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31화

작가: 시해나
‘이 정도면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굳이 변화가 있다고 말하자면, 내가 친밀한 관계를 거부하지 않는 것뿐이지.’

‘하지만 지금 당장 혼인신고를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잖아?’

상언도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던 터라, 혼인 신고에 관한 이야기는 입도 뻥끗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는 때때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오매불망 자신만을 기다리는 상언의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또 한 번 강하게 밀려오는 듯했다.

톡방에 있던 사람들은 이 답장을 본 후에야 상황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녀들은 아무렇게나 대화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된 소희에게 한턱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소희는 정인화가 가져온 답답한 마음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

그녀가 기쁜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 내일 모두를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할게요!]

톡방에서는 또 한바탕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어떤 이가 기뻐하면 또 다른 어떤 이는 근심하는 법이었다.

같은 시각.

하씨 가문의 고택에 있는 은철은 기분이 바닥을 치는 듯했는데, 방금 들어와서 그의 맞은편에 앉은 심동도 오늘이 은철과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날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심동은 더 이상 개의치 않고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하 사장, 정말 윤씨 그룹을 압박하고 싶으면, 우리 두 가문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은철이 불쾌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는 하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압박할 방법이 없으니, 심씨 가문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거야?”

심동이 급히 반박했다.

“그런 뜻이 아니야. 나는 단지 윤 대표의 배후에 후원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 사람은 아주 막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임이 틀림없어. 어쩌면 우리 4대 가문을 합친 것보다 더 막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지.”

안색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032화

    호텔, 지환의 방 안.이천은 하은철 쪽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하은철은 송철환 대표가 새벽에 출국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송 대표의 아내와 딸을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답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미 두 사람과 출국한 상황이라... 하은철은 이번에도 허탕을 치게 될 겁니다.”이천은 말을 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환이 그를 힐끗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다야?” “아직입니다.”“그럼 빨리 말해.” “대표님, 왜 그렇게 재촉하시는 겁니까?”이천은 담력이 커진 듯했는데, 지금의 지환이 예전처럼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가끔은 지환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네가 가야지만 이서가 올 수 있을 테니까.”이천이 뒤늦게 물었다.“이서 아가씨께서 저를 볼까 봐 그러시는 겁니까?” “그래.”지환이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펼쳤다. 이천이 말했다.“대표님, 임현태 형님도 이서 아가씨를 만날 수 있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겁니까? 저도 이서 아가씨를 뵙고 싶습니다.” 그는 어언 3개월 동안 이서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지환이 이천을 흘겨보며 말했다.“안 돼.” “이유가 뭡니까?”지환이 잡지 한 페이지를 펼쳤다.“너는 늘 내 곁에 있었잖아. 너의 존재가 이서한테 큰 자극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현태 씨는 상황이 다르지, 현태 씨는 이서가 힘들 때에도 늘 이서의 곁을 지켰으니까.” 이천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더 할 말이 남았나?”지환이 다시 한번 이천을 내쫓으려 했다. 멍하니 몸을 돌려 걸음을 내딛던 이천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렸다. “아, 오늘 심씨 가문 가주의 큰아들이자, 장차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사람이 하은철을 만나러 갔었답니다.” 이천은 지환이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지난번에 이서 아가씨께 밥을 사주겠다고 했던 그 사람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환이 자신의 가면을 벗기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033화

