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소식을 전하고 돌아온 손건호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무진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물었다. “왜? 계획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손건호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그래서 무진도 그의 뒤에 있는 성연을 보았다.성연은 무진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바로 달려가 무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무진의 위치는 서한기가 알아냈다.서한기는 거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아주 세밀하게 수색했다.길을 수색하던 중에 어민들에게 무진과 손건호의 모습을 설명했다.마침 무진과 손건호를 구했던 할아버지도 같이 있어서 위치를 알려주었다.무진과 손건호는 보기에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특히 무진의 온몸에 흐르는 기운은 혼수상태에서도 감출 수 없었다.그래서 할아버지의 인상에 아주 깊이 남았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찾는 것을 보면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더 잘 알 수 있었다.서한기는 또 속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할아버지가 말한 곳으로 갔다.그리고 무진이 확실히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성연에게 소식을 전했다.성연은 수업시간에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이윤하 선생에게 휴가계를 내고 바로 달려왔다.무진의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도대체 저 아이가 여길 어떻게 찾아왔을까?’부드러운 감촉과 달콤한 향기에 흠뻑 젖었다.무진은 저도 모르게 성연을 꼭 끌어안았다.눈시울이 붉어진 성연은 울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괜찮아요? 알아요? 고모는 당신 걱정에 입원하셨어요. 그리고 할머니도 걱정하시고.”그녀는 줄곧 무진에게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직감일 뿐이었다.진짜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그러나 진짜 무진을 보았을 때, 줄에 매달려 간당거리던 그녀의 마음이 비로소 바닥으로 내려왔다.그의 품에 안긴 성연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성연이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성연이기만 하다면 무진은 아무것도 상관없었다.무진은 그녀에게 가족들에 대해 물어보았다.그리고 가볍게 웃으며 달래듯 성연의 머리를 만졌다.“할머니와 고
두 사람은 침대 위에 잠시 엇갈린 채 누워 있다가 성연이 얼굴의 열기가 물러간 후에야 정상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다.분위기가 냉랭해지자 성연은 비로소 무진에게 이번 사고를 일으킨 범인에 대해 마음속으로 짐작가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무진은 잠시 생각한 후에야 대답했다.“둘째, 셋째 할아버지 쪽일 거야.”둘째, 셋째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 이런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그가 회사를 회수하자마자 죽을 뻔했는데 이게 우연이 아니라고?둘째, 셋째 할아버지들 쪽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다만 무진에게 약간의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좋은 상황도 만들어야 하고.저쪽에서 사정을 봐주지 않는 이상 그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그도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둘째, 셋째 할아버지를 완전히 뒤집어 버려야 한다.자신의 손에 저들의 약점을 잡힌 동시에, 저들은 예상치 못하게 자신에게 손을 댔다.정말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얘기를 들은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쪽에서도 범인을 찾고 있어요. 내가 알려줄게.”무진이 말한 사람은 성연의 생각과 비슷했다.강씨 집안에서 그렇게 모질게 굴 수 있는 사람은 그 두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다.성연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무진은 잠시 뒤 궁금해서 물었다.“너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내가 여기 있다는 소식을 알았니?”평소에도 계집애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그러나 안금여도 아직 알지 못한 상황에서 성연이 먼저 알게 되다니,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성연은 무진이 이 문제를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다.‘역시, 역시 나왔다.’다행히 그녀는 미리 방법을 생각해냈다.“내 직감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어요? 나는 우리 학교 보건교사와 사이가 좋아요. 원래는 수업시간에 나올 수 없는데, 보건교사를 통해서 나왔어요.” 성연은 본래 핑계를 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무진이 그런 어민을 본 적이 있을 것이
