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예우림이 여태 성안에 머무른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녀 혼자만의 힘으로는 예흥찬을 무너뜨리기 어렵지만 성안에 외부 지원을 얻을 수 있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그분이 널 도와줄 거라고 확신해?” 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예우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확신은 없어. 하지만 희망이 있는 한 난 시도해 볼 거야. 시도하지 않으면 완전히 불가능하니까.” 그 말에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예우림이 말했다. “그럼 차로 움직이자.” 그러자 엄진우는 다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 “우림아, 오늘은 지하철로 가는 건 어때?” 현재 성부와 9대 수진 가문, 그리고 드래곤 크루까지 모두 그의 행적을 쫓고 있는 중이다. 차로 이동하면 너무 눈에 띄기에 혹시라도 무도라곤 하나도 모르는 예우림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예우림은 잠시 망설이더니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너 또 무슨 사고라도 쳤어? 도둑질이라도 한 것처럼 잔뜩 겁먹은 표정이네. 뭐 그래도 홍의회를 혼자서 처리한 유명 인사니까, 지하철은 사람이 많아서 말만 조심하면 안전하긴 할 거야.” 예우림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이내 집을 나섰다. 비록 황덕진은 엄진우를 극도로 원망했지만 그렇다고 공공 자원을 모두 동원해 그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성안에서 가장 큰 인물은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은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 엄진우와 예우림은 간신히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갑자기 예우림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엄진우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뒤에 있는 노인 말이야. 자꾸 나한테 몸을 기대려고 해. 나 엉덩이에 자꾸 징그러운 것이 닿이는 것 같아.”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키가 크고 몸매가 좋은 예우림이 미니스커트까지 입고 있으니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몰래 쳐다보기만 할 뿐 감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 노인에 대한 배려심으로 겨우 화를 억누르고 따지지 않은 건데 오히려 한발 물러서니 더 대담하게 다가와 예우림의 옆에 앉으려고 하다니? 날 뭐로 보고. “젊은 총각, 내 말 안 들리나?” 그러자 상대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 “난 올해 예순이 넘어서 몸도 아프지 않은 구석이 없다네. 그런데 젊은 총각이 날 이렇게 서 있게 할 건가? 어른을 공경하라고 부모님이 안 가르쳤나?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싹퉁머리가 없어!” 노인의 말에 주변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젊고 건강한 사람이 왜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있어? 노인한테 양보해야지.” “어르신이 정중하게 부탁하셨는데도 저리 앉아만 있다니, 정말 예의가 없군.”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 젊은것들은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 사람들의 부정적인 목소리에 예우림의 얼굴은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엄진우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자리 양보하고 우리 그냥 서서 가자. 괜히 시끄러운 일 만들어서 뭐 해.” 하지만 엄진우는 미동도 하지 않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노인만 앉으라는 규정이 없어. 그리고 어른을 공경하는 건 미덕이지만 강제로 요구하는 건 성질이 달라. 이 자리는 내가 앉았으니 내가 내리기 전까진 내 자리야. 내가 앉고 싶으면 앉고, 양보하고 싶으면 양보하는 거지. 양보하면 호의고, 안 하면 내 권리야. 그러니 아무도 나한테 양보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어.” 게다가 상대는 일반 노인이 아니다. 엄진우의 여자를 추행하려는 더러운 노인이다. 내 여자를 추행하려고 나한테 자리를 양보하라고? 웃기는 소리. 다음 생에나 가능할 거야. 아니, 다음 생에도 절대 안 되지. 엄진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은 바로 소리를 치며 말했다. “다들 보시게! 여기 이 키가 180센티는 훌쩍 넘는 젊은이가 예순이 넘는 날 무시하고 욕까지 한다네. 아니, 어찌 노인에게 이런단 말인가!
