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에 있던 심근영 부부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두 사람이 거의 이구동성으로 서로에게 물었다.“여보, 들었어요?”“당신도 들었는가?”두 사람은 잠시 후에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방을 나섰다. 아래층에서 기다리던 고용인이 심근영 부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감격하며 말했다.[심소희 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대표님께서 곧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약 3분이 지난 후, 소희는 마침내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여보세요, 심근영입니다.] ‘아... 내가 너무 많이 생각했나 보네.’ ‘하긴, 심 대표님이 어떤 분이신데, 고작 전화 한 통으로 흥분하시겠어?’ “안녕하세요, 심소희라고 합니다.”소희는 하마터면 자신이 전화한 목적을 잊어버릴 뻔했다.“이제 막 귀국하셨다고 들었는데, 저희 윤 대표님께서 오늘 심씨 가문의 고택을 방문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물... 물론이죠. 그게...]소희가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심근영이 급히 물었다.[소희, 어, 아니, 소희 씨도 같이 오시는 겁니까?]‘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저는 윤 대표님의 비서로서 당연히 동행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심 대표님께서 원하지 않으신다면 가지 않겠습니다.” 심근영은 곧 눈물을 쏟을 지경이었다. ‘이 목소리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내 딸의 목소리구나!’ ‘이 아이가... 바로 내 딸이야!’ [아... 아닙니다. 소희 씨도 같이 오세요. 저는... 아니, 우리 가족 모두는 소희 씨의 방문을 환영할 겁니다. 언제 오실 예정인가요?]“지금 방문해도 되겠습니까?”소희가 떠보며 물었다. [물론이지요.]심근영은 곧 소희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사실, 소희가 전화를 걸기 전에 심근영은 이지숙과 함께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는 소희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는데, 윤씨 그룹의 빌딩 아래에서 그녀를 몇 번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소희가 직접 우리 집을 방문할 생각이라니...!
심근영과 이지숙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심동의 핸드폰을 가져갔고, 기사의 제목을 확인하고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윤씨 그룹 대표의 비서, 충격적인 스캔들에 휘말리다!][부모를 외면한 딸!][부모를 폭행한 딸!] [친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다!][인간 이하의 악행!]하나하나의 느낌표를 보던 심근영 부부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소희가 이런 사람이라니... 난 믿을 수 없어요.”한참 중얼거리던 이지숙이 몸에 힘이 풀려 소파에 주저앉고 말았다.“난... 믿을 수 없어요... 절대...” 상황을 지켜보던 장희령이 즉시 앞으로 나아가 이지숙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저도 소희 씨가 이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틀림없이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그래, 무슨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이지숙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심동을 덥석 잡았다.“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소희의 집안이 소희한테 꽤 잘해줬다고 했어. 그런데 윤 대표가 윤씨 그룹을 인수하고, 소희의 수입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태도를 바꾼 거지. 소희가 수입의 일부를 집으로 보내니까 날마다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거라고!”“이 뉴스도 그 사람들이 돈을 받아내려고 고의로 터뜨린 걸지도 몰라!”이지숙이 온 힘을 다하여 소희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본 장희령은 질투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일부러 침착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 매체들은... 모두 하씨 그룹 산하의 매체들이더라고요.”“뭔가를 알게 된 하씨 가문이 일부러 소희 씨를 이용해서 윤씨 그룹을 상대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요?”“어쨌든 소희 씨는 윤 대표님의 최측근이잖아요. 소희 씨가 큰 스캔들에 휘말리면, 윤 대표님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생길 테니까요.”“맞아, 분명히 그런 거야!”이지숙이 다급하게 심근영을 팔을 잡았다.“여보, 하씨 그룹이 윤씨 그룹을 상대하려고 정인화를 포섭한 게 아닐까요?”심근영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그제야 가라앉는 듯
차로 돌아온 장희령의 얼굴에는 마침내 득의양양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심씨 가문의 고택에서 걸어 나오는 심동을 힐끗 바라보았다. 웃음기가 만연한 그의 얼굴을 본 장희령은 일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심동은 차에 오르자마자 흥분하여 입을 열었다.“희령아, 부모님께서 네가 소희를 도와 이 일을 해결해 주기만 한다면,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승낙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어.” 이 말을 들은 장희령은 곧장 흐뭇한 표정으로 심동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자기야, 내가 너무 계산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심동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겠어? 심지어 지난번에는 네 덕분에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협력할 수 있었던 거잖아. 자기야, 자기는 정말 대단해.” “나는 오래전부터 희령이 너랑 결혼하고 싶었어. 비록 가족들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말이야.”“소희를 돕는 조건으로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승낙하신 부모님이라... 남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부모님께서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시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그리고 넌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내가 이미 모든 게 다 내 생각이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거든. 너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알겠지?” 장희령은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아, 맞다, 부모님께서 물어보라고 하시던데, 하은철은 언제 만나볼 생각이야?” 장희령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지금 바로 만나러 갈 생각이야.” 장희령은 이 일이 전적으로 본인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사실, 하은철은 이 일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장희령이 하씨 가문의 매체를 이용하여 소희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사를 철회하려면 하은철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장희령이 직접 철회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희령이 이
