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라는 조효동을 비웃듯 임유환이 냉소를 흘리고는 답했다.“내가 원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나는.”“너... 너 이거 주거침입이야!”제가 지금 있는 곳이 자신의 집이라는 사실을 떠올린 조효동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자운별장에서는 그 누구도 타인의 영지를 함부로 침입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었기에 제가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조효동이 대뜸 소리를 질렀다.“알아, 근데 그게 뭐?”자신의 경고에도 여전히 실실대고 있는 임유환을 향해 조효동이 낮게 으르렁거렸다.“지금 당장 보안팀 불러서 너 끌어낼 거야!”“그럴 기회는 있고?”조효동을 향해 비아냥거리던 임유환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순식간에 조효동 눈앞에까지 다가갔다.그 모습을 본 조효동은 눈을 크게 떴고 옆에 있던 금발여자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소리 질렀다.“귀신이야!”-퍽!그런 여자가 시끄러웠던 임유환은 손을 들어 여자를 기절시켰다.그리고 임유환의 손맛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던 조효동은 갈 곳 잃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너... 뭐 하자는 거야 지금!”“얘기나 좀 해보려고.”미소를 지으며 정말 제집이라도 된 양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는 임유환이 꼴 보기 싫었던 조효동이었지만 그렇다고 그 말에 반박할 용기는 나지 않았던 터라 조효동은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서우 씨한테서 떨어져.”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임유환에 조효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서우한테서 떨어지라고?”“야, 네가 그런 얘기 하는 거 웃긴다고 생각 안 해? 잊었나 본데 대학 때 최서우 남자 친구는 나였어.”“그래, 네 말대로 대학 때는 그랬지.”임유환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 끝으로 소파를 두어 번 두드렸다.“지금의 너는 그냥 서우 씨한테 상처 주고 서우 씨를 속인 나쁜 놈일 뿐이야.”“그리고 나는 너랑 상의하러 온 게 아니야.”“통보하러 온 거지, 서우 씨한테서 떨어지라고.”같잖은 임유환의 말에 조효동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통보? 네가
조효동과 더 말 섞기도 귀찮아진 임유환의 눈에는 냉기가 감돌았고 이미 듣고 싶은 대답은 다 들은 그였기에 이제 더는 얘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흔적도 없이 회사를 옮긴 것과 며칠 사이에 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은 것까지 전부 다 정우빈 도와준 일이라 확신이 든 임유환은 눈을 번뜩였다.아무리 생각해도 저번 결혼식 때 정우빈을 너무 봐줬던 것 같았다.“야 촌뜨기, 허세 그만 부리고 당장 꺼져. 한창 즐거웠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잖아!”“즐거워?”조효동의 낮은 목소리에 생각하기를 멈춘 임유환이 입꼬리를 올리며 산발이 된 금발여자에게로 눈길을 옮겼다.그 여자를 보고 있으니 조효동이 더 역겨워 났다.저런 놈이 최서우를 한 번 더 아프게 하는 건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던 임유환은 흑제에게 전화를 걸었다.“흑제, 조효동 회사 부도내고 그 이름으로 된 재산 전부 동결해줘요.”“예, 주인님!”임유환의 말에 흑제가 대답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조효동은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하하!”“야, 내가 잘 못 들은 거 아니지? 뭐? 우리 회사를 부도내고 내 재산을 동결해?”“네가 뭔데 그래?”“뭐 은행장? 아니면 비서실장이라도 돼?”“아, 내가 말 안 했나? 내 재산은 전부 다 해외에 있어.”“네가 은행장이라 해도 내 재산 동결할 권리는 없단 말이야.”“우리 회사 부도는 내가 한번 잘 지켜봐 줄게. 네가 도대체 무슨 수로 부도내는지.”임유환 뒤를 봐주는 게 흑제라는 걸 조효동도 물론 알고 있었지만 드림 그룹 일은 정우빈이 직접 사람을 시켜 진행한 일이라 그는 전혀 겁나는 게 없었다.이 나라에서 정우빈을 능가할 만한 권력자는 없을 거라 생각한 조효동은 마음 놓고 임유환을 비웃고 있었다.그런데 임유환은 아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수만 세고 있었다.“야, 넌 왜 말이 없어? 허풍을 너무 크게 떨어놔서 창피해? 말도 제대로 안 나오니?”점점 더 신랄하게 비웃던 조효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더는 웃지 못할 처지가 돼버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말이 안 된다고!”