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이천만원. 일이 성사되면 이천만 더 주지.” 밤에 검은 옷의 사람이 WS그룹 근처로 오자 맞은편에는 보안 제복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자세히 보니 WS그룹의 주차장 경비원의 모습이었다.눈앞에 있는 수표를 본 경비원은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그러나 목숨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이 일을 들키면 그는 끝장이었다.“평생 경비원으로 살아도 이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기회가 눈앞에 있을 때, 눈치 빠른 사람은 절대 놓칠 수 없음을 알 겁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목소리에는 온갖 유혹이 담겨 있었다.잠시 머뭇거리던 경비원이 고개를 저었다.“됐습니다, 이 일 나는 할 수 없습니다. 걱정 마세요. 어디에도 이 일을 발설하지 않을 테니.”검은 옷 차림의 사람은 경비원의 순진한 생각에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이 일로 당신을 찾은 이상, 당신이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만약 당신이 하지 않는다면, 나도 마찬가지로 당신을 북성에서 없애 버릴 방법이 있습니다. 스스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한다면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총명한 사람이라면 뭐가 수지 맞는 일인지 잘 알지 않겠어요?”검은 옷 차림의 사람이 내는 음성이 자못 위협적이다.그제야 경비원은 이 사람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일은 그가 한다고 해도 해야 될 일이고 하지 않겠다고 해도 해야 한다.결과는 모두 같았다.경비원의 안색이 좀 창백했다.검은 옷의 사람은 그의 당황한 표정을 감상했다.“나는 인내심이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하지 않겠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갈 겁니다.”검은 옷의 사람이 손에 든 수표를 흔들었다.검은 옷의 사람이 떠나려 하자 이를 한 번 악문 경비원이 말했다.“내가 할게요. 내가 하겠습니다!”검은 옷의 사람은 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남에게 속아도 감히 입을 열어 저항하지 못하는 일개 보잘것없는 경비원일 뿐이라는 것을.실제로 이 경비원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누구에게든 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평소 이 시간이면 여전히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처리할 터였다.그러나 지금 무진은 서류를 정리하고 퇴근할 생각이다.요 며칠 성연이와 같이 있지를 못했다.조금 전, 성연을 생각하다 불현듯 기분이 답답해져 보고 있던 강상철, 강상규 관련 서류들을 정리했다. 집에 돌아가서 성연이와 같이 밥을 먹을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일 때문에 자신이 그녀를 소홀히 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성연이 비록 일찍 철이 들어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한 적이 없었지만,최선을 다해 성연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원래 서류 한 부를 전해주러 왔던 손건호는 무진의 데스크 위에 있던 서류들이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을 보았다.손건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무진이 먼저 말했다.“오늘은 일찍 퇴근하려고 보던 서류들을 전부 뒤로 미루었어.”자신의 손에 있던 건 원래 중요하지 않은 서류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너도 정리하고 퇴근해.” 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자신이 집까지 모시는 걸 거절한다는 뜻인가?’손건호는 마음속의 의심을 지우며 말했다.“보스, 제가 모셔다 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손건호는 그날 무진이 고열에 시달리면서 억지로 운전해 귀가한 일을 떠올라 가슴이 덜컹거렸다.다행히 무진에게 큰 일이 없었길래 망정이지, 만약 그날 무진에게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겼었다면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손건호도 그 일은 자신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 후로 그는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됐어, 요즘 너도 바빴잖아. 얼른 돌아가서 쉬어.” 무진은 괜찮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운전하나, 손건호가 운전하나 매한가지라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손건호가 운전하는 것은 안심 차원의 일일뿐이다.평소 너무 피곤할 때는 손건호가 운전하게 했다.그러나 오늘 무진은 그다지 피곤하지 않아서 직접 운전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전혀 문제없다.“보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사모님이 아시면, 저를 죽이실 겁니다. 저
