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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호텔, 지환의 방 안.

이천은 하은철 쪽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하은철은 송철환 대표가 새벽에 출국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송 대표의 아내와 딸을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답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미 두 사람과 출국한 상황이라... 하은철은 이번에도 허탕을 치게 될 겁니다.”

이천은 말을 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환이 그를 힐끗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다야?”

“아직입니다.”

“그럼 빨리 말해.”

“대표님, 왜 그렇게 재촉하시는 겁니까?”

이천은 담력이 커진 듯했는데, 지금의 지환이 예전처럼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지환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네가 가야지만 이서가 올 수 있을 테니까.”

이천이 뒤늦게 물었다.

“이서 아가씨께서 저를 볼까 봐 그러시는 겁니까?”

“그래.”

지환이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펼쳤다.

이천이 말했다.

“대표님, 임현태 형님도 이서 아가씨를 만날 수 있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겁니까? 저도 이서 아가씨를 뵙고 싶습니다.”

그는 어언 3개월 동안 이서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지환이 이천을 흘겨보며 말했다.

“안 돼.”

“이유가 뭡니까?”

지환이 잡지 한 페이지를 펼쳤다.

“너는 늘 내 곁에 있었잖아. 너의 존재가 이서한테 큰 자극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현태 씨는 상황이 다르지, 현태 씨는 이서가 힘들 때에도 늘 이서의 곁을 지켰으니까.”

이천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더 할 말이 남았나?”

지환이 다시 한번 이천을 내쫓으려 했다.

멍하니 몸을 돌려 걸음을 내딛던 이천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렸다.

“아, 오늘 심씨 가문 가주의 큰아들이자, 장차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사람이 하은철을 만나러 갔었답니다.”

이천은 지환이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지난번에 이서 아가씨께 밥을 사주겠다고 했던 그 사람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환이 자신의 가면을 벗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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