사람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두 명의 직원은 바로 안색을 찌푸리며 태도를 바꿨다. “아니, 퍼런 대낮에 노인을 괴롭힌다고요? 이게 지금 무슨 짓이죠?” “젊은 사람이 왜 노인과 자리를 다퉈요?” 그러자 엄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여긴 내 자리니까요.” “됐어! 완전 또라이네. 요즘 어린 것들은 정말 질서가 없어.” 두 직원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 노인 어디 계시죠?” 시선을 따라가던 그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변했다. “어르신!” 이게 어디 평범한 노인인가? 이 사람은 성안 지하철 회사 부사장, 여 사장의 아버지다. 지하철 회사는 엄연한 국유기업으로 부사장이라는 직위는 아주 높은 자리였다. 두 사람은 바로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연세도 많으신데 왜 집에 좋은 차는 안 타고 지하철을 타신 거죠?” “흠흠.” 정체가 드러난 노인은 가식적으로 대답했다. “난 그냥 북적한 것이 좋아. 특히 지하철은 사람 냄새가 나서 좋지. 집에 차가 많다고 내가 지하철을 못 이용하나?” 사실 지하철에는 스타킹을 신은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건 여씨 어르신의 취미 생활이다. 특히 여름이 되면 여자들은 땀을 흘려 얇은 속옷이 종종 비치기도 했는데 여씨 어르신은 그 모습을 보려고 종종 지하철을 이용했다. 섹시함은 여씨 어르신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아니요, 당연히 그 말이 아니죠. 어르신은 퇴직 공무원이시니 지하철 공짜로 탈 수도 있으시잖아요.” 두 직원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상황이죠?” 여씨 어르신은 거만하게 팔짱을 낀 채 눈을 반쯤 감으며 엄진우를 바라봤다. “내가 저 자리에 앉고 싶다고 했는데 저놈은 나에게 모욕을 줬어.” “아니, 그럴 리가요!” 두 직원은 버럭 화를 내며 엄진우를 향해 호통을 쳤다. “어른을 공경하라고 못 배웠어? 키도 큰 사람이 어르신과 자리를 다투다니, 그러다 당신 천벌 받아!” “명령이야. 당장 자리 비워!” 그러자 엄진우는 고개를 쳐들고
하지만 사람들의 예우림의 말을 그저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두 여자는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들고 웃었다. “흥. 그래도 남자 친구라고 편은 드네.” “예쁘고 섹시하다고 모든 남자가 당신 주위를 맴돈다고 생각해?” “노인에게 그런 모욕을 주는 건 도가 지나친 거야. 이분 연세를 봐! 그런데 흥미가 있겠어?” “저 남자 갑부야? 역시 겉모습만 봐서는 몰라. 저 여자 보아하니 깨끗한 여자는 아닌 것 같아.” 두 여자는 악의 가득한 표정으로 예우림을 조롱하며 웃었다. 워낙 그녀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상대가 성안 지하철 회사 부사장의 아버지라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 기회에 여씨 어르신에게 눈도장을 찍는다면 그녀들도 신분이 상승할 테지? 예우림은 쌀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창해시 지성그룹 대표 예우림이에요. 인터넷 검색하면 내 이름 바로 나와요. 그런데 내가 돈 많은 남자를 가릴 더러운 여자로 보인다고요?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죠?” 예우림의 말에 두 여자는 바로 안색이 굳어지더니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다. 사실이다! 해외파 박사, 상장 회사의 대표, 그리고 상업계의 미녀. 거의 모든 평범한 여자들이 꿈꾸는 타이틀을 그녀는 전부 소유하고 있었다. 겨우 스물여덟의 나이에 모든 것을 이뤘다니. 하지만 두 여자는 그저 평범한 중졸 학력에 겨우 200만 원의 월급으로 생활하는 볼품없는 여자들이었다. 두 여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거렸는데 말투도 180도 변해버렸다. “우... 우린 그저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에서 말한 거예요. 보기 안쓰럽잖아요!” 그러고는 곧바로 화살을 엄진우에게 돌렸다. “찌질한 남자네! 잘생긴 얼굴 하나 믿고 부자 여친을 사귄다고 잘난 척하는 거야?”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인간이 당신 같은 인간이야.” “먹고 사는 것만 아는 기생충 같은 놈. 쓸모도 없고 인간성도 없어! 당신 그러다 부자 여친한테 언젠가는 차여!” 두 여자는 엄진우를 향해 화풀이를 했
