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렇게 대단해? 그렇게 대단하다면 어디 우리도 다 죽여보든가!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특히 노인의 가족들은 모두 미친개처럼 울부짖으며 목숨을 걸어서라도 엄진우와 한판 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침을 튀기며 두 사람을 비난했다. 하수희는 난감한 표정으로 설명하려고 했지만 이는 설명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엄진우는 천천히 노인에게 다가가 바닥에 쓰러진 노인을 바라보며 허리를 살짝 굽혔다. 그러자 팔면불이 대뜸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영감님이 쓰러지셨는데 아직도 부족해? 더 해치고 싶어?” 그러자 상대 가족들은 주먹을 꽉 쥔 채 엄진우 앞을 가로막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짐승 같은 놈. 아직도 부족해? 아직도 우리 아버지를 욕보일 셈이야? 우리 아버지를 건드리겠다면 날 밟고 지나가!”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쯧쯧. 두 재수탱이를 만나서 정말 재수 옴 붙었네.” “이건 천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야. 일면식도 없는 어르신을 이렇게 해치다니.” “주먹이 강하다고 일리가 있는 세상이 아니야. 이런 사람은 그냥 악질인 거지!” 그 모습에 팔면불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보아하니 예강호가 오기도 전에 엄진우는 사람들의 질타 속에 파묻히게 될 것이다. “엄진우, 나뿐만 아니라 다들 네가 재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해. 그렇다고 네가 여기서 수천 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팔면불은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경고하는데, 양심이 있다면 당장 여기서 꺼져! 그렇지 않으면 이 창해시에 더는 네가 숨 쉴 공간은 없어.” 이 휴양지에 올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사회적으로 명성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건드린다면 엄진우 일가는 절대 무사치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이 사람들 중에 어쩌면 무도를 아는 강자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팔면불의 조작으로 하수희는 머리가 어지러워져 잔뜩 풀이 죽었다. “진우야. 우리 그냥 가
“이곳은 원래 광산이었고 아직 지하에는 많은 중금속 오염 가스가 남아있죠. 이 가스를 사람이 흡입하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심하면 쇼크성 사망까지 유발할 수 있어요.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탐지 장비를 가져와서 검사해 보시던가요.” 엄진우의 말에 순간 장내가 들끓기 시작했다. “뭐? 그러니까 불길한 것이 아닌 유해가스 때문에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거야?” “엿 같은 휴양지군. 분명 청수와 푸른 산이자 풍수적 황금지라고 소개하더니 알고 보니 오염지구를 개조한 거였어!” “그것도 모자라 세치혀를 놀려 하마터면 좋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뻔했어.” 순간 사람들은 화살을 팔면불에 돌렸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팔면불을 폭행하려고 했다. 다행히 부하 경비원들이 막아섰기에 말이지 아니면 팔면불은 오늘 반드시 뭇매를 막고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사장님! 피하세요!” 검은 옷의 경호원들이 허겁지겁 팔면불 앞을 막아섰고 팔면불도 적잖이 당황했다. 이건 그가 예상한 흐름과 완전히 다르다. 이 해프닝을 기회로 여론을 엄진우에게로 돌리려고 했는데 결국 화를 자초하게 되었다. 이제 관광지의 모든 사람이 이 휴양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사장님! 예강호 님이 오셨습니다!” 아찔한 순간, 예강호를 찾으러 갔던 부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왔다. “잘 됐다! 타이밍이 아주 꼭 맞아!” 팔면불은 순간 구원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환희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예강호만 오면 반드시 모두를 진압할 수 있어.” 이때 예강호가 가운을 입은 채 어두운 안색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팔면불, 누군가 이 예강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지?” “맞아요, 예강호 님! 아주 기고만장해서 예강호 님의 가족에게까지 저주를 퍼부었다니까요. 뭐라더라, 강남 제일 폭도는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고 막말을 씨불였어요!” 팔면불은 활짝 웃으며 살살 부채질을 해댔다. 예강호의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자식 어딨어? 당장 나오