‘이상하네? 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심 대표님 내외 분의 시선이 쭉 소희 씨를 향하고 있잖아?’ ‘심지어 나는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아.’ ‘일부러 무시하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소희에게 떨어진 심근영 부부의 시선은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흠흠!”이서는 어쩔 수 없이 기침하며 심근영 부부의 주의를 끌었다.“이제 막 귀국하셨다고 들었는데, 따님을 찾는 일은 잘 해결되셨나요?” 이서는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조사해 놓았다. ‘그동안 심 대표님 부부가 심씨 가문을 심동에게 맡긴 건... 딸을 찾으러 갔기 때문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걸 보면, 딸을 찾았을 가능성이 커.’ “그래.”심근영 부부는 소희를 보며 눈을 떼기 아쉬워했는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를 만날 기회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소희의 눈에는 두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뿐이었다. 소희는 무의식적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내가 실례를 범하기라도 한 걸까?’ 이서의 시선이 심근영 부부에게서 소희로 옮겨졌다. 이서는 왼쪽과 오른쪽을 살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상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두 분, 제가 오늘 심씨 가문의 고택을 찾은 이유는 오양 항구가 이유 없이 수출을 중단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예요.”심근영의 주의력이 마침내 이서에게 쏠렸다. “오양 항구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야?” 이서가 미소를 지었다.“그게 바로 제가 묻고 싶은 내용이에요. 오양 항구가 아무 이유 없이 수출을 중단했더라고요.” 심근영이 핸드폰을 꺼내 심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양 항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평소대로 모든 화물을 수출했고요.] 심근영은 이 말을 그대로 이서에게 알렸다. 이서는 생각에 잠겼다.“그럼 저희 윤씨 그룹만 겨냥하신 거네요. 심 대표님, 말씀해 주세요, 왜 저희 윤씨 그룹의 화물만 수출하지 않으신 건가요?”‘아무래도 하은철이
‘만약 이 시점에서 윤이서의 편에 선다면, 하은철의 화를 불러일으킬 거야. 그럼... 소희에 관한 기사를 철회하는 게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지.’ 차에 오른 소희는 곧 차 문을 닫았다. 이서가 웃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쌀쌀맞아?”“아니에요.”소희가 난감해하며 말했다.“사실... 대표님 부부께서 저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느꼈거든요.”‘두 분의 눈동자에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 이서도 이상함을 느끼던 참이었다. 그녀가 물었다.“이전에도 두 분을 만나 뵌 적이 있었어?” 곰곰이 생각하던 소희가 입을 열었다.“없는 것 같아요.” 소희는 이전에 심근영 부부와 같은 대단한 인물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이후에는 두 사람이 딸을 찾으러 다녔기 때문에 자연히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음...”소희가 하이먼 스웨이와 심가은을 떠올렸다.“스웨이 작가님은 따님을 찾으셨을까요?”이서가 말했다.“아마 스웨이 작가님은 이제 따님을 급하게 찾지는 않으실 거야.”“아무래도 그렇겠죠? 지난번 심가은의 일로 큰 상처를 받으셨잖아요. 그 상처를 회복하고 따님을 찾으시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이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심씨 가문의 고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희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심씨 가문의 고택을 바라보았다.“이서 언니, 이만 돌아갈까요?” ‘심 대표님은 이 일에 대해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시는 것 같았어.’ 이서가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심 대표님께서는 최근에 장희령과 나 사이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을 모르시는 눈치였어. 우선 기다려보자, 심 대표님도 곧 모든 걸 알게 되시겠지.” “그때가 되면, 심동이 이렇게 하는 걸 막지는 않더라도, 동의하지는 않으실 거야.”‘윤씨 그룹 화물의 수출을 정지시키는 건 분명 하은철의 생각이었을 거야. 심 대표님께서 이 일에 동의하지 않으셨다고 하더라도, 하씨 가문과 맞설 수는 없으셨겠지.’‘더군다나 두 회사는 협력을 맺은 상황
‘나랑 한없이 멀어지길 바랐으면서... 정말 멀어지게 되니까 발악하는구나. 이렇게 자기 마음을 모를 수가 있나?’ “이서 언니.”소희의 목소리가 마침내 이서의 주의를 끌었다.“앞을 좀 보세요.”이서가 앞을 보니, 회사 앞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지난번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던 것은 장희령이 이서가 사람을 죽였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또 뭐 때문이지?’소희가 말했다.“이서 언니, 제가 먼저 차에서 내려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 테니까 먼저 올라가세요.” 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들이 이서 때문에 온 것이라 여기는 듯했다. 두 사람은 전혀 알 리가 없었다. 그 사람들이 소희 때문에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아무것도 모르는 소희가 차에서 내려 자발적으로 덫에 걸려들자, 기자들은 하이에나처럼 그녀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밀쳐진 소희는 하마터면 납작해질 뻔했다. “심소희 씨,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터졌는데, 사실인가요?” “부모님을 폭행한 건 사실입니까?” “친동생을 죽이려 했던 이유는 뭡니까? 