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현은 흠칫 놀랐다. “엄진우 씨, 지금 저 놀리는 거 맞죠?” 예흥성을 대체한다고? 그 말은 그의 재산과 권력을 모두 그녀가 물려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엄진우는 웃음 속에 칼을 품으며 말했다. “농담처럼 들려?” 엄진우가 봤을 때, 예흥성의 행동은 극도로 무모한 짓이었다. 겉으로는 협력한다고 약속하더니 뒤에서는 감히 음모를 꾸며 엄진우와 예우림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다니. 이런 악의적인 사람과는 절대 오래 협력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협력 상대를 바꾸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만 괜찮다면 내가 짧은 시간 안에 당신에게 예흥성의 모든 것을 주겠다고 보장해 주지. 할래? 한마디만 해.” 엄진우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예정현의 마음속에는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앞의 남자로 인해 오랫동안 억눌렀던 불씨를 일으킬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지금처럼 예흥성의 꼭두각시로 살고 싶지 않았다.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를 불문하고, 그녀는 이 기회가 어쩌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저... 할 게요.” 예정현은 고개를 들고 엄진우의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는 예정현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는 그녀의 볼을 감싸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래야 서로 솔직해질 수 있지. 자, 그럼 무릎 꿇어. 일은 철저하게 해야 예흥성 그 영감을 제대로 속일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천천히 그를 삼켜버리는 거지.” 예정현은 당황 해서 안색이 붉어졌다. “그쪽도 꽤 음탕한 사람이네요.” 그러자 엄진우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사실 나 더는 못 참아. 그러니 반드시 제대로 당신을 혼내줘야겠어.” “그렇다면 원하시는 대로, 미친 듯이 절 혼내주세요.” 예정아는 순종적으로 무릎을 꿇더니 아름다운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 두 시간 뒤, 엄
이건 심리적인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엄진우는 다급히 말했다. “예 대표, 나 억울해. 아니, 나만큼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나오라고 해!” 아니, 내가 먼저 들이대서 잔 게 아니라 상대가 먼저 다가온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 그리고 내가 아무 여자나 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예우림은 쉽게 달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엄진우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엄진우는 그녀를 따라가 설명하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받지 못했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바로 최담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순간 엄진우는 심장이 철렁해 발걸음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분명 예강호의 행방을 알게 된 것이 틀림없다. 긴급한 상황에 엄진우는 예우림을 달래는 일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엄진우 님, 찾았어요. 예강호의 행적을 찾았어요.” 최담비는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중해 빌딩에 있는 9대 수진 가문 연합 본부에 있어요. 며칠 동안 함께 잠을 자며 얻어낸 정보예요. 절대 저 실망시키지 마세요.” 엄진우는 속이 떨려왔다. “걱정하지 마. 네 몫은 내가 충분히 챙겨줄게. 중해 빌딩에 드래곤 크루 사람들도 있어?” “없어요.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드래곤 크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상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엄진우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 그의 머릿속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게 진짜 문제라는 거야.” 그가 아는 드래곤 크루는, 특히 리더 시천민은 예강호를 미끼로 엄진우를 낚으려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중해 빌딩에는 반드시 그의 심복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담비가 확실하게 없다고 단언한 거로 보았을 때,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드래곤 크루의 사람들은 어딘가에 숨어 그가 덫에 걸리길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은 못 가. 자칫하면 예강호도 못 구하고 오히려 위치를 바꿀 수도 있어.”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정보를 수집하는
그제야 엄진우는 시선을 돌렸다. “켁켁, 미안. 내 동생 티셔츠와 똑같길래 잠시 넋을 잃었던 것뿐이에요.” 그러자 화끈한 몸매의 여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동생 이름이 뭐야?” “엄혜우, 난 혜우 오빠 엄진우.” 풉! 여자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엉덩이를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혜우야, 네 오빠가 찾아왔는데?” 이내 슬리퍼 소리가 들려왔다. 엄혜우는 하얀 곰돌이 반팔 티셔츠에 섹시한 핫팬츠를 입은 채 길고 하얀 다리를 뽐냈다. 그리고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머리를 묶은 그녀는 귀엽고 예뻤다. 엄예우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진짜 오빠야? 오빠가 여긴 어떻게 왔어?” 엄혜우는 두 팔을 벌려 엄진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 “보고 싶었어.” 엄진우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쩜 아직도 사춘기 소녀 같아? 너 이젠 어른이야.” 그때, 엄진우는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더니 헛기침을 해댔다. “혜우야, 너 설마 속옷 안 입었어?” “헤헷!” 엄혜우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이젠 알겠지? 나 소녀 아니야!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봐!” 엄혜우가 가슴을 쑥 내밀자 하얗고 얇은 티셔츠에는 선명한 검은 점 두 개가 솟아올랐다. 엄진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말했다. “너 이거 어디서 배운 못돼먹은 행동이야. 감히 오빠한테 까불고 있어!” “아파, 아프다고!” 엄혜우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배우긴 뭘 배워. 내가 뭐 어린앤가? 이런 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거야.” 옆에 있던 화끈한 몸매의 여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혜우 오빠, 신경 쓰지 마. 얘 평소에도 집에선 가슴 조인다고 속옷 안 입어.” “나 아직 발육 중이라 속옷이 다 작아졌어.” 엄혜우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순간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어이없네, 나한테 왜 그런 걸 얘기하지? 넌 내 동생이야! “나중에 네 새언니한테 골라달라고 할게. 그 여자가 이 방면은 전문이야.” 엄진우가
