 아니야.” 엄진우는 주변을 살피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도나은 어디 갔어? 맥 좀 짚어보게 나오라고 해.” 엄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옥상에서 꽃에 물 주고 있어. 나은이 습관이야.” 엄진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상적인 사람이 밤 12시에 옥상에서 꽃에 물을 준다고? 안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빨리 가자!”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악!” “
“난 그게 마지막 유언인 줄도 몰랐어. 나 진짜 바보야, 난 친구도 아니야. 왜 그걸 몰랐을까...” 엄혜우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자기 뺨을 후려쳤다.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혜우야,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 이건 전부 그놈들의 잘못이야.” 도나은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을 생각하니 엄진우는 화가 나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순간 엄진우는 살기가 솟아났다. 이렇게 강한 살기는 단 두 번 나타났는데, 한 번은 예우림이 홍의외에 팔려 갔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바로 지금이다. “오빠, 우리 신고하자. 나은이 해친 사람들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자.” 엄혜우는 눈물을 닦으며 울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엄진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엄혜우의 볼을 꼬집었다. “바보야. 여긴 성안이야. 성안의 거물들에겐 법이란 없어. 난 내 방식대로 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 그러자 엄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빠, 뭐 어쩌려고.” 엄진우는 아무 대답도 없이 도나은에게 다가가 그녀의 두 눈을 감겨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혜우야, 나은이 뒤처리 잘 부탁해. 그리고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나은이 부모님에게도 연락드려.” 엄진우의 말에 엄혜우는 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은이 부모님 평범한 회사원이야. 힘들게 딸을 키웠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그 말에 엄진우는 무표정했지만 두 눈에는 불길이 타올랐다. 그는 혼자 옥상에 올라가 밤을 새웠는데 엄혜우도 감히 그를 말리지 못했다. 지금의 엄진우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냉정한 두뇌가 필요했다. 이때, 이보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명왕님, 확인했습니다. 이 링크는 한 성인 사이트에서 올라온 건데 유포자는 재벌 2세로 그중 하나는 단영언이라고 동영상의 최초 유포자이자 피해자의 사장입니다. 게다가 용국 세습 귀족이라는 타이틀도 있는데 백작 장신백 단은명의 아들이라고
엄진우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녀를 힐끗 쳐다본 뒤 상대의 엉덩이를 세게 움켜잡았다. “장난치지 마, 나 지금 중요한 일로 찾아온 거야.” 온몸이 짜릿해지는 느낌에 소지안은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엄진우를 노려보려고 했지만 엄진우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순간 소지안도 진지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말해봐, 무슨 일인데?” “단영언 알아?” 엄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성안의 명문가로서 소지안의 인맥은 외지인인 이보향보다 훨씬 넓었다. 그러니 지금 돌파구를 찾으려면 소지안이 필요하다. 소지안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단영언? 당연히 알지! 소문난 날라리잖아. 사생활이 더러워서 여대생도 많이 해쳤다고 들었어. 그러다 최근에는 가문의 지지로 모델 회사를 차렸는데 꽤 잘 나가는 것 같았어.” 엄진우가 물었다. “그 새끼 만날 수 있어?” “근데 무슨 일이지? 설마 죽이려는 거야?” 목적성이 강한 엄진우의 말투에 소지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안 돼! 안 돼! 그 자식 용국의 귀족이야. 성안에서는 성부도 드래곤 크루도, 그리고 9대 수진 가문도 무시할 수 있어. 하지만 귀족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 그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왕실과 친척 관계라 그 자식을 죽이는 건 용국의 최상층과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이거 완전히 불장난이라고. 일이 터지면 아무도 못 나가.” 소지안의 격렬한 반응에 엄진우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저 백작 하나를 죽이는 것뿐인데 뭐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북강 전쟁에서 용국의 왕자와도 대등하게 자리를 했던 엄진우가 고작 백작 하나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이 영상을 보면 내가 왜 이 자식을 죽이려는지 알게 될 거야.” 엄진우는 저장된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영상을 확인한 소지안은 잔뜩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단영언이 주범이라고? 짐승 같은 새끼! 개돼지보다 못한 새끼. 퉷!” “피해자는 이미 투신했어. 그런데도 죽이지