    H국에 있던 이천은 지환을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었지만, 업무를 보고할 때도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후에 이서의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지자, 지환의 정서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부하 직원들은 그제야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YS그룹에서 이서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살아있는 보살’로 모실 지경이었다. 바로 그때, 이천은 지환에게 설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더욱 섬뜩한 장면을 맞이해야만 했다. 문밖에 서서 기다리던 이서가 갑자기 문 쪽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중얼거린 것이었다.“이상하다, 분명히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이천이 곧바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문밖에 있던 이서는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 선생님, 안에 계시는 거죠? 소리도 들리는데 왜 나와보지 않으시는 거예요?”이서는 말할수록 밀려오는 불안감과 조급함을 느꼈다.“설마 또 저번처럼 숨어서 저를 만나주지 않으시려는 거예요?” 지환이 이천을 노려보며 문 뒤에 숨으라고 눈짓했고, 곧이어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린 후, 지환을 마주한 이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제야 문을 여시는 거예요?”이서가 지환의 소매를 꽉 잡았다.“장희령이라는 사람이 선생님의 가면을 벗기려고 해서 화가 나신 거예요?” “저는 그 여자랑 아무런 관련도 없어요! 제가 시킨 게 아니었다고요!” 이서는 가면에 관한 일에 마음이 상한 지환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 것이라 여기는 듯했다. 그녀조차도 지환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말이다.지환이 웃는 듯 마는 듯하며 이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길을 마주한 이서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바보.”“지금 누구더러 바보라는 거예요?” “너.”지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바보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이서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하긴, 장희령이 전에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우리 두 사람이 한 패일 수 있겠어.’ ‘하 선생님도 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034화

    이서의 입가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는데, 지환의 ‘숨겨둔 애인’이 상상한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서의 얼굴에 이상한 기색이 떠오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지환이 그제야 이천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천이라고 해, 내 비서야.” 이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던 지환은 곧바로 그녀의 엉뚱한 생각을 억누르려 했다. 이서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아, 비서시구나...” ‘깜짝 놀랐네.’이서를 바라보던 이천은 마음속에 억눌렸던 감정을 참지 못한 채 그녀의 손을 잡았고, 감격에 겨워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서가 당황스럽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 지환의 치켜 올라간 눈썹은 이미 일직선을 이룰 지경이었지만. 이서를 만난 것에 대해 감격하느라 바빴던 이천은 자신의 오랜 친구가 또 다른 감격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환이 인상을 찌푸렸다.‘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이서와 만나지 않게 하려던 거였다고!’ 한참 후에야 이서가 입을 열었다.“선생님, 비서분이...” “이천!”지환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천은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고, 바삐 코를 훌쩍였다.“죄송합니다, 윤 대표님, 저...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천은 영문도 모르는 이서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원래 저런 사람이거든.”지환이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이서야, 들어와서 앉아.” 지환의 뒤로 깔끔하게 정리된 호텔 방을 본 이서가 턱을 살짝 치켜올렸다.“아니에요, 방이 엉망이잖아요.”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지환은 자존심이 강한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손끝으로 가면을 살짝 만졌고, 얼굴에 머금었던 따스함을 거두어들였다. 같은 시각.하은철과 협력방안을 정한 심동이 상쾌한 마음으로 차에 오르려 했다.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희령이 심동을 대신하여 차 문을 열었고, 그가 앉기도 전에 물었다.“어떻게 됐어? 하은철이 협력하겠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035화

    심동이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그는 방금 하은철과 협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느라, 방해받지 않으려고 핸드폰을 음소거로 전환해 두었다. 아마 부모님은 심동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장희령에게 연락했을 것이었다. “이상하네, 여동생을 찾으러 가셨던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신 거지?”“설마, 벌써 내 여동생을 찾은 걸까?” 심동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장희령이 대답했다. 그녀는 또 한 번 심동을 힐끗 바라보았다. “자기야, 이제 머리 아픈 일도 다 해결됐네.”“만약에, 그러니까 내 말은... 정말 만약에 자기의 부모님께서 잃어버렸다던 따님을 찾으신 거라면... 틀림없이 기뻐하시겠지?” 심동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당연하지.” 순간, 장희령의 눈동자가 밝아졌다.“그럼 기분이 좋아지신 자기의 부모님께서... 우리 두 사람을 허락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서 말인데 자기는...”심동은 장희령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자기야, 이번에는 확실히 자기의 잘못도 있긴 하지만, 자기의 도움으로 하씨 그룹과 심씨 그룹의 협력을 성사시킨 셈이잖아? 이건 역사적인 순간이나 다름없어.”“내가 이 일을 우리 부모님께 알려드린다면, 두 분께서는 분명히 다른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실 거야.” “게다가 지금 두 분은 온 신경을 내 여동생을 찾는 데에 쏟고 계시잖아? 정말 만약에 내 여동생을 찾은 게 맞다면... 두 분은 틀림없이 아주 기뻐하실 거야. 그렇게만 되면,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은 두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하늘에서 별을 따달라는 부탁을 해도 흔쾌히 들어주실 거야. 아마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하실걸?”행복감을 느낀 장희령이 펄쩍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붉은 입술을 내밀며 애교를 부렸다.“자기의 부모님께서 따님을 찾으신 게 맞다면, 바로 우리의 결혼 이야기부터 꺼내봐야겠어.” “걱정할 거 없어.”심동이 장희령의 손을 꼭 잡았다.“넌 반드시 내 와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036화

