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언과 하나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이 의사가 이렇게 어렵게 입을 떼는 이유가 뭘까?’ 의사는 이서가 식물인간이 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듯했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가족분과 잘 상의해 볼게요.” 의사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한 하나와 상언이 병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나중에 형부에게는 이 선생님이 말해주실 거죠?” 하나도 감히 지환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특히 요 며칠, 지환은 한발짝도 떠나지 않고 이서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이서는 줄곧 깨어나지 못했는데, 그의 표정은 덩달아 어두워졌다. 의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하나조차도 지환과 대화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상언이 난처해했다.“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지환이는 분명히 화를 낼 거예요!” “그럼 말하지 않으려고요?” 하나는 곧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만약에 이서가 정말로 식물인간이 된다면... 어떡해요?” 상언이 급히 그녀를 껴안았다.“미리 울지 마요.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고 있잖아요.”“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내가 어떻게든 지환이를 멀리 보낼게요. 지환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이서 씨의 검사를 진행하는 거예요!” 이 방법은 곧 하나의 동의를 얻었다. 결국,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좌우를 살핀 상언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재빨리 하나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하나가 눈동자를 붉히며 그를 한 번 노려보았다. 상언이 웃으며 말했다.“이틀 동안 이서 씨를 돌보느라 나랑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잖아요.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하나가 비꼬며 말했다.“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런 생각만 하는 거예요?” 상언이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요. 하나 씨를 보자마자...” “보자마자 뭐가 어쨌다는 건데요?”하나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상언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어쩔 수 없겠어. 하나 씨는 이제야 나랑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 하는데,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어
이천은 병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상언에게 물었다.“대표님께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지 벌써 며칠이나 됐죠?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어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이서 씨가 깨어나지 않는 이상, 지환이는 이런 자학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려 할 겁니다.”“그리고 이 비서님도 알다시피, 지환이는 누가 와서 밥을 먹으라고 해도 듣지 않을 성격이잖아요.” 고개를 숙인 이천이 잠시 후에야 말했다.“대표님의 건강이 너무 걱정됩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상언이 이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자, 그 얘기는 그만하죠. 그나저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께서는 이미 하씨 그룹을 인수할 계획을 세워 두셨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주식을 팔겠다던 사람들이 갑자기 마음을 바꿨더라고요.” “며칠간 조사한 결과, 하씨 그룹의 주식을 인수하려는 저희의 속셈을 간파한 하씨 가문의 집사가 그 사람들의 자녀를 위협하면서 저희에게 주식을 팔지 말라고 했다더군요.”“말을 듣지 않으면, 자녀들을 죽이겠다면서요!”“큰일이네요.”“네.”이천이 문 앞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가서 한 번 물어보세요.”상언이 말했다.“어쨌든 지환이가 하씨 가문을 상대하려는 건, 이서 씨를 위한 거잖아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가보겠다고 할지도 몰라요.”“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 틈을 타서 이서 씨의 검사를 진행하면 되는 거고요.” “네, 알겠습니다.”이천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로 들어갔다.그는 여전히 병상을 지키며 외부의 변화 따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지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어렵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하씨 가문 인수 건에 관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지환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다니, 세 사람은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이천이 바삐 말했다.“주 집사님이 그 사람들의 자녀를 위협하면서 저희에게 주식을 팔지 말라고 협박했답니다. 우선 그 아이
“그러니까 저희는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세요?”“제가 아니라 마이클 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에요.”“마이클 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 하셨다니...”하나가 자리에 앉았다.“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요.” 바로 이때, 혼비백산하여 걸어오는 소희가 보였다.하나가 즉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소희야, 너 왜 그래?” 소희가 어렴풋이 고개를 들어 하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 아까 왔을 때는 다 같이 있는 줄 몰랐는데?”“이서를 데리고 검사하러 다녀왔어.’하나가 문어귀로 걸어가 소희의 손을 잡았다.“소희야, 나는 오히려 네가 걱정이야.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아니야.”소희가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눈동자로는 분명히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하나는 조급해졌다.“소희야, 대체 무슨 일이야? 걱정돼 죽겠단 말이야!” 소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하나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언니, 나... 이제 어떡해? 어떻게 하냐고, 엉엉.” 하나는 밑도 끝도 없는 이 말이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소희의 감정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소희야, 대체 무슨 일이야?” 소희가 얼굴의 눈물 자국을 닦아내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내가... 심근영 회장님의 딸이래.” 순간, 하나의 안색이 변했다.“누가 그래?” “최미영 팀장님이 주신 자료에 쓰여 있었어.”그 자료는 이서가 최미영에게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서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회사의 모든 자료가 소희의 손을 거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소희는 자신이 심근영의 딸이라는 것을 알아채고야 말았다. “그 자료, 진짜야? 확실한 거냐고!” “이미 최미영 팀장님께 여쭤봤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이라고 하셨어. 어쩐지 요즘 심근영 회장님 부부가 빈번히 내 앞에 나타나고, 장희령이 나를 겨냥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전부 다...
