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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

노인에 대한 배려심으로 겨우 화를 억누르고 따지지 않은 건데 오히려 한발 물러서니 더 대담하게 다가와 예우림의 옆에 앉으려고 하다니?

날 뭐로 보고.

“젊은 총각, 내 말 안 들리나?”

그러자 상대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

“난 올해 예순이 넘어서 몸도 아프지 않은 구석이 없다네. 그런데 젊은 총각이 날 이렇게 서 있게 할 건가? 어른을 공경하라고 부모님이 안 가르쳤나?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싹퉁머리가 없어!”

노인의 말에 주변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젊고 건강한 사람이 왜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있어? 노인한테 양보해야지.”

“어르신이 정중하게 부탁하셨는데도 저리 앉아만 있다니, 정말 예의가 없군.”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 젊은것들은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

사람들의 부정적인 목소리에 예우림의 얼굴은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엄진우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자리 양보하고 우리 그냥 서서 가자. 괜히 시끄러운 일 만들어서 뭐 해.”

하지만 엄진우는 미동도 하지 않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노인만 앉으라는 규정이 없어. 그리고 어른을 공경하는 건 미덕이지만 강제로 요구하는 건 성질이 달라. 이 자리는 내가 앉았으니 내가 내리기 전까진 내 자리야. 내가 앉고 싶으면 앉고, 양보하고 싶으면 양보하는 거지. 양보하면 호의고, 안 하면 내 권리야. 그러니 아무도 나한테 양보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어.”

게다가 상대는 일반 노인이 아니다. 엄진우의 여자를 추행하려는 더러운 노인이다.

내 여자를 추행하려고 나한테 자리를 양보하라고? 웃기는 소리.

다음 생에나 가능할 거야.

아니, 다음 생에도 절대 안 되지.

엄진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은 바로 소리를 치며 말했다.

“다들 보시게! 여기 이 키가 180센티는 훌쩍 넘는 젊은이가 예순이 넘는 날 무시하고 욕까지 한다네. 아니, 어찌 노인에게 이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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