다음 날 밤 8시, 프린세스 클럽에는 일여덟 명의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자들이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추며 흥청망청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영언이 왔어?” “이야~ 영언이 여전하네.” “역시 귀족이라 다르네. 뼛속부터 아주 귀티가 좔좔 흐른단 말야.” 주인공의 등장에 명문가 도련님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꼬리를 살살 흔들며 말했다. 백작의 아들인 단영언은 깔끔한 양복을 입었는데 팔에 문신이 살짝 드러난 것이 잘생긴 외모와 아주 잘 어울렸다. 그는 고가의 담배 한 보루를 꺼내 그들에게 나눠 주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제경에서 가져온 황실 전용 담배야. 밖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이지. 자, 부담 없이 제경 귀족들이 피우는 담배를 맛보도록 해! 그리고 오늘은 내가 쏜다.” “역시 영언이 멋있다!”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며 단영언을 센터 자리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은 단영언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야. 그렇다면 간택을 시작하지.”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젊은 여자 십여 명이 엉덩이를 흔들며 룸으로 들어왔다.‘후궁 간택’은 보통 재벌 2세들이 예쁜 여자를 몇 명씩 데려와서 모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자 단영언은 턱을 괴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 여자들 질량 아주 좋아. 전부 스물셋 이하의 여린 여자들이군, 피부도 희고 다리도 길어. 이번에는 나도 회사에서 가장 예쁜 두 여자를 데려왔어. 막 성인이 된 야들야들한 여자들이지. 자, 오늘은 너희들이 먼저 골라.” 그 말에 몇 명의 굶주린 늑대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고맙다. 영언아! 넌 남자로서 정말 멋있는 놈이야!” 한 바퀴를 훑어본 남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여자들 하나같이 정말 아름답고 섹시하다.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순간 한 남자의 눈이 반짝이더니 제일 뒤에 서 있는 한 여자에게서 시선이 멈췄다. “쟤가 좋겠네. 와, 미모 미쳤다. 특히 분위기가 다른
“의심이 아니라 난 워낙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은 다 검사하는 습관이 있어. 물론 상대들도 마찬가지였고...” 단영언이 서둘러 설명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왜 반응이 그렇게 격해? 설마...” “설마 뭐?” 소지안은 싸늘하게 웃더니 팔을 벌리며 말했다. “그래, 한 번 봐. 우리 단영언 씨는 귀한 몸이라 그럴 수도 있지.” 그 말에 단영언은 잠시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결국 손을 내밀어 소지안의 가슴과 엉덩이를 제외한 부위를 대충 더듬었다. 하지만 단영언이 생각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안아, 정말 미안. 내가 민감했어. 이렇게 하자. 오늘 네가 이 주변 5킬로미터 안에서 쓴 모든 돈은 내가 전부 계산할게. 얼마를 써도 상관없어. 내 사과를 받아줘.” 그러자 소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언 씨, 설마 날 그런 물질적인 여자로 생각한 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천천히 단영언에게 다가가더니 가느다란 손을 그의 허리에 올렸다. “나 오늘 워낙...” 단영언은 순간 흥분하여 허겁지겁 그녀의 손을 잡아 소파에 눕히고 그녀의 몸에 올라탔다. “하하하! 지안아, 네가 이렇게 화끈하게 나와준다면 나도 더는 숨기지 않을게. 솔직히 말하면 난 늘 적당한 명문가 딸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어. 그리고 성안에서 너만큼 내 조건에 맞는 여자는 없어. 오늘 나 꼬시려고 이렇게 야한 옷을 입은 거야? 그렇다면 성공했어. 난 지금 완전히 흥분한 상태거든.” 그러자 소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옥처럼 하얀 발을 들어 단영언의 허벅지 안쪽을 꾹 눌렀다. 그러자 단영언은 깜짝 놀라더니 야수의 본능을 완전히 불태웠다. 그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소지안의 순수하고 매력적인 얼굴을 바라보더니 몸을 숙여 그녀의 민소매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잠깐만.” 이때 소지안이 그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날 만지고 싶으면 내 질문에 대답해. 난 내 남자에
“소지안! 이 미친년이...” 상대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소지안은 가볍게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난 지금 네 더러운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야. 지금 녹음과 영상이 내 손에 있어. 첫째, 난 널 성추행으로 고사할 수 있어. 네가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법적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거야. 둘째, 만약 고소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도 오늘 네가 나한테 한 행동만으로도 이미 큰 실수를 저지른 거야. 내가 이걸 소문내면 넌 상류층에서 더는 머리를 못 쳐들고 다녀.” 그녀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강력했다. 단영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소지안, 내가 너한테서 제일 마음에 드는 구석이 뭔 줄 알아? 바로 이 성질이야. 희한하잖아. 보통 여자를 데리고 놀면 육체적인 쾌락만 얻을 수 있지만 넌 정신적인 쾌락도 줄 수 있거든. 딱 내 스타일이야.” 그러자 소지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죽을 때가 다 됐는데도 여전히 입만 살아있구나. 내가 이 사실만 소문내면 넌 적어도 집안에 반년은 감금될 거고, 그 어떤 상류층 여자도 널 결혼 상대로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러자 상대는 웃음을 멈추고 빈정대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네가 내 약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나도 네 약점을 잡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게 무슨 뜻이야?” 소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들어와!” 단영언이 손바닥을 두드리자 두 젊은 여자가 노트북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현이 씨, 애령 씨?” 소지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두 여자는 그녀가 새로 고용한 비서였다. “놀랐어? 얘네 둘 내 직원이야. 내 사람이라고.” 단영언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내가 네 옆에 사람을 심은 거야. 듣자니 너 사무실에 욕실도 만들어서 자주 씻는다며? 그래서 내가 네 샤워실에 몰카를 설치하게 했어. 지금 네 귀중한 영상은 전부 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지. 아, 몸매 죽이더라. 그 가슴도 마치 젖소처럼 어