병원에서 잠시 머물다가 성연은 집으로 돌아와 안금여와 운경에게 무진의 무사함을 알렸다.그녀는 무진이 무사한 것은 보았지만 집안의 두 사람이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이미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할아버지들은 틀림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이 어촌을 찾아낼 것이다.무진뿐만 아니라 그녀도 조심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뒤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그녀는 무엇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택에 돌아오자마자 성연은 즉시 이 소식을 안금여와 운경에게 알렸다.운경의 얼굴빛은 아직 창백했다.조승호는 병원에서 좀 더 쉬게 해주고 싶어 했지만,운경은 기어코 퇴원해서 안금여를 모시고 돌아왔다.무진에게 일이 생긴 후, 안금여의 걱정은 틀림없이 자신보다 더 할 것이다.운경은 엄마 안금여가 또 상심해서 병이 날까 봐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무진의 소식을 듣고 운경이 먼저 일어섰다.“성연아, 네 말 사실이야? 무진이 정말 괜찮니?”“방금 만났는데, 괜찮아요.”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운경과 안금여에게 무진의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집안의 두 어른이 그를 걱정하는 것을 안다.생각해보니, 무진의 동영상을 녹화해 두 사람에게 보여 주는 게 좋을 듯했다.“별일 없으면 됐어, 별일 없으면 돼.” 운경이 먼저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건 기쁨의 눈물이었다.보아하니, 하늘은 여전히 자신들 큰 집을 돌보는 것 같았다.집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적어도 무진은 살아야 한다.안금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성연아, 무진이는 도대체 어디에 있니?” 자기 손자의 차가 다리에서 추락했다고 생각하자 안금여의 가슴이 떨렸다.눈만 감으면 무진이 피투성이가 되어 자기 앞에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지금 그녀는 무진이 너무 보고 싶었다.무진 얼마나 아픈지 알고 싶었다.무진은 안금여가 어려서부터 키운 아이다.그러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무진이 다친 것을 보니 더욱 애가 탔다.무진이 자신의 상
성연의 말을 들은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은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자신에게 계획이 있으니 가만히 있어달라고 무진이 말했다지 않는가.비록 초조한 마음을 가눌 길 없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현재 무진은 이미 충분히 위급한 상황이라, 자신들까지 끼어들어 혼란을 주는 건 곤란했다.두 사람이 냉정하게 이성을 되찾는 모습을 본 성연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두 사람이 끝까지 가려고 고집을 부린다면 성연으로서도 말릴 방도가 없었을 터였다.하지만 안금여와 강운경은 늘 그렇듯이 다른 사람의 뜻을 잘 헤아렸다.특히 무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느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세세하게 따졌다.무진과 달리 외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없는 성연은 이런 가정적인 분위기가 부러웠다.교외의 작은 병원에서 이틀간 입원했던 무진이 집으로 돌아왔다.물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모든 것을 극비에 붙인 채로.그리고 엠파이어 하우스와 고택이 아니라 다른 별장으로 돌아와 머물렀다.무진이 돌아오기 전에 미리 고지 받은 성연은 먼저 별장에 도착해서 무진을 기다렸다.성연은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소파에서 게임을 하면서도 바깥의 동정을 놓치지 않도록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기대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무진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속일 수 없었다.잠시 후, 자동차가 들어와 멈추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성연은 즉시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생각대로 차에서 내린 손 비서가 뒷좌석의 문을 열자, 이어 무진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틀 병원에 누워 치료받았을 뿐이지만 무진의 안색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큰 문제가 없는 듯 이제는 정상적인 상태에 가까워 보였다.걸음을 옮겨 무진에게 다가간 성연이 유난히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왔어요?”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무진이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응, 반갑지 않아?”“어서 와요.” 성연은 원래 평소처럼 틱틱거리는 말로
