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우 씨한테 정말 그런 병이 있다고요?”제가 아는 최서우는 이성한테 아주 개방적인 사람이었고 혐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임유환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임유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최서우도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럼 가짜겠어요?”“근데 그때 병실에서는 왜...”“그건 서우가 유환 씨 꼬드겨서 연구실로 데려가려고 그런 거예요. 서우는 당신을 같은 남자는 다 싫어한다고요!”조명주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임유환을 흘기며 말했다.“아...”그때 임유환은 문득 최서우가 전에 남자에겐 관심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때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진짜였구나...“이제 무슨 병인지 알았으니까 고칠 수 있어요?”“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조명주의 걱정어린 질문에 임유환이 한숨과 함께 답을 했다.“이건 마음의 병이라 서우 씨 마음에 상처를 낸 사람만이 풀 수 있는 문제에요. 서우 씨가 직접 마주쳐야 한다는 말이죠. 그게 아니면...”“서우 씨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다른 남자가 나타나야죠. 그 남자가 서우 씨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도 가능하긴 한데... 그게 좀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리고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하고.”“단점이 뭔데요?”“어...”잠시 망설이던 임유환이 아무래도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입을 열었다.“단점은 서우 씨가 평생 그 남자만 보고 살 거라는 거에요. 다른 남자는 다시 못 받아들일 거에요.”“물론 이건 그냥 이론일 뿐이고요.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는 그때 가서 봐야 아는 거예요.”“그리고... 최서우 씨한테 이런 병까지 있으니까 새로운 남자를 찾기도 쉽진 않을 거예요.”“이런 젠장!”그놈만 아니었어도 최서우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조명주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됐어 명주야. 나는 지금도 좋아. 너랑 같이 있으면 행복해.”최서우는 자신한테는 더는 중요해지지 않아진 남자 때문에 조명주가 화내는 게 싫어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우리 신의 양반
“저도 서우한테 한 짓이 미안해서 그거 되돌리려고 이렇게 왔어요.”조효동은 성공해서 돌아온 자신을 거절하는 여자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당당하게 말했다.“필요 없으니까 꺼져!”조명주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소리쳤다.“조 중령님이 서우 친한 친구인 건 아는데 그래도 이런 일은 본인 의견부터 들어봐야죠. 서우가 저 때문에 이상한 병까지 걸렸다던데 혹시 알아요, 제가 그걸 고칠 수 있을지?”조효동은 최서우의 마음의 병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우월감에 취해 말했다.“너 따위가 무슨 수로?”조명주는 당장이라도 조효동을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명주야, 저런 놈은 네가 화낼 가치도 없어.”최서우가 담담하게 말하며 더는 문을 막지 않고 일부러 열어두자 조효동이 저를 쫓아내지 않는 최서우에 우쭐대며 말했다.“서우야, 네가 아직 나 못 잊은 거 나도 알아.”“네가 뭔가 착각했나 본데?”최서우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으로 조효동을 보며 말했다.“너랑 나 사이엔 이제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아. 그리고 나 이제 남자친구도 생겼으니까 그만 귀찮게 했으면 좋겠어.”“남자친구가 생겼다고?”조효동은 떨리는 눈꼬리를 하고 임유환을 보며 말했다.“설마 저 사람이야?”“그래.”최서우의 평온한 대답에 코웃음을 친 조효동이 말을 이었다.“서우야, 네가 그날 일로 아직 화난 건 알겠는데 굳이 아무나 데려와서 남자친구인 척 연기할 필요까진 없는 거 아니야?”“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딜 봐도 너랑은 어울리지 않잖아.”조효동은 입은 옷들을 다 합쳐도 10만 원은 넘지 않을 것 같은 차림에 저한테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유환 씨 좋은 사람이야. 너보다는 훨씬 더.”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딱 잘라 말하는 최서우에 조효동은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어디가 나보다 더 낫다는 거야? 미안한데 나는 싼 티 난다는 것밖에 모르겠는데?”“그래서 네가 유환 씨한테는 안 된다는 거야. 유환 씨는 적어도 돈으로 다른 사
