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30화

소희가 코를 훌쩍였다.

“괜찮아요. 저는 단지... 가족들도 저를 매몰차게 대하는데, 가족도 아닌 오빠가 제 고충을 이해해 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소희의 눈동자에 비친 고통을 마주한 현태는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위로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소희 씨한테 나는 제삼자일 뿐인 거야?”

소희가 현태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의 얼굴빛이 점차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한참 동안 머리를 긁적거리던 그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소희 씨, 나는 소희 씨한테 제삼자로 남고 싶지 않아. 나는 소희 씨의 가족이... 아니, 가족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되어서 언제나 소희 씨를 보호하고 싶어.”

소희의 얼굴도 천천히 붉어지기 시작했고, 불타오르는 듯한 기미까지 보였다.

“오빠... 무슨 뜻이에요?”

소희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바라보았는데, 복잡한 감정으로 얽힌 덩굴이 마음속에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소희 씨의 남자 친구가 되고 싶어!”

현태가 단숨에 이 말을 뱉었다.

소희가 당혹스러워하며 현태를 바라보았다.

“뭐라고요?”

“소희 씨의 남자 친구가 되고 싶다고.”

금세 낯선 느낌에 익숙해진 현태가 마침내 더듬거리지 않고 소희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M국에 있는 동안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은 소희 씨였어. 아니, 밤낮으로 소희 씨만 생각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거야.”

“그제야 알았어, 내가 진심으로 원한 건 동생 같은 소희 씨의 모습이 아니라...”

현태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으나, 결국 이 말을 하고 말았다.

“여자 친구로서의 소희 씨라는 걸.”

소희는 꿈쩍도 하지 않는 눈동자로 현태를 바라보았는데, 이미 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 순간, 현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소희 씨, 싫은 건 아니지? 하긴... 내가 너무 둔해서 소희 씨가 슬퍼하는 걸...”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아든 힘찬 포옹은 하마터면 현태를 밀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