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희는 집에 도착해서야 이서에게 일이 생겼음을 알았다. 바로 병원에 달려가려는 걸 이상언이 겨우 설득해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병원에 가기로 했다.이튿날 아침,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출발했다. 배미희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지환이 병상 앞에 서서 이서를 정겹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옆에 있는 하나에게 말했다.“상언이 얘기를 듣길 잘 했네. 두 사람, 간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졌을 거예요. 우리가 어제 왔더라면, 두 사람은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 거예요.”하나의 입꼬리도 예쁘게 올라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 들어가고 뭐하세요?”마실 거리를 사 들고 온 상언은 노모와 ‘여자친구’가 병실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하나는 지금의 이 ‘여자친구’라는 신분이 싫지는 않은 듯했다. 상언의 큰 목소리는 병실에 있던 이서와 지환에게도 들렸다. 문밖에 사람이 있는 걸 눈치챈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곧 다시 시선을 피했다.이서의 볼이 빨갛게 상기되었다.지환도 곧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갔다.“오셨어요, 아주머니.”“그래.” 배미희가 빙그레 웃으며 지환에게 다가가 일부러 물었다.“화해한 거야?”“네? 두 사람, 싸웠어?” 하나는 듣자마자 긴장한 듯 이서에게 물었다.“설마 H선생님이 널 괴롭힌 거야?”이서는 빙그레 웃었다.“아니야.”배미희가 옆에서 장난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농담이야. H선생님이 어떻게 이서를 괴롭히겠어? 이서야, 이제 좀 괜찮니? 어제 밤에 엄마가 널 혼자 집에 두는 게 아니었는데,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엄마요?”하나와 상언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그래, 아이고, 내가 깜빡했다. 이제부터 이서는 내 딸이야, 상언아, 너 여동생 생겼다.”배미희는 이상언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우리 집안 경사야. 그래서 말인데, 조만간 파티를 열어 정식으로 이서를 모든 사람에게 소개할 생각이야!”“엄마, 그렇게까지 안 하셔
방금 팜플렛에서 국제단편소설연구팀이라는 글귀를 보았다.이 팀은 배미희가 얘기한 것처럼 아마추어들의 공모전이 아닌 인터넷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적인 유명한 단편 소설가들이 결성한 팀이었다.대중의 시선을 단편소설로 돌리기 위한 인문학자들의 노력이라고나 할까?이번에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도 물론 하이먼 스웨이의 명성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시덥잖은 그런 공모전은 아니었다.아마도 이서가 부담감을 가질까 봐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거라고 상언은 위안 삼았다.“그럼... 저 이번 공모전에 나가 볼까요?”말을 하며, 이서의 눈은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이서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음... 마감일이 다음 달 15일이니 아직 20여 일이나 남았네요. 20여 일이면 충분히 다 쓸 수 있어요.”이서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특히 이서와 가장 오래 알고 지낸 하나는, 활력을 다시 찾은 이서를 보고 엄청 뿌듯해했다....하이먼 스웨이의 별장.따가운 햇살이 하이먼 스웨이의 미간을 비추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이미 컴퓨터 앞에서 무려 하룻밤을 꼬박 앉아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눈앞의 모니터는 이미 꺼진 지 오래되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가은이 한 살 때 가족을 잃어버렸다는 얘기가 맴돌았다.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컴퓨터 화면 속 자료를 똑똑히 보고 싶어도 손은 천근만근이 되어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럼 가은이는 내 딸 아닌건가?’‘난 분명히 다섯 살 때 잃어버렸는데, 만약 메일의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면, 내 딸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이야?’‘딸’을 찾은 뒤로 하이먼 스웨이는 마치 오랜 가뭄에 단비를 맞은 사람처럼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단비로 알고 있었던 게 태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그것도 초특급 울트라 태풍으로...“빵빵!”아래층에서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가은이 외출했다가 돌아온 게 틀림없다.
