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서린의 예사롭지 않은 눈빛에 잠깐 말문이 막혔던 임유환이 이내 말을 이었다."서린아, 이 여자 말 듣지 마. 쭈는 그냥 조 중령님이야. 조 중령님이 나 구해줬어."말을 하면서 임유환은 최서우를 흘겨보았다. 오지나 말 것이지 괜히 와서 저를 곤란하게 만드니 그 적의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조 중령님이요?""그래, 서인아랑 같이 갇혀있을 때 조 중령님이 와서 우릴 구해주시고 병원까지 데려다주셨어."윤서린이 괜한 오해를 하는 걸 원치 않았던 임유환이 다급히 해명을 했다."그런 거였군요."그의 말을 듣고 굳어있었던 윤서린의 표정이 어느 정도 풀렸다."이제 가자, 서린아."최서우가 또 어떤 말을 할지 몰라 임유환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그래요."윤서린은 다시 미소를 되찾은 얼굴로 대답했다."잘생긴 환자분, 나중에 또 봐요."임유환을 향해 손을 흔드는 최서우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눈꼬리도 하늘로 솟아있어 더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다신 보지 말죠."임유환은 그런 최서우를 노려보며 자리를 떴다.말했듯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윤서린은 임유환을 한번, 또 최서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재촉해 임유환을 따라갔다....BMW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운전하는 윤서린은 기분이 나빠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유환이 물었다."아까 최서우 씨가 한 말 때문에 그래?"제 속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챈 임유환에 입술만 물고 있던 윤서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여자 신경 쓰지 말라니까. 그냥 의학에 미친 사람이야."임유환은 답답한 마음에 고개만 저었다."근데 계속 유환 씨한테 잘생겼다고 그러고... 관심 있어 보였어요."말을 하는 윤서린의 목소리에 질투가 묻어났다."그건 내가 회복이 너무 빠르니까 실험대상 삼으려고 그런 거야. 내가 그 속내를 뻔히 알면서 그런 짓을 왜 하겠어."윤서린은 마음이 조금 풀린 듯 말했다."진짜요?""그럼 진짜지.""그리고 번호도 안 줬
거절 버튼을 누르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또 알림음이 울렸다.띠링-역시나 최서우였다. 수락하지 않으면 계속 보낼 작정인 것 같아 임유환은 어쩔 수 없이 친구추가를 수락했다.마침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으니까.친구 추가확인 메시지 뒤로 최서우의 문자가 보였다.[잘생긴 환자분, 누나가 친구추가 보냈는데 왜 거절했어요. 속상해요 저 진짜.]그 문자를 읽은 임유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나이도 자신보다 어리면서 말끝마다 누나누나 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일단은 따지지 않았다.임유환은 단도직입적으로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내 번호 어디서 났어요?][누나가 어떻게 가졌는지 맞춰봐요.]최서우는 입꼬리를 잔뜩 올린 채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조명주 중령님이 준거죠?][빙고! 잘 맞추네요.]임유환도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답이었다.이어서 따봉 이모티콘을 보내오며 최서우가 말했다.[잘 맞췄으니까 상으로 퇴근하고 술 사줄게요. 나올래요?][아니요. 됐습니다.]저를 취할 때까지 먹이고 데려가서 연구하려는 속셈이 뻔한데 임유환이 거기에 걸려들 리가 없었다.[유환 씨 너무 정 없게 그러지 말고. 누나가 이래 보여도 처음 남자한테 데이트 신청한 건데. 평소 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불러도 답장도 안 해요 나.]임유환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임유환은 당연히 최서우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이렇게 유혹적으로 나오는데 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당했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만약 최서우가 한 말이 다 사실이라고 해도 임유환은 최서우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그래서 임유환은 굳이 돌려 말하지 않았다.[저 시간 없습니다. 더 할 말 없으면 씻으러 가야 해서요.][씻는다고요?]최서우는 씻는다는 말에 갑자기 흥미가 생겨 임유환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X발."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걸려오는 영상통화를 본 임유환은 낮게 욕을 내뱉으며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정말 최서우는 제 예상을 빗나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임유환의 머릿속은 내일 있을 파티와 서인아로 가득 찼다.