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의 말에 지하철 내부는 순간 소란스러워졌다. 예우림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엄진우를 멍하니 바라봤다. “거짓말이라고?”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워낙 소심해서 자리를 양보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거짓말했어요.” 여씨 어르신도 잠시 멍해졌다. 예우림이 신분을 밝히고 여씨 어르신은 자기 명성도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진우가 이렇게 말해주니 금세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여씨 어르신은 엄진우가 지하철 회사 부사장이라는 아들을 가진 자기 신분에 겁을 먹고 물러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대단한 회사 대표라고 해도 성안에서 살아남으려면 그에게 잘 보여야 한다. 성안은 호랑이라도 잠자코 있어야 하는 곳이다. 게다가 엄진우 같은 회사 대표는 널리고 널렸다. 예우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진우, 당신 왜 그래?” 엄진우의 말 한마디에 예우림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대표님, 제가 잘못한 게 맞으니 굳이 변명할 필요 없어요. 이 일은 전적으로 제 잘못 맞아요.” 그 말에 주변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뭔 반전이 이렇게 빨라? 영화도 이 정도는 아니겠네.” “자산 20억의 젊은 대표고 7년 동안 북강을 지킨 군인이라더니, 수준 떨어지네.” “오늘 진짜 재밌는 구경거리를 만났어. 저 상장 회사의 대표라는 여자도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결국 다 거짓말이네?” 사람들은 침을 튀겨가며 말하기 시작했고 엄진우와 예우림은 모든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두 여자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까 당했던 설움을 되갚으려고 했다. “당당하게 말하더니 결국 노인과 자리를 다투는 싹퉁머리였잖아!” “예의와 교양은 지위나 재력, 그리고 학력과는 상관없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네. 이런 건 타고나는 거지.” 화가 난 예우림은 일그러진 안색으로 엄진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 뭐 잘못 먹었어? 왜 거짓말해? 너 분명 봤잖아
“엄진우!” 그 말에 제대로 화가 난 예우림은 손을 들어 엄진우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엄진우의 얼굴에 그녀의 손바닥이 고스란히 닿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너 미쳤어?” 예우림은 더는 그를 상대하기 싫어서 다시 자리에 앉아 엄진우에게 등을 돌렸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두 여자는 입을 가리고 비웃었다. “여자 친구도 더는 못 봐주겠나 봐. 저 남자 진짜 구제 불능이야.” 하지만 엄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씨 어르신에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신경 쓰지 마세요. 여자는 워낙 감성적인 동물이라 이따가 제가 잘 달래면 돼요.” 여씨 어르신은 여전히 예우림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음흉한 눈빛을 보냈다. “참으로 경국지색의 요물이로군. 젊은 총각 운도 좋아. 나였다면 하루에 열 번이라도 죽는 게 아깝지 않았을 거네.” 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르신의 양아들이 되면 저 여자는 어르신의 며느리가 되는 거죠.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위해 애쓰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그러자 여씨 어르신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게 사실인가?” “물론이죠.”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댁으로 데리고 갈게요. 며느리로서 가끔 시아버지도 모셔야죠.” “생각지도 못했는데, 자네 아주 속도 깊군.” 여씨 어르신은 크게 기뻐하며 엄진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다면 빨리 무릎 꿇고 절부터 올리게. 걱정 마, 내가 자네를 양아들로 삼으면 좋은 일이 끊기지 않을 거야. 내 아들이 자네의 일을 많이 도울 테니 자네는 앞으로 꽃길만 걸으면 돼.” 엄진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 양아들 바로 큰절 올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엄진우는 바로 무릎을 굽히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두 직원은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처음엔 우릴 뭐라고 하더니 결국 제일 개처럼 보
