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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다 밀어버렸다고요?”

상대의 말에 하수희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더 심한 건 상대는 엄비왕의 유골을 지반으로 삼아 풍수를 바꿨다고 한다.

이건 분명 고인에 대한 모욕이다.

“어떻게 이래! 죽은 사람을 욕보이다니! 이건 너무 하잖아!”

화가 난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마!”

엄진우는 빠르게 달려가 하수희를 부축하고 진기를 주입했는데 그제야 하수희의 심맥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진우야, 네 아빠가... 네 아빠가 사라졌어.”

하수희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아니! 사라지지 않았어!”

엄진우는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하수희를 이끌고 휴양지로 들어갔다.

입구의 경비원은 원래 막으려고 했지만 엄진우의 싸늘한 눈빛에 그대로 겁에 질렸다.

“저거 만만한 놈 아니야. 그냥 내버려둬.”

“그러니까. 어차피 묘비는 이미 다 사라졌는데 제까짓 게 뭐 어쩌겠어?”

몇 사람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곤거리다가 두 사람을 경멸하듯 힐끗 쳐다보더니 더는 상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엄진우는 갑자기 광활한 지대에 이르러 손가락을 꼽으며 천천히 말했다.

“틀림없어. 여기가 바로 아버지를 묻었던 곳이야. 아버지가 재가 되더라도 난 이곳을 똑똑히 기억해.”

말을 끝낸 엄진우는 털썩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아들 엄진우 왔어요! 이 아들이 못나서 아버지 묘비를 지키지 못했으니 올해는 여기서 제사 지내드릴게요!

엄마가 평소에 자주 보러오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마세요. 엄마가 밤낮으로 돈 벌어오지 않았더라면 엄마랑 나 이미 거리를 떠돌다 굶어 죽었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아주 잘 지내요.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고 혜우도 대학생이 되었고 나도 예쁜 여자와 결혼했어요. 비록 고분고분한 성격은 아니지만요, 제가 잘 길들여 볼 게요.

하늘에서 우리 가족에게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고 재난이 없도록 지켜주세요. 그리고 우리 엄마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엄진우는 정중하게 큰 절을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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