“병이 다 나았다고?”조효동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묻자 최서우가 담담히 대답했다.“그래.”“왜, 내가 다 나았다는데 넌 오히려 싫어하는 눈치네?”“그럴 리가 없어! 너 거짓말 하는 거지?”조효동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했다.국내로 돌아오기 전 직접 사람까지 붙여서 확인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를 싫어하며 몇 년 동안 연애는커녕 남자와 썸조차도 타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며칠 사이에 남자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최서우는 깜짝 놀라는 조효동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난 너 못 믿어.”“당신이 서우 씨 상처 준 남자죠?”그때 임유환이 최서우 앞에 나서며 말했다.물론 사건의 자초지종은 잘 모르지만 눈앞의 남자 때문에 최서우가 남자를 혐오하게 되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그러고도 최서우 앞에 다시 나타나다니 양심이라곤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지?”조효동이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임유환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당신이 계속 내 여자친구한테 들이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나랑도 상관이 있는 일이죠.”임유환은 일부러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당신이 왜 내 여자친구한테 서우라고 불러요?”“너!”순간 열 받은 조효동은 표정을 굳히고는 최서우를 향해 말했다.“서우야, 너 진짜 이딴 놈더러 계속 네 남자친구인 척하라고 할 거야?”“조효동,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나는 이제 너한테 아무 감정 없고 유환 씨는 진짜 내 남자친구야. 넌 아직도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니?”최서우는 대꾸하기도 귀찮다는 듯한 말투로 쏘아붙였다.“그럼 증명해봐. 쟤가 진짜 네 남자친구이고 네 그 병이 다 나았다는 거 증명해보라고.”최서우의 말을 믿지 않은 조효동이 이를 악물며 증명을 요구했다.그러자 최서우는 임유환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손으로 그 팔을 매만지기까지 했다.그 과정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최서우의 얼굴에 옅은 홍조까지 피어오르자 조효동은 제 눈을 의심
조효동의 조롱 섞인 눈빛을 마주한 임유환이 고개를 저었다.“20억?”임유환이 욕심을 부린다는 생각에 조효동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20억은 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하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200억?”생각보다 큰 숫자에 조효동의 표정이 빠르게 어두워졌다.하지만 200억에 최서우를 되찾는다면 그것도 나름 수지가 맞는 거래라 생각하며 애써 화를 삼켰다.그런데 임유환이 또 고개를 저어댔다.“2천억?”2천억이라는 지출은 조효동에게도 아주 큰 금액이었기에 조효동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하지만 말을 제가 먼저 뱉었기에 인제 와서 주워 담기도 자존심 상한 일이니 조효동은 애써 괜찮은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2천억이라뇨? 조 사장님 그 정도로 그릇이 작은 사람이었어요?”하지만 2천억이라는 금액에도 가소롭다는 듯 말하는 임유환에 조효동은 이번에는 정말 참지 못하겠는지 어금니가 깨질 정도로 이를 악물더니 소리를 질렀다.“2천억도 적어? 너 도대체 얼마를 원하는 거야!”이쯤 되니 최서우와 조명주도 임유환이 든 두 손가락이 대체 얼마를 의미하는지 궁금해 났다.“20만 억.”그때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싫었는지 임유환이 금액을 불렀다.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조명주와 최서우가 바로 웃음을 터뜨렸고 최서우는 임유환이 지금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걸 알기에 이 상황이 흥미롭다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지금 나랑 장난해?!”말도 안 되는 금액에 조효동이 소리를 지르자 임유환은 더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조효동을 보며 말했다.“20만 억이 그렇게 많아요?”“그것도 없으면서 어디서 큰 소리야, 당장 나가요. 나랑 서우 씨 방해하지 말고.”조효동은 자산이 2만 억이나 되는 제가 임유환 같은 서민 나부랭이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는지 깊은 한숨을 쉬고는 눈을 치켜뜨고 임유환을 보며 물었다.“그럼 너는 20만 억이 있다는 소리야?”“당연하죠. 고작 20만 억이 없겠어요?”담담히 말하는 임유환에 조효동은 속에서 천불이 끓
