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개장 전에 대량으로 다이아 그룹의 주식을 사들였다면 예흥성은 지금쯤 벌써 주식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주식 시장에서의 위치도 한 단계 상승했을 것이다. 이게 다 방선인 때문이다. “이 사기꾼 새끼 당장 내 집에서 꺼져!” 예흥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방선인의 얼굴에는 곧 커다란 붉은 손자국이 생겼다. 그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몇 년 동안 그는 예흥성의 집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며 메이드의 시중을 받은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쫓겨나면 그가 가진 기술로는 결국 길거리에서 구걸하다가 굶어 죽을 것이다. “어르신,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저놈의 계략에 빠진 겁니다.” 방선인은 사색이 되어 애원하기 시작했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방선인은 노부인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노부인, 절 위해 한마디만 해주세요. 노부인만 아니었더라면 저도 예우림을 삼살체라고 말해 저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를 만들어 드리지 않았을 거예요.” 방선인의 말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자 노부인은 버럭 화를 내더니 용두지팡이를 휘둘러 방선인의 머리를 내려쳤다. “헛소리! 몇 년 동안 눈이 멀어서 자네 같이 쓸모없는 사기꾼을 헛되이 키웠어!”그러나 진실은 이미 드러났고 상대가 어떻게 변명해도 무의미했다. 엄진우는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영감님, 오늘 일은 어떻게 마무리 지을 생각이세요?” 예흥성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메이드를 불러 노부인을 방으로 모셔가게 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 일은 내 실수야. 어쩌면 협력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볼 수도 있을 것 같군.” 그러자 예우림은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정말이세요?” 하지만 엄진우는 예우림을 억지로 그의 뒤로 끌어당겼다. “예 대표, 여기서 잠시 기다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금방 올 거야.”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중요한 시점에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고? 정말 어이없네. 빨리 다녀와.” “그래.”
“예우림!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예흥성은 화가 나서 수염마저 떨렸다. “우리 같은 어른이 없으면 너도 없는 거야! 잊지 마, 난 너보다 훨씬 어른이야. 네 작은 할아버지라고!” “예씨 가문 사람들과 한패라면 이 예우림의 어른이 아닌 적이 되는 거예요.” 예우림이 진지하게 말했다. “우릴 쫓아내는 건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예씨 가문과 한통속이 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이것은 그녀의 역린이나 마찬가지다. 예우림은 상대의 무시와 배척은 견딜 수 있어도 배신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그녀를 배신하면 죽어도 같이 죽는 것이다. 예우림의 기세에 잔뜩 풀이 죽은 예흥성은 하는 수 없이 말했다. “그래, 약속하지. 예흥찬의 집사는 이따가 쫓아낼 거야.”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이때 엄진우가 차분하게 말했다. “아까 눈에 보이길래 바로 해결했어요.” 순간 예우림은 그대로 얼어붙더니 엄진우를 빤히 쳐다봤다. 와, 역시 이 남자야. 예흥성 역시 잠시 멈칫하다가 얼굴에 경련을 일으켰다. “빨리! 예흥찬이 보낸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 “어르신! 머... 머리가 잘렸습니다.” 한 메이드가 사색이 되어 말했다. “네가 그자를 죽였어.” 예흥성은 완전히 멘붕이었다. 이젠 끝장이다. 예흥찬이 가장 신뢰하는 집사를 죽였다는 건, 두 집안이 완전히 등을 돌리게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감님,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겠죠?”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물었다. “예흥찬 그 교활한 늙은이가 대가리가 잘린 집사를 본다면, 과연 영감님의 말을 믿어 줄까요?” 예흥성은 어찌할 바를 몰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엄진우가 계속 말했다.“예 대표, 영감님이 성의가 없으시니 우리도 더는 여기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 가자.” “그래.” 예우림은 협조적으로 대답했다. “잠깐!” 그러자 예흥성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두 사람을 재빨리 막았다. “일단 우리 집에서 잠시 쉬게. 내가... 내가 바로 답을 줄 거야.”
예술품처럼 정교한 풍경은 순간 엄진우의 눈앞에 완전히 펼쳐졌다. 엄진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하체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상대의 모델 같은 몸매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운동 좋아하나 봐? 몸매 좋네.” 방에는 그 어떤 감시 장치나 도청 장치도 없었고 그녀의 실크 잠옷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여자의 목적은 무엇일까?엄진우는 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기도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어르린이 그쪽을 즐겁게 해드리라고 보냈어요. 걱정 마세요. 옆 방에 있는 예우림 씨는 아무것도 몰라요. 절대, 영원히 알 수 없어요.” 상대는 얼굴을 붉히며 쭈뼛거렸다. 그녀는 엄진우에게 다가가 온몸을 그의 가슴에 밀착한 채 가느다란 손으로 엄진우의 허벅지를 감쌌다. 그러자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홱 낚아챘는데 실수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스쳤다. “내 허락 없이 감히 함부로 행동해? 난 하반신으로만 생각하는 남자가 아니야. 위험한 행동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내 손에 어떻게 될지도 몰라.” 여자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엄진우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엄진우는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내가 여자를 못 죽인다고 생각해? 특히 이렇게 몸으로 달려드는 여자를?”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내가 북강에서 적을 죽이고 있을 때, 너 같은 아가씨는 어느 삼류 대학에서 애송이들과 어울려 다녔겠지.” 그녀는 숨이 멎을 것 같아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리고 숨이 거의 멎으려는 그때야 엄진우는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아 목을 감싼 채 연신 기침을 해댔다. 공포에 질린 사슴처럼, 그녀는 아까의 배짱과 방자함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엄진우는 몸을 숙이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예흥성 대체 뭐 하려는 수작이지?” “단지 저에게 당신을 기쁘게 해주라고 했어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라고 했을 뿐 다른 건 몰라요.
