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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가은은 서운한 표정으로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

“엄마, 도대체 왜 그러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순간 자신이 하이먼 스웨이를 속이고 있던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했다.

하이먼 스웨이는 손을 흔들었다.

“나... 난 괜찮아. 어젯밤에 밤을 꼴딱 샜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

그러자 가은은 아무 일 없는 듯 덤덤하게 답했다.

“그래요? 그럼 편히 쉬세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자리를 뜨는 가은의 뒷모습을 보며, 하이먼 스웨이는 마음속에 심어진 의심의 씨앗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서가 생각났다. 이서라면, 어젯밤 자신이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렇게 덤덤하게 돌아서지 않았을 것이다.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주었을 것이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 어린 모습으로 물었을 것이다.

어젯밤의 이메일은 마치 한 자루의 날카로운 칼처럼 무자비하게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팠다. 그로 인해 그녀는 이전에 신경쓰지 않았던 사소한 부분까지 유의하게 되었다.

예컨대 가은과 함께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가은은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적이 거의 없었다. 돈이 필요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빼고는.

즉 이전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이먼 스웨이는 다시 이메일을 확인했다.

이메일에는 당시 심씨네 하인이 어떻게 가은을 잃어버렸고, 또 어떻게 가짜 가은을 데려왔는지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작은 부분까지도 디테일하게 적은 걸 보니,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가은은 그녀의 진짜 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 내 딸은?’

‘내 딸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하이먼 스웨이는 무기력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절망이 아니라 희망적 고문이다.

같은 시각, 옆방의 가은은 욕실에 들어가 모든 물건들을 전부 땅바닥으로 쓸어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화가 난 건 하이먼 스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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