엄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오빠가 바람둥이라고? 그럴 리가! 우리 오빠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쉿!” 도나은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그녀에게 조용하라는 눈짓을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내가 요 몇 년간 스무 명도 넘는 남자들한테서 대시를 받은 경험으로 보았을 때 네 오빠도 대단한 바람둥이일 가능성이 커. 그리고 남자들 대부분이 그래.” 바람둥이 이야기가 나오자 도나은은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그런 바람둥이야. 혜우야, 너 오빠가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밤에 문 꽁꽁 잠가야 해. 나한테 뭔 짓이라도 하면 어떡해.” 엄혜우는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그래서 너 나랑 같이 자려고 했던 거였어? 하지만 그건 내가 장담해. 우리 오빠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새언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야. 진짜 이 세상 미모가 아니라고. 그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어떻게 다른 여자를 생각해?” 그러자 도나은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혜우야, 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어떤 남자들은 뼛속까지 음탕한 생각만 하고 있어. 그래서 집안의 꽃보다 들꽃에 더 매력을 느끼는 법이지. 집에 아무리 예쁜 아내가 있다고 해도 밖에 나가면 더러운 짓을 참지 못한다고. 아까 내가 문 열었을 때 네 오빠의 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날 벗기고 침대에 던진 후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눈빛이었어.” 그러자 엄혜우는 고개를 저으며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네 추측일 뿐이야. 모든 남자를 네 전남친처럼 생각하지 마. 네가 배신당했던 건 알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다 똑같은 건 아니잖아.” 그러자 도나은은 팔짱을 끼고 비웃으며 말했다. “혜우야, 넌 아직 경험이 너무 적어. 세상 물정을 몰라. 이러자. 나한테 네 오빠의 정체를 밝힐 좋은 방법이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바로 알게 될 거야. 만약 내 말이 맞았다면 앞으론 네 오빠와 거리 두는 거야. 반대로 내 말이 틀리면 내가 사과할게.”
“미안, 자리가 좁아서 다리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네?” 도나은은 이마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엄진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생각했다. 뭔 개소리야? 자리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내 쪽으로 다리를 올려? 게다가 이 향수, 머리 아파. 엄진우는 무심한 척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두 사람 집이니까 난 상관없어.” 엄진우의 말에 도나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꽤 착한 척하네? 하지만 괜찮아. 남자의 본성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그녀는 엄혜우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엄혜우는 맥주 여섯 병을 엄진우 앞에 놓고 병따개로 하나하나 따며 말했다. “오빠, 맥주나 마셔. 예전엔 내가 어리다고 같이 술 안 마셨잖아. 이젠 나도 성인이 됐으니까 우리 오늘 제대로 마셔보자. 취할 때까지.” 그러자 도나은도 맞장구를 쳤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마음이 넓다는 말도 있잖아. 진우 오빠, 나랑 같이 마셔. 오빠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데?” 그러자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술은 잘 못 마셔. 그러다 취할까 봐 걱정이네.” “괜찮아. 그냥 즐기면서 마시는 거잖아.” 엄진우의 대답에 도나은은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술을 잘 못 마셔? 생각보다 일이 더 쉬워지겠네. 그렇다면 나이트의 여왕이 한 수 가르쳐줘야겠어. 셋은 거의 안주도 먹지 않고 빠르게 잔을 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맥주 수십 병을 해치웠고 술에 약한 엄혜우는 이미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 마셔. 난 더는 못 마시겠어. 베란다에서 바람 좀 쐬고 올게.” 엄혜우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도나은은 몰래 미소를 지었다. 이젠 엄진우를 마음껏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엄진우도 안색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채 눈을 감고 숨을 돌렸다. 그러자 도나은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역시 남매라 그런가, 두 사람 모두 주량이 젬병이군.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당신에게 내 진가를 보여주지. 그녀는 일부러 어깨끈을 내려
