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암암리에 증거를 수집해, 기억해.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은 일단 가족들에게만 말할 수 있다.”무진은 가족들의 성질을 잘 알았다.안금여와 운경은 그에게 사고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을지.이제 마음을 졸이고 있을 여자애가 하나 더 있다.이 소식을 듣고 집에서 초조함에 뱅뱅 돌고 있을 것이다.‘그러니까 생환 소식은 집의 가족들에게 얘기해야 돼.’그러나 반드시 남의 이목을 피해야 하며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 된다.강상철, 강상규 쪽은 개 코처럼 냄새를 잘 맡았다.풀을 베어 뱀을 놀라게 하지 않도록, 그들 쪽은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물론 이런 말을 무진이 할 필요가 없다. 손건호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테니.손건호는 무진의 질문에 모두 대답했다.“보스, 이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보스는 너무 오래 음식을 먹지 않았으니 우선 뭐 좀 드시죠.” 손건호는 무진을 걱정하며 바라보았다.무진이 매일 포도당을 맞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포도당을 맞으면 한 시름은 놓았지만, 사람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손건호는 마음이 초조했지만 무진이 잠이 들자 감히 방해하지 못했다.침대 옆만 지킬 수밖에.“아무거나 먹을 거 가져와, 너무 번거롭게 하지 말고.” 무진은 먹는 걸 힘들어 하는 게 아니다. 그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지금 그와 손건호의 처지는 모두 매우 위험하다.결국 그들은 지금 곁에 사람이 없다. 만약 두 할아버지들에게 자신들이 지금 있는 곳을 들킨다면, 분명히 또다시 자신들에게 손을 대려 할 것이다.무진은 마음이 조심스럽다.지금은 입맛이 없어도 먹을 수만 있으면 된다.“네.” 손건호는 즉시 물러나서 근처로 음식을 사러 갔다.이곳 사람들은 모두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한다.그래서 이곳에는 해산물이 많았다.죽집을 찾은 손건호는 환자가 먹을 수 있는 몇 가지를 주문해 놓고 옆에서 기다렸다.자신은 이
나가서 소식을 전하고 돌아온 손건호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무진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물었다. “왜? 계획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손건호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그래서 무진도 그의 뒤에 있는 성연을 보았다.성연은 무진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바로 달려가 무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무진의 위치는 서한기가 알아냈다.서한기는 거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아주 세밀하게 수색했다.길을 수색하던 중에 어민들에게 무진과 손건호의 모습을 설명했다.마침 무진과 손건호를 구했던 할아버지도 같이 있어서 위치를 알려주었다.무진과 손건호는 보기에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특히 무진의 온몸에 흐르는 기운은 혼수상태에서도 감출 수 없었다.그래서 할아버지의 인상에 아주 깊이 남았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찾는 것을 보면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더 잘 알 수 있었다.서한기는 또 속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할아버지가 말한 곳으로 갔다.그리고 무진이 확실히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성연에게 소식을 전했다.성연은 수업시간에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이윤하 선생에게 휴가계를 내고 바로 달려왔다.무진의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도대체 저 아이가 여길 어떻게 찾아왔을까?’부드러운 감촉과 달콤한 향기에 흠뻑 젖었다.무진은 저도 모르게 성연을 꼭 끌어안았다.눈시울이 붉어진 성연은 울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괜찮아요? 알아요? 고모는 당신 걱정에 입원하셨어요. 그리고 할머니도 걱정하시고.”그녀는 줄곧 무진에게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직감일 뿐이었다.진짜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그러나 진짜 무진을 보았을 때, 줄에 매달려 간당거리던 그녀의 마음이 비로소 바닥으로 내려왔다.그의 품에 안긴 성연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성연이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성연이기만 하다면 무진은 아무것도 상관없었다.무진은 그녀에게 가족들에 대해 물어보았다.그리고 가볍게 웃으며 달래듯 성연의 머리를 만졌다.“할머니와 고