임유환은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부러 자신과 멀어지려고 차갑게 대했던 것도, 폐허에서 자신을 걱정하고 진심을 토로하며 울던 것도...그리고 임유환이 수술실로 들어간 뒤에도 바로 가지 않고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는 간호사의 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눈물은 거짓될 수 없지 않을까.혹시 서인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생각하며 임유환은 습관적으로 긴 한숨을 뱉었다.폐허, 병원 그리고 7년 전의 일까지 내일 파티가 끝나면 물어볼 생각이었다.서인아가 연경에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는 서인아를 볼 기회가 없다 해도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혼자 착각하고 싶지 않았다....새벽녘, 작전 지역에서는 수십 대의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그중에 검은색 전투기 하나가 착륙하더니 군복을 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내렸다.어깨에 달린 별이 4개인 것으로 보아 대장 정도는 돼 보였다.강인해 보이는 구릿빛 얼굴에는 오만한 기색도 역력했지만 대장을 모시러 온 일개 병사들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 어린 표정을 하고 남자를 바라보았다.그 남자는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전장을 휩쓸고 돌아온 대하의 최연소 대장이었다.이번에는 십만 대군을 이끌고 또 한 번 전장에 나가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으니 원수로 승진할 가능성도 충분했다.그러면 그는 온 대하의 최연소, 전무후무한 원수가 되는 것이다!그가 바로 정우빈이었다!"전쟁 매니아"라는 별명에 걸맞는 사람이었다.타고난 재능을 빼고도 그는 연경 작전 지역 제일가는 정 씨 집안 도련님이었다."정 대장님!"정우빈이 문을 열고 나오자 주위에 둘러섰던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모든 병사들이 총을 거두고 정우빈의 향해 고개를 숙였다.정우빈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
이튿날 아침.해수욕장은 아주 시끌벅적했다.오늘 11시, 서인아가 주최하는 축제가 예정대로 호텔 로비에서 열릴 것이다.그때가 되면 서인아가 직접 청년을 선발하여 그녀의 S시 대표로 삼을 것이다!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것인가!하여 9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지만 해수욕장 입구의 야외 주차장에는 이미 각양각색의 스포츠카가 주차되어 있었다.축제에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S시 최상위의 사람들이었다.많은 명문가의 재벌 2세들은 서인아의 사랑을 받는 청년이 되기를 기대했다.임유환과 윤서린 역시 일찌감치 해수욕장에 도착했다.윤서린은 머리를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옅은 노란색 긴 드레스를 입고 허리에는 노란색 벨트를 차고 있어서 그녀의 몸매는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오늘 그녀는 임유환을 만나기 위해 특별히 옅은 화장을 하고 립스틱까지 발랐다.“서린아, 너 오늘 진짜 예쁘네.”온화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마주한 임유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윤서린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수줍은 듯 눈길을 피하더니 다시 큰마음을 먹고 임유환을 바라봤다.어제 하루 종일 고민한 끝에 그녀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그녀는 더 적극적으로 변할 것이다.임유환은 이런 윤서린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더니 인산인해인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서린아, 우리 먼저 들어가자. 입구에 사람이 너무 많네.”입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저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축제에 들어갈 자격도 없었다.하지만 이는 서인아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그들은 축제가 끝난 후 해수욕장 입구에서 서인아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네...”윤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인아는 어디에 있던지 이렇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서인아에 비하면, 임유환 옆에 있는 그녀는 평범하기에 그지없었다...“왜 그래, 서린아?”임유환은 윤서린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아니... 그저 조금 긴장돼서요. 가요, 우리 들어가