    그 사진의 주인공은 이서의 곁을 지키는 심소희였다!장희령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심소희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라니.’이지숙의 웃는 얼굴을 마주한 장희령의 마음속에서는 미친 듯한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내가 소지엽 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던 심가은은 내가 심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극도로 반대했었지. 그런 심가은이 죽어줬더니, 더 무서운 사람이 나타난 셈이라고!’‘게다가 이 사람은 이십몇 년 만에 되찾은 딸이잖아?’‘두 분이 심소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거야. 이 여자가 돌아온다면, 내가 심씨 가문에 시집가려던 계획은 헛된 꿈이 되고 말 거라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장희령이 천천히 냉정함을 되찾았고, 심동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야, 두 분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여기서 자료를 보면서 자기의 여동생이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이분에게 접근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테니까...” 심동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엄마, 그리고 아빠, 서재에 가서 또 다른 중요한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심근영 부부는 심동을 따라 서재로 올라갔고, 장희령은 그제야 다시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다만 그녀의 눈빛에서는 거리낌 없는 잔혹함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럴 수가!’‘윤이서의 곁에 있는 사람이 심씨 가문의 아가씨였다니!’ 장희령은 죽을힘을 다하여 노력한다고 해도, 소희가 심씨 가문의 하인이 잃어버린 아이라는 사실을 바꿀 방법이 없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장희령이 고개를 들어 2층에 있는 서재를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심동 씨의 부모님께서 하씨 가문과 심씨 가문의 협력을 좋게 보셔서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흔쾌히 승낙하신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불안감을 느낀 장희령이 위층을 한 번 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모든 가정부가주방에서 기쁜 마음으로 바삐 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장희령은 용기를 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037화

    왜냐하면 그녀는 좋은 집안의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린 장희령이 아래층의 자료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누에 서린 독기는 졸졸 흐르는 물처럼 소희의 정보가 쓰인 자료를 서서히 물들이는 듯했다. ...비록 소희가 톡방에서 자기가 한턱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현태가 끝까지 자기가 내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모두 7성급 호텔로 향해야만 했다. 이러한 식사 자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소희와 현태는 상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일어나 이서와 지환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두 사람이 몇 번이고 움직이자, 이서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식사 자리는 두 사람이 마련한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상석에 앉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상석에 앉을 기회는 앞으로도 많을 거예요. 즉, 나중에 우리 두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그러고 나서 앉아도 늦지 않을 거란 말이죠.”“대신, 식사가 끝나면 야식은 우리가 살게요.” 다른 사람들이 분분히 입을 가리고 웃었다. 특히 나나와 하나가 이서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맞아요, 그래봤자 우리끼리인데, 이런 거까지 따질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편하게 앉아요.” 소희는 그제야 편안하게 자리에 앉았으나, 현태만큼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 ‘소희 씨는 윤 대표님과 자매처럼 친하니까 상관없지만, 내가 하 대표님과 있을 때는...’ ‘늘 손님석에 앉았어. 하 대표님께서 늘 상석에 앉으셨으니까 말이야.’지환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뭘 그렇게 긴장해? 이미 이야기 다 끝났잖아?”이 말을 들은 현태가 눈을 크게 뜨고 지환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음속에 따뜻한 감정이 스며드는 듯했다. ‘이전의 하 대표님은 이런 사소한 것조차 용납하지 않으셨을 거야.’ ‘역시 윤 대표님을 만난 후에 정말 변하신 것 같아.’ 현태가 감격스럽다는 듯 이서를 바라보았다. 영문을 알 리가 없었던 이서는 현태가 자신을 보는 눈빛이 낯익다고 생각했다.‘어디선가 뵌 적이 있는 것 같은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038화