“신의 양반은 우리 서우 어떤 것 같아?”임유환의 마음이 궁금했던 최대호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성격 좋죠.”“하하, 그럼 됐어.”임유환이 별로 생각도 안 하고 답하자 최대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또 수염을 쓸어내렸다.임유환은 최대호가 그저 손녀 칭찬에 기뻐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최대호의 뜻을 알아들은 최서우는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그런데요 어르신, 서우 씨와 조효동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거에요? 그 이유라도 알면 병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아, 그 개자식.”임유환이 턱을 매만지며 말하자 최대호가 한숨을 한 번 쉬고 말을 이었다.“서우야, 이건 네가 직접 얘기해. 나는 먼저 방에 가 있어야겠다.”“그게...”말을 마친 최대호가 방으로 사라지자 최서우는 입술을 깨물며 망설였다.최서우는 혹시나 임유환이 자신을 이상하게 보기라도 할까 봐 그 일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않았다.“서우야, 얼른 유환 씨한테 말해.”하지만 지금 최서우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임유환뿐이었기에 조명주는 그런 최서우를 재촉했다.“명주야, 나...”“됐어, 내가 대신 말 할게.”최서우가 계속 주저하자 조명주는 자신이 대신 말하겠다며 나섰다.조명주는 최서우가 얼른 그날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바랐다오늘 최서우가 남자를 혐오하는 병에 걸렸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그 얼굴을 들이미는 조효동에 조명주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그래서 조명주는 최서우가 얼른 병을 극복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 조효동에게 제대로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유환 씨, 조효동은 서우랑 3년 전에 알던 사인데 그때까지 서우는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그래도 공부 잘하고 이쁘고 학생회 부회장까지 했었으니까 서우 좋아하는 남자는 많았죠.”“근데 최서우가 쟤가 의학에 미쳐서 동아리 활동만 하고 맨날 도서관에만 있었어요.”“서우 좋다는 남자들로 그 도서관이 늘 꽉 찼었죠. 근데 서우가 다 거절했거든요.”“그러다가 조효동 그 개자식이 나타난 거
“본색이요? 어떤 본색인데요?”이를 악물며 말하는 조명주에 임유환이 궁금한 듯 물었다.“그 자식이 연애를 엄청 많이 해본 쓰레기라는 거죠.”“처음에 서우랑 친해지고 나서부터 계속 다정하고 지고지순한 척 연기하면서 뭐 본인은 태어날 때부터 집이 가난해서 주변 사람들이 돈 때문에 병 치료도 제대로 못 한다고 그랬대요.”“그것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최선을 다해서 그런 어려운 사람 돕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댄 거죠.”“근데 문제는 돈 많이 벌어서 꼭 해외에 가서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는 그 소리에 서우가 감동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놈 도와주겠다고 안 하던 카페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그동안 모은 돈을 다 준 거에요. 가서 공부하는 데 쓰라고.”“처음에는 뭐 이 돈을 어떻게 받냐는 둥 별 입에 발린 소리를 다 하면서 또 서우를 감동시켰죠. 그러면서 7일 뒤면 밸런타인데이니까 그때 같이 로맨스 영화 보러 가자고 서우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어요.”“서우도 한창 그놈을 좋아하고 있을 때니까 당연히 좋다고 했죠.”“그렇게 7일 뒤에 둘이 같이 영화를 보러 갔어요.”“아,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냥 영화 분위기를 빌려 서우랑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우리도 몰랐죠 그걸.”“서우가 좀 보수적이다 보니까 연애를 해도 스킨십 같은 건 전혀 안 했거든요. 아예 손도 안 잡아서 조효동이 영화관이 어두우니까 그때 키스도 하려고 했는데 서우가 피한 거죠.”“그때 피하길 잘했죠. 아니었으면 돈도 몸도 다 빼앗겼을 거예요.”“사실 서우는 이미 잘 만날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아마도 하늘이 도왔던 것 같아요. 하느님도 더 이상 서우가 그런 놈한테 사기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그러다가 영화가 절반쯤 지났을 때 조효동이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먼저 갔어요. 서우도 별생각 안 하고 그냥 혼자 영화 보는 게 재미없어서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읽으려고 나갔는데.”“그 덕분에 바로 그 쓰레기를 현장에서 보게 된