두 사람은 침대 위에 잠시 엇갈린 채 누워 있다가 성연이 얼굴의 열기가 물러간 후에야 정상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다.분위기가 냉랭해지자 성연은 비로소 무진에게 이번 사고를 일으킨 범인에 대해 마음속으로 짐작가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무진은 잠시 생각한 후에야 대답했다.“둘째, 셋째 할아버지 쪽일 거야.”둘째, 셋째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 이런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그가 회사를 회수하자마자 죽을 뻔했는데 이게 우연이 아니라고?둘째, 셋째 할아버지들 쪽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다만 무진에게 약간의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좋은 상황도 만들어야 하고.저쪽에서 사정을 봐주지 않는 이상 그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그도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둘째, 셋째 할아버지를 완전히 뒤집어 버려야 한다.자신의 손에 저들의 약점을 잡힌 동시에, 저들은 예상치 못하게 자신에게 손을 댔다.정말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얘기를 들은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쪽에서도 범인을 찾고 있어요. 내가 알려줄게.”무진이 말한 사람은 성연의 생각과 비슷했다.강씨 집안에서 그렇게 모질게 굴 수 있는 사람은 그 두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다.성연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무진은 잠시 뒤 궁금해서 물었다.“너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내가 여기 있다는 소식을 알았니?”평소에도 계집애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그러나 안금여도 아직 알지 못한 상황에서 성연이 먼저 알게 되다니,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성연은 무진이 이 문제를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다.‘역시, 역시 나왔다.’다행히 그녀는 미리 방법을 생각해냈다.“내 직감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어요? 나는 우리 학교 보건교사와 사이가 좋아요. 원래는 수업시간에 나올 수 없는데, 보건교사를 통해서 나왔어요.” 성연은 본래 핑계를 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무진이 그런 어민을 본 적이 있을 것이
병원에서 잠시 머물다가 성연은 집으로 돌아와 안금여와 운경에게 무진의 무사함을 알렸다.그녀는 무진이 무사한 것은 보았지만 집안의 두 사람이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이미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할아버지들은 틀림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이 어촌을 찾아낼 것이다.무진뿐만 아니라 그녀도 조심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뒤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그녀는 무엇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택에 돌아오자마자 성연은 즉시 이 소식을 안금여와 운경에게 알렸다.운경의 얼굴빛은 아직 창백했다.조승호는 병원에서 좀 더 쉬게 해주고 싶어 했지만,운경은 기어코 퇴원해서 안금여를 모시고 돌아왔다.무진에게 일이 생긴 후, 안금여의 걱정은 틀림없이 자신보다 더 할 것이다.운경은 엄마 안금여가 또 상심해서 병이 날까 봐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무진의 소식을 듣고 운경이 먼저 일어섰다.“성연아, 네 말 사실이야? 무진이 정말 괜찮니?”“방금 만났는데, 괜찮아요.”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운경과 안금여에게 무진의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집안의 두 어른이 그를 걱정하는 것을 안다.생각해보니, 무진의 동영상을 녹화해 두 사람에게 보여 주는 게 좋을 듯했다.“별일 없으면 됐어, 별일 없으면 돼.” 운경이 먼저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건 기쁨의 눈물이었다.보아하니, 하늘은 여전히 자신들 큰 집을 돌보는 것 같았다.집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적어도 무진은 살아야 한다.안금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성연아, 무진이는 도대체 어디에 있니?” 자기 손자의 차가 다리에서 추락했다고 생각하자 안금여의 가슴이 떨렸다.눈만 감으면 무진이 피투성이가 되어 자기 앞에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지금 그녀는 무진이 너무 보고 싶었다.무진 얼마나 아픈지 알고 싶었다.무진은 안금여가 어려서부터 키운 아이다.그러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무진이 다친 것을 보니 더욱 애가 탔다.무진이 자신의 상