잠시 후, 소희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하나를 스쳐 병상 앞으로 걸어갔다.“이서 언니는 어떻게 됐어?” “계속 혼수상태지, 뭐.”하나의 시선이 이서에게 떨어졌다.“지금으로서는 이서가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 “이게 다 장희령 때문이야!”소희가 이를 갈며 말했다. “맞아, 그 여자가 이서 앞에서 결혼 이야기만 꺼내지만 않았더라면, 이서가 자극받아서 기절하는 일은 없었을 거야.” “장희령,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해.”“지난번에 이서를 만났을 때도 일부러 형부의 가면을 벗기려 했다고 들었거든.” “물론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나도 안 믿을 거야!”소희의 눈동자에 서린 증오가 더욱 깊어졌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것 같지 않아? 이서는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데, 행복에 겨운 장희령은 심동과 결혼한다잖아!” 하나가 모든 감정을 담아서 말했다. “하나 언니.”소희가 코를 훌쩍였다.“세상은 정말 불공평해. 우리가 정의를 되찾아야 한다고!” 하나가 불안하다는 듯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소희야, 절대 바보 같은 짓은 하면 안 돼.” 소희가 고개를 저었다.“하나 언니, 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시간이 늦었으니까 이만 회사로 돌아가 볼게.” “그래.하나가 그녀를 문어귀까지 바래다주었고, 불안하다는 듯 재차 일깨워주었다.“소희야, 바보 같은 짓은 절대 하면 안 돼, 알겠지?”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아래층에 다다른 그녀는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고, 곧바로 심근영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번 뵙고 싶습니다.” 그녀는 심근영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으며, 주소와 시간을 메시지로 보내주었다. 30분 후, 그녀는 찻집에 나타났다.그러나 심근영 부부는 그녀보다 더 일찍 도착해 있었다. 두 사람이 그녀를 보자마자 빙그레 웃으며 무엇을 먹을지 물었다. 소희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
룸에는 조용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잠시 후에야 심근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소희야, 네가 먼저 우리를 찾아온 이유가...”“그런 거 아니에요!”소희는 생각하지도 않고 부인했다.심근영 부부의 얼굴에 상처받은 기색이 스쳤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심근영이 입을 열었다.“괜찮다, 우리는 다 이해할 수 있어. 단번에 우리를 받아들이는 건 힘들겠지.”“하지만 소희야, 우리에게도 기회를 다오. 네가 지난 20년간 겪은 고통을 보상할 수 있는 기회를 다오...”“그래도 싫습니다.”소희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장희령 씨가 알면 얼마나 기분 나빠 하겠어요?” 심근영이 이지숙과 눈을 마주쳤다.“희령이가 왜...?” 두 사람이 확실히 모른다고 생각한 소희가 일부러 말했다.“두 분, 모르셨어요?” “뭐를?”“저희 엄마가... 제가 부모를 봉양하지 않고, 동생마저 학대했다며 고소했던 일, 알고 계시죠?”“알다마다.”두 사람이 마늘을 찧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 장희령 씨가 배후에서 조종한 일이었어요. 제 예상이 맞다면, 제가 두 분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저를 겨냥한 걸 거예요.” “구체적인 목적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소희가 조롱하며 말했다.“아직 심씨 가문에 돌아가지도 않은 저를 그렇게 겨냥했다고요!” “제가 심씨 가문에 돌아간다면, 그 여자가 저의 새언니가 되는 거잖아요? 그때가 되면, 저한테 무슨 짓을 할지 상상도 할 수 없네요!” 심근영 부부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네 양어머니에 관한 일이... 희령이가 조종한 일이라고? 그게 정말이니?”“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조사해 보시면 되겠네요.” “저희 엄마가 묵는 곳이 보안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심씨 그룹 산하의 호텔이었어요.” “장희령 씨라는 배후가 없었다면, 저희 엄마가 그렇게 고급스러운 호텔에 묵을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저희 엄마가 받은 돈이 장희령 씨의 매니저의 계좌에서 입금된 거더라고요.”“그러니까...”소희는 더 이상 말을
소희는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을 찾았다.하지만 심동을 기다리는 동안, 심근영 부부와 한 공간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어색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20년 넘게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친부모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색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소희가 무료하게 호텔 입구를 지키던 그때, 심동과 장희령이 나타났다. 소희를 본 장희령은 조금 놀랐다.“소희 씨가 왜 여기 있지?” 심동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에게 전화를 건 심근영은 함께 식사하자고 했을 뿐, 소희가 밥을 사는 것이라 말하지는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장희령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소희 씨가 어머님 아버님께 식사를 대접하면서 심동 씨를 불러내려고 한 게 틀림없어.” “물론 화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겠지.”“윤이서 말이야, 아직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대. 그래서 그 화물들은 아직 H시의 고속도로에 정리되지 못한 상태로 널브러져 있나 봐.” 