    그것은 정말이지 알아듣기 쉬운 목소리였다.아니나 다를까 문이 열리고 정인화가 모습을 드러냈다.흥분한 그녀가 소희를 가리키며 말했다.“보이지? 저기 앉은 여자가 바로 내 딸이라고!” 소희의 표정을 살핀 매니저는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즉시 말했다.“죄송합니다, 손님, 이분께서 손님의 어머님이신 줄 몰랐습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소희의 마음은 무기력과 굴욕으로 가득 차오르는 듯했다. ‘지난번 일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결국 은행까지 따라오셨었지.’이미 정인화의 고집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이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희 씨, 차라리 경비를 불러서 저분을 내보내는 게 낫겠어.” ‘이런 행패는 폭력적인 수단으로 막아야 하는 법이야.’ 소희가 정인화를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찌 됐든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분이잖아.’이내 소희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엄마, 오셨어요?” 상황을 지켜보던 정인화가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너는 이렇게 잘 먹고 잘 지내는데, 나는 육교 밑에서 자면서 컵라면이나 먹는 신세구나. 얘, 이러고도 네가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니?”모두의 시선이 정인화에게 떨어졌다. 정인화가 입고 있는 옷은 명품이 아니었으나, 육교 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말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단정한 것이었다. 게다가 생기 있고 윤기까지 흐르는 얼굴이 어떻게 컵라면이나 먹으며 끼니를 때운 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엄마, 배가 고프시면 식사하고 가셔도 돼요. 하지만 또 돈 때문에 오신 거라면, 저는 나가달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이 말을 들은 정인화가 곧장 달려와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오늘은 돈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란다. 아니, 사실 맞긴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던 정인화가 말끝을 흐렸다.“나도 너랑 씨름하고 싶지 않구나. 그래, 솔직하게 말하마. 나는 널 고소할 생각이야!”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분분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039화

    이 말을 마친 정인화가 주동적으로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자리를 떠나며 족발 하나를 집어 들기도 했지만, 지난번처럼 막무가내인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정인화가 떠나고 먹을 것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 잇달아 소희를 위로했다. 소희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모두 걱정하실 거 없어요, 저는 정말 괜찮으니까요. 게다가 법정은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곳이니까 저희 엄마를 두둔하지는 않을 거예요.” 소희가 또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정말 괜찮아요. 그나저나 물을 많이 마신 건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소희가 걸어 나가는 것을 본 현태가 바삐 일어나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이서가 그를 막으며 말했다. “제가 가볼게요.”하나가 이서의 말을 거들었다.“그래요, 지금은 이서를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현태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괜찮을 거예요.”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몸을 일으켰고, 룸에서 나와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녀는 곧 닫히지 않은 화장실의 변기에 앉아 울고 있는 소희를 발견했다. 이서가 휴지를 꺼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당황한 소희는 급히 고개를 들었고, 이서를 보자마자 의지할 사람을 찾았다는 듯이 그녀의 품에 안겨 맘껏 울기 시작했다. 이서는 소희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지만 어떠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희가 훌쩍거리며 말했다.“이서 언니, 저는 괜찮아요.”“단지... 엄마가 저를 고소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뿐이에요.” “게다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제가 동생이 노트북을 사는 데 필요한 400만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니...” 소희가 또 한 번 두 무릎을 끌어안았다.“제가 살던 곳은 작은 마을이었어요. 그래서 남녀 차별이 아주 심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저희 집도 그랬지만... 저는 저희 부모님이 제게 정말 잘해주신다고 생각했어요. 제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동생을 위해서 본인을 희생해야 했지만, 저는 계속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늘