가은은 서운한 표정으로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엄마, 도대체 왜 그러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순간 자신이 하이먼 스웨이를 속이고 있던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했다.하이먼 스웨이는 손을 흔들었다.“나... 난 괜찮아. 어젯밤에 밤을 꼴딱 샜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그러자 가은은 아무 일 없는 듯 덤덤하게 답했다.“그래요? 그럼 편히 쉬세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자리를 뜨는 가은의 뒷모습을 보며, 하이먼 스웨이는 마음속에 심어진 의심의 씨앗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서가 생각났다. 이서라면, 어젯밤 자신이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렇게 덤덤하게 돌아서지 않았을 것이다.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주었을 것이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 어린 모습으로 물었을 것이다.어젯밤의 이메일은 마치 한 자루의 날카로운 칼처럼 무자비하게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팠다. 그로 인해 그녀는 이전에 신경쓰지 않았던 사소한 부분까지 유의하게 되었다.예컨대 가은과 함께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가은은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적이 거의 없었다. 돈이 필요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빼고는.즉 이전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하이먼 스웨이는 다시 이메일을 확인했다.이메일에는 당시 심씨네 하인이 어떻게 가은을 잃어버렸고, 또 어떻게 가짜 가은을 데려왔는지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작은 부분까지도 디테일하게 적은 걸 보니,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그렇다면 가은은 그녀의 진짜 딸이 아니라는 얘기다.‘그럼 내 딸은?’‘내 딸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하이먼 스웨이는 무기력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절망이 아니라 희망적 고문이다.같은 시각, 옆방의 가은은 욕실에 들어가 모든 물건들을 전부 땅바닥으로 쓸어버렸다.그녀가 이렇게 화가 난 건 하이먼 스웨이가
“윤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대단한 거죠.”박예솔이 주먹을 꽉 쥐었다.[윤이서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떼어내기만 한다면, 그 여자 하나쯤 처리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라고요.] “윤이서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군데요?” 긴장한 심가은이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매번 윤이서를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오는 걸 보면 보통 사람은 아닌 게 분명해.’ ‘설마... 이씨 가문인가?’ ‘하지만 이상언이 사랑하는 사람은 임하나잖아... 임하나는 윤이서의 친구일 뿐이고...’ [그건 알 필요 없어요.] 박예솔이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최근 윤이서가 단편대회에 참가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그런데 그 단편대회의 심사위원이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이시더라고요. 심가은 씨도 알고 있었어요?] 하이먼 스웨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져본 적 없던 가은이 이런 일을 알 리 없었다. [난 심가은 씨도 그 대회에 참가했으면 좋겠어요.]가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즉시 거절했다.“싫어요, 나는 글을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사람이에요. 글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거예요.” [걱정할 거 없어요. 심가은 씨가 대회에 참가할 작품은 내가 준비할 테니까요. 심가은 씨가 해야 할 일은 결과를 발표하는 날에 잘 대응해서 내가 고용한 사람들이 회의장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돼요.] “결과를 발표하는 날 윤이서를 죽일 생각인 거예요?” [맞아요.]박예솔은 윤이서의 실력이라면 틀림없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윤이서는 반드시 그 현장에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보안이 더 강화되겠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회의장은 별수 없을 거야.’ ‘어차피 지호 오빠의 늑대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이니까 윤이서를 죽이는 임무에만 집중을 다 할 거야.’ 심가은은 순간 흥이 났다.“알겠어요, 대회에 참석할게요.” ‘나는 윤이서를 죽일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거야.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진 지엽의 방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으나, 책상 위의 컴퓨터 화면만이 그의 눈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화면 속의 사람은 그것으로 하여금 그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대체 왜 심가은의 자료를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께 드리라는 건데? 물론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는 심가은이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잖아.][만약 바뀐 아이가 또 바뀌었다면?]컴퓨터 화면 속의 구태우는 술 한 잔을 들고 지엽과 잡담을 하며 그의 흥미를 끌려고 했으나, 지엽은 자신만의 감정에 빠져 혼자 술을 따를 뿐이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한 구태우가 아예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저기요, 소씨 가문 도련님, 청승 좀 떨지 마세요. 저를 부른 건 도련님이시잖아요. 잠까지 줄여가면서 도련님이랑 같이 드리려고 그러는데, 혼자서만 술을 드시면 어떡해요.”컵을 내려놓은 지엽이 태우를 한 번 보았다.“난 여기에 다른 친구가 없잖아. 당연히 널 부를 수밖에 없지.”태우가 말했다.“외국에만 친구가 없는 건 아니잖아. 국내에도 없으면서... 말해봐, 윤이서 씨 일은 아직도 진전이 없는 거야?” 태우 역시 이서가 기억을 잃은 일을 알고 있었다. 지엽이 알려줬기 때문이었는데,말하자면 무심코 알게 된 셈이었다. 이전에 이서가 태우에게 조사를 부탁한 일들은 모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는 그 일을 포기하려고 할 때, 심씨 가문의 아가씨가 한 살 때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서가 가은의 일을 언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 사실에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태우는 그 사실을 깊이 파헤친 후에야 하인에 의해 가은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이먼 스웨이의 자료를 찾아보고서야 하이먼 스웨이가 대여섯 살인 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상하다고 여긴 태우는 지엽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는 계속 조사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