예정현은 흠칫 놀랐다. “엄진우 씨, 지금 저 놀리는 거 맞죠?” 예흥성을 대체한다고? 그 말은 그의 재산과 권력을 모두 그녀가 물려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엄진우는 웃음 속에 칼을 품으며 말했다. “농담처럼 들려?” 엄진우가 봤을 때, 예흥성의 행동은 극도로 무모한 짓이었다. 겉으로는 협력한다고 약속하더니 뒤에서는 감히 음모를 꾸며 엄진우와 예우림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다니. 이런 악의적인 사람과는 절대 오래 협력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협력 상대를 바꾸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만 괜찮다면 내가 짧은 시간 안에 당신에게 예흥성의 모든 것을 주겠다고 보장해 주지. 할래? 한마디만 해.” 엄진우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예정현의 마음속에는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앞의 남자로 인해 오랫동안 억눌렀던 불씨를 일으킬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지금처럼 예흥성의 꼭두각시로 살고 싶지 않았다.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를 불문하고, 그녀는 이 기회가 어쩌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저... 할 게요.” 예정현은 고개를 들고 엄진우의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는 예정현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는 그녀의 볼을 감싸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래야 서로 솔직해질 수 있지. 자, 그럼 무릎 꿇어. 일은 철저하게 해야 예흥성 그 영감을 제대로 속일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천천히 그를 삼켜버리는 거지.” 예정현은 당황 해서 안색이 붉어졌다. “그쪽도 꽤 음탕한 사람이네요.” 그러자 엄진우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사실 나 더는 못 참아. 그러니 반드시 제대로 당신을 혼내줘야겠어.” “그렇다면 원하시는 대로, 미친 듯이 절 혼내주세요.” 예정아는 순종적으로 무릎을 꿇더니 아름다운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 두 시간 뒤, 엄
이건 심리적인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엄진우는 다급히 말했다. “예 대표, 나 억울해. 아니, 나만큼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나오라고 해!” 아니, 내가 먼저 들이대서 잔 게 아니라 상대가 먼저 다가온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 그리고 내가 아무 여자나 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예우림은 쉽게 달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엄진우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엄진우는 그녀를 따라가 설명하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받지 못했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바로 최담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순간 엄진우는 심장이 철렁해 발걸음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분명 예강호의 행방을 알게 된 것이 틀림없다. 긴급한 상황에 엄진우는 예우림을 달래는 일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엄진우 님, 찾았어요. 예강호의 행적을 찾았어요.” 최담비는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중해 빌딩에 있는 9대 수진 가문 연합 본부에 있어요. 며칠 동안 함께 잠을 자며 얻어낸 정보예요. 절대 저 실망시키지 마세요.” 엄진우는 속이 떨려왔다. “걱정하지 마. 네 몫은 내가 충분히 챙겨줄게. 중해 빌딩에 드래곤 크루 사람들도 있어?” “없어요.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드래곤 크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상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엄진우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 그의 머릿속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게 진짜 문제라는 거야.” 그가 아는 드래곤 크루는, 특히 리더 시천민은 예강호를 미끼로 엄진우를 낚으려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중해 빌딩에는 반드시 그의 심복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담비가 확실하게 없다고 단언한 거로 보았을 때,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드래곤 크루의 사람들은 어딘가에 숨어 그가 덫에 걸리길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은 못 가. 자칫하면 예강호도 못 구하고 오히려 위치를 바꿀 수도 있어.”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정보를 수집하는
그제야 엄진우는 시선을 돌렸다. “켁켁, 미안. 내 동생 티셔츠와 똑같길래 잠시 넋을 잃었던 것뿐이에요.” 그러자 화끈한 몸매의 여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동생 이름이 뭐야?” “엄혜우, 난 혜우 오빠 엄진우.” 풉! 여자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엉덩이를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혜우야, 네 오빠가 찾아왔는데?” 이내 슬리퍼 소리가 들려왔다. 엄혜우는 하얀 곰돌이 반팔 티셔츠에 섹시한 핫팬츠를 입은 채 길고 하얀 다리를 뽐냈다. 그리고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머리를 묶은 그녀는 귀엽고 예뻤다. 엄예우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진짜 오빠야? 오빠가 여긴 어떻게 왔어?” 엄혜우는 두 팔을 벌려 엄진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 “보고 싶었어.” 엄진우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쩜 아직도 사춘기 소녀 같아? 너 이젠 어른이야.” 그때, 엄진우는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더니 헛기침을 해댔다. “혜우야, 너 설마 속옷 안 입었어?” “헤헷!” 엄혜우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이젠 알겠지? 