최신 챕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8화

    지환과 이서는 곧 하도훈을 마주했는데, 두 사람을 보는 하도훈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래, 너희가 이겼어!” 겨우 이 말을 내뱉는 하도훈은 이미 온 힘을 다 쓴 듯했다.“원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환은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지만, 하도훈은 지환의 말에 흥분하기 시작했다.“허.”“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고? 네가 윤이서와 급히 결혼하지만 않았더라면, 은철이가 이 세상을 떠날 일은 없었을 거야!” “모든 비극은 너희들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하도훈이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잘못을 깨닫지 않자, 이서는 더 이상 하도훈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이서의 눈빛을 마주한 지환이 고개를 끄덕인 후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하도훈을 바라보았다.“형님이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하도훈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이런 상황에서 알려줄 게 있다니, 두 사람한테 아이라도 있다는 건가?”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형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지환이 먹구름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하도훈을 응시하자, 불길한 예감을 느낀 하도훈이 곧장 몸을 일으켜 지환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지환은 그저 묵묵하게 하도훈을 응시할 뿐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닙니다.” “뭐, 뭐라고?”하도훈이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얼어붙자, 지환은 한 번 더 입을 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니라고요.”하도훈은 급기야 고개를 저으며 ‘하하’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하하하,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하지환,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알고?! 하하, 나는 절대 그 말에 속지 않을 거야!” 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하도훈의 손을 뿌리쳤고, 광기 어린 하도훈을 차갑게 응시했다.“그 여자는 형님을 만나기 전부터 임신 중이었습니다.”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이서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하도훈은 정말 그 여자를 믿었던 걸까요?”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는 지환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7화

    “정말이란다. 내가 왜 이런 일로 널 속이겠니?!” “정말 잘 됐어! 스웨이 여사도 이제야 소원을 하나 이룬 셈이니까!”배미희가 말했다.이서는 병실 입구까지 걸어온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이 결과에 놀란 하이먼 스웨이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서는 붉은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렸다.잠시 후, 이제야 서로를 마주하게 된 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눈물 속에 있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배미희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이서야, 엄마라고 불러보렴.” 이서는 이전에도 하이먼 스웨이를 ‘엄마’라고 부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하이먼 스웨이가 친엄마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저 하이먼 스웨이가 자신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엄마’라는 호칭은 아주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이서는 여러 번 시도한 후에야 온몸을 떨며 말했다.“엄, 엄마...”이서의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터져 나오자, 하이먼 스웨이는 이서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가... 드디어 널 찾았구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앞으론 엄마가 널 지켜줄게.”“엄마... 엉엉...”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한 이서는 그동안의 모든 억울함을 다 토해내는 듯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잠시 후, 병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지환을 본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놓아주며 지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어서 오렴.” 지환은 서서히 하이먼 스웨이에게 다가갔고, 하이먼 스웨이는 지환의 손을 이서의 손 위에 올려 두었다.“이서야, 하 서방은 누구보다 널 잘 아는 사람이야. 하 서방이야말로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지.” “하 서방한테 널 맡길 수 있다면... 엄마는 얼마든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그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6화