엄진우의 말에 지하철 내부는 순간 소란스러워졌다. 예우림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엄진우를 멍하니 바라봤다. “거짓말이라고?”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워낙 소심해서 자리를 양보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거짓말했어요.” 여씨 어르신도 잠시 멍해졌다. 예우림이 신분을 밝히고 여씨 어르신은 자기 명성도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진우가 이렇게 말해주니 금세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여씨 어르신은 엄진우가 지하철 회사 부사장이라는 아들을 가진 자기 신분에 겁을 먹고 물러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대단한 회사 대표라고 해도 성안에서 살아남으려면 그에게 잘 보여야 한다. 성안은 호랑이라도 잠자코 있어야 하는 곳이다. 게다가 엄진우 같은 회사 대표는 널리고 널렸다. 예우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진우, 당신 왜 그래?” 엄진우의 말 한마디에 예우림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대표님, 제가 잘못한 게 맞으니 굳이 변명할 필요 없어요. 이 일은 전적으로 제 잘못 맞아요.” 그 말에 주변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뭔 반전이 이렇게 빨라? 영화도 이 정도는 아니겠네.” “자산 20억의 젊은 대표고 7년 동안 북강을 지킨 군인이라더니, 수준 떨어지네.” “오늘 진짜 재밌는 구경거리를 만났어. 저 상장 회사의 대표라는 여자도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결국 다 거짓말이네?” 사람들은 침을 튀겨가며 말하기 시작했고 엄진우와 예우림은 모든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두 여자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까 당했던 설움을 되갚으려고 했다. “당당하게 말하더니 결국 노인과 자리를 다투는 싹퉁머리였잖아!” “예의와 교양은 지위나 재력, 그리고 학력과는 상관없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네. 이런 건 타고나는 거지.” 화가 난 예우림은 일그러진 안색으로 엄진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 뭐 잘못 먹었어? 왜 거짓말해? 너 분명 봤잖아
“엄진우!” 그 말에 제대로 화가 난 예우림은 손을 들어 엄진우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엄진우의 얼굴에 그녀의 손바닥이 고스란히 닿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너 미쳤어?” 예우림은 더는 그를 상대하기 싫어서 다시 자리에 앉아 엄진우에게 등을 돌렸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두 여자는 입을 가리고 비웃었다. “여자 친구도 더는 못 봐주겠나 봐. 저 남자 진짜 구제 불능이야.” 하지만 엄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씨 어르신에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신경 쓰지 마세요. 여자는 워낙 감성적인 동물이라 이따가 제가 잘 달래면 돼요.” 여씨 어르신은 여전히 예우림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음흉한 눈빛을 보냈다. “참으로 경국지색의 요물이로군. 젊은 총각 운도 좋아. 나였다면 하루에 열 번이라도 죽는 게 아깝지 않았을 거네.” 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르신의 양아들이 되면 저 여자는 어르신의 며느리가 되는 거죠.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위해 애쓰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그러자 여씨 어르신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게 사실인가?” “물론이죠.”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댁으로 데리고 갈게요. 며느리로서 가끔 시아버지도 모셔야죠.” “생각지도 못했는데, 자네 아주 속도 깊군.” 여씨 어르신은 크게 기뻐하며 엄진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다면 빨리 무릎 꿇고 절부터 올리게. 걱정 마, 내가 자네를 양아들로 삼으면 좋은 일이 끊기지 않을 거야. 내 아들이 자네의 일을 많이 도울 테니 자네는 앞으로 꽃길만 걸으면 돼.” 엄진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 양아들 바로 큰절 올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엄진우는 바로 무릎을 굽히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두 직원은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처음엔 우릴 뭐라고 하더니 결국 제일 개처럼 보