엄혜우는 베란다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도나은과 엄진우는 벌써 두 시간 넘게 단둘이 있었고 중간에 도나은은 그녀에게 소주를 사 오라고 시킨 뒤 계속 술을 마셨다. “맙소사, 나은이 우리 오빠 제대로 취하게 할 작정인 것 같아.” 엄혜우는 엄진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말 취해서 도나은의 유혹에라도 넘어가면 어쩌나 싶었다. 그때면 변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바로 그때, 방 안에서 도나은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나은아!”엄혜우는 사색이 되어 방으로 달려 들어가 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오빠! 그만해!” 그러나 실제로는 그녀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엄진우가 도나은에게 손을 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나은이 나시 끈을 내리고 브래지어까지 벗어 던진 채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엄진우에게 달라붙고 있었다. “왜 날 거부하는 거지? 나 안 예뻐?” 도나은은 이미 술에 떡이 된 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엄진우에게 매달리며 앙탈을 부렸다. “너 나 사랑한다며? 근데 왜 날 버렸어? 나한테 키스해! 나 만지고 핥아! 빨리!” 그러자 엄진우는 엄혜우를 향해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친구 정말 대단하네.” 엄혜우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얘... 얘 평소엔 안 이래.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네가 나가고 맥주 열두 병에 소주 반병 마셨어. 내가 뭘 어쩌겠어? 그만 마시라고 했는데도 계속 마시잖아.” 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게다가 내 몸에 토했네. 혜우야, 네 친구 일단 방으로 옮기자.” “그럼 오빠는?” “난 괜찮으니까 소파에서 잘게. 하룻밤쯤은 참을 수 있어. 네 친구도 마음고생이 많은 것 같으니 푹 자게 해.” 엄진우는 다정하게 말한 뒤 도나은을 방으로 옮기고 다시 거실로 가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도나은은 지난밤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했다. 이때 엄혜우가 방으로 들어왔다.“어젯밤 우리 오빠가 너 얼굴과 손발 다 닦아주고 이불도
“그럼 어디 갈만한 곳은 없어?” 엄진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했다. 엄혜우는 잔뜩 긴장해서 말했다. “그냥 사진 촬영이나 패션쇼를 하는 정도라 위험한 일은 거의 없어. 아, 맞다! 그 회사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다고 했어. 사장이 재벌 2세라 모델들을 데리고 자주 파티에 가곤 해. 그런데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문자 보냈지.” “내가 찾아볼 테니까 넌 집에 있어.” 엄혜우의 말을 들으니 도나은이 일하는 회사가 그다지 정직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부 모델들은 사생활이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엄진우가 외투를 입고 나가려던 순간, 엄혜우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오빠! 오빠!” 엄진우도 놀라서 급히 물었다. “왜 그래?” “나 사람들이 인터넷에 공유한 영상을 봤는데...” 엄혜우는 겁에 질린 듯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엄진우가 물었다. “뭘 공유했는데?” 엄혜우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엄진우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자극적인 링크... ‘18세 여대생 모델, 나이트클럽에서 누군가에게 뒤로...’ 링크를 클릭하자 옷이 벗겨진 여자가 여러 남자에게... “나은이야!” 엄진우는 충격을 받았다. 영상 속 도나은은 술에 취해 거의 의식을 잃었지만 여전히 마지막 의식을 부여잡고 남자들에게 격렬히 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면을 쓴 남자들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그녀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구역질 나는 도구들... “흑흑흑!” 겁에 질린 엄혜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입을 막고 눈물을 터뜨렸다. “오빠, 저 여자... 그냥 나은이와 닮은 여자일 수도 있어. 나은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 엄진우는 링크를 자기 휴대폰으로 전송한 후 엄혜우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어.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AI 얼굴 변경이나 사진 편집이 흔하니까. 일단 넌 어디도 가지 말고 집에 얌전히 있어. 내가 찾아볼게.” 집에서 나선 후, 엄진우는 바로 이보향에게
“그래서 알아도 소용없다고 했던 거예요. 정말 성가신 사람이네요.” 상대는 여전히 두려운 기색으로 불평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듣는 둥 마는 둥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고마워요.” 프린세스? 그거 모용준 산업이잖아. 그렇다면 일이 쉽게 풀리겠네. 모용준한테 부탁하면 도나은은 쉽게 데려올 수 있겠어. 영상이 진짜든 가짜든 어쨌든 사람 안전이 우선이야. 프린세스 클럽으로 가는 도중, 엄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오빠, 나은이 돌아왔어. 그거 가짜야. 합성 영상이래. 나은이 핑계 대고 먼저 빠져나왔고 다치지도 않았어.” 엄혜우의 목소리에는 위기를 넘긴 듯한 기쁨이 느껴졌다. 엄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군, 바로 돌아갈게.”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엄진우는 한눈에 그 영상의 합성 여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십중팔구 진짜였다. 특히 도나은의 특정 신체 특징으로 보았을 때, 모두 일치했다.그는 어제 도나은의 얼굴을 씻겨주면서 우연히 엉덩이에 있는 두 개의 점을 보았는데 영상 속에서도 그 점은 확실히 보였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야. 도나은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지.” 엄진우는 확신했다. 왜 거짓말을 한 거지? 수모를 감추고 싶어서? 하지만... 이 영상은 이미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고 있었고 그녀의 명예는 곧 파탄 나고 말 것이다. 엄진우는 문뜩 이 열여덟 살 여대생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엄혜우가 달려와 말했다. “오빠, 고생했어. 다행히 진짜가 아니야.” 엄진우는 주변을 살피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도나은 어디 갔어? 맥 좀 짚어보게 나오라고 해.” 엄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옥상에서 꽃에 물 주고 있어. 나은이 습관이야.” 엄진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상적인 사람이 밤 12시에 옥상에서 꽃에 물을 준다고? 안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빨리 가자!”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악!” “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