    이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환은 몸에 난 상처로 인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서가 고개를 숙여 지환과 입을 맞추며 짜릿한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하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우리가 올 타이밍이 아니었던 것 같네?” 이서는 하마터면 놀라 넘어질 뻔했는데, 눈치 빠른 소희가 이서를 붙잡았다.이서가 다소 원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하나를 바라보자, 하나는 깔깔거리며 가지고 온 건강식품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이내 상언과 지환은 그날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서는 하나와 소희를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두 사람, 화해한 거야?” 병실을 나서자마자, 하나가 호기심과 가십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나가 기뻐하며 이서의 어깨를 두드렸다.“잘 생각했어. 형부가 신분을 속이긴 했지만, 형부가 널 사랑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아마 하은철은 형부의 반도 못 따라올 거야!” “근데 대체 언제까지 형부랑 그 쓰레기를 비교할 생각이야?”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이랑 비교해야 한단 말이야. 아니다,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낫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과거를 내려놓고 지환 씨와 다시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이 말을 끝으로 한숨을 내쉬던 이서의 표정이 다소 엄숙해졌다.“그러는 너는? 너는 상언 오빠랑 어떻게 됐어?’그동안 이서는 하나와 상언의 일을 잘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우리는...”하나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꽤 괜찮아.” “뭐가 괜찮은데?” 소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와 묻자, 하나가 다소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결정했어, 그 사람을 내 영원한 남자 친구로 만들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평생 이 선생님과 함께 할 생각이야. 물론 이 선생님이 원하지 않는다면 헤어져야겠지만 말이야.” “아, 이제야 알겠다!” 이서가 말했다.“네 마음속 상언 오빠의 지위가 상승하긴 했지만, 아직 남편이 될 자격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5화

    이서가 이곳에서 죽을 각오를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람이 크게 일었다. 사람들은 그 위력에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서는 어렴풋이 자기 머리 위에서 헬리콥터가 선회하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이서가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상 위에 누운 상태였고, 곁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있었다. 이서가 깨어나는 것을 본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이서야, 좀 괜찮니?” “... 네.”이서는 간신히 대답한 후 긴장한 표정으로 배미희의 손을 잡았다.“엄마, 지환 씨는요?” “무사해.”배미희가 자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다른 병실에 있는데, 아직 의식을 찾진 못했단다.” “지환 씨한테 가보고 싶어요.” 이서가 눈물을 머금고 배미희를 바라보자, 배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언에게 이서를 옆 병실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잠시 후, 침대에 누운 지환을 본 순간, 이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괜찮을 거예요. 조금만 있으면 깨어날 수 있을 거고요.”그 순간, 병실 안에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서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조금 떨어진 창가에 멋지게 걸터앉은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그 여자는 아래로 떨어질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당신은...” “그 사람이 누구든 신경 쓰지 마세요.”갑자기 나타난 어둠이 호리병이 이서를 가로막으며 보물을 자랑하듯 말했다.“윤이서 씨,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겁니다!” 이서는 호기심에 어린 눈빛으로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는데, 어둠의 호리병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 콜록콜록, 두 사람은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윤이서 씨와 하 대표님은 이미 염라대왕을 만났을 겁니다.” “헬리콥터를 동원한 것도 당신들이었나요?”“맞아요, 우리가 하도훈이 데려온 사람들을 모두 해치웠고, 하지호와 박예솔까지 해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4화

    지환과 이서는 숨을 돌리기도 전에 더욱 맹렬한 공격을 받아야만 했는데, 다크웹 고수들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곳마다 파멸로 이끌었으니 말이다.이서는 바깥 상황을 보면서 많은 걱정에 휩싸였다. “어둠의 호리병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죠? 설마...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죠?”지환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럴 리 없어. 그 바닥 사람들은 의리를 아주 중요시하거든.”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이상, 어둠의 호리병은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 거야.”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차에 이서를 태웠다. “너는 우선 여길 떠나.”이서는 지환의 말 속에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고, 지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길 떠나라니요?” 지환이 말했다.“하지호는 이미 모든 수를 동원했어. 그 자식들이 여기로 올지도 모르니까 너는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해!” 하지만 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가정법원에 가서 새로운 정보를 등록하지도 않았잖아요!” “일이 끝나는 대로 처리하러 가야 한다고요!” 이서는 여전히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는데, 이서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잖아요.” 지환이 거친 손가락으로 이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일이 끝나는 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줄게.”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모진 마음을 먹고 이서의 손을 밀어냈고,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차에서 뛰어내려 소리쳤다.“우리한테는 아직 아이도 없다고요!”지환이 걸음을 멈추었다.“지환 씨,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화약 냄새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앞으로 남은 당신의 운명이 죽음뿐이라면,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 거예요.”“하지만 당신이 살아갈 운명이라면,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지환 씨?” 지환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3화

