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내부의 경치는 아주 아름다웠다.햇빛이 눈부시게 비치고 주위에는 잔디가 푸르르게 자라고 있었다.호텔 로비로 향하는 길 양옆에는 음악분수가 우아한 선율에 맞추어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햇빛, 공기, 모든 게 다 좋았다.임유환은 해수욕장을 걸으며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졌다.서인아가 이런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유환 씨, 여기 너무 예쁘네요!”윤서린도 마음이 개운해졌다.“사진 찍어줄까?”임유환이 웃으며 물었다.“좋아요!”윤서린이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윤서린이 “V”자 포즈를 취하자, 임유환이 휴대전화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유환 씨, 저도 사진 찍어 줄게요.”윤서린이 웃으며 말했다.“아... 난 괜찮아.”임유환이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그는 평소에 사진 찍는 습관이 없었다.“여기까지 왔는데 한 장만 찍어요.”윤서린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래.”임유환이 대답했다.그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 몰라서 쭈뼛거리며 포즈를 취했다. 윤서린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가요, 유환 씨.”휴대전화 갤러리에 임유환의 사진이 한 장 늘어난 것을 본 윤서린은 아주 만족스러웠다.“그래.”임유환도 활짝 웃었다.두 사람은 축제가 열리는 홀리데이 호텔로 향했다.파티 현장으로 들어가니, 로비는 호화로운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중앙에는 레드카펫이 깔려있고 양옆에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고급 뷔페가 놓여있었다.파티장 안에는 S시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일찌감치 모여있었다.윤서린은 약간 당황했다.이런 엄청난 장면은 난생처음이었다.“서린아,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내가 있잖아.”임유환이 윤서린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윤서린은 그제야 긴장했던 몸이 풀렸다. 그녀는 웃으며 임유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고마워요, 유환 씨.”“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 없어.”임유환이 따뜻하게 웃고는 앞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말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허유나였다.그녀는 장문호의 팔짱을 끼고 비웃으며 임유환을 향해 걸어왔다.임유환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그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냉철함과 무관심이 배어있었다.이런 그의 무시는 허유나로 하여금 더 흥분하게 했다.“임유환 씨, 임유환 씨, 널 어떡하면 좋을까? 겨우 얻은 식견을 넓힐 좋은 기회를 이용해 유명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고, 허겁지겁 뷔페나 먹으러 오다니?”“도대체 얼마나 가난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거야? ”허유나의 눈에는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누나, 뭐 하러 이런 사람이랑 얘기해. 설사 누구한테 아부하려 해도, 누가 이런 신분의 사람을 상대하겠어?”허태웅도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이 기회를 빌려 찌질이에게 제대로 모욕을 주려고 했다!임유환은 두 사람을 공기처럼 대하고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쳇, 또 시치미를 떼려고?”허유나가 비웃으며 말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임유환 접시에 눈길을 돌렸고 위에 놓인 쿠키를 보자 더 비웃으며 말했다.“난 또 뭘 먹는가 했더니, 쿠키였어. 세상 물정 모르기는!”“내가 알려줄 테니까 잘 들어.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에서는 와인과 스테이크가 기본이야!”“허허, 딸, 넌 저런 찌질이한테 뭘 그렇게 많이 알려주고 그래. 저런 자식이 와인을 알기나 하겠어?”허미숙도 불쾌해하며 말했다.“설마 당신들한테는 와인과 스테이크가 고급은 아니겠죠?”이 말을 한 사람은 윤서린이었다.그녀는 허유나가 임유환을 모욕하도록 가만두지 않았다.“아니면? 설마 저 쿠키는 아니겠지?”허유나는 자신이 고급인 것처럼 경멸의 눈길로 윤서린을 쳐다봤다.“그래. 유환씨는 이 쿠키를 좋아해. 뭐 어쩔 건데!”윤서린이 그녀와 논쟁을 벌였다.“하하, 그래서 저급하다는 거야. 너를 포함해서 저 사람 옆에 있는 사람들 다!”허유나가 비웃었다.“너!”윤서린은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 말을 들은 조명주도 울화가 치밀어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떴다.그녀가 돌아서 나가려고 하는데 임유환이 천천히 입