길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이 하나 둘 차를 세우고 부서진 가드레일을 바라보았다.누군가 경찰에 신고했다. 또 서로 목격한 장면을 나누기도 했다.“죄를 지어서 그래, 멀쩡한 차가 어떻게 갑자기 날아갈 수가 있어요? 고급 승용차인 것 같았는데.”“운이 안 좋았겠지, 초보 운전이었거나.”“내가 보기에는 아니야. 그런 고급차를 초보가 어떻게 운전해?”모두들 승용차가 왜 추락했는지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곧 경찰이 왔다.사람들을 모두 사고 지점으로부터 떨어트렸다. 또 시끄럽게 구는 사람들은 모두 차를 몰고 가게 했다.구간 감시카메라를 통해 경찰은 차량이 추락하던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가드레일이 파괴된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몰려 있어 여전히 안전 상 위험했다.경찰은 이미 그 구간을 봉쇄하여 사람들의 안전을 먼저 고려했다.하지만 격리 선 밖에 서서 부서진 가드레일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성연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평상시 대로 냉장고에서 우유 한 병을 꺼냈다.비린 맛이 느껴져서 원래 우유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진의 권고로 점차 성연도 우유 맛을 좋아하게 되었다.매일 마시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것 같았다.지금은 무진이 뭐라 하지 않아도 성연 스스로 우유를 마셨다.책상다리를 하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집사가 걸어왔다.“사모님, 오늘은 뭐 드시겠어요?”평소 일찍 하교하고 집에 오면 집사가 이렇게 와서 성연의 의견을 묻는다.“아무거나 해 주시면 돼요.” 성연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무진이 집에 없어 그녀 혼자 먹으니 별 맛이 없다.‘뭘 먹어도 똑같아.’“네, 사모님.”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성연이 아무거나 먹겠다고 하지만 집사는 가족들의 입맛을 손금 보듯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성연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것이다.그래도 음식을 가리지 않고 비교적 유순한 성격의 성연이라 음식을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낭비를 하지
송의 마음이 전대미문의 황망함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무진에게 정말 일이 생겼다면 어떻게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마치 큰 손이 심장을 꽉 잡아 챈 것 같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을 강하게 먹으며 성연은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그녀는 외투를 껴입고 바로 외출했다.성연이 총총 나서는 모습을 본 집사가 바로 거실에서 쫓아 나왔다.“사모님, 어디 가십니까?”“나 잠깐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요.” 성연이 말을 마치고 나가버렸다.모든 일을 다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경솔하게 결과를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강무진은 이 집에서 모든 이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이다.만약 무진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이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성연은 택시를 타고 무진의 사고가 난 현장으로 재빨리 갔다.부딪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가드레일을 보고 성연의 심장도 덩달아 조여 들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다가 경찰에게 가로막혔다.“아가씨, 위험 지역이라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경찰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린 성연은 무진의 차량 번호를 물었다.“경찰 아저씨, 정말 이 차량이 사고를 당한 거예요?”짧은 시간이지만 경찰서 쪽에서 확인하기에 충분했다.그리고 무진은 북성의 유명 인사였기 때문에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그러자 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성연의 얼굴이 한순간 창백해졌다.성연의 이 혼비백산한 모습을 경찰도 차마 볼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물었다.“아가씨, 희생자와 어떤 관계입니까?”성연이 입술을 깨물며 꽉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는 약혼녀예요.”확인을 마친 성연이 고모 강운경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사고 소식을 운경에게 전했다.아직 집에 있다가 소식을 들은 운경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그녀는 일어나서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실신할 뻔했다.“성연아, 네 말이 사실이야? 고모가 나이가 많아서 놀라는 것 못 견뎌. 무진이가, 정말, 정
운경이 도착했을 때, 경찰, 구급차가 현장에 와 있었고 구조대도 와서 강물에 들어가 인양하고 있었다.앞에 있는 장면을 보던 운경이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정신을 차렸으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지? 무진이가 어떻게 사고가 나?”이제 큰집의 일이 제대로 잘 풀리기 시작했는데.그런데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무진의 사고가 났다.‘도대체 어쩌란 말이야?’운경과 안금여의 모든 희망은 무진이었다.만약 그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은 어떻게 살겠는가?“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구조 중이니까 무진 씨 괜찮을 거예요.” 성연이 마음이 힘들었다.하지만 운경 앞에서 표현할 수가 없었다.운경은 이미 완전히 초조한 상태라 더 이상 마음을 힘들게 해서는 안되었다.