여씨 어르신은 미친 것처럼 엄진우에게 달려들었지만 엄진우는 가볍게 피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자꾸만 바뀌는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휴대폰으로 도촬 많이 했잖아. 그렇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여씨 어르신은 잔뜩 당황해서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휴대폰 이리 줘! 여기 좀 보세요! 이놈이 이 늙은이의 휴대폰을 빼앗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더는 여씨 어르신의 편을 들려고 하지 않았고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때 엄진우는 여씨 어르신의 휴대폰 갤러리를 열어 모두에게 내밀었다. 순간 사람들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했다. 그곳에는 여자들의 은밀한 사진이 가득했다. 가슴, 허벅지, 엉덩이, 허리, 얼굴... 브이넥 나시, 검은 스타킹, 미니스커트, 레이스 속옷... 여러 젊은 여성들을 스토킹하며 찍은 영상도 있었다. 심지어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도촬한 영상도 있었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큰 충격을 받았다. 순간 여씨 어르신에 대한 동정심은 사라지고 혐오와 반감만 남았다. 특히 여자들은 눈을 가리고 그 더러운 장면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동안 여씨 어르신을 변호했던 두 여자는 사진을 확인하다가 자기들도 도촬당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속옷 색깔까지 다 보였다. “꺅! 변태! 이 늙은 변태야!” 두 여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여씨 어르신의 뺨을 연속으로 때렸다. 찰싹! 찰싹! 뺨을 맞은 여씨 어르신은 눈앞이 노래지며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나한테 잘 보이려던 거 아니었나? 내 아들은...” “당신 아들이 누구든 상관없어! 변태 영감 같으니라고.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 두 여자는 화를 참지 못한 채 여씨 어르신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노인을 공경하는 건 미덕이 맞지만 더럽게 늙은 노인은 공경할 가치가 없어.” 늙은 악당도 악당이고 때려야 할 사람은 때려야 한다. 예우림은 잔뜩 당황한 채 자리
두 사람은 깜짝 놀라며 주저했다. “설명이라고요? 어떤 걸... 원하시는지?” “지하철에서 그렇게 많은 사진과 영상을 도촬했으니 증거는 명백해요. 공공 안전을 위협하고 소란을 피운 죄로 적어도 열흘 정도는 유치장에서 지내야 하지 않겠어요?” 예우림은 싸늘하게 말했다. 상장 기업의 대표로 그녀는 이 정도 법률 지식에는 익숙하다. 그러자 사람들도 다 함께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다들 증언할 수 있어요!” 군중의 눈은 밝다. 인증과 물증이 다 있으니 아무리 국유기업 부사장 아들을 두었어도 다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하철 상관 부서에서 공정하게 처리할 겁니다.” 두 여자는 아직도 화가 내려가지 않았다. “만약 당신들 저 영감탱이 편들면 우린 당신들 싹 다 고소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반드시 공정하게 처리할게요.” 두 사람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인 후 여씨 어르신을 끌고 갔다. 하지만 휴게실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은 여씨 어르신을 가죽 소파에 앉혔다. “어르신,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히 앉으세요.” “천박한 사람들이 감히 여 사장님 덕에 밥 먹고 사는 우리에게 어르신을 처리하라고 하다니.”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웃기시네, 상사의 아버지를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그러자 여씨 어르신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아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두 사람 아주 태도가 좋군. 걱정하지 마. 돌아가서 내 아들에게 잘 말하면 바로 직급도 올려주고 여자가 많은 부서로 조정해 줄 거야.” 그러자 두 직원은 재빨리 허리를 굽신거리며 웃었다. “어르신만 믿겠습니다.” “어르신은 꼭 제 아버지 같으십니다. 아니, 제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 같으십니다.” 그러자 여씨 어르신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버지를 언급하니 갑자기 아까 그 엄진우라고 하는 녀석이 떠올라 기분이 불쾌하군.” 엄진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었고
