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불은 억울한 듯 말했다. “저도 이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대 고대 무가인 엄씨 가문을 상대로 제가 뭐 어쩌겠습니까?” 하수희는 순간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엄씨 가문의 짓이라고? 짐승 같은 것들. 네 아버지의 형제인 그들이 어떻게 그런 짓을...” 엄진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지만 도무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개새끼들, 내가 반드시 죽여버린다.” 엄진우의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전부 포효하고 있었다. 감히 그의 아버지 무덤을 팠다니, 그는 반드시 이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예강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진우야, 너와 엄씨 가문의 관계는 모르겠으나 엄씨 가문은 그래도 사대 고대 무가야. 그러니 신중하게 행동해. 원수를 갚으려거든 힘을 모아야 해. 아니면 그저 헛된 죽음이 되고 말 거야.” 하수희도 그 말에 찬성했다. “진우야, 맞는 말씀이셔. 넌 아직 젊어. 그러니 기회는 많아.” 그녀는 엄진우도 엄비왕처럼 그녀를 떠날까 봐 못내 걱정되었다. 그러자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난 바보가 아니에요. 그러니 이 원수는 당장 갚을 게 아니라 기회를 봐서 갚을 거예요.” 그제야 예강호와 하수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럼.” 엄진우는 또 예강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샤워를 마친 예강호는 성안에 볼 일이 있다고 했는데 비록 상세한 정황은 말하지 않았지만 엄진우는 왠지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형님, 성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반드시 나한테 연락해요.” 예강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말했다. “하하! 걱정하지 마. 이 강남성에서 강남 무도랭킹 50위 안에 드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날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약속하지. 나한테 정말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반드시 방법을 찾아 너한테 연락할 거야.” 말을 끝낸 예강호는 먼저 떠나갔다. 하수희가 몸이 불편해지자 팔면불은 특별히 휴양지 비즈니스 마이바흐 10여 대를 움직여 두 사람을
남궁민희는 입을 삐죽 내밀고 정색해서 말했다. “며칠 조사하니 이제야 단서가 나왔어요. 뷔젠트 창해시의 책임자는 바로 라인이라고 불리는 미스터리한 강자죠. 전에 예우림 씨 납치 사건도 그 여자의 계획인데 여태 소씨 가문을 조작해 진우 씨와 맞선 거예요.하지만 결국 소찬석은 실패했고 라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죠. 하여 아직 행적은 찾지 못했어요.” 이건 이미 소찬석에게서 들었던 내용인데 남궁민희의 말과 거의 일치한다. “다음.” 엄진우가 싸늘하게 입을 열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말했다. “당시 탄광 사고는 바로 엄비룡과 엄비호가 손을 잡고 중 폭탄을 던지고 세 명의 내강종사를 이용해 엄씨 가문 소주인 엄비왕을 철저하게 묻어버린 사건이에요.” “고작 몇 명의 사람만 참견했다고?” 엄진우의 얼굴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사실 그는 그 사건이 당연히 엄씨 가문의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당시 아버지인 엄비왕은 비록 신분은 잃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손짓만 해도 수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하여 엄비룡과 엄비호는 그를 완전히 제거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파본 결과 두 사람 뒤에 은밀하게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다른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상대는 사대 고대 무가보다 훨씬 신분이 높은 사람이에요.” 남궁민희가 말했다. “그렇다면 성안의 명문가?” 엄진우가 대뜸 물었다. “아니요! 더 높아요.” 남궁민희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었다. “제경이에요.” 순간, 엄진우는 감전된 것처럼 그대로 얼어붙었다. “제경? 그럴 리가!” 제경은 용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절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엄비왕은 비록 엄씨 가문 소주였지만 기껏해야 삼류 권력자일 뿐이다. 그런데 제경의 거물이 직접 손을 썼다고? “그 미스테리한 사람에 대한 정보는 더 있어?” 엄진우가 또 물었다. “일단은 여기서 끝났어요. 그 위로는 제가 접촉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서요.”