성연의 말을 들은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은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자신에게 계획이 있으니 가만히 있어달라고 무진이 말했다지 않는가.비록 초조한 마음을 가눌 길 없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현재 무진은 이미 충분히 위급한 상황이라, 자신들까지 끼어들어 혼란을 주는 건 곤란했다.두 사람이 냉정하게 이성을 되찾는 모습을 본 성연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두 사람이 끝까지 가려고 고집을 부린다면 성연으로서도 말릴 방도가 없었을 터였다.하지만 안금여와 강운경은 늘 그렇듯이 다른 사람의 뜻을 잘 헤아렸다.특히 무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느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세세하게 따졌다.무진과 달리 외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없는 성연은 이런 가정적인 분위기가 부러웠다.교외의 작은 병원에서 이틀간 입원했던 무진이 집으로 돌아왔다.물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모든 것을 극비에 붙인 채로.그리고 엠파이어 하우스와 고택이 아니라 다른 별장으로 돌아와 머물렀다.무진이 돌아오기 전에 미리 고지 받은 성연은 먼저 별장에 도착해서 무진을 기다렸다.성연은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소파에서 게임을 하면서도 바깥의 동정을 놓치지 않도록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기대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무진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속일 수 없었다.잠시 후, 자동차가 들어와 멈추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성연은 즉시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생각대로 차에서 내린 손 비서가 뒷좌석의 문을 열자, 이어 무진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틀 병원에 누워 치료받았을 뿐이지만 무진의 안색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큰 문제가 없는 듯 이제는 정상적인 상태에 가까워 보였다.걸음을 옮겨 무진에게 다가간 성연이 유난히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왔어요?”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무진이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응, 반갑지 않아?”“어서 와요.” 성연은 원래 평소처럼 틱틱거리는 말로
사람들의 감정이 서서히 진정되자,이어 이번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범인에 대한 단서가 찾기 시작했다.먼저 무진이 자신의 추측을 말하자, 안금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파왔다.“너도 알다시피, 네 할아버지 생전에 저들의 부탁이라면 두 말 않고 들어주었다. 친동생이라고 얼마나 감싸고 들었는데? 그런데 네 할아버지 돌아가시자, 자신들 형님의 혈육에게 이렇게도 잔인한 짓을 하다니. 네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저 야차 같은 저 두 동생들에게 잘해 준 걸 후회할지도 모르겠다.”“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저 사람들 일찌감치 양심을 팔아먹었어요. 아버지도 이미 알고 계셨을 걸요? 그저 말씀하시지 않았을 뿐이지. 저 사람들, 이제 이런 일까지 하는 걸 보니, 절대 그냥 둬서는 안돼요.”강운경이 이를 악문 채 말했다.애초에 혈연의 정을 생각한 아버지 강상중은 크게 도를 넘지 않는 한, 저들이 무슨 짓을 해도 눈감아 주셨다.그래서 저들이 여태 WS그룹에서 저토록 방자하게 굴어왔던 것이다.강운경이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자기 아버지의 그 점이었다.상대방은 당신을 적으로 생각하고 경쟁자로 대하는데, 자신의 아버지는? 항상 형제 간의 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아버지에게 몇 차례나 얘기했었지만 끝내 듣지 않으시더니, 결국 지금 했던 말들 하나하나 검증되고 있는 게 아닌가.‘이전의 일을 지금 말해 봐야 뭔 소용이야. 어차피 그 두 늙은 여우는 옛정은 돌아보지도 않을 텐데.’“할머니, 조사하신 건 어때요?” 어째 분위기가 다소 경직된 듯한 느낌에, 무진이 적절하게 화제를 돌렸다.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 강상철과 강상규 문제로 많이도 다투었다.지금에 와서 예전의 일을 다시 꺼내 본들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 차라리 아무 말하지 않는 게 나을 터.“내 진즉 조사해 보니, 회사 주차장의 경비원이 손을 댔더구나. 일을 저지른 다음 날, 바로 사라졌지만, 그 놈이 숨은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 갔을 때,