임유환의 냉소를 본 조효동은 급기야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네가 사람을 시켜서 문자를 조작한 거야!”“그래, 그런 게 분명해!”조효동은 제가 사실을 알아냈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임유환을 향해 손가락질하고는 대하와 반대로 지금 대낮일 M 국 은행에 전화를 걸어보았다.하지만 M 국에 있던 재산들이 전부 동결됐다는 이변 없는 소식에 조효동은 다시 숨이 막혀왔고 눈동자도 떨려왔다.M 국 대통령이 직접 명령한 일이기에 재산은 영구 동결돼버린 것이다.“조 회장, 이젠 믿을 수 있겠어?”깜짝 놀란 조효동을 보고 있는 임유환의 눈에는 한기가 가득했다.“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놀란 듯 묻는 조효동에 임유환은 온기 없는 웃음을 한번 흘려주고는 말했다.“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 아무튼 이건 그냥 경고일 뿐이야.”만약 조효동의 계좌가 국내은행에 있었다면 동결하는 게 꽤나 힘들었을 텐데 그게 해외에 있으니 M 국의 인맥을 써서 그냥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흑제 어르신! 너 또 흑제 어르신한테 부탁한 거지!”그때 정신을 차린 조효동이 눈을 부라리며 임유환에게로 달려들었다.“남한테 빌붙어서 사람 괴롭힐 줄밖에 모르는 놈! 당장 내 돈 토해내!”임유환은 화를 내며 저에게로 달려드는 조효동을 가소롭다는 듯 한 번 보고는 바로 손을 들어 그의 울대를 잡아 몸 전체를 위로 들어 올렸다.“켁켁...”대뇌까지 전해져오는 숨 막힘에 조효동은 얼굴이 빨개진 채 발버둥을 치고 있었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매정하게 그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지금 죽으면 서우 씨한테 안 좋은 자극이 갈까 봐 살려두는 거야. 서우 씨만 아니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일 수 있어.”“기억해, 난 인내심이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야.”“이번에는 파산 정도로 마무리하지만 다음에 또 서우 씨 귀찮게 하면 네 운명은 이 찻잔만도 못하게 될 거야.”말을 마친 임유환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손으로 잡아
“이 밤에 무슨 일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 너머에서 남성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사실은...”사건의 자초지종을 다 얘기한 조효동의 귓가에 들려오는 건 정우빈의 욕설이었다.“쓰레기 같은 놈! 넌 진짜 쓸모없는 놈이야! 그딴 일 하나도 똑바로 처리 못 해?!”정우빈의 호통이 다시 한번 들려오자 조효동이 억울한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하지만 임유환 그놈이 이런 방법까지 쓸 줄은 저도 몰랐어요...”“임유환이 사람을 시켜서 M 국에 있는 재산을 동결시키고 S 시 회사까지 부도냈단 말이지?”“네...”“내가 그놈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 보네.”정우빈은 차갑게 물었다.“그놈이 이 일을 누구한테 맡기는지는 들었어?”“흑제 어르신인 것 같았습니다...”“흑제면 말이 되기는 하지.”세계 제일 갑부인 흑제는 재산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에 국내외로 인맥도 많을 테니 조효동의 재산을 동결시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조효동의 새 회사도 어쨌든 연경이 아니라 S에 있는 것이니 먼 곳에 있는 정우빈보다는 S 시내 권력자인 임유환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부지허가를 받을 때도 정우빈이 직접 간 게 아니라 시 정부 사람에게 가서 말 좀 잘해달라고 부탁한 게 전부였으니 그 뒤에 정우빈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도련님,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모든 걸 잃고 갈 곳도 없어진 조효동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정우빈한테 기대는 것뿐이었다.“내 연락 기다려.”“임유환 그놈은 내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나중에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거야.”“예, 도련님! 나, 근데 조명주가 지금 임유환과 같이 살고 있는데 혹시 도련님 계획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요?”“조명주가?”의외의 소식에 정우빈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네, 둘이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던데요.”“하하, 그래?”조효동의 말에 음침하게 웃은 정우빈이 말했다.“알겠어. 이제부턴 내가 알아서