“우리 초대장은 당연히 진짜지!”윤서린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허유나는 왜 이렇게 야박해진 거야!]“진짜?”허유나의 입꼬리가 그녀의 경멸한 태도만큼 올라갔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윤서린에게 초대장을 요구하며 말했다.“그럼 보여줘. 우리가 갖고 있는 정품이랑 비교해 보게.”“그래!”윤서린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가방에서 초대장을 꺼내 허유나에게 보여주려 했다.“서린아, 이런 사람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상대하면 할수록 더 자기가 잘난 줄 알고 난리야.”임유환이 손을 뻗어 제지했다.그의 큰 손이 윤서린의 손목에 닿았다.“유환 씨.”윤서린이 고개를 들어 임유환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서 흐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본 그녀는 삽시간에 화가 가라앉았다.윤서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가자.”임유환이 웃으며 윤서린의 손을 잡고 VIP 통로로 걸어갔다.“임유환, 너 무슨 뜻이야? 이 찌질이 같은 놈, 누가 난리라는 거야!”임유환의 태도에 허유나는 적잖이 자극받았다.임유환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너, 이 나쁜 놈, 거기 서, 제대로 설명하고 가!”“서라고 했다, 들었어!”“못난 놈!”허유나는 공기처럼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욕설을 들은 윤서린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괜찮아, 개가 문다고 너도 같이 물 거야?”허유나의 욕설에 임유환은 그저 가볍게 웃어넘겼다.“임유환, 누구보고 개라는 거야!” “거기 서!”하지만 임유환과 윤서린은 이미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해수욕장으로 들어간 뒤였다.“아! 짜증 나!”허유나는 분이 풀리지 않아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러다 문득 멈춰서더니 말했다.“쟤네 지금 들어간 거야?”“그래, 딸.”옆에 있던 허미숙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허! 분명 윤서린 이 년이 다른 수단을 써서 초대장을 손에 넣은 걸 거야. 왕 사장님이랑 잤나 보지.”허유나는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엄마, 태웅아, 우리도 들어가자!”그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옆에 있는 장문
해수욕장 내부의 경치는 아주 아름다웠다.햇빛이 눈부시게 비치고 주위에는 잔디가 푸르르게 자라고 있었다.호텔 로비로 향하는 길 양옆에는 음악분수가 우아한 선율에 맞추어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햇빛, 공기, 모든 게 다 좋았다.임유환은 해수욕장을 걸으며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졌다.서인아가 이런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유환 씨, 여기 너무 예쁘네요!”윤서린도 마음이 개운해졌다.“사진 찍어줄까?”임유환이 웃으며 물었다.“좋아요!”윤서린이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윤서린이 “V”자 포즈를 취하자, 임유환이 휴대전화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유환 씨, 저도 사진 찍어 줄게요.”윤서린이 웃으며 말했다.“아... 난 괜찮아.”임유환이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그는 평소에 사진 찍는 습관이 없었다.“여기까지 왔는데 한 장만 찍어요.”윤서린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래.”임유환이 대답했다.그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 몰라서 쭈뼛거리며 포즈를 취했다. 윤서린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가요, 유환 씨.”휴대전화 갤러리에 임유환의 사진이 한 장 늘어난 것을 본 윤서린은 아주 만족스러웠다.“그래.”임유환도 활짝 웃었다.두 사람은 축제가 열리는 홀리데이 호텔로 향했다.파티 현장으로 들어가니, 로비는 호화로운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중앙에는 레드카펫이 깔려있고 양옆에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고급 뷔페가 놓여있었다.파티장 안에는 S시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일찌감치 모여있었다.윤서린은 약간 당황했다.이런 엄청난 장면은 난생처음이었다.“서린아,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내가 있잖아.”임유환이 윤서린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윤서린은 그제야 긴장했던 몸이 풀렸다. 그녀는 웃으며 임유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고마워요, 유환 씨.”“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 없어.”