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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그 모습에 엄진우도 코끝이 찡해놨다.

엄비왕은 엄진우가 다섯 살 때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하수희는 혼자 고생스럽게 두 남매를 키웠다.

무대 위의 화려했던 여자는 아이들을 위해 노동력을 파는 파출부가 되었고 그렇게 고운 손은 나무줄기처럼 거칠어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모성애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이다. 여자 친구라도, 동성 친구라도 그 감정을 절대 따라올 수 없다.

“엄마, 이렇게 중요한 날에 눈물 흘리면 어떡해. 그러다 아빠가 속상해하실라.”

엄진우는 다급히 하수희를 위로했다.

그제야 하수희는 눈가를 닦으며 애써 웃었다.

“맞아. 네 아빠한테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지. 난 기쁜 마음으로 네 아빠 만나러 갈 거야.”

엄진우는 여느 때처럼 스쿠터를 타고 하수희와 함께 외곽에 있는 탄광으로 향했다.

당시 탄광이 무너져 결국 시신을 찾을 수 없게 되자 하수희는 사고가 난 곳에 묘비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모자는 매년 이곳에 와서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두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탄광이 사라졌다!

묘비도 사라졌다.

그리고 이곳은 온천 휴양지로 둔갑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 양쪽에는 고급 차가 가득 세워져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부자들의 천국임을 알 수 있었다.

하수희는 넋이 나간 듯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네 아빠가... 네 아빠가 안 보여...”

“엄마, 진정해. 어쩌면 우리가 너무 오랜만에 와서 위치를 착각했을 수도 있어.”

엄진우는 다급히 하수희를 달랬다.

엄비왕만 생각하면 이 비운의 여인은 늘 가슴이 찢어졌다.

엄진우는 심호흡하고 장소를 거듭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묘비가 있는 곳은 확실히 이곳이 맞았다.

두 모자는 이미 20년을 이곳에 들렀다. 그러니 절대 틀릴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 온천 휴양지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때 하수희가 입구로 다가가 경비원에게 물었다.

“저기, 여기 묘비가 하나 있지 않았어요?”

그 말에 상대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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