사람들의 감정이 서서히 진정되자,이어 이번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범인에 대한 단서가 찾기 시작했다.먼저 무진이 자신의 추측을 말하자, 안금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파왔다.“너도 알다시피, 네 할아버지 생전에 저들의 부탁이라면 두 말 않고 들어주었다. 친동생이라고 얼마나 감싸고 들었는데? 그런데 네 할아버지 돌아가시자, 자신들 형님의 혈육에게 이렇게도 잔인한 짓을 하다니. 네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저 야차 같은 저 두 동생들에게 잘해 준 걸 후회할지도 모르겠다.”“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저 사람들 일찌감치 양심을 팔아먹었어요. 아버지도 이미 알고 계셨을 걸요? 그저 말씀하시지 않았을 뿐이지. 저 사람들, 이제 이런 일까지 하는 걸 보니, 절대 그냥 둬서는 안돼요.”강운경이 이를 악문 채 말했다.애초에 혈연의 정을 생각한 아버지 강상중은 크게 도를 넘지 않는 한, 저들이 무슨 짓을 해도 눈감아 주셨다.그래서 저들이 여태 WS그룹에서 저토록 방자하게 굴어왔던 것이다.강운경이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자기 아버지의 그 점이었다.상대방은 당신을 적으로 생각하고 경쟁자로 대하는데, 자신의 아버지는? 항상 형제 간의 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아버지에게 몇 차례나 얘기했었지만 끝내 듣지 않으시더니, 결국 지금 했던 말들 하나하나 검증되고 있는 게 아닌가.‘이전의 일을 지금 말해 봐야 뭔 소용이야. 어차피 그 두 늙은 여우는 옛정은 돌아보지도 않을 텐데.’“할머니, 조사하신 건 어때요?” 어째 분위기가 다소 경직된 듯한 느낌에, 무진이 적절하게 화제를 돌렸다.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 강상철과 강상규 문제로 많이도 다투었다.지금에 와서 예전의 일을 다시 꺼내 본들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 차라리 아무 말하지 않는 게 나을 터.“내 진즉 조사해 보니, 회사 주차장의 경비원이 손을 댔더구나. 일을 저지른 다음 날, 바로 사라졌지만, 그 놈이 숨은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 갔을 때,
안금여는 계속해서 찾아낸 단서에 대해 이야기했다.“그날 내가 직접 갔었는데, 경비원의 아내가 울면서 말하더구나. 며칠 전에 자기 남편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돈을 가지고 있더라는구나. 4천만원쯤 되는 돈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야.”경비원의 집안 형편은 썩 좋지 않은 편이었고, 그 아내도 시골에서 올라온 터라 그렇게 많은 돈은 처음 봤다고 했다.그 큰 돈이 계좌에 들어오자 경비원의 아내가 놀라서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경비원이 어물어물 말을 흐리며 도망가기만 하더라는 것이다.그래서 그 아내가 재차 따지고 물었더니 경비원 말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자그마한 장사에 투자해서 얻은 이익금이라는 거였다.물론 그 아내는 믿지 않았다. 어떤 사람을 알고 있길래 장사에 투자해서 그렇게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인지.진짜 돈 있는 사람들이 행여 자신들 같은 사람을 성에 차 할까? 분명히 구린 냄새가 났다.경비원의 아내는 지금도 남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며칠 지난 뒤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별안간 남편이 이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다.그래서 남편이 가져온 돈도 전부 남편 병원비로 벌써 다 써버린 상태였다.병원비는 남편이 가져온 돈보다 더 나올 예정이지만, 남편의 병은 나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의사들 말로는, 이렇게 갑자기 치매가 온 원인이 뭔지 도무지 알아낼 수 없다고 한단다.그 말에 경비원의 아내는 거의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병은 고칠 수가 없으니.집안의 가장인 경비원이 이렇게 되자,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아내는 수입도 없이 어떻게 지낼지 막막하기만 했다.그 처지가 너무 딱한 지, 안금여는 남은 두 모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라고 지시했다.이 경비원도 어찌 보면 강상철과 강상규의 또 다른 희생자임은 분명하다.강상철, 강상규의 협박에 의해서인지, 스스로 돈에 넘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4천만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으니까.어찌 되었든 경비원은 치매에 걸림으로써 이미 벌을 받
무진의 설명을 들은 안금여는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지금 가진 증거가 부족한 까닭에 잠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이상, 강상철, 강상규를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게다가 노회한 여우 같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자신들의 혐의를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올 게 뻔했다.저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전에는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안금여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무진아,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니?”나이 들어 회사 업무도 모두 무진에게 넘긴 안금여는 스스로 이 일을 결정하기 힘들자, 무진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무진은 결코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잠시 생각을 해보던 무진이 입을 열었다.“잠깐 기다려 보죠. 저쪽에서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강상철과 강상규의 목적은 절대 이것이 아닐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저들의 배후에는 틀림없이 더 큰 음모가 있을 것이다.