두 사람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 팔면불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대로 얼어붙었다. 두 사람이 아는 사이였어? 예강호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누가 팔면불의 휴양지를 휘젓고 다니나 했더니! 역시 진우 너 정도는 돼야 할 수 있지.” 엄진우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형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무슨 일 생겼어요?” “별거 아니야. 어떤 짜글이 같은 새끼가 감히 진우 너와 나 사이에서 이간질하려고 했어.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 예강호는 마치 병아리를 잡듯 팔면불을 번쩍 들어 올리고 사납게 말했다. “너, 나와 진우가 생사를 함께 한 사이라는 거 몰랐지?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이 예강호가 그렇게 우스워서 이용하려고 했어?” 팔면불은 사색이 되어 애원했다. “그게... 제가... 예강호 님... 제발 살려주세요!” 제대로 겁에 질린 팔면불은 바지에 오줌을 지려 노란색의 지저분한 액체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살려달라고? 평소 나랑 의형제라고 헛소문을 낸 걸 눈감아 줬더니 내가 그렇게 착해 보였어?” 예강호가 팔면불의 따귀를 때리자 상대는 이가 후두두 떨어졌고 이내 입가로 선혈이 줄줄 흘러내렸다. 제대로 겁에 질린 팔면불의 부하들은 멍한 표정으로 사장이 당하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구경꾼들은 환호를 질렀다. “쌤통이다! 평소 예강호의 이름을 등에 없고 아주 안하무인이더니 이젠 끝장이겠지?” “양심도 없는 자식, 그냥 죽어버려.” 예강호는 팔면불을 바닥에 내던지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살고 싶다면 내 동생에게서 용서받아!” 살길을 찾은 팔면불은 마치 개처럼 벌벌 기어 엄진우의 발아래까지 다가가 자기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엄진우 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잠시 눈이 헤까닥 돌아서 이 광산을 사버리고 아버님의 묘비를 밀어버렸습니다. 저도 속았단 말입니다.부디 하해와 같은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신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상대를 싸늘하게 쳐다보
팔면불은 억울한 듯 말했다. “저도 이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대 고대 무가인 엄씨 가문을 상대로 제가 뭐 어쩌겠습니까?” 하수희는 순간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엄씨 가문의 짓이라고? 짐승 같은 것들. 네 아버지의 형제인 그들이 어떻게 그런 짓을...” 엄진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지만 도무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개새끼들, 내가 반드시 죽여버린다.” 엄진우의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전부 포효하고 있었다. 감히 그의 아버지 무덤을 팠다니, 그는 반드시 이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예강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진우야, 너와 엄씨 가문의 관계는 모르겠으나 엄씨 가문은 그래도 사대 고대 무가야. 그러니 신중하게 행동해. 원수를 갚으려거든 힘을 모아야 해. 아니면 그저 헛된 죽음이 되고 말 거야.” 하수희도 그 말에 찬성했다. “진우야, 맞는 말씀이셔. 넌 아직 젊어. 그러니 기회는 많아.” 그녀는 엄진우도 엄비왕처럼 그녀를 떠날까 봐 못내 걱정되었다. 그러자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난 바보가 아니에요. 그러니 이 원수는 당장 갚을 게 아니라 기회를 봐서 갚을 거예요.” 그제야 예강호와 하수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럼.” 엄진우는 또 예강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샤워를 마친 예강호는 성안에 볼 일이 있다고 했는데 비록 상세한 정황은 말하지 않았지만 엄진우는 왠지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형님, 성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반드시 나한테 연락해요.” 예강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말했다. “하하! 걱정하지 마. 이 강남성에서 강남 무도랭킹 50위 안에 드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날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약속하지. 나한테 정말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반드시 방법을 찾아 너한테 연락할 거야.” 말을 끝낸 예강호는 먼저 떠나갔다. 하수희가 몸이 불편해지자 팔면불은 특별히 휴양지 비즈니스 마이바흐 10여 대를 움직여 두 사람을