장희령이 다소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소희 씨가 나중에 무슨 부탁을 하든, 절대 들어주지 마.” “걱정하지 마. 나는 우리 부모님처럼 딸이라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 말을 들은 장희령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고, 도발적인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 ‘심씨 가문 며느리로서의 자리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모르고 있구나?’소희가 그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 표정을 알아차린 장희령의 안색이 다소 어두워졌다.어느 순간부터 소희의 얼굴에서 이서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윤이서!’ 이서를 생각한 장희령이 또 이를 갈았다.‘혼수상태에 빠진 주제에 나를 화나게 할 수 있다니!’ 그녀가 심동의 팔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자기야, 먼저 들어가. 소희 씨랑 따로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심동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응.” 그는 곧장 룸으로 들어갔다. 룸의 문이 서서히 닫히자, 장희령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소희의 앞으로 걸어
“아니요, 틀렸어요.”소희가 검지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제가 밥을 사는 이유는 장희령 씨를 위한 거였어요.” “날 위한 거라고요?”장희령은 이해하지 못했다.“왜죠?” “장희령 씨한테 식사를 대접하지 않으면, 장희령 씨의 실망한 표정을 감상할 기회가 없잖아요?” “내가 왜 실망한다는 거예요?”장희령은 갈수록 영문을 몰랐다. “왜냐하면 곧 장희령 씨의 결혼이 없던 일이 됐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그 순간, 장희령의 온몸이 흠칫 떨렸다.“뭐라고요?”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허, 말도 안 돼. 바로 내일이 나와 심동 씨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에요. 심소희 씨, 내가 그깟 농담을 믿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심소희 씨가 뭔데 내 결혼식을 좌지우지한다는 거예요?!” “심씨 가문의 친딸이라는 건 충분한 이유가 못 된다는 거예요?”소희가 또박또박 말했다. 한 글자 한 글자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장희령의 심장을 찌르는 듯했다.“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소희가 몸을 돌려 룸 쪽으로 걸어갔다.“식사가 끝나면, 두 분께서 이 기쁜 소식을 직접 전해주실 거예요.” 장희령은 온몸이 떨렸고,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낀 그녀가 소희의 머리채를 잡았다.뒤통수에서 밀려오는 통증을 느낀 소희가 즉시 몸을 돌려 장희령과 맞붙었다.이서를 떠올리자, 온몸에 힘이 가득 차는 듯했고, 이내 장희령을 자신의 아래에 눕혔다. 바로 이때, 룸에 있던 세 사람이 인기척을 듣고 뛰어나왔다. 그들을 발견한 장희령의 눈동자에 한 가닥의 희망이 스쳤다. 마치 생명의 지푸라기를 본 것처럼 말이다.“자기야, 나 좀 살려줘... 소희 씨는 미쳤어, 완전히 미쳤다고!” 심동이 아픈 마음으로 소희를 밀쳐냈다.남자의 힘은 매우 강력한 법이다. 게다가 힘을 조절하지 않은 탓에 소희는 휘청거리다가 난간에 부딪힐 뻔했다.다행히 심근영이 재빠르게 소희를 부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겪은 심근영도 밥 먹을 마음이 사라졌다. “그래, 우리는 다음에도 밥 먹을 기회가 있을 거야. 하지만 네 얼굴의 상처는...”심근영이 걱정하며 말했다.“우리랑 같이 병원부터 가자꾸나.” “정말 괜찮아요. 저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식사는 다음에 대접해 드릴게요.” 소희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장희령을 뚫어져라 바라보고는 훌쩍 떠나버렸다. ‘장희령이 이서 언니를 혼수상태에 빠지게 했어. 그러니까 나도 장희령이 가장 아끼는 걸 망가뜨린 거야!’ 이 사건으로 인해, 장희령은 신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심씨 가문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되었다.아무래도 심근영 부부가 심씨 가문으로 돌아온 소희의 모습을 원치 않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이렇게 생각한 장희령이 죽일 듯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내가 한평생 꿈꿔온 순간이 심소희 때문에 다 망가졌어!’ 소희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리던 심근영이 심동에게 소리쳤다.“너, 당장 따라와!” 그가 장희령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심근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라도 따라오고 싶지 않다면, 네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너 말고도 심씨 그룹을 짊어질 아들은 많으니까!” 자신의 이익을 생각한 심동이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장희령을 놓아주었다.“희령아, 나 먼저 가볼게.”그는 곧장 심근영 부부의 뒤를 따라갔다. 장희령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그녀는 심씨 그룹과 관련된 일이라면, 심동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다. ‘내일이면 심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수 있었어!’ ‘그래, 하은철!’‘하은철이 나를 도와줄 거야!’ 하은철을 떠올린 장희령이 마지막 희망을 불태우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온몸에 남겨진 상처를 전혀 개의치 않고 그가 있는 하씨 그룹으로 달려갔다. 같은 시각.하씨 그룹에도 음산한 구름이 드리워졌다. “그 주주들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