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안금여는 스스로 생각이 있는 듯한 무진의 모습에 안심했다. “고모가 오늘 직접 주방에 들어가서 무진이 너에게 식사를 차려 줄게. 네 몸에 씐 불길한 기운도 싹 씻어낼 겸.”강운경이 웃으며 말했다.별장으로 올 때, 이미 무진의 식사를 직접 준비해 줄 생각에 장을 많이 봐왔던 참이다. “고모, 잊으셨어요? 병원에서 막 나오셨는데 또 그렇게 무리하려고요? 제가 할게요.”강운경이 직접 요리하겠다는 말에 성연이 깜짝 놀라며 말렸다. “아니야, 나는 무진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그리고 내 몸이 그리 연약한 것도 아니지 않니? 음식 좀 하는 게 무슨 대단한 노동이라고. 그냥 내가 할게.” 강운경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무진이 돌아오자, 마침내 강운경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성연이 다시 설득의 말을 몇 마디 하려 했으나, 안금여가 막아세웠다.“무진이 강으로 추락한 후에, 네 고모는 요 며칠 마음 편히 잠도 제대로 못 잤단다. 지금 네 고모에게 무진이 먹을 식사 한 끼 준비하게 해 줘. 그래야 안심이 될
저녁에 성연은 무진이 업무 처리로 서재에 간 틈을 타서 침실로 돌아왔다.침실 내의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근 뒤에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후 과정을 간단히 설명한 후, 성연이 곽연철에게 지시하였다.“곽 대표가 스위스의 은행장에게 연락하여 이 계좌 주인을 알아내. 거기 은행장은 사부님 오랜 지인이라, 조사를 부탁해도 될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에 바로 성연의 지시에 따르기 위해 일어섰다.성연이 생각하기에, 스위스의 은행과 관련된 이 일을 무진 쪽에서만 움직인다면 조사 속도는 무척이나 느릴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성연은 무진을 도와주고 싶었다.결국 강상철, 강상규가 무진에게 저지른 소행은 원수 같은 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리고 강상철, 강상규를 그냥 두면 둘 수록 무진이 더 위험해질 뿐이고.무엇을 어찌하든 강상철, 강상규의 욕심에는 만족이 없을 테니까. WS그룹을 넘겨주지 않는 한 말이다.하지만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강상철, 강상규와의 강무진의 싸움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패배했을 때라야만 안정된 삶을 보장할 수 있었다.성연이 전화를 끊고 화장실 문을 열자, 무진이 침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무진을 보자 오후에 거실에서의 장면이 떠오른 성연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할머니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게 만들다니, 하마터면 땅굴을 파고 들어갈 뻔했다.다행히 할머니가 이해해 주셔서 건물 밖으로 나가 한참 동안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 들어왔다.그 동안 무진은 내내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다.화장실에서 다시 침실로 돌아온 성연은 침대 위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다.무진 쪽으로는 눈빛조차 보내지 않았다.무진이 웃으며 성연이 누운 침대로 다가갔다.“아직도 화가 난 거야?”성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내가 무슨 화가 났다고 그래요?”“미안해. 네가 싫다고 하면 다음부터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런데 정말 보고 싶었어. 느껴지지 않아?” 무진이 성연을 구슬
이씨 가문의 저택. 이상효는 지사의 최근 회계 장부를 모두 소지연에게 넘겨주었다.“전부 다 유럽 업무의 명세서인데, 문제가 있는지 좀 살펴 볼래?” 이상효는 유럽 수출에 대해서 전혀 경험이 없었다. 단지 연계진이 자신을 끌어들였으니 당연히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올 거라고만 생각했다.이상효를 돕기로 선택한 이상 소지연은 당연히 책임을 다해야 했다.임신한 뒤 소지연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벗어날 수 없는 이상 순종할 수밖에 없어. 노예가 된 기분이지만 때리고 걷어차면서 비웃고 모욕하는 것보다는 나아.’옆에서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상효의 머릿속에는 온통 돈 생각이 가득했다. ‘적어도 수백만 달러는 벌 수 있을 거야.’‘게다가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말이야!’‘연계진과 함께 하기로 한 건 역시 잘한 일이야. 비록 연계진이 강무진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결국 패배하게 되더라도 나하고는 크게 관계가 없어.’‘지금은 돈만 있으면 다 돼!’한 시간 정도 지나자 소지연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면서 심각해졌다.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면서 회계 장부를 하나씩 반복해서 검사했다.“아니야, 어떻게 계산해도 금액이 맞지 않아.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걸까?”“뭘 중얼거리는 거야? 장부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바로 말해. 중얼거리지 말고!”참지 못한 이상효가 차갑게 소리를 질렀다.고개를 돌린 소지연이 이상효를 쳐다보며 물었다.“화물 명세서가 더 많아요. 혹시 상대방이 아직 계산해 주지 않는 품목이 있어요?”“다 줬어. 유럽에 있는 연계진의 투자회사하고 우리가 직접 거래한 건데 아직도 정산하지 않은 게 있어? 연계진도 이 품목들을 우선 결제하겠다고 말했어.” 이상효가 소리를 질렀다.