안금여는 계속해서 찾아낸 단서에 대해 이야기했다.“그날 내가 직접 갔었는데, 경비원의 아내가 울면서 말하더구나. 며칠 전에 자기 남편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돈을 가지고 있더라는구나. 4천만원쯤 되는 돈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야.”경비원의 집안 형편은 썩 좋지 않은 편이었고, 그 아내도 시골에서 올라온 터라 그렇게 많은 돈은 처음 봤다고 했다.그 큰 돈이 계좌에 들어오자 경비원의 아내가 놀라서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경비원이 어물어물 말을 흐리며 도망가기만 하더라는 것이다.그래서 그 아내가 재차 따지고 물었더니 경비원 말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자그마한 장사에 투자해서 얻은 이익금이라는 거였다.물론 그 아내는 믿지 않았다. 어떤 사람을 알고 있길래 장사에 투자해서 그렇게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인지.진짜 돈 있는 사람들이 행여 자신들 같은 사람을 성에 차 할까? 분명히 구린 냄새가 났다.경비원의 아내는 지금도 남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며칠 지난 뒤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별안간 남편이 이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다.그래서 남편이 가져온 돈도 전부 남편 병원비로 벌써 다 써버린 상태였다.병원비는 남편이 가져온 돈보다 더 나올 예정이지만, 남편의 병은 나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의사들 말로는, 이렇게 갑자기 치매가 온 원인이 뭔지 도무지 알아낼 수 없다고 한단다.그 말에 경비원의 아내는 거의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병은 고칠 수가 없으니.집안의 가장인 경비원이 이렇게 되자,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아내는 수입도 없이 어떻게 지낼지 막막하기만 했다.그 처지가 너무 딱한 지, 안금여는 남은 두 모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라고 지시했다.이 경비원도 어찌 보면 강상철과 강상규의 또 다른 희생자임은 분명하다.강상철, 강상규의 협박에 의해서인지, 스스로 돈에 넘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4천만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으니까.어찌 되었든 경비원은 치매에 걸림으로써 이미 벌을 받
무진의 설명을 들은 안금여는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지금 가진 증거가 부족한 까닭에 잠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이상, 강상철, 강상규를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게다가 노회한 여우 같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자신들의 혐의를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올 게 뻔했다.저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전에는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안금여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무진아,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니?”나이 들어 회사 업무도 모두 무진에게 넘긴 안금여는 스스로 이 일을 결정하기 힘들자, 무진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무진은 결코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잠시 생각을 해보던 무진이 입을 열었다.“잠깐 기다려 보죠. 저쪽에서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강상철과 강상규의 목적은 절대 이것이 아닐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저들의 배후에는 틀림없이 더 큰 음모가 있을 것이다.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안금여는 스스로 생각이 있는 듯한 무진의 모습에 안심했다. “고모가 오늘 직접 주방에 들어가서 무진이 너에게 식사를 차려 줄게. 네 몸에 씐 불길한 기운도 싹 씻어낼 겸.”강운경이 웃으며 말했다.별장으로 올 때, 이미 무진의 식사를 직접 준비해 줄 생각에 장을 많이 봐왔던 참이다. “고모, 잊으셨어요? 병원에서 막 나오셨는데 또 그렇게 무리하려고요? 제가 할게요.”강운경이 직접 요리하겠다는 말에 성연이 깜짝 놀라며 말렸다. “아니야, 나는 무진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그리고 내 몸이 그리 연약한 것도 아니지 않니? 음식 좀 하는 게 무슨 대단한 노동이라고. 그냥 내가 할게.” 강운경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무진이 돌아오자, 마침내 강운경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성연이 다시 설득의 말을 몇 마디 하려 했으나, 안금여가 막아세웠다.“무진이 강으로 추락한 후에, 네 고모는 요 며칠 마음 편히 잠도 제대로 못 잤단다. 지금 네 고모에게 무진이 먹을 식사 한 끼 준비하게 해 줘. 그래야 안심이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