“이 일을 끝내면 평소 받던 돈의 세 배를 주겠다.” 여씨 어르신은 대범하게 가격을 불렀다. 그러자 빅노이즈 영호는 담배를 피우며 크게 웃었다. “뭐? 평소엔 지하철의 건달들을 처리해달라고 하더니 이젠 사람을 패고 납치하라고? 어이, 영감. 관상이 아주 음흉한 것이 설마 변태야?” 그러자 두 직원이 다급히 말했다. “영호 형님, 이분은 우리 성안 지하철 회사 부사장님의 아버지세요.” “아, 태황제님이시구먼.” 영호는 눈을 크게 뜨고 비웃었다. “좋아. 돈 때문에라도 일은 받겠다만 돈은 다섯 배를 줘야 할 거야. 그리고 만약 인명사고가 나면 그 돈은 별도로 받을 테니까 미리 알아두도록.” “다섯 배요? 그건 너무한데요.” 두 직원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영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나쁜 짓을 시키면서 고작 세 배만 준다고? 됐어. 안 해!” “문제없어!” 이때 여씨 어르신이 쿨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돈은 부족하지 않으니 이 정도는 껌값이다. 그러자 영호는 바로 태도를 바꾸어 공손하게 굴었다. “아, 역시 태황제라 그런가 손이 아주 크시군요. 두 사람 누굽니까? 사진이라도 보여주세요!” “두 사람 기본 정보가 지하철 상관 부문에 입력되었으니 바로 가져와.” 여씨 어르신이 두 직원에게 명령하자 1분도 안 돼서 두 사람의 사진이 영호의 손에 들어왔다. 영호는 사진을 힐끗 보더니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 두 사람 맞아요? 남자는 어떻게 할까요? 여자는 어떻게 잡아 오길 원하세요” 여씨 어르신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는 벽돌로 뒤통수를 날려버려. 피 터지게 날려줘야 해. 이건 당신들 전문 아닌가? 그리고 여자는 기절시킨 후 눈을 가려서 나한테 데려와. 다치면 절대 안 돼. 내 특별한 취미에 기스가 생기면 안 되니까. 한밤중에 그년을 제대로 맛보다가 보내줄 생각이야.” 그러자 영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데 아주 방탕한 걸 즐기시네요? 남자는 벽돌로 뒤통수를 날려버리면
“너무 우스워서 눈물이 다 나옵니다. 하하하하!” 영호는 배를 끌어안고 크게 웃었다. 그러자 두 직원과 여씨 어르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눈앞의 상황에 제대로 충격을 받았다. 잘못 들은 게 아니지? 빅노이즈 영호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엄진우라고? 게다가 엄진우 님이라고 부른다고? 그들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여씨 어르신은 너무 놀라 모골이 송연해졌다. “멍청한 것들.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해? 엄진우 편을 부르면 어떡해!” 두 직원은 사색이 되어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이 구역에서 가장 세력이 강하고 성안 사대 지하 대부로 불리는 빅노이즈 영호 형님이 그 촌뜨기와 아는 사이일 줄 저희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러자 여씨 어르신은 영호를 향해 유혹적인 제안을 건넸다. “영호라고 했나? 내가 열 배의 보상을 주도록 하지. 엄진우의 목숨을 가져와. 아무리 아는 사이라고 해도 돈보다 더 좋은 게 어딨어? 너희들처럼 칼날의 피를 핥는 자들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하는 거 아니야?” 영호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안색이 일그러졌다. “이 영감... 아주 재밌네. 하하하하하! 아직도 돈으로 날 사고 싶어? 영감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고 있군.” 그는 손으로 담뱃불을 끄더니 부하들을 향해 손짓했다. “얘들아, 일 하자.” 그러자 몇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말없이 달려들더니 손에 든 벽돌을 두 직원의 얼굴을 향해 세게 던졌다. 순간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두 직원은 얼굴을 감싼 채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고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여씨 어르신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심장이 철렁해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몰래 휴게실을 빠져나가려는데 영호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엄진우 님이 나더러 알아서 하라고 하셨어.” 영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악하게 웃었다. “그래서 내 생각엔... 당신들을 싹 다 지옥으로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사과할게. 돈을... 돈을 원한다면 얼