“그럼 이상한데요! 우리는 모두 10척의 화물선으로 화물 4천여 톤을 보냈어요! 그런데 상대방은 3천여 톤만 계산했어요. 나머지는요? 결산 리스트가 없다는 건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거든요. 빨리 전화해서 확실하게 물어보세요!”소지연이 진지하게 알려줬지만 이상효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무진은 성연과 함께 WS그룹 산하 병원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한 번 진찰을 받았다.의사는 입덧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니, 성연이 먹어도 올리지 않는 음식만 찾으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또 입덧을 완화하는 약도 처방해 주었다.“최신 약인데 부작용도 거의 없어요. 이 약을 먹으면 입덧은 확실히 많이 좋아질 겁니다.”의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것처럼 무진에게 거듭 당부했다. “남편께서 반드시 임산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고, 임산부의 정서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임산부는 때로는 예민하고 연약해지기도 하는데, 까탈스러운 게 아니라 반드시 주의해야 할 현상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시겠지요?”의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무진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또 임산부를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방법을 담은 책도 주었다.무진은 한껏 들뜬 기분으로 성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의사가 준 책을 열심히 읽었다.그래서 손건호가 상황을 보고하러 왔을 때도 떠들지 말라고 손짓했다.“보스, 정말 아주 중요한 상황입니다!”“잠깐만 기다려. 우선 이 주의사항을 다 봐야 해. 세상의 어떤 일이라도 아내의 임신보다 중요하지는 않아!”무진이 불만스럽게 말하면서 손사래를 쳤다.잠시 멍하니 있던 손건호가 곧 크게 기뻐했다.“축하합니다, 보스. 사모님께서 마침내 임신하셨군요!”손건호는 씩 웃으면서 얌전하게 무진이 책자를 다 볼 때까지 기다렸다.커피를 한 모금 마신 무진이 비로소 천천히 물었다.“뭔가 알아냈어?”“보스, 안진검 기억하시죠? 최근 무심결에 한 가지가 떠올라서 계속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안진검이 연계진과 진교철의 투자회사가 전에 MS 가문과 합작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해결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 중에서 MS 가문의 실력이라면 진교철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에 의문이
연계진의 파티가 끝나고 이틀 뒤.이른 아침부터 속이 한바탕 뒤집어지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에 성연은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성연아, 왜 그래? 속이 불편해?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바로 병원에 가 보자!” 재빨리 성연의 뒤로 가서 등을 토닥여 주던 무진이 초조하게 연거푸 물었다.한동안 헛구역질을 하던 성연이 그 말을 듣더니 바로 임신확인서를 무진에게 건네주었다.어리둥절해진 무진은 좋지 않은 생각을 떠올렸다. ‘성연이가 무슨 심각한 병을 숨긴 건 아니겠지?’무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황급히 성연이 건넨 종이를 살펴보았다.결국 쌍둥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한참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갑자기 크게 기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하하하... 임신이야? 쌍둥이라니? 성연아, 정말 대단해!”흥분과 기쁨에 바로 성연을 안고는 몇 바퀴나 돌면서 침실로 돌아왔다.“임신이야! 내가 아빠가 되는 거야!”평소 차분하던 무진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즐거워했다.“어지러우니까 돌지 말고 내려줘요. 또 토하고 싶어요.”성연이 재빨리 멈추라고 소리쳤다. 무진이 자신을 안고 계속 빙빙 돈다면 입덧만 더 심해질 것이기에.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닫자, 무진이 서둘러 성연을 내려놓았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두 눈을 빛내면서 성연을 바라보았다.“정말 잘됐어, 여보! 정말 대단해! 쌍둥이라니...”무진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남편의 눈빛에 가득 담긴 사랑을 느끼자 성연의 마음에도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하지만 입덧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남편과 정답게 눈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황급히 다시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다.“욱- 욱-”이어지는 구역질 소리.무진이 바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 얼굴을 보고도 또 토하고 싶은 거야?”그 말을 듣자 성연은 입덧을 하는 와중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입덧이 좀 잦아들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삐진 아이 같은 표정의 남편을 바라보았다.“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