“대단한데? 소씨 가문 강자를 단 몇 대로 죽였다고?” 오윤하는 한 손으로 와인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아지를 만지며 영악한 미소를 지었다. “엄진우, 매번 나한테 놀라움을 선물하네?” 사천칙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아가씨, 이건 작은 일이 아닙니다. 뺨 몇 대로 무극대종사를 죽였다는 건 강남성 전체를 뒤흔들 일입니다.” 강남과 북강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용국의 각 성시에서 이곳 무도종사 수는 가희 꼴찌라고 할 수 있기에 대종사는 아주 귀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엄진우는 대종사를 눈도 깜빡하지 않고 죽여버렸다. 오윤하는 와인컵을 흔들며 차분하게 말했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엄진우는 반드시 내 약혼자의 지인이야. 어쩌면 그 사람의 부하일 지도 모르지.” 오직 명왕의 부하만이 이런 무서운 재능을 가질 수 있다. “사천칙, 엄진우에 관한 정보 제대로 캐 봐. 대종사를 순식간에 죽이고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난 그 말 절대 못 믿어. 어쩌면 그놈이 내 약혼자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사림일 지도 몰라.” “네!” ... 엄진우는 휴양지에서 하루를 보냈다.다음날, 그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사로 나갔다. 회사에 도착하니 소지안이 하얀 유니폼을 입고 엄진우의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 씨, 드디어 왔네요.” 소지안은 엉덩이를 흔들며 종종걸음으로 엄진우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뭐가요?” 엄진우는 일부러 멍청한 척했다. “모르는 척할 거예요? 어제 뉴스 다 봤어요. 우리 오빠가 무릎꿇은 사람, 진우 씨 맞죠?” 그녀는 다급히 물었다. 비록 사진에 상대의 얼굴은 없었지만 그녀는 엄진우의 다리와 신발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요.” 엄진우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정말 우리 오빠를 굴복시켰어요?” 소지안은 충격에 휩싸여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두려워했던 소찬석이 엄진우의 손에 이렇게 쉽게 패배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정말 불가사의한 일
그제야 소씨 가문 사람들은 소지안 옆에 있는 젊은이를 발견하고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넌 뭐야?"소지안은 사색이 되어 엄진우를 불렀다. "진우 씨...""쉿, 조용히 있어요."엄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다들 성이 소씨야? 그렇다면 소찬석이 어떻게 망했는지 말 안 해줬어?"그들은 잠시 서로의 눈치를 살피더니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아무리 소찬석이 가문의 명예에 먹칠한 패배자라지만 어쨌든 우리 가문의 일이야. 너 같은 소인배가 언급할 자격 없어!" 소씨 가문에 돌아간 소찬석은 자기의 실패를 숨기기 위해 책임을 전부 뷔젠트에 넘겼을 뿐 엄진우의'엄'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여 소씨 가문 사람들은 엄진우의 존재를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자격 없다고?"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아, 모르고 있었어? 그래, 상관없어. 어차피 당신들은 소지안 못 데려가.""장난해? 천하의 소씨 가문은, 지성 그룹의 비서가 아니라 창해시 시장도 끌어갈 수 있어!"소씨 가문 사람들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저런 모자란 자식과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아가씨 모셔." 우두머리로 되어 보이는 소씨 가문 사람의 명령에 기타 사람들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상대의 이름은 소우진, 소씨 가문의 총무인데 신분으로 따지자면 소지산보다 더 높았다. "아가씨, 성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혹시라도 엄진우가 그녀를 낚아챌까 봐 물 샐 틈 없이 겹겹이 에워쌌다. 하지만 그들이 소지안을 지성그룹 밖으로 데리고 나갈 때까지 엄진우는 제자리에 서서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소씨 가문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엄진우를 비웃기 시작했다. "난 또 대단한 놈인 줄 알고 쫄았잖아.""모자란 새끼, 입만 살아서는.""저런 새끼는 상대할 가치가 없어요. 감히 우릴 막을 배짱이 있다면 내가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소씨 가문 부하들은 큰 소리로 웃어댔다. 센 척하더니, 감히 나서지도 못