그 말을 들은 허유나의 표정이 굳어졌다.임유환이 조 중령님의 친구라고?임유환도 어안이 벙벙해졌다.조명주가 자기를 도와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조 중령, 의리가 있네.]“조 중령님, 방금...저 찌질이가 중령님의 친구라고 말씀하신 건가요?”허유나가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명주를 바라봤다.“누구보고 찌질이라는 거죠?”조명주가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허유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아서 다급히 설명했다.“임유환이요. 임유환은 제 전남편이에요. 5년 동안 제가 먹여 살렸더니 바람을 피워서 결국 제가 뻥 차버렸거든요. 중령님...혹시 저 자식한테 속은 건 아니시죠?”“지금 이 중령의 눈을 의심하는 건가요?”조명주가 차갑게 물었다.“그...그럴리가요...”허유나는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럼, 그 입 닥치세요.”조명주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네...”허유나는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감히 P시의 중령을 건드리지는 못했다.“조 중령님, 화 푸세요.”장문호는 상황을 지켜보고는 나서서 말했다.“방금 저의 약혼녀가 말이 좀 심했습니다. 화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유나도 중령님께서 어떤 사람에게 이용당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옆에 있는 저 녀석은 제 약혼녀의 전남편이 맞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기생오라비인데 지금 윤서린과 붙어있는 건, 윤씨 가문이 S시에서 힘이 있으니 그 덕을 보려는 겁니다.”“하지만 중령님께서 이런 기둥서방이랑 함께 어울려 다니시는 건 신분에 맞지 않습니다!”“그래서, 당신도 이 중령을 가르치려 드는 겁니까?”조명주가 눈을 치켜뜨며 장문호를 쳐다봤다.“그럴 리가요...저는 그저 좋은 뜻으로 드리는 말씀일 뿐, 악의는 없습니다.”장문호는 고개를 숙여 최대한 진정성 있게 보이려 노력했다.“그럼, 그 거짓된 호의는 거둬요. 이 중령도 눈이 있으니 직접 판단할 겁니다.”조명주는 장문호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이 말했다.“하...”장문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다른 볼일 없으면 나한테서 떨어
“쟤요?”장문호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정신을 차린 후에도 그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조 중령님, 그런 농담 하지 마세요.”“그러니까요, 저 녀석일 리 없잖아요!”허유나도 딱 잘라 부정했다. 말투에는 강한 경멸이 녹아있었다.“설사 S시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 해도, 쟤한테는 차례가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아, 그래?”조명주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보아하니, 임유환 전처도 별로 사람 보는 눈이 없네.]“조 중령님, 중령님께서 안목이 있고 능력이 뛰어나시다는 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틀리신 것 같습니다.”이때, 허유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방금 있은 일 때문에 그녀는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나쁜 감정들을 분출하고 싶었다.조명주가 그녀 앞에서 안 좋은 꼴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그럼, 우리 조금 있다가 확인 해보죠.”조명주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임유환을 쳐다봤다.“임유환 씨 설마 그때 가서 날 실망하게 하지는 않겠죠?”임유환은 대답이 없었다.“보아하니 내 추측이 맞았나 보네.”조명주 입가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찌질이 주제에 잘난 척 하기는, 이따가 괜히 망신당하지 않게 조심해!”허유나는 임유환을 보니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됐어, 유나야. 저런 사람이랑 똑같이 굴지 마. 축제가 곧 시작될 텐데, 결과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쟤는 자기가 매번 운 좋게 자리에 오를 줄 아나 봐?”장문호가 자신만만해하며 말했다.그는 이번 대표 자리는 그와 허유나가 떼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왜냐하면 서인아가 얼마 전에 그들한테 며칠 뒤에 큰 서프라이즈 선물을 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서인아가 그 말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S시에 퍼졌다.그리고 그들도 예상대로 축제의 초대장을 받았다.서인아가 그들에게 주겠다는 서프라이즈가 이게 아니고 뭐겠는가?바로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수 비서예요, 수 비서가 왔어요!”모든 사람의 눈이 연회장의 백스테이지로 쏠렸다