지엽은 충격을 받은 태우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술을 따랐다. ...이서는 전심전력으로 원고를 써야 했기에, 연회를 개최하는 일은 모두 하나와 상언에게 맡겼다. “이 선생님은 연회를 언제 개최하는 게 좋을 것 같으세요?”달력을 손에 든 하나는 가장 적합한 날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상언은 하나의 분홍색 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설렘을 느낀 상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입 맞추고 싶다.’“이 선생님, 제 말 듣고 계세요?”상언이 대답을 하지 않자, 하나가 불만스럽게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정신을 차린 상언이 미소를 지으며 하나의 허리를 껴안았다.“하나 씨는 언제가 좋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얼버무리는 거예요?” 하나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앞으로는 이서를 여동생처럼 여겨줬으면 좋겠어요.”상언이 하나의 귓가에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만약 우리의 결혼 날짜를 정하는 거였다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봤을 거예요.”그는 또 한 번 설렘을 느꼈다. 하지만 하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의 옆을 지나갈 뿐이었다. “이서가 연회에 몇 명이나 초대할 생각이라고 했었죠?”옅은 미소를 지은 상언이 대답하려던 찰나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그것은 실험실에서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고 안색이 변한 상언은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향했는데,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이미 말을 마치고 상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상언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 가봐야 하는 거예요?”하나는 여전히 달력을 보면서 상언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상언이 아주 부자연스럽게 대답했다.“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요, 그럼 저는 다른 거 먼저 보고 있을게요. 날짜는 이 선생님 오시면 다시 이야기해요.”“날짜도 하나 씨가 정해도 돼요.” 상언은 뒤에 덧붙이려던 말을 꾹 삼켰다.‘하나 씨가 안주인인 것처럼요.’호텔을 나온 상언은 곧장 실험실
홀은 상언과 통화를 하고서야 그의 실험실이 폐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똑똑히 알아보겠습니다.] 상언은 M국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천재 의사였으며, 이씨 가문 역시 만만치 않은 권력을 가진 가문으로써 지환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그의 이런 배경은 홀을 불안하고 애타게 했다. 홀은 부하 직원들에게 바쁘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는데, 외교부 장관 셔먼이 내린 명령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노발대발했다.“이렇게 황당할 수가! 외교부 장관 따위가 남의 실험실을 마음대로 폐쇄하는 게 말이 돼?! 그럴 자격이나 있고?”부하 직원이 말했다.[아무래도 이 선생님을 오랫동안 짝사랑한 케이티 씨가 원한을 품으신 모양입니다.]“그건 더 말이 안 되는 거잖아!”홀은 더욱 화가 났다.“자식의 분풀이를 위해서 이 선생님의 실험실을 폐쇄하다니, 일이 커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책임질 건데?!”수화기 너머의 부하 직원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대통령님께 직접 전화를 드려야겠어!”홀이 화를 냈다.[하지만 장관님... 셔면 장관님은 하지호 씨의 보호와 지지를 받고 계시는 분입니다.]부하 직원이 참지 못하고 홀을 일깨워 주었다. 이는 외교부 장관 셔면의 배후에 하지호가 있다는 뜻이었다.지호 역시 지환에 버금가는 제2의 재벌이었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라 할 수 있었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복잡한 관계라는 문제가 있었다.그래서 무턱대고 이 두 사람의 일에 끼어드는 것은 결코 이성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홀은 망설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부하 직원이 말했다.[그리고 셔먼 장관님은 대통령님의 오랜 친구분이시기도 합니다. 장관님, 아무래도 이 일에는 끼어들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럼 이 선생님은...”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알았어.” 한숨을 쉰 홀을 상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간단히 알렸을 뿐, 그들의 일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막강한 권력을
하지호는 교활한 늑대로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호 쪽은 좀 어때?”이서가 없는 것을 확인한 상언이 물었다. “계획은 이미 진행 중이야.”“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호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잖아.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고수들이고... 그를 해치우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야.”“누가 해치우겠대?”지환이 눈을 부릅뜨고 상언을 쳐다보았다. 상언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히 네가...”“하지호가 나를 살려준다면 나도 그를 살려주겠지만, 하지호가 이서를 건드린다면, 나도 그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야. 아마 아주 쓰라린 대가가 되겠지.”상언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위압적인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YS그룹은 이천의 인솔하에 H국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통신 설비, 부동산 등 각종 분야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어. 이 기세가 계속된다면 H국에서 하씨 가문의 생산공간은 급격히 축소될 거야. 그럼 하은철도 처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되겠지.”지환이 상언을 힐끗 보았다.“이래도 하지호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상언은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씨 가문 자체를 손에 넣겠다? 그건 좀 심했다, 너무 몰살하는 거 아니야?”“네가 H국에 처음 갔을 때, 하씨 가문이 널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이잖아.”상언이 말했다.“하은철의 목숨을 지금까지 남겨둔 것만으로도 나의 몫은 다한 거 아닌가?”지환이 말했다.상언은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지환이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상언에게 말했다.“참, 최근 하지호는 정치인들의 배후를 봐주고 있어. 아마 YS그룹만이 목표는 아닌 것 같아. 너도 얼른 삼촌에게 단단히 준비하라고 알려드리는 게 좋을 거야.”“설마...”상언이 말했다.“미쳤구나, 너를 상대할 생각인 거야. 아주 작정을 한 거라고!”“하지호의 목표가 뭐든, 절대로 방심하지 마.”상언은 또 무슨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