남궁민희는 입을 삐죽 내밀고 정색해서 말했다. “며칠 조사하니 이제야 단서가 나왔어요. 뷔젠트 창해시의 책임자는 바로 라인이라고 불리는 미스터리한 강자죠. 전에 예우림 씨 납치 사건도 그 여자의 계획인데 여태 소씨 가문을 조작해 진우 씨와 맞선 거예요.하지만 결국 소찬석은 실패했고 라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죠. 하여 아직 행적은 찾지 못했어요.” 이건 이미 소찬석에게서 들었던 내용인데 남궁민희의 말과 거의 일치한다. “다음.” 엄진우가 싸늘하게 입을 열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말했다. “당시 탄광 사고는 바로 엄비룡과 엄비호가 손을 잡고 중 폭탄을 던지고 세 명의 내강종사를 이용해 엄씨 가문 소주인 엄비왕을 철저하게 묻어버린 사건이에요.” “고작 몇 명의 사람만 참견했다고?” 엄진우의 얼굴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사실 그는 그 사건이 당연히 엄씨 가문의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당시 아버지인 엄비왕은 비록 신분은 잃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손짓만 해도 수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하여 엄비룡과 엄비호는 그를 완전히 제거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파본 결과 두 사람 뒤에 은밀하게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다른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상대는 사대 고대 무가보다 훨씬 신분이 높은 사람이에요.” 남궁민희가 말했다. “그렇다면 성안의 명문가?” 엄진우가 대뜸 물었다. “아니요! 더 높아요.” 남궁민희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었다. “제경이에요.” 순간, 엄진우는 감전된 것처럼 그대로 얼어붙었다. “제경? 그럴 리가!” 제경은 용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절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엄비왕은 비록 엄씨 가문 소주였지만 기껏해야 삼류 권력자일 뿐이다. 그런데 제경의 거물이 직접 손을 썼다고? “그 미스테리한 사람에 대한 정보는 더 있어?” 엄진우가 또 물었다. “일단은 여기서 끝났어요. 그 위로는 제가 접촉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서요.”
“대단한데? 소씨 가문 강자를 단 몇 대로 죽였다고?” 오윤하는 한 손으로 와인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아지를 만지며 영악한 미소를 지었다. “엄진우, 매번 나한테 놀라움을 선물하네?” 사천칙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아가씨, 이건 작은 일이 아닙니다. 뺨 몇 대로 무극대종사를 죽였다는 건 강남성 전체를 뒤흔들 일입니다.” 강남과 북강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용국의 각 성시에서 이곳 무도종사 수는 가희 꼴찌라고 할 수 있기에 대종사는 아주 귀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엄진우는 대종사를 눈도 깜빡하지 않고 죽여버렸다. 오윤하는 와인컵을 흔들며 차분하게 말했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엄진우는 반드시 내 약혼자의 지인이야. 어쩌면 그 사람의 부하일 지도 모르지.” 오직 명왕의 부하만이 이런 무서운 재능을 가질 수 있다. “사천칙, 엄진우에 관한 정보 제대로 캐 봐. 대종사를 순식간에 죽이고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난 그 말 절대 못 믿어. 어쩌면 그놈이 내 약혼자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사림일 지도 몰라.” “네!” ... 엄진우는 휴양지에서 하루를 보냈다.다음날, 그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사로 나갔다. 회사에 도착하니 소지안이 하얀 유니폼을 입고 엄진우의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 씨, 드디어 왔네요.” 소지안은 엉덩이를 흔들며 종종걸음으로 엄진우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뭐가요?” 엄진우는 일부러 멍청한 척했다. “모르는 척할 거예요? 어제 뉴스 다 봤어요. 우리 오빠가 무릎꿇은 사람, 진우 씨 맞죠?” 그녀는 다급히 물었다. 비록 사진에 상대의 얼굴은 없었지만 그녀는 엄진우의 다리와 신발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요.” 엄진우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정말 우리 오빠를 굴복시켰어요?” 소지안은 충격에 휩싸여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두려워했던 소찬석이 엄진우의 손에 이렇게 쉽게 패배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정말 불가사의한 일