“딸, 장 서방, 왜 그렇게 신난 거야?”허미숙은 흥분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의아했다.“엄마, 우리야 당연히 신나지. 엄만 아마 모를 거야. 서인아 아가씨는 나랑 문호 씨가 사람들의 의심을 받으니까 빨리 대표를 선포하려는 거지!”허유나는 심장이 두근거려 주먹을 꽉 쥐었다.“어? 진짜야!”허미숙도 흥분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당연하지, 엄마. 안 그러면 왜 갑자기 서인아 아가씨가 축제를 앞당기겠어!”허유나는 흥분하며 대답했다.“서인아 아가씨가 참 마음씨가 곱네.”“이제 드디어 저 찌질이한테 본때를 보여줄 수 있겠네!”허미숙은 이를 악물고 임유환을 노려봤다.“그러니까, 엄마.”허유나도 이를 악물며 말했다. 중간중간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임유환을 쳐다봤다.이 말을 들은 임유환은 그저 웃음만 났다.[이 여자, 지난 5년 동안 연기하느라 아주 힘들었겠네.]하지만 이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그의 관심은 서인아가 왜 축제를 앞당겼는지였다.임유환이 궁금해하는 그때, 현장이 갑자기 다시 조용해졌다.그리고 무대에는 스포트라이트가 켜졌다.하얀 롱드레스를 입은 서인아가 천천히 무대로 걸어왔다.그녀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아함이 흘러나왔다.그녀가 나타나자, 삽시간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눈부시게 반짝이던 조명은 그녀로 인해 빛을 잃었고 그녀의 미모와 기품 아래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서인아 아가씨다, 서인아 아가씨야!”“와...너무 예쁘다...”그 시각, 모든 사람은 서인아의 미모에 넋을 잃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탐내지 못했다.서인아의 신분 때문만이 아니라, 영혼을 얼어붙게 만드는 그녀의 차가운 분위기 때문이었다.그녀와 눈을 마주친 사람은 저도 모르게 자괴감이 들고 그녀의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하지만 이는 서인아에 대한 열광과 존경을 막지는 못했다.“우선, 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축제 시간을 앞당긴 이유는 방금 저의 비서가 여러분께 충분히 설명을 해드렸으니, 저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서인아의 말이 끝나고 정적만이 감돌았다.서인아의 말 속에 상황에 맞지 않는 농담이 섞여 있다는 건 다들 어렵지 않게 들어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런 말을 굳이 지금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일부러 장문호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함일까?그리고 임유환이라는 이름은 이상하게 귀에 익었다.아! 그때 베네치아 유람선에서 열린 장문호와 허유나 결혼식에서 허유나에게 모함당했던 사람이었지!그때 화가 난 흑제 어르신이 허유나 일가를 유람선에서 내리게 만든 일의 주인공이 바로 임유환이었다.그랬던 사람이 이번엔 어쩌다 서인아에게 선택된 건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운 하나는 좋다고 다들 입을 모아 얘기했다."저 사람 운은 진짜 좋은 것 같아.""그러게 말이야. 전에 흑제 어르신을 치료해주고 어르신 도움을 받더니 이번엔 서인아 아가씨 눈에 다 들고...""아가씨는 저런 놈 뭘 보고 S 시 홍보대사로 내세우신 거지?""누가 알겠어...""쉿, 조용히 얘기하자. 아가씨 들으시겠어."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임유환을 향했고 그들의 수군거림도 당연히 귀에 들려왔지만 임유환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임유환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서 서인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인아는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임유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마이크를 들고 한마디 덧붙였다."여기 계신 분들 중엔 임유환 씨를 모르는 분들도 있을 거고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물론 제가 사회적 지명도가 없는 임유환 씨를 선택한 것에 대해 임유환 씨 자격 운운하시면서 아직 납득 못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그런 분들에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임유환 씨는 저 서인아가 고른 사람입니다. 제 눈에 그 어떤 사람 보다 뛰어나 보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임유환 씨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 서인아를 향한 불만이라고 받아들일 생각입니다."언성을 높이진 않아도 마이크를 뚫고 나오는 서인아의 기세에 임유환에