늦은 시각, 별장으로 돌아온 임유환은 슬리퍼로 갈아신고 2층으로 향했다.“조효동 일은 잘 해결됐어요?”임유환이 2층으로 올라오자마자 검은색 브라탑을 입은 조명주가 걸어 나오며 물었다.임유환이 무엇을 하러 갔는지 다 아는 그녀이기에 통 잠이 오지 않아 누워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바로 침대에서 일어난 것이다.“해결했어요.”조명주를 향해 웃으며 말하던 임유환은 바로 최서우의 상태부터 물었다.“서우 씨는 자요?”“네, 자요.”“그럼 나도 이만 방으로 가볼게요.”“잠깐만요, 조효동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알려줘야죠.”조명주는 호기심에 가득 차 물으면서도 혹시나 최서우를 깨울까 봐 임유환을 밀며 그의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조 중령님, 이 야밤에 불도 다 꺼져있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지 않아요?”그에 임유환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장난을 쳤지만 조명주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맞받아쳤다.“그럴 용기가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봐요.”임유환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조명주도 이토록 자신만만할 수 있었던 것이다.“하하, 그럴 용기 없죠, 저는 좀 더 오래 살고 싶거든요.”역시나 임유환은 환하게 웃으며 그럴 엄두는 없음을 인정했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요?”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조명주에 임유환은 농담을 하며 불을 켰다.“조 중령님이 총으로 저를 쏘기라도 할까 봐 무섭거든요.”어두웠던 방안이 환해짐에 따라 빨갛게 상기되었던 조명주의 얼굴도 순식간에 원래의 낯빛을 회복했다.혹시나 임유환이 보기라도 했을까 봐 두려워진 조명주는 오히려 더 역정을 내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알면 됐어요!”“빨리 얘기해요, 조효동 어떻게 했어요?”“그냥 살짝 경고만 해줬을 뿐이에요.”조효동에게 한 경고를 들려주자 조명주는 임유환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탄했다.“진짜 대단해요 유환 씨!”“근데 아무리 무서워도 그렇지 무슨 오줌을 싸요.”고작 그 정도 배포로 최서우를 붙잡겠다고 질척거리던 조효동에 조명주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래도 임유환이
윤여진 옆에는 두 명의 경호원도 함께 서 있었는데 각자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사뭇 진지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여진아,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캐리어를 두 개씩이나 끌고 들어온 모습이 어째 꼭 여기 살려고 들어온 사람 같아 임유환은 당황해하며 물었다.그리고 윤여진의 입에서는 역시나 임유환이 예상했던 대답이 들렸다.“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같이 살려고 들어왔죠.”윤여진은 생글생글 웃으며 간드러지게 말했지만 임유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이 집에는 이미 두 명이나 되는 미모의 여성들이 살고 있었는데 거기에 윤여진까지 더 해지면 다들 불편해질 것 같기도 했고 가뜩이나 윤여진을 경계하는 서인아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질투할 게 뻔했기에 임유환은 선뜻 응할 수가 없었다.“왜요 오빠? 내가 온 게 싫어요?”임유환의 굳어진 표정을 본 윤여진은 입꼬리를 늘어뜨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저를 올려다보는 윤여진에 흔들리지 않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예전에 그토록 사이가 좋았던 동생의 부탁이니 임유환도 딱 잘라 거절하진 못했다.“아니 여진아... 그건 아닌데...”말을 더듬는 임유환을 본 윤여진이 그 뜻을 제멋대로 해석하고는 기뻐서 방방 뛰었다.“그럼 나도 같이 살게 해주는 거죠? 역시 오빠가 제일 좋다니까요!”임유환과 같이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윤여진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다.“어... 여진아, 별장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있어...”“서인아 씨에요?”그때 임유환이 난감한 듯 말하자 윤여진은 토라진 얼굴을 하고 물었다.“아니, 조 중령님이랑 서우 씨... 얼마 전에 사고가 좀 나서...”임유환이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윤여진은 그새 삐진 게 다 풀렸는지 차가운 눈을 한 채 물었다.“누가 오빠 습격한 거 말하는 거죠?”“너 다 알고 있었어?”“네.”놀란 듯 되묻는 임유환을 향해 윤여진이 담담하게 대꾸했다.“집사가 알려줘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도 사람 시켜서 조사를 좀 해봤는데..