상대는 그 자리에서 7, 8미터나 날아갔고 그대로 개밥이 되어버렸다. 소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새끼들 뭐야? 감히 소씨 가문 앞에서 불손하게 굴어?” 소우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다 내려서 저 새끼들 죽여버려!” “총무님, 저희가 이번에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무도종사 두 분밖에 동행하지 않았는데 그 두 분도 그저 외강종사일 뿐이에요. 하지만 상대는 적어도 몇백 명은 될 것 같아요.” 소씨 가문 사람은 소우진을 설득하려고 했다. 지금 상황에 그들은 절대 상대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만약 소지안을 무사히 데려가지 못한다면 그들은 모두 엄중한 벌을 받게 된다. 소우진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 길이 막힌다면 다른 길로 가는 수밖에. 빨리 창해시를 떠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소우진은 이 사람들이 다른 길까지 막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 대의 전용차가 막 차선을 바꾸는 그때, 이번에는 검은색의 벤츠가 마치 사납고 흉악한 호랑이처럼 그들의 앞길을 막기 시작했다. 소우진은 멍해졌다. “이게 뭐야? 대체 누가 감히 겁도 없이 우리 소씨 가문 차를 막아서?” 문득 엄진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장 창해시에서 꺼지거나 여기서 죽거나. 둘 중에 하나 선택해. 당신들은 절대 소지안을 데려갈 수 없어!” 설마 그 자식이 꾸민 짓일까? 소우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흥, 그럴 리가 없어. 고작 평범한 회사원 주제에 감히 내 차를 막을 실력이 된다고?” “총무님, 서쪽 도로가 다 막혔습니다.” “남쪽 도로도 마찬가집니다.” “동쪽 도로는 아예 봉쇄된 상태입니다!” “북쪽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아예 차가 지나갈 수 없습니다.” 잇따른 보고로 소우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길이 이렇게 많은데 뚫을 길이 한 군데도 없다고?” 이런 걸 사면초가라고 하는 거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그럼 차에서 내려 걸어!” 소우진은 즉시 소
“엄진우 님?” 순간 소우진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일개 회사원에게 어떻게 군대와 조폭을 동원할 세력이 있는 거지? “그렇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어? 우리 소씨 가문은 군부대에서도 알아주는 가문이야. 당장 군부대를 부를 테니 기다려.” 소우진은 애써 덤덤한 척 말했다. “당장 채 대령한테 군용차 보내라고 연락해.” “네!” 소씨 가문 부하는 바로 채 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내 전화기 저편으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우진 총무님? 저는 군구대령 채진명입니다.” “대령님, 제가 지금 창해시에 있는데 양아치들이 시비를 걸어서요. 군용차 좀 보내 주실래요?” 소우진이 물었다. “문제없습니다. 바로 한 개 중대와 군용차 세 대를 보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군용차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상대는 통쾌하게 승낙했다. 소우진은 환희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음에 꼭 대령님께 차 한 잔 대접할게요.” 말을 끝낸 소우진은 턱을 치켜든 채 경멸의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들었지? 군부대와 군용차가 곧 도착한다. 자신 있다면 우리 건드려 보시던가.” 지하 세력이 아무리 창궐해도 절대 군부를 이길 수 없다. 양아치들의 소총을 군인의 대포와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포의 사정거리는 곧 진리이다. 하지만 장강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오히려 담담하게 담배를 빨며 말했다. “그렇다면 기다려 봐.” 이때 소씨 가문 부하는 채진명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네, 대령님. 어쩐 일로? 네? 대령님 아니시라고요? 아, 비서님이세요?” 하지만 이때, 전화를 받던 소씨 가문 부하는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왜 그래? 채 장교의 군용차가 들어오기 힘들대?” 소우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다급히 물었다. “아니요. 군용차는 별 탈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깜짝 놀랐네.” 그 말에 소우진은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상대를 사정없이 째려보았다. “근
