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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이서의 입가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는데, 지환의 ‘숨겨둔 애인’이 상상한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서의 얼굴에 이상한 기색이 떠오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지환이 그제야 이천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천이라고 해, 내 비서야.”

이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던 지환은 곧바로 그녀의 엉뚱한 생각을 억누르려 했다.

이서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비서시구나...”

‘깜짝 놀랐네.’

이서를 바라보던 이천은 마음속에 억눌렸던 감정을 참지 못한 채 그녀의 손을 잡았고, 감격에 겨워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서가 당황스럽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

지환의 치켜 올라간 눈썹은 이미 일직선을 이룰 지경이었지만. 이서를 만난 것에 대해 감격하느라 바빴던 이천은 자신의 오랜 친구가 또 다른 감격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이서와 만나지 않게 하려던 거였다고!’

한참 후에야 이서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비서분이...”

“이천!”

지환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천은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고, 바삐 코를 훌쩍였다.

“죄송합니다, 윤 대표님, 저...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천은 영문도 모르는 이서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원래 저런 사람이거든.”

지환이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

“이서야, 들어와서 앉아.”

지환의 뒤로 깔끔하게 정리된 호텔 방을 본 이서가 턱을 살짝 치켜올렸다.

“아니에요, 방이 엉망이잖아요.”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지환은 자존심이 강한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손끝으로 가면을 살짝 만졌고, 얼굴에 머금었던 따스함을 거두어들였다.

같은 시각.

하은철과 협력방안을 정한 심동이 상쾌한 마음으로 차에 오르려 했다.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희령이 심동을 대신하여 차 문을 열었고, 그가 앉기도 전에 물었다.

“어떻게 됐어? 하은철이 협력하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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