임유환이 따뜻하게 웃고는 앞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말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허유나였다.그녀는 장문호의 팔짱을 끼고 비웃으며 임유환을 향해 걸어왔다.임유환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그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냉철함과 무관심이 배어있었다.이런 그의 무시는 허유나로 하여금 더 흥분하게 했다.“임유환 씨, 임유환 씨, 널 어떡하면 좋을까? 겨우 얻은 식견을 넓힐 좋은 기회를 이용해 유명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고, 허겁지겁 뷔페나 먹으러 오다니?”“도대체 얼마나 가난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거야? ”허유나의 눈에는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누나, 뭐 하러 이런 사람이랑 얘기해. 설사 누구한테 아부하려 해도, 누가 이런 신분의 사람을 상대하겠어?”허태웅도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이 기회를 빌려 찌질이에게 제대로 모욕을 주려고 했다!임유환은 두 사람을 공기처럼 대하고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쳇, 또 시치미를 떼려고?”허유나가 비웃으며 말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임유환 접시에 눈길을 돌렸고 위에 놓인 쿠키를 보자 더 비웃으며 말했다.“난 또 뭘 먹는가 했더니, 쿠키였어. 세상 물정 모르기는!”“내가 알려줄 테니까 잘 들어.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에서는 와인과 스테이크가 기본이야!”“허허, 딸, 넌 저런 찌질이한테 뭘 그렇게 많이 알려주고 그래. 저런 자식이 와인을 알기나 하겠어?”허미숙도 불쾌해하며 말했다.“설마 당신들한테는 와인과 스테이크가 고급은 아니겠죠?”이 말을 한 사람은 윤서린이었다.그녀는 허유나가 임유환을 모욕하도록 가만두지 않았다.“아니면? 설마 저 쿠키는 아니겠지?”허유나는 자신이 고급인 것처럼 경멸의 눈길로 윤서린을 쳐다봤다.“그래. 유환씨는 이 쿠키를 좋아해. 뭐 어쩔 건데!”윤서린이 그녀와 논쟁을 벌였다.“하하, 그래서 저급하다는 거야. 너를 포함해서 저 사람 옆에 있는 사람들 다!”허유나가 비웃었다.“너!”윤서린은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 말을 들은 조명주도 울화가 치밀어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떴다.그녀가 돌아서 나가려고 하는데 임유환이 천천히 입
그 말을 들은 허유나의 표정이 굳어졌다.임유환이 조 중령님의 친구라고?임유환도 어안이 벙벙해졌다.조명주가 자기를 도와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조 중령, 의리가 있네.]“조 중령님, 방금...저 찌질이가 중령님의 친구라고 말씀하신 건가요?”허유나가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명주를 바라봤다.“누구보고 찌질이라는 거죠?”조명주가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허유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아서 다급히 설명했다.“임유환이요. 임유환은 제 전남편이에요. 5년 동안 제가 먹여 살렸더니 바람을 피워서 결국 제가 뻥 차버렸거든요. 중령님...혹시 저 자식한테 속은 건 아니시죠?”“지금 이 중령의 눈을 의심하는 건가요?”조명주가 차갑게 물었다.“그...그럴리가요...”허유나는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럼, 그 입 닥치세요.”조명주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네...”허유나는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감히 P시의 중령을 건드리지는 못했다.“조 중령님, 화 푸세요.”장문호는 상황을 지켜보고는 나서서 말했다.“방금 저의 약혼녀가 말이 좀 심했습니다. 화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유나도 중령님께서 어떤 사람에게 이용당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옆에 있는 저 녀석은 제 약혼녀의 전남편이 맞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기생오라비인데 지금 윤서린과 붙어있는 건, 윤씨 가문이 S시에서 힘이 있으니 그 덕을 보려는 겁니다.”“하지만 중령님께서 이런 기둥서방이랑 함께 어울려 다니시는 건 신분에 맞지 않습니다!”“그래서, 당신도 이 중령을 가르치려 드는 겁니까?”조명주가 눈을 치켜뜨며 장문호를 쳐다봤다.“그럴 리가요...저는 그저 좋은 뜻으로 드리는 말씀일 뿐, 악의는 없습니다.”장문호는 고개를 숙여 최대한 진정성 있게 보이려 노력했다.“그럼, 그 거짓된 호의는 거둬요. 이 중령도 눈이 있으니 직접 판단할 겁니다.”조명주는 장문호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이 말했다.“하...”장문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다른 볼일 없으면 나한테서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