나 소녀 아니야!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봐!” 엄혜우가 가슴을 쑥 내밀자 하얗고 얇은 티셔츠에는 선명한 검은 점 두 개가 솟아올랐다. 엄진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말했다. “너 이거 어디서 배운 못돼먹은 행동이야. 감히 오빠한테 까불고 있어!” “아파, 아프다고!” 엄혜우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배우긴 뭘 배워. 내가 뭐 어린앤가? 이런 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거야.” 옆에 있던 화끈한 몸매의 여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혜우 오빠, 신경 쓰지 마. 얘 평소에도 집에선 가슴 조인다고 속옷 안 입어.” “나 아직 발육 중이라 속옷이 다 작아졌어.” 엄혜우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순간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어이없네, 나한테 왜 그런 걸 얘기하지? 넌 내 동생이야! “나중에 네 새언니한테 골라달라고 할게. 그 여자가 이 방면은 전문이야.” 엄진우가
엄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오빠가 바람둥이라고? 그럴 리가! 우리 오빠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쉿!” 도나은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그녀에게 조용하라는 눈짓을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내가 요 몇 년간 스무 명도 넘는 남자들한테서 대시를 받은 경험으로 보았을 때 네 오빠도 대단한 바람둥이일 가능성이 커. 그리고 남자들 대부분이 그래.” 바람둥이 이야기가 나오자 도나은은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그런 바람둥이야. 혜우야, 너 오빠가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밤에 문 꽁꽁 잠가야 해. 나한테 뭔 짓이라도 하면 어떡해.” 엄혜우는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그래서 너 나랑 같이 자려고 했던 거였어? 하지만 그건 내가 장담해. 우리 오빠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새언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야. 진짜 이 세상 미모가 아니라고. 그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어떻게 다른 여자를 생각해?” 그러자 도나은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혜우야, 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어떤 남자들은 뼛속까지 음탕한 생각만 하고 있어. 그래서 집안의 꽃보다 들꽃에 더 매력을 느끼는 법이지. 집에 아무리 예쁜 아내가 있다고 해도 밖에 나가면 더러운 짓을 참지 못한다고. 아까 내가 문 열었을 때 네 오빠의 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날 벗기고 침대에 던진 후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눈빛이었어.” 그러자 엄혜우는 고개를 저으며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네 추측일 뿐이야. 모든 남자를 네 전남친처럼 생각하지 마. 네가 배신당했던 건 알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다 똑같은 건 아니잖아.” 그러자 도나은은 팔짱을 끼고 비웃으며 말했다. “혜우야, 넌 아직 경험이 너무 적어. 세상 물정을 몰라. 이러자. 나한테 네 오빠의 정체를 밝힐 좋은 방법이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바로 알게 될 거야. 만약 내 말이 맞았다면 앞으론 네 오빠와 거리 두는 거야. 반대로 내 말이 틀리면 내가 사과할게.”
“미안, 자리가 좁아서 다리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네?” 도나은은 이마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엄진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생각했다. 뭔 개소리야? 자리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내 쪽으로 다리를 올려? 게다가 이 향수, 머리 아파. 엄진우는 무심한 척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두 사람 집이니까 난 상관없어.” 엄진우의 말에 도나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꽤 착한 척하네? 하지만 괜찮아. 남자의 본성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그녀는 엄혜우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엄혜우는 맥주 여섯 병을 엄진우 앞에 놓고 병따개로 하나하나 따며 말했다. “오빠, 맥주나 마셔. 예전엔 내가 어리다고 같이 술 안 마셨잖아. 이젠 나도 성인이 됐으니까 우리 오늘 제대로 마셔보자. 취할 때까지.” 그러자 도나은도 맞장구를 쳤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마음이 넓다는 말도 있잖아. 진우 오빠, 나랑 같이 마셔. 오빠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데?” 그러자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술은 잘 못 마셔. 그러다 취할까 봐 걱정이네.” “괜찮아. 그냥 즐기면서 마시는 거잖아.” 엄진우의 대답에 도나은은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술을 잘 못 마셔? 생각보다 일이 더 쉬워지겠네. 그렇다면 나이트의 여왕이 한 수 가르쳐줘야겠어. 셋은 거의 안주도 먹지 않고 빠르게 잔을 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맥주 수십 병을 해치웠고 술에 약한 엄혜우는 이미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 마셔. 난 더는 못 마시겠어. 베란다에서 바람 좀 쐬고 올게.” 엄혜우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도나은은 몰래 미소를 지었다. 이젠 엄진우를 마음껏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엄진우도 안색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채 눈을 감고 숨을 돌렸다. 그러자 도나은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역시 남매라 그런가, 두 사람 모두 주량이 젬병이군.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당신에게 내 진가를 보여주지. 그녀는 일부러 어깨끈을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