여씨 어르신은 미친 것처럼 엄진우에게 달려들었지만 엄진우는 가볍게 피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자꾸만 바뀌는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휴대폰으로 도촬 많이 했잖아. 그렇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여씨 어르신은 잔뜩 당황해서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휴대폰 이리 줘! 여기 좀 보세요! 이놈이 이 늙은이의 휴대폰을 빼앗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더는 여씨 어르신의 편을 들려고 하지 않았고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때 엄진우는 여씨 어르신의 휴대폰 갤러리를 열어 모두에게 내밀었다. 순간 사람들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했다. 그곳에는 여자들의 은밀한 사진이 가득했다. 가슴, 허벅지, 엉덩이, 허리, 얼굴... 브이넥 나시, 검은 스타킹, 미니스커트, 레이스 속옷... 여러 젊은 여성들을 스토킹하며 찍은 영상도 있었다. 심지어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도촬한 영상도 있었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큰 충격을 받았다. 순간 여씨 어르신에 대한 동정심은 사라지고 혐오와 반감만 남았다. 특히 여자들은 눈을 가리고 그 더러운 장면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동안 여씨 어르신을 변호했던 두 여자는 사진을 확인하다가 자기들도 도촬당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속옷 색깔까지 다 보였다. “꺅! 변태! 이 늙은 변태야!” 두 여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여씨 어르신의 뺨을 연속으로 때렸다. 찰싹! 찰싹! 뺨을 맞은 여씨 어르신은 눈앞이 노래지며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나한테 잘 보이려던 거 아니었나? 내 아들은...” “당신 아들이 누구든 상관없어! 변태 영감 같으니라고.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 두 여자는 화를 참지 못한 채 여씨 어르신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노인을 공경하는 건 미덕이 맞지만 더럽게 늙은 노인은 공경할 가치가 없어.” 늙은 악당도 악당이고 때려야 할 사람은 때려야 한다. 예우림은 잔뜩 당황한 채 자리
두 사람은 깜짝 놀라며 주저했다. “설명이라고요? 어떤 걸... 원하시는지?” “지하철에서 그렇게 많은 사진과 영상을 도촬했으니 증거는 명백해요. 공공 안전을 위협하고 소란을 피운 죄로 적어도 열흘 정도는 유치장에서 지내야 하지 않겠어요?” 예우림은 싸늘하게 말했다. 상장 기업의 대표로 그녀는 이 정도 법률 지식에는 익숙하다. 그러자 사람들도 다 함께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다들 증언할 수 있어요!” 군중의 눈은 밝다. 인증과 물증이 다 있으니 아무리 국유기업 부사장 아들을 두었어도 다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하철 상관 부서에서 공정하게 처리할 겁니다.” 두 여자는 아직도 화가 내려가지 않았다. “만약 당신들 저 영감탱이 편들면 우린 당신들 싹 다 고소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반드시 공정하게 처리할게요.” 두 사람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인 후 여씨 어르신을 끌고 갔다. 하지만 휴게실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은 여씨 어르신을 가죽 소파에 앉혔다. “어르신,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히 앉으세요.” “천박한 사람들이 감히 여 사장님 덕에 밥 먹고 사는 우리에게 어르신을 처리하라고 하다니.”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웃기시네, 상사의 아버지를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그러자 여씨 어르신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아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두 사람 아주 태도가 좋군. 걱정하지 마. 돌아가서 내 아들에게 잘 말하면 바로 직급도 올려주고 여자가 많은 부서로 조정해 줄 거야.” 그러자 두 직원은 재빨리 허리를 굽신거리며 웃었다. “어르신만 믿겠습니다.” “어르신은 꼭 제 아버지 같으십니다. 아니, 제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 같으십니다.” 그러자 여씨 어르신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버지를 언급하니 갑자기 아까 그 엄진우라고 하는 녀석이 떠올라 기분이 불쾌하군.” 엄진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