동생의 출생이 심소희 씨의 행복을 앗아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인가요?” “...”질문 세례를 받게 된 소희는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인지 숨이 막혀오는 듯했다. 다행히 보안 요원이 제때 도착했고, 그의 보호를 받은 소희는 마침내 회사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선 그녀는 기자들처럼 차가운 시선을 뿜어내는 동료들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리려던 찰나, 힘찬 두 손이 그녀를 붙잡았다. 고개를 들어 올린 소희가 익숙하고 안정감 넘치는 이서의 얼굴을 마주했다. “이서 언니...”소희는 또 울고 싶어졌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이서가 소희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갔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에야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이제야 알았어. 소희 씨의 어머니가 소희 씨가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았다는
이서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래요, 확실히 소희 씨의 어머니께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겠네요.” “네, 그래서 저희가 해명한다고 해도 첫 번째만 해명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의 해명을 들은 집요한 네티즌들이 직접 심 비서님의 고향을 찾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그 네티즌들은 제가 들은 것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또다시 모든 여론은 정인화 씨에게 기울게 되겠죠. 그때가 되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거예요.” “해명하기보다는 냉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이서가 물었다. 최미영이 말했다.“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최미영이 말을 다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서는 그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소희 역시 그녀의 뜻을 알 수 있었기에 일어서서 말했다. “이서 언니, 제 사적인 일 때문에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이 생긴다면, 얼마든지 저를 해고하셔도 돼요.” 이서가 최미영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최미영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소희 씨,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어? 우선 이렇게 하자, 소희 씨는 며칠간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푹 쉬는 거야. 그동안 내가 꼭 방법을 강구해서 이 일을 해결해 볼게.” 소희가 즉시 고개를 저었다.“이서 언니, 언니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모든 게 다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어서 저를 해고해주세요. 제가 회사를 떠나야만 저희 엄마가 소란을 피우지 않으실 거예요.” 안색이 변한 이서가 단호하게 말했다.“소희 씨,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움츠러드는 건 좋은 대처가 아니야.” “지금은 당장 갈 길이 없어 보이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게 아닐 수도 있어. 그리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거라고 하더라도, 벽을 넘을 수도 있고, 사다리를 찾을 수도 있는 거잖아?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소희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자, 이서가 다소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소희 씨, 날 믿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소희가 이서의
기억을 잃은 이서에게 이 장면은 인상 깊을 수밖에 없었다.이서는 이전에 자신이 하씨 그룹을 방문할 때마다 하은철의 비서가 늘 거만한 태도를 보인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은철의 비서뿐만이 아니라 하씨 그룹의 직원들, 바닥을 쓸고 있는 청소부 아주머니들조차도 그녀에게 거만한 태도를 보였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눈에는 오직 하은철만 보였기 때문에 그들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선들이 꽤 재미있었단 말이지.’ “그때의 나는 왜 하은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이제 이서를 보는 하씨 그룹 사람들의 눈빛에 예전의 오만함이 서려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여왕의 귀환을 맞이하듯 이서를 대했다. “윤 대표님, 이쪽으로 오시죠.”하은철의 비서가 이서를 대신하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들은 모두 영리한 사람들이었다.‘겉보기에는 하 대표님이 윤이서를 상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윤이서를 가질 생각이신 거야.’‘하 대표님의 성격이라면 갖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기어코 손에 넣으려고 애쓰시겠지? 윤이서는 아직 하씨 가문의 며느리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하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거란 말이지!’ ‘아직도 윤이서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흉측한 말로를 맞이하게 될지 몰라.’ 비서의 인솔을 받은 이서는 이내 하은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다만, 그녀는 하은철을 만날 수 없었다. 그는 일부러 허세를 부리며 이서를 만나러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휴게실에서 어떤 옷을 입고 이서를 만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비서실을 통해 이서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하은철은 그때부터 사무실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비싼 옷들이 마음에 들었을 테지만, 오늘은 어떻게 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바깥의 동정을 들은 하은철은 이서가 왔음을 깨닫고 잠시 망설였다. 그의 시선은 여러 옷을 스치다가 결국 오늘 입은 옷에 멈췄다. ‘됐어, 내가 아무리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