    지환의 모습을 본 이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 말은, 가정법원에 가서 다시 혼인 신고하자는 뜻이었어요.”“이전에 등록한 건 다 가짜 정보였잖아요. 내일은 진짜 정보를 등록하자고요.” 지환이 기뻐하며 말했다.“좋아, 그렇게 하자.” 이서는 지환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다시 치켜세웠지만, 잠시 후 웃음을 거두었다. “아, 하도훈 쪽을 깜빡했네요. 우리가 가정법원에 가는 틈을 타서 기습하면 어쩌죠?”지환은 이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을 미루고 싶진 않아. 하지만...’“그럼 어둠의 호리병이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찾을 때까지만 기다려보자...”바로 그때, 지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안색이 변한 지환은 곧장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에서 총을 발포한 두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중 한 무리는 하도훈의 사람들임이 분명했다.“무슨 일이에요?”이서가 침대에서 일어나 물었다.“아무래도 하도훈이 이곳을 떠나는 어둠의 호리병을 지켜본 모양이야. 이 기회를 틈타 첫 번째 공격을 하려고 한 거지.”지환은 이서를 데리고 방구석으로 향했고, 서랍에 있던 총을 꺼내며 이서에게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줘. 내가 저 사람들을 쫓아내 볼게.” 이서가 지환은 손을 잡고 말했다.“하지만... 혼자는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내가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내가 널 지켜줄 거야.”지환이 말했다.“이서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내일이 밝으면 우리는 가정법원에 가서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이서는 지환의 마지막 말을 듣고 천천히 손을 놓았다.“나는 지환 씨를 믿어요. 당신은... 꼭 돌아올 거예요.” 굳게 마음먹은 지환이 떠나자마자 집 밖에선 몇 차례의 총소리가 울렸고, 머리를 감싼 이서는 구석에 웅크린 채 지환만을 기다렸다.‘이럴 때는 나 자신을 잘 보호해서 지환 씨한테 걱정을 끼치지 않아야 해.’ 이내 아래층의 총소리가 잦아들었고, 이서는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나서야 별장 전체가 고요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2화