“스무 살이요?”돈을 위해 스무 살이나 많은 여자를 만났다는 소리에 임유환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네, 진짜 개쓰레기죠!”조명주는 눈을 치켜뜨며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근데 서우가 또 한 고집하잖아요. 전화로 확인하고도 못 믿겠다고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고 그 비 오는 날에 맞은편 정류장에서 4시간을 기다린 거예요.”“그리고 조효동과 그 여자가 호텔에서 웃으며 나오는 걸 보게 됐죠. 그때 분명히 조효동과 눈이 마주쳤는데 조효동은 아무렇지도 않았대요.”“그냥 이제 다 까발려졌구나 정도?”“그리고 그 여자도 서우를 보고 일부러 약 올리면서 영화 하나 본 걸로 뭐 비련의 여주인공 행세냐고, 겨우 몇백만 원으로 뭘 할 수 있냐고 도발했대요. 본인이 조효동한테 사준 명품 옷, 시계만 해도 몇억은 넘는다고 그리고 조효동 앞으로 해외에 집까지 사줄 거라면서 서우를 몰아붙인 거죠.”“서우도 그제야 안 거죠. 조효동이 그동안 말했던 뭐 가난하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는 걸. 조효동은 진작에 돈 많은 아줌마한테 몸을 팔아왔다는 걸.”“그렇게 큰 충격을 받고 서우는 비를 맞으면서 기숙사로 돌아간 거죠.”“그리고 바로 쓰러졌는데 다행히 룸메이트가 있을 때라서 병원으로 옮겨져서 한 며칠은 입원했을걸요.”“그런데 조효동이 거기까지 찾아와서 용서해달라고 비는 거예요. 정말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집에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라면서.”“당연히 서우도 두 번은 안 속고 쫓아냈죠. 서우 룸메이트도 너무 열 받아서 조효동을 뺨을 때릴 정도였다니까요.”“그렇게 그 뒤로는 연락을 안 했어요. 조효동도 그 돈 많은 아줌마 따라서 해외에 갔다고 하던데 이렇게 또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그런 놈이 자산이 2만 억이나 되는 이사장이 되어 돌아왔다니 정말 생각할수록 짜증 난다니까요!”말을 하다 보니 더 화가 나는지 조명주는 이를 갈기 시작했다.“진짜 우리 서우만 불쌍하다니까요. 어쩌다 그런 놈을 만나서 저 이쁜 애가 다른 남자
임유환의 말에 조명주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임유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유환 씨도 우리랑 생각이 같다니 의외네요. 역시 내가 사람은 잘 봤어요.”임유환은 차갑던 눈을 접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서우 씨는 저한테 맡기고 마음 편히 작전 구역으로 돌아가세요.”“그래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불편해하지 말고 바로 나한테 연락해요. 서우는 내 제일 친구예요. 나도 서우가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네, 그럴게요.”의리 있는 조명주의 말에 임유환도 웃으며 답했다.“그럼 나 먼저 갈게요. 작전 지역에서 계속 재촉하네요.”“네.”“조심히 가 명주야.”“응, 잘 있어. 나 먼저 갈게.”“응, 잘 가.”조명주와 최서우가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마치고 조명주가 별장을 나서자 거실에는 최서우와 임유환만이 남게 되었다.그렇게 둘의 시선이 부딪치자 최서우가 난감해하며 말했다.“미안해요, 또 귀찮게 해서...”“아니에요. 이건 어떤 남자가 봐도 다 그냥 넘어가지 못했을 일이에요. 당연히 도와야죠.”고개를 저으며 정의로 불타는 그 맑은 두 눈을 저에게로 고정한 채 말하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또 얼굴이 붉어졌다.그리고 가슴도 살짝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임유환은 다른 남자들과는 달라 보였다.“고마워요, 유환 씨.”“왜 자꾸 고맙다고 그래요, 나 적응 안 되게.”“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예요. 계속 나 도와주고 있잖아요.”기분이 나아진 듯 예쁜 미소를 띠며 말하는 최서우에 임유환도 웃으며 말했다.“서우 씨가 괜찮다니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 그럼 오늘은 먼저 가볼게요.”“아 그리고 할아버지 약 처방은 좀 있다 줄게요. 그 처방에 적힌 대로 하루에 세 번씩 드시면 2주 정도 지나면 다 나으실 거예요.”“네.”최서우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데려다줄까요?”“아니요, 서우 씨는 할아버지 보살펴야죠. 이미 기사 불렀어요.”“그래요, 조심히 가요.”말을 하는 최서우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네.”임유환이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