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38화

그것은 정말이지 알아듣기 쉬운 목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문이 열리고 정인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흥분한 그녀가 소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보이지? 저기 앉은 여자가 바로 내 딸이라고!”

소희의 표정을 살핀 매니저는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즉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이분께서 손님의 어머님이신 줄 몰랐습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소희의 마음은 무기력과 굴욕으로 가득 차오르는 듯했다.

‘지난번 일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결국 은행까지 따라오셨었지.’

이미 정인화의 고집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이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희 씨, 차라리 경비를 불러서 저분을 내보내는 게 낫겠어.”

‘이런 행패는 폭력적인 수단으로 막아야 하는 법이야.’

소희가 정인화를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찌 됐든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분이잖아.’

이내 소희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엄마, 오셨어요?”

상황을 지켜보던 정인화가 흥분하며 말했다.

“그래, 너는 이렇게 잘 먹고 잘 지내는데, 나는 육교 밑에서 자면서 컵라면이나 먹는 신세구나. 얘, 이러고도 네가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니?”

모두의 시선이 정인화에게 떨어졌다.

정인화가 입고 있는 옷은 명품이 아니었으나, 육교 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말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단정한 것이었다.

게다가 생기 있고 윤기까지 흐르는 얼굴이 어떻게 컵라면이나 먹으며 끼니를 때운 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엄마, 배가 고프시면 식사하고 가셔도 돼요. 하지만 또 돈 때문에 오신 거라면, 저는 나가달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이 말을 들은 정인화가 곧장 달려와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은 돈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란다. 아니, 사실 맞긴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던 정인화가 말끝을 흐렸다.

“나도 너랑 씨름하고 싶지 않구나. 그래, 솔직하게 말하마. 나는 널 고소할 생각이야!”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분분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