"저희랑 거래를 안 하신다고요?"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허유나가 눈을 크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서... 서인아 씨... 장난 그만 하세요...""이게 장난으로 보여요?"허유나를 보는 서인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것이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짜증을 숨길 마음조차 없어 보였다.허유나의 작은 몸이 파르르 떨리며 낯빛이 창백해졌다."인아 씨... 갑자기 왜 이러세요..."허유나는 갑자기 변한 서인아의 태도에 목소리까지 떨어가며 물었다."당신 눈앞에 있는 이 남자 때문에요."서인아는 말을 하면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임유환이요?"허유나는 오늘따라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하는 서인아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그래요."서인아는 여전히 차가운 눈을 한 채 허유나를 향해 비꼬듯 말했다."사실 허유나 씨한테 조금은 고마워요 이 남자랑 이혼해줘서. 허유나 씨 같은 여자는 임유환 씨한테 너무 못 미치잖아요. 유환 씨 힘들게만 하지.""제... 제가 못 미친다고요? 임유환이 아니라요?"허유나는 흔들리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뭘 착각하셨나 본데 임유환은 그냥 쓰레기예요. 5년 동안 저한테 빌붙기만 했다고요!""그만!"갑자기 높아진 서인아의 언성에 허유나는 딸꾹질이 튀어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옆에서 보고 있던 장문호와 허미숙도 그 기세에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릴뻔했다."서인아 씨... 저는..."허유나가 뭐라 말을 꺼내려 했지만 서인아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만 해요. 허유나 씨한테 더 들을 말도 없고 듣고 싶은 말도 없어요. 더 이상의 해명은 필요 없습니다.""임유환이 아니었으면 당신 지금 S 시에 있지도 못해요."임유환을 바라보며 얘기를 하는 서인아의 눈에 잠시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했다.하지만 이내 그 따뜻함은 사라진 채 허유나를 보며 말했다."그런데 당신이 지금 누가 기회를 준 건지도 모르고 임유환을 모욕하고 있어요.""임유환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제가 가만있는 건 아니잖아요."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명확히
"인정을 못 해요?"서인아의 차가운 시선이 허유나를 향했다."그래요, 난 인정 못 해요!"허유나는 그 눈빛에도 굴하지 않고 제 말을 이어나갔다."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다들 우리만 의도적으로 고립시키는 거예요?"한쪽에서 그 모습을 보던 장문호는 다급히 허유나의 입을 틀어막으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 조용히 해!""내가 왜 조용히 해요!"곧 있으면 모든 걸 잃게 될 텐데 그럴 바엔 차라리 한 번이라도 반항해보는 게 덜 억울할 것 같았던 허유나는 장문호를 밀어내며 계속 말했다."서인아 씨는 임유환 씨와 어떤 사이죠? 저희 집에 5년이나 빌붙었던 쓸모없는 인간 때문에 저희 집안을 이렇게 적대하는 게 이해가 안 돼서 그래요.""요즘 시대에 힘 조금 있다고 이렇게 다른 사람 짓밟아도 되는 거예요? 사실을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게 말이 되냐고요?""서인아 씨, 제가 인아 씨 늘 존경했지만 이번엔 너무 하세요 진짜.""저 여잔 누군데 서인아 아가씨한테 저렇게 말하는 거야?""그러니까, 저러다가 인아 아가씨가 우리한테까지 등 돌리면 어떡해.""야 그때 베네치아 유람선에 그 년이야. 이번에 또 난리야 저건!"주위에서는 허유나에 대해 수군대기 시작했고 허유나도 그 말들을 들은 건지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시선만은 서인아에게 고정하고 있었다.서인아는 그런 허유나를 보더니 차가운 눈을 하고 입꼬리만 올린 채 말했다."지금 그래서 나한테 따지겠다는 거예요?""네. 서인아 씨가 그 정도 도리도 모르는 사람은 아닐 텐데요."허유나도 물론 잔뜩 긴장했지만 그래도 태연한 척 말을 했다.아무것도 안 해보고 이렇게 모든 걸 빼앗길 수는 없었다.그리고 자기가 버렸던 임유환이 잘되는 꼴은 더 보기가 싫었다."좋아요 그럼. 허유나 씨가 좋아하는 도리 한번 따져보죠."서인아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마치 경멸하는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한 눈이었다."5년 전, 허유나 씨가 아무것도 없었을 때 임유환이 창업 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