“그래, 그럼 죽어봐.” 상대는 전혀 두려운 것 없이 뻔뻔하게 말했다. “너처럼 어리고 재능 있는 여자가 정말 죽을 수 있겠어? 그것도 나랑 같이?” 이 말은 소지안의 정곡을 정확히 찔렀다. 그녀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단영언은 턱을 괴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날 위협하려고? 그래, 네가 먼저 시작했으니 내가 끝까지 함께 놀아주지. 네가 명문가 딸이라고 해서 내가 널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날 화나게 하면 누구의 체면도 소용없어. 가족이 와도 마찬가지야.” 소지안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난 너처럼 파렴치한 놈은 본 적 없어.” “무릎 꿇어.” 단영언은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소지안은 순간 손발이 얼어붙고 온몸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그러자 단영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말 잘 듣네? 진작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이젠 넌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어. 벗어!” 그는 단호하게 명령했다. “속옷까지 전부 다 벗어!” 그러자 소지안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쥔 채 고개를 들어 불타는 두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영상부터 먼저 보여줘!” “왜, 못 믿겠어?” 단영언은 빈정거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우리 소지안 씨 아름다운 몸을 보여드려.” 그러자 두 여자는 바로 노트북을 켜고 숫자를 입력했다. 곧 수많은 비디오 파일이 화면에 나타났는데 적어도 몇백 개는 족히 돼 보였다. 단영언, 변태 새끼. “아무거나 하나 켜서 같이 감상하자고.” 단영언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소지안은 재빨리 소리를 질렀다. “그만해! 그만! 멈춰!” “늦었어, 난 꼭 너와 함께 봐야겠어. 그러니 똑바로 봐.” 단영언은 음흉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이내 파일 하나를 클릭해 영상을 재생했다. 소지안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올렸다. 하지만 들려오는 여자의 신음 소리에 그녀는 순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영상이 아닌 단영
그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단영언은 흠칫하더니 뒤를 돌아봤고 놀랍게도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봐도 소용없어. 네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내가 이미 다 처리했어.” “그럴 리가! 여긴 성안 명문가 모씨 가문 모용준의 구역이야. 내 경호원 말고도 모용준의 경호원과 타수들이 가득하다고!” 단영언은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엄진우는 소지안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더니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다 복수해 줄게. 그러니까 당신은 가만히 앉아 시원한 음료수나 마시고 있어. 울지 말고.” 소지안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짜증 나. 나 안 울었어. 전혀 안 울었다고!” 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알겠어.” “야, 내가 말하고 있잖아!” 자기를 완전히 무시한 채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참다못한 단영언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엄진우는 싸늘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때가 언젠데 아직도 모용준 타령이야? 여길 치운 게 바로 모용준이야.” 그 말에 단영언은 제대로 충격을 받았다. “헛소리 집어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엄진우는 한 손으로 그를 가뿐히 들어 올렸다. 마치 시골에서 닭이라도 잡듯이 말이다. “왜 도망가? 우리 아직 할 말 남았어.”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미친 새끼. 이거 놔! 놓으라고!” 상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때,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용준이 몇 명의 무도종사를 데리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모용준 씨, 나 좀 구해줘요. 이 미친놈이 감히 날 건드려요. 술에 취한 건지 모용준 씨와도 친한 척했어요.” 단영언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모용준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엄진우에게 다가가 두 팔을 모으고 입을 열었다. “다 죽였어요.”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하나도 안 남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