    “윤이서 씨가 하 대표님과 사이좋게 지낸다면, 그 사람들을 찾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어둠의 호리병의 말을 들은 이서와 지환은 모두 멍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어둠의 호리병이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듯했다. 특히 이서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작은 어색함이 피어올랐다. “왜 대답이 없어요?”어둠의 호리병이 재촉하며 말했다.“뭐, 대답을 안 해도 상관은 없어요. 나야 그 사람들을 찾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만약 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상대할 작정이라면, 나는 언제든 도망가면 돼요.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이서의 시선이 지환에게 떨어졌다.“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우리를 상대할 거라는 게 사실이에요?” 지환이 이서의 눈을 응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응.” 이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다.“정말 그 사람들을 찾을 방법이 있는 거예요? 우리가 뭐 도울 건 없고요?”“혼자서도 충분합니다.” “그래요, 그럼...”이서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우리를 위해 두 사람을 찾아주기만 한다면, 그 조건을 승낙할게요.” 옆에 있던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의 말에 흥분하며 말했다.“이서야, 하 서방이랑 이혼하지 않겠다는 거니?” “네.”이서가 짧게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의 제안은 이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내어준 셈이었고, 이서는 그 구멍을 통해 위기를 모면할 생각이었다. “잘 생각했어! 정말 잘 생각했어!”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안고 말했다.“정말 좋은 일이구나. 이제 DNA 검사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어!” 지환도 이서를 꽉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알아차린 배미희는 하이먼 스웨이와 어둠의 호리병에게 말했다.“우린 이만 나가볼까요?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이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자리를 떠났고, 이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적막한 방 안에는 순식간에 두 사람만이 남았고, 이서는 지환을 바라볼 수 없어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1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배미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어머, 벌써 잊은 거야?”“애초에 스웨이 여사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 아니, 그 가짜랑 DNA 검사를 했을 때 이서 네가 그 여자랑 함께 있었잖아!” “그때 우리는 CCVT 자료를 찾진 못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 DNA 검사를 진행했단다.” 그 일은 아주 명확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까지 그 가게에 있던 사람 중에 누가 하이먼 스웨이의 딸인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우리는 그때 그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을 조사했어. 단 한 사람을 빼고 말이야!” 배미희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이서의 몸에 떨어지자, 하이먼 스웨이도 그제야 배미희의 뜻을 이해한 듯했다.하이먼 스웨이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지만, 함부로 과욕을 부릴 수는 없었다.“이서야...”이서도 감격에 겨워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설마... 그럴 리가...”배미희가 말했다.“완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조사받았는데, 너랑 스웨이 여사만 DNA를 대조하지 않았잖니? 아니다, 이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의사를 불러서 DNA 검사를 하는 건 어떨까, 응?” 배미희의 말에 하이먼 스웨이와 이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이서도 하이먼 스웨이가 친부모이길 바란 적이 있었고, 하이먼 스웨이도 이서가 딸이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하지만 지금은...두 사람 모두 반신반의했다.“제 생각에도 검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DNA가 일치한다면 아주 기쁠 일이지만, 아니라고 해도 손해 볼 건 없잖아요?” 지환이 입을 열자, 이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격려하는 듯한 지환의 눈빛을 마주했다.이서는 다시금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하이먼 스웨이의 눈동자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저는 괜찮은데,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하이먼 스웨이가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래, 좋고말고...”잠시 후, 연락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0화

    성지영이 곧장 입을 열려고 하자, 윤재하가 성지영을 제지하며 말했다.“절대 말하지 마. 저 X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게 해주자고!” “당신은 윤이서가 정말 우리한테 가장 좋은 변호사를 고용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이 걸려들지 않는 것을 보고도 이서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되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는 모양이네요.” 성지영은 자신이 정말 속았다는 것에 분개하며 소리쳤다.“이 사기꾼아!” 하지만 성지영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기도 전에 윤재하와 성지영은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윤재하와 성지영이 경찰차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서는 꼭꼭 숨겨두었던 나약함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어쩌면 평생 친부모님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하지만... 나는 절대 오늘의 일을 후회하진 않을 거야.’ 이서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 있는 지환과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래,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친부모님을 찾을 순 없지만, 저 친구들이 내 곁에 남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 거니까.’“이만 돌아가자.” 이서의 목소리에는 형용할 수 없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이서는 또 한 차례의 격전을 이겨내기 위해 푹 쉬어야만 했지만, 이서가 윤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라는 가십이 온 세상을 들썩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서는 일부로 그 가십을 잠재우려 하지 않았고, 되려 상황이 더욱 악화되도록 방치했다.이내 그 소식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었고, 많은 사람은 윤씨 가문이 하씨 가문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토록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어머, 그럼 윤이서 씨는 아무 잘못도 없이 윤씨 가문의 도구가 된 거예요? 너무 불쌍하네요.] [윤씨 가문 사람들, 정말 파렴치해요! 자기 딸은 자기 딸이지만, 다른 사람은 딸은 다른 사람의 딸인 거잖아요.][윤이서 씨가 친부모님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이서 씨의 친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어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