화가 난 소우진은 안색이 푸르딩딩해졌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내가 너한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나? 30분 줄 테니까 창해시를 떠나. 그게 아니라면 영원히 떠날 수 없을 거야.” 엄진우의 위협에 소씨 가문 사람들은 놀라서 허둥지둥했다. “총무님, 일단 돌아가죠.” “기회는 언제든지 있습니다. 성안으로 돌아가면 꼭 방법이 생길 겁니다.” “여긴 성안이 아닌 창해십니다. 그러니 작전상 후퇴가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들은 소우진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질문했다. “너 소지안과 어떤 사이야? 굳이 소지안을 위해 우리 소씨 가문과 맞설 텐가? 네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어. 소지안 혼약 상대는 아주 대단한 가문의 자제야. 즉 넌 동시에 두 명문가를 건드렸단 얘기지.”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까짓 두 개 가지고 뭐, 스무 개라도 상관없어. 아니, 더 많아도 난 똑같이 다 눌러줄 수 있거든.” 소우진은 화가 나서 폐가 다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대체 소지안과 어떤 사인데? 네가 뭔데 소씨 가문 일에 끼어들어!” 소지안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사실 아무 사이도...”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진우는 사람들 앞에서 소지안의 손목을 움켜쥐고 키스를 퍼부었다. 쓰읍...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린 채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소지안도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엄진우가 이런 당돌한 짓을 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처음엔 잠시 발버둥을 쳤지만 이내 그녀는 엄진우와의 키스를 받아들인 듯 두 눈을 감고 몸에 힘을 풀었다. 약 10초간의 뜨거운 키스를 끝으로 그제야 엄진우는 그녀를 놓아주었고 시선을 소우진을 향해 돌렸다. “이젠 우리가 어떤 사이인 줄 알겠어?” “두 사람!” 소우진은 충격에 턱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는 소씨 가문 상속자가 이런 남자를 만날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젓더니 빈정대며 웃었다. “알겠다. 지금 두
이때 엄진우가 비스듬히 눈을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소 비서님, 5만 원 아까우니까 서 있지만 말고 빨리 자요.” 순간 소지안은 얼굴이 달아올라 괜히 앙탈을 부렸다. “나 쉬운 여자 아니에요! 진우 씨는 날 뭐로 보고.” 비록 소지안은 바람기가 많지만 그래도 남자에게 몸을 쉽게 줄 수 없었다. 게다가 특히 상대는 엄진우이다. 여자 마음이란 조그만 치도 모르는 엄진우. 무슨 일은 하든 다 순서가 있기 마련인데 엄진우는 늘 직구만 날렸다. 엄진우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아니, 잠만 자라는데 뭐가 쉬운 여자죠? 누워서 눈 감고 푹 자면 돼요.” 소지안은 순간 멍해졌다. “아, 그러니까 자자는 말이... 잠을 잔다는 말인 거죠?” 그러니까 그게 남녀 사이의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잠만 잔다는 말인가? “아니면요?” 엄진우는 귀를 후비며 입을 삐죽거렸다. “아니면 그 여우 같은 놈들을 어떻게 속여요? 아마 지금쯤이면 멀리 갔겠지만 그래도 돈 낭비는 안 되죠. 잠이라도 자고 나가야지.” 소지안은 순간 화가 솟구쳤다. “엄진우! 이 나쁜 자식!” 말을 끝낸 그녀는 베개 하나를 집어 들더니 엄진우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쳤다.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은 엄진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소 비서님, 왜 이래요? 나 소 비서님 도와줬는데?” “내 첫 키스 빼앗았으면서 책임도 안 진다 이거죠?” 소지안은 화가 나서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엄진우의 얼굴에 발길질을 해대고 싶었다. “젠장, 첫 키스라고요?” 순간 엄진우는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듯 안절부절못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몰랐다. 그는 소지안같이 농염한 여자는 적어도 열 명 이상의 남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또 한 여자의 ‘처음’이 되었다. “소 비서님... 그게... 내가...” 당황한 엄진우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소지안은 엄진우를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젠 말하기도 싫어요! 샤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