“역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건 오빠밖에 없다니까요!”임유환이 허락했다는 사실에 신이 난 윤여진은 발을 동동 구르더니 그대로 임유환에게 달려가 안겼다.그 순간 E컵은 될 것 같은 윤여진의 가슴이 임유환에게 부딪쳤고 그 말캉한 느낌에 임유환이 숨이 멎어오는 것 같아서 재빨리 윤여진을 떼어놓았다.그들은 더 이상 어린애들이 아니었으니까 이 정도의 스킨십은 자제해야 했다.하지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런 걸 눈치채지 못한 윤여진은 자신의 두 경호원을 보며 말했다.“너넨 이만 돌아가. 짐은 내가 알아서 들고 들어갈 거니까 여기 두고.”별장에 다른 사람들도 산다는 말을 듣고 괜히 경호원들이 그들을 불편하게 할까 봐 하는 소리였다.“하지만 아가씨, 저희가 돌아가면 누가 아가씨를 지킵니까?”윤여진에게 문제라도 생기는 날엔 저들의 목도 무사하지 못할 걸 아는 경호원들은 사색이 되어 물었다.“유환 오빠가 지켜줄 거야!”“저 사람이요?”겉보기에는 사람을 때려본 적도 없어 보이는 임유환의 외모에 경호원들이 반신반의하며 묻자 윤여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응, 오빠가 나 지켜줄 거야.”“아가씨, 장난치지 마시고...”“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아닙니다...”윤여진을 말리려고 나서던 경호원들은 그녀의 차가워진 눈빛을 보고는 금세 꼬리를 내렸다.“그럼 짐 두고 이만 가봐.”윤여진이 화가 나면 어떤지 알기에 등골이 오싹해진 그들이었지만 윤여진의 안전이 달린 문제라 한 번 더 말을 꺼내려 했다.“하지만...”“왜 또.”성가시게 구는 경호원들에 윤여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저 사람은... 정씨 집안과 척을 진 사이라 아가씨가 저런 사람하고 어울리시면 괜한 구설에 오르내릴까 봐 걱정됩니다.”“당연히 이 말은 제가 한 게 아니라 회장님이...”“회장님께서 저희더러 아가씨 설득해서... 설득해서 데려오라고 하십니다.”두 경호원들은 윤여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꾸역꾸역 준비한 말을 마쳤다.평소에는 윤여진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고명딸이라
저를 위해 경호원들에게 화까지 내는 윤여진을 보니 임유환은 다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다정한 얼굴로 미안해하는 윤여진은 여전히 15년 전 그때와 똑같아 보여 임유환도 부드럽게 웃으며 윤여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 마, 나는 그런 말에 상처 안 받아. 근데 넌 아버님이 그렇게 걱정하는 데 정말 여기 있어도 괜찮겠어?”“괜찮아요.”윤여진은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는 그냥 오빠 옆에 있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때 그 나쁜 놈들이 다신 오빠 건들지도 못하게 할 거예요.”그때의 윤여진은 어려서 임유환을 지키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지금의 윤여진은 집안에서 발언권도 있는 사람이었기에 강한 정씨 집안을 대적한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리고 정 방법이 없다면 쓰일 최후의 수단도 준비되어 있었기에 윤여진은 임유환을 지켜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그 방법을 쓰게 된다면 다시는 임유환을 못 본다는 게 조금 마음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임유환을 지킬 수만 있다면 괜찮았다.저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윤여진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임유환은 온기 가득한 눈으로 윤여진을 보며 말했다.“알겠어 여진아, 네 마음 너무 고마워. 근데 걱정 안 해도 되, 아무도 나 못 괴롭혀.”“네!”임유환의 당찬 말에 윤여진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우리 들어가요!”“응.”임유환은 웃으며 윤여진의 캐리어를 들고 먼저 성큼성큼 걸어갔다.윤여진은 비바람을 막아주려고 앞서 걸어가던 15년 전의 뒷모습과 겹쳐 보이는 지금의 임유환을 보며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15년 전에도 지금에도 임유환은 늘 윤여진보다 앞에 서서 걷고 있었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윤여진이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것이었다.이제는 임유환을 지켜줄 힘이 생긴 윤여진이 된 것이다.“오빠 방은 어디에요?”별장 안으로 들어가서 탁 트인 공간을 둘러보던 윤여진은 다시 임유환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계단 입구 맞은편 방이야.”임유환은 방을 눈으로 가리키며 윤여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