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마친 정인화가 주동적으로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자리를 떠나며 족발 하나를 집어 들기도 했지만, 지난번처럼 막무가내인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정인화가 떠나고 먹을 것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 잇달아 소희를 위로했다. 소희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모두 걱정하실 거 없어요, 저는 정말 괜찮으니까요. 게다가 법정은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곳이니까 저희 엄마를 두둔하지는 않을 거예요.” 소희가 또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정말 괜찮아요. 그나저나 물을 많이 마신 건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소희가 걸어 나가는 것을 본 현태가 바삐 일어나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이서가 그를 막으며 말했다. “제가 가볼게요.”하나가 이서의 말을 거들었다.“그래요, 지금은 이서를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현태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괜찮을 거예요.”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몸을 일으켰고, 룸에서 나와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녀는 곧 닫히지 않은 화장실의 변기에 앉아 울고 있는 소희를 발견했다. 이서가 휴지를 꺼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당황한 소희는 급히 고개를 들었고, 이서를 보자마자 의지할 사람을 찾았다는 듯이 그녀의 품에 안겨 맘껏 울기 시작했다. 이서는 소희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지만 어떠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희가 훌쩍거리며 말했다.“이서 언니, 저는 괜찮아요.”“단지... 엄마가 저를 고소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뿐이에요.” “게다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제가 동생이 노트북을 사는 데 필요한 400만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니...” 소희가 또 한 번 두 무릎을 끌어안았다.“제가 살던 곳은 작은 마을이었어요. 그래서 남녀 차별이 아주 심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저희 집도 그랬지만... 저는 저희 부모님이 제게 정말 잘해주신다고 생각했어요. 제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동생을 위해서 본인을 희생해야 했지만, 저는 계속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늘
“정말 이상하네.”이서가 말했다.“집안 사람 중에 법률을 배우는 사람이 없다면, 소희 씨의 어머니께 소송이라는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은 누굴까?” 비록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여서 노인들도 날마다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정보를 습득한다지만, 소송과 같은 법적인 문제는 여전히 노인들에게 먼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노인들은 사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법정에 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정인화의 의기양양한 태도는 이미 판사가 2억이라는 보상금을 그녀에게 판결한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이서가 소희에게 질문한 이유였다. 소희가 인상을 찌푸린 채 곰곰이 생각했고, 또 한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친척들의 대부분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 학업을 포기했어요. 겨우 고등학교에 입학한 사람들도 대학에 합격하지는 못했고요...” “대부분 아르바이트하거나 장사하는 사람들이에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질만한 사람은... 전혀 없어요.”소희가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서는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아무래도 소희 씨의 친척들이 소희 씨의 어머니에게 조언해 준 건 아닌 것 같아.” “그러니까... 저희 엄마에게 소송이라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 가족이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이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것 같아.”“하지만 소희 씨는 전혀 걱정하거나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법무팀에 똑똑히 조사하라고 지시할게. 내가 이 일을 처리하는 동안, 소희 씨는 현태 씨와의 연애에 집중하기만 하면 돼.” 마지막 한마디가 소희의 미간에 서려 있던 우수를 날려버렸다. 순간, 소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이 룸으로 돌아왔을 때, 소희는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는데, 식사 자리도 덩달아 활기를 띠게 되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차에 오르던 현태가 감격스럽다는 듯 이서에게 말했다.“윤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서는 여전히 현태가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차
‘잠든 건가?’지환이 이서를 살며시 안아 들고 차에서 내리는 동안, 순순히 그의 품에 안긴 이서는 발버둥 치지도 않았다. 그녀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던 지환이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서가 깊이 잠든 모습을 보면... 우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아른거리는 것 같아.’이서를 안은 채 방으로 들어간 지환이 그녀를 살며시 침대 위에 올려놓으려 했다. 바로 그때, 이서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지환이 안색이 약간 변했다. 침대에 누운 이서가 능글맞게 눈을 뜨고 지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못 도망가겠죠?” 지환은 안색이 약간 변했지만 여전히 침착한 척했다. “뭘, 뭘 어쩌려는 거야?” “저랑 같이 자요.”이서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지만, 마음속의 말을 다 했다. ‘차근차근 하 선생님의 가면을 벗기고 말 거야.’ 이서의 눈을 마주한 지환은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가 곧바로 이서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이서야, 그만해.” “하 선생님, 뭘 두려워하시는지 알아요. 제가 선생님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가면을 벗길까 봐 두려운 거죠?”“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선생님께서 직접 가면을 벗지 않는 한, 저는 누군가 제 이마에 총을 겨누고 선생님의 가면을 벗기라고 협박해도, 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거니까요.” 지환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린 채, 이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그녀를 똑똑히 보려는 듯했다. “이래도 제 말을 못 믿으시겠다면, 맹세... 맹세라도 할게요!”지환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믿을게, 그러니까 이 손부터 놔줘.” 이서가 반신반의하며 지환을 보았다.“이 손을 놓으면... 제 말을 믿어주실 거예요?” “응.”지환이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이서가 또 한 번 물었다.지환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나더러 널 믿으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너는 왜 날 못 믿는 거야?” 지환의 말을 들은 이서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하는 수