그제야 소씨 가문 사람들은 소지안 옆에 있는 젊은이를 발견하고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넌 뭐야?"소지안은 사색이 되어 엄진우를 불렀다. "진우 씨...""쉿, 조용히 있어요."엄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다들 성이 소씨야? 그렇다면 소찬석이 어떻게 망했는지 말 안 해줬어?"그들은 잠시 서로의 눈치를 살피더니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아무리 소찬석이 가문의 명예에 먹칠한 패배자라지만 어쨌든 우리 가문의 일이야. 너 같은 소인배가 언급할 자격 없어!" 소씨 가문에 돌아간 소찬석은 자기의 실패를 숨기기 위해 책임을 전부 뷔젠트에 넘겼을 뿐 엄진우의'엄'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여 소씨 가문 사람들은 엄진우의 존재를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자격 없다고?"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아, 모르고 있었어? 그래, 상관없어. 어차피 당신들은 소지안 못 데려가.""장난해? 천하의 소씨 가문은, 지성 그룹의 비서가 아니라 창해시 시장도 끌어갈 수 있어!"소씨 가문 사람들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저런 모자란 자식과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아가씨 모셔." 우두머리로 되어 보이는 소씨 가문 사람의 명령에 기타 사람들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상대의 이름은 소우진, 소씨 가문의 총무인데 신분으로 따지자면 소지산보다 더 높았다. "아가씨, 성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혹시라도 엄진우가 그녀를 낚아챌까 봐 물 샐 틈 없이 겹겹이 에워쌌다. 하지만 그들이 소지안을 지성그룹 밖으로 데리고 나갈 때까지 엄진우는 제자리에 서서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소씨 가문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엄진우를 비웃기 시작했다. "난 또 대단한 놈인 줄 알고 쫄았잖아.""모자란 새끼, 입만 살아서는.""저런 새끼는 상대할 가치가 없어요. 감히 우릴 막을 배짱이 있다면 내가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소씨 가문 부하들은 큰 소리로 웃어댔다. 센 척하더니, 감히 나서지도 못
상대는 그 자리에서 7, 8미터나 날아갔고 그대로 개밥이 되어버렸다. 소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새끼들 뭐야? 감히 소씨 가문 앞에서 불손하게 굴어?” 소우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다 내려서 저 새끼들 죽여버려!” “총무님, 저희가 이번에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무도종사 두 분밖에 동행하지 않았는데 그 두 분도 그저 외강종사일 뿐이에요. 하지만 상대는 적어도 몇백 명은 될 것 같아요.” 소씨 가문 사람은 소우진을 설득하려고 했다. 지금 상황에 그들은 절대 상대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만약 소지안을 무사히 데려가지 못한다면 그들은 모두 엄중한 벌을 받게 된다. 소우진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 길이 막힌다면 다른 길로 가는 수밖에. 빨리 창해시를 떠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소우진은 이 사람들이 다른 길까지 막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 대의 전용차가 막 차선을 바꾸는 그때, 이번에는 검은색의 벤츠가 마치 사납고 흉악한 호랑이처럼 그들의 앞길을 막기 시작했다. 소우진은 멍해졌다. “이게 뭐야? 대체 누가 감히 겁도 없이 우리 소씨 가문 차를 막아서?” 문득 엄진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장 창해시에서 꺼지거나 여기서 죽거나. 둘 중에 하나 선택해. 당신들은 절대 소지안을 데려갈 수 없어!” 설마 그 자식이 꾸민 짓일까? 소우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흥, 그럴 리가 없어. 고작 평범한 회사원 주제에 감히 내 차를 막을 실력이 된다고?” “총무님, 서쪽 도로가 다 막혔습니다.” “남쪽 도로도 마찬가집니다.” “동쪽 도로는 아예 봉쇄된 상태입니다!” “북쪽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아예 차가 지나갈 수 없습니다.” 잇따른 보고로 소우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길이 이렇게 많은데 뚫을 길이 한 군데도 없다고?” 이런 걸 사면초가라고 하는 거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그럼 차에서 내려 걸어!” 소우진은 즉시 소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