예우림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파렴치한 놈!”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파렴치하지 않다고 말한 적 있나?”예우림은 말문이 막혔다.예전엔 그래도 내가 두려워서 함부로 손대지 못하더니 조금 친해진 후로 내 냉정한 겉모습이 무너져버렸어!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때 이 남자 앞에서 울지 않았을 텐데...“말하기 싫으면 됐어. 나도 이런 귀찮은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예우림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 좀 자제해! 이제 곧 친척 할아버지 댁에 도착할 거야. 행동 조심해!”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모든 건 예 대표의 지시에 따를게!”5분 후.다시 생기발랄해진 예우림은 화장실에서 나와 엄진우와 함께 차를 타고 몇 킬로미터를 더 이동하여 마침내 시 외곽 가장자리에 있는 고풍스러운 저택에 도착했다.엄진우는 의아해하며 말했다.“너희 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이런 클래식한 스타일의 건축물을 좋아해? 모두 문학적인 취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예우림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조용해!”말을 마치고 문 앞에 다가가 예의를 갖추어 문을 두드리자 곧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예씨 가문 예우림입니다. 작은할아버지를 방문하러 왔어요! 어제 작은 할아버지께 미리 말씀드렸어요!”예우림은 당당하게 말했다.문이 열리며 몇 명의 메이드가 나와 문 앞의 먼지를 빗자루로 청소했다!그러고는 문턱 아래에 화로를 놓았다!“어젯밤 어르신께서 지시하셨어요! 예우림 씨, 신발을 벗고 이 화로를 건너세요!”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뜻이죠? 우리는 손님으로 온 건데, 이건 손님을 대접하는 방법 같지 않은데요.?”예우림은 급히 그를 꾸짖었다.“엄진우, 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마! 작은할아버지는 도교 충신자야. 이건 작은할아버지가 정한 규칙일 뿐, 우리한테만 그러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순종했다.신발을 벗고 화로를 넘어서자 메이드들은 그들을 황화리 가구와 명나라 선덕 도자기, 왕우
이 말을 들은 예우림은 깜짝 놀라서 거의 차를 뿜어낼 뻔했다!50그램에 2억이라고?작은할아버지는 정말 돈을 아낌없이 쓰는구나!맛은 별로지만 희소성 때문에 부자들은 이런 희귀한 것을 사는 걸 좋아한다.하지만 옆에 있던 엄진우는 차를 뱉어버리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엉터리 차야? 만 원짜리 녹차보다도 맛없네! 이게 2억이라고? 이건 분명 멍청 비용이지!”예우림은 갑자기 손이 떨렸다. 한편 예흥성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할아버지 신경 쓰지 마세요! 제 남자 친구는 군인 출신이라 싸구려 음식을 먹는 데 익숙해서 섬세한 것들을 감별할 줄 몰라요.”예우림은 급히 일어나서 설명했다.예흥성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가 그렇다고 따지기라도 하겠어?”예우림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할아버지의 관대함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번에 온 이유는 할아버지를 뵙는 것 외에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네가 왜 왔는지 알고 있어.”예흥성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더니 차갑게 말했다.“너희 찻잔 아래에 수표가 하나 있어.”찻잔을 옮겨 보니 정말로 수표가 있었다!3억!“돈은 너희한테 주는 거야. 이 찻잔도 가져가고. 보리자 차도 준비했어. 선물로 줄게.”예흥성은 가증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후배를 아끼는 마음에서 주는 것이니.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예우림은 멍해졌다.엄진우는 비웃으며 말했다.“처음부터 우리와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군요. 비싼 차로 우리의 입을 막으려 하다니요! 금융업 종사자답게 정말 교묘한 전략이군요!”그는 찻잔 아래에 있는 수표를 보고 일부러 시비를 걸어 상대방의 본심을 드러내게 하려고 했다!그러자 예흥성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엄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비록 내가 창해시에 있지는 않지만 예씨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은 조금은 들었어. 예우림, 너 능력 있는 남자를 찾았구나! 만약 성안에 남아서 열심히 일한다면 그룹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거고 미래가 창창할 거야! 하지만 예흥찬을 쓰러뜨리고 자리를 차지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