같은 시각.정인화는 호화로운 7성급 호텔의 커다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평생 이렇게 편안한 침대에서 자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정인화가 한없이 즐기던 찰나,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인 것을 확인한 정인화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사실, 소희가 호텔에 있다는 것도, 소희를 고소하라는 것도 모두 그 여자가 전화로 정인화에게 알려준 것이었다.‘게다가 저 여자는... 소희가 내 친딸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이렇게 생각한 정인화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경계하며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장희령은 호텔 방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정인화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정인화가 사진에서 본 것처럼 속이기 쉬운 시골 촌뜨기라는 것을 알아차린 장희령이 경멸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심소희 씨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죠?” 정인화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심소희 씨한테 이야기는 하셨어요?”“했죠,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하면 2천만원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장희령의 눈에 서린 경멸은 곧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2억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녀가 이 말을 하면서 문 앞의 길을 터주었다. 잠시 후, 각양각색의 촬영 장비와 조명 장비를 멘 사람들이 밀려 들어와 넓은 호텔 방을 가득 채웠다. 정인화가 당황하며 물었다.“뭘... 하려고 이러는 거예요?” 장희령이 입꼬리를 치켜세웠다.“그건 신경 쓰지 마시고, 그냥 저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장희령이 원고 한 장을 꺼내 정인화에게 건넸다.“글은 아시죠?” 정인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은요.” “그럼 됐어요. 나중에 이 원고대로 녹음하기만 하세요.” 그녀가 조병훈을 부르며 말했다.“대사 숙지가 제대로 안 되면, 나중에 목소리만 따로 녹음해도 돼요. 그러니까 빨리 마무리나 지어 주세요!”조병훈이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 “장
반복해서 원고를 읽어보던 정인화가 망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로 이때, 이미 장비 세팅을 마친 사람들이 정인화를 재촉했다. ... 다음날.이서는 출근하자마자 나쁜 소식을 들었다. 그것은 바로 오양 항구에서 수출해야 할 화물들이 수출되지 못하고 막혀 있다는 것이었다.“왜?”이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그 물건들이 하루라도 수출되지 않는다면, 윤씨 그룹은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었다. 어제 정인화의 행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소희가 자료를 펼치며 말했다.“오양 항구는 심씨 가문이 계속해서 임대해 온 곳이에요. 아마 심씨 가문이 우리의 화물이 나가지 못하도록 손을 쓴 것 같아요.” 이서의 안색이 변했다.“심씨 가문?” 그녀는 곧 장희령과 심동의 관계를 떠올렸고, 이내 불쾌했던 아침 식사를 생각해 냈다. “다른 항구에서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있겠지만... 수출이 지연되면 큰 손해를 입게 될 거예요. 게다가 대부분의 항구는 심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어서 지금 당장 적합한 항구를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럼 오양이나 다른 항구를 임대할 방법은 없어?” “그것도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알아보니까 심씨 가문은 올해 막 여러 항구와 20년짜리 장기 재계약을 맺었더라고요. 즉, 대부분의 항구는 앞으로도 심씨 가문의 통제 아래에 있을 거란 의미죠.” 소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만약 화물이 계속해서 수출되지 못한다면... 육로나 항공 운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하나는 시간이 문제고, 또 다른 하나는 비용이 문제예요...” 이서가 책상에 턱을 괴고 말했다.“심 사장이 나더러 굴복하라고 압박하는 거구나.” 하지만 이서도 그녀만의 성격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패배를 인정할 수 있겠는가. “소희 씨, 이렇게 하자.”이서가 인상을 강하게 찌푸렸다.“소희 씨는 우선 화물을 수출할 수 있는 다른 항구가 있는지 좀 알아봐
위층에 있던 심근영 부부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두 사람이 거의 이구동성으로 서로에게 물었다.“여보, 들었어요?”“당신도 들었는가?”두 사람은 잠시 후에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방을 나섰다. 아래층에서 기다리던 고용인이 심근영 부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감격하며 말했다.[심소희 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대표님께서 곧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약 3분이 지난 후, 소희는 마침내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여보세요, 심근영입니다.] ‘아... 내가 너무 많이 생각했나 보네.’ ‘하긴, 심 대표님이 어떤 분이신데, 고작 전화 한 통으로 흥분하시겠어?’ “안녕하세요, 심소희라고 합니다.”소희는 하마터면 자신이 전화한 목적을 잊어버릴 뻔했다.“이제 막 귀국하셨다고 들었는데, 저희 윤 대표님께서 오늘 심씨 가문의 고택을 방문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물... 물론이죠. 그게...]소희가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심근영이 급히 물었다.[소희, 어, 아니, 소희 씨도 같이 오시는 겁니까?]‘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저는 윤 대표님의 비서로서 당연히 동행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심 대표님께서 원하지 않으신다면 가지 않겠습니다.” 심근영은 곧 눈물을 쏟을 지경이었다. ‘이 목소리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내 딸의 목소리구나!’ ‘이 아이가... 바로 내 딸이야!’ [아... 아닙니다. 소희 씨도 같이 오세요. 저는... 아니, 우리 가족 모두는 소희 씨의 방문을 환영할 겁니다. 언제 오실 예정인가요?]“지금 방문해도 되겠습니까?”소희가 떠보며 물었다. [물론이지요.]심근영은 곧 소희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사실, 소희가 전화를 걸기 전에 심근영은 이지숙과 함께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는 소희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는데, 윤씨 그룹의 빌딩 아래에서 그녀를 몇 번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소희가 직접 우리 집을 방문할 생각이라니...!
심근영과 이지숙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심동의 핸드폰을 가져갔고, 기사의 제목을 확인하고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윤씨 그룹 대표의 비서, 충격적인 스캔들에 휘말리다!][부모를 외면한 딸!][부모를 폭행한 딸!] [친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다!][인간 이하의 악행!]하나하나의 느낌표를 보던 심근영 부부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소희가 이런 사람이라니... 난 믿을 수 없어요.”한참 중얼거리던 이지숙이 몸에 힘이 풀려 소파에 주저앉고 말았다.“난... 믿을 수 없어요... 절대...” 상황을 지켜보던 장희령이 즉시 앞으로 나아가 이지숙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저도 소희 씨가 이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틀림없이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그래, 무슨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이지숙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심동을 덥석 잡았다.“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소희의 집안이 소희한테 꽤 잘해줬다고 했어. 그런데 윤 대표가 윤씨 그룹을 인수하고, 소희의 수입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태도를 바꾼 거지. 소희가 수입의 일부를 집으로 보내니까 날마다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거라고!”“이 뉴스도 그 사람들이 돈을 받아내려고 고의로 터뜨린 걸지도 몰라!”이지숙이 온 힘을 다하여 소희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본 장희령은 질투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일부러 침착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 매체들은... 모두 하씨 그룹 산하의 매체들이더라고요.”“뭔가를 알게 된 하씨 가문이 일부러 소희 씨를 이용해서 윤씨 그룹을 상대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요?”“어쨌든 소희 씨는 윤 대표님의 최측근이잖아요. 소희 씨가 큰 스캔들에 휘말리면, 윤 대표님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생길 테니까요.”“맞아, 분명히 그런 거야!”이지숙이 다급하게 심근영을 팔을 잡았다.“여보, 하씨 그룹이 윤씨 그룹을 상대하려고 정인화를 포섭한 게 아닐까요?”심근영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그제야 가라앉는 듯
차로 돌아온 장희령의 얼굴에는 마침내 득의양양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심씨 가문의 고택에서 걸어 나오는 심동을 힐끗 바라보았다. 웃음기가 만연한 그의 얼굴을 본 장희령은 일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심동은 차에 오르자마자 흥분하여 입을 열었다.“희령아, 부모님께서 네가 소희를 도와 이 일을 해결해 주기만 한다면,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승낙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어.” 이 말을 들은 장희령은 곧장 흐뭇한 표정으로 심동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자기야, 내가 너무 계산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심동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겠어? 심지어 지난번에는 네 덕분에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협력할 수 있었던 거잖아. 자기야, 자기는 정말 대단해.” “나는 오래전부터 희령이 너랑 결혼하고 싶었어. 비록 가족들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말이야.”“소희를 돕는 조건으로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승낙하신 부모님이라... 남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부모님께서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시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그리고 넌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내가 이미 모든 게 다 내 생각이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거든. 너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알겠지?” 장희령은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아, 맞다, 부모님께서 물어보라고 하시던데, 하은철은 언제 만나볼 생각이야?” 장희령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지금 바로 만나러 갈 생각이야.” 장희령은 이 일이 전적으로 본인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사실, 하은철은 이 일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장희령이 하씨 가문의 매체를 이용하여 소희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사를 철회하려면 하은철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장희령이 직접 철회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희령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