게다가 지금 초조해서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뜻밖의 사고는 너무도 당혹스럽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운경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성연 자신도 운경을 부를 때 이럴 것이라 이미 예상했었다.무진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데 걱정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게다가, 만약 무진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성연은 그 가능성을 생각하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리고 나서 고개를 한 번 저은 뒤에 마음속에 떠오르던 생각을 빠르게 끊었다.‘아니야, 무진 씨는 절대 아무 일 없을 거야, 난 믿어.’‘무진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운경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조급해하지 말라고? 그런데 생각해 봐. 내가 어떻게 조급해하지 않겠니? 회사에서 멀쩡하게 잘 있던 무진이에게 어떻게 이런 사고가 생기니? 그리고 무진이 차도 몇 번이나 검사했었는데, 어떻게 통제가 안된다는 말이야?” 운경은 마음이 진정되지가 않았다.그녀는 이런 일이 그렇게나 똑똑한 조카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운경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성연이 말했다.“고모, 경찰이 차를 인양할 때까지 기다리면 어떤 원인인지 알 수 있을 거예
성연과 운경은 줄곧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아무도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그날 밤, 추락했던 무진 차량이 인양되었다.그런데,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잠시 흥분한 운경이 구조대원들의 손을 꼭 잡았다.“우리 무진이는요? 우리 무진이?”구조대도 운경의 심정을 이해했다.그래서 옆에서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강 여사님, 우선 진정하세요. 저희가 여기서 오후 내내 인양작업을 했습니다. 현재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사람을 못 찾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색팀이 계속 수색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운경은 구조대원들의 손을 잡은 채 놓지 않았다.마치 눈앞의 사람이 자신의 생명 줄이라도 되는 듯이.놓으면 바로 희망이 사라질 듯이.옆에서 지켜보던 성연이 운경의 어깨를 토닥였다.“고모, 구조대가 오후 내내 수고하고 있어요. 일단 손을 놓아주세요. 돌아가서 쉬게 해주세요. 또 다른 사람들이 와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어요.”그제야 운경이 멍하던 정신을 차리고 손을 놓았다.성연은 구조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구조대원들도 이해한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며 표시했다.이런 상황을 그들은 너무도 많이 보았다.결국 자기 가족인데 어떻게 상관없겠는가?가족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것도 정상적이다.성연이 운경을 부축해서 옆에 세워둔 차 안에 앉혔다.이곳은 사고가 났기 때문에 길이 이미 봉쇄되어 차량이 통행할 수 없었다.하지만 피해 가족의 차량이라 근처에 주차할 수 있었다.운경이 차를 몰고 왔기 때문에 마침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있었다.성연은 운경에게 물을 좀 마시게 한 후 말했다.“고모, 일단 여기 좀 앉으세요. 제가 내려가 볼게요. 곧 돌아올게요.”운경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 인양 차 앞으로 걸어갔다.검은색 롤스로이스의 앞 범퍼는 이미 부딪힌 충격으로 원래의 형체를 잃은 지 오래였다.성연은 무진이 이 차를 타고 자신을 데려왔던 순간이 떠올랐다.‘그런데 지금은…….’성연이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사람이 간 후에 성연의 안색이 차가워졌다.성연의 얼굴은 나이에 맞지 않게 침착했다.성연은 유난히 차분한 모습으로 핸드폰을 꺼내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한기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보스, 왜요?]성연은 아주 빠르게 서한기에게 이쪽의 상황을 간단히 말했다.[강무진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겼어요?] 서한기는 눈살을 찌푸렸다.‘강무진이 그렇게 신중한 사람인 걸 생각하면, 당연히 사고가 안 나야 하지 않아?’‘차량이 분명히 이상해. 게다가, 그들 같은 사람들 차는 전문적으로 주문 제작한 것일 테고. 안전 시스템은 말할 필요도 없어.’‘어떻게 사고가 났을까?’“응.” 성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음모와 계략에는 대처하기 힘든 법이야.’‘주의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 강무진이 신도 아닌데,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그녀조차도 속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보스,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서한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는 자기 보스의 말투가 무겁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성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 바로 이런 말투를 들었었다.그 외에는 들은 적이 없는 서한기다.이번이 두 번째다.“네가 사람을 데리고 연안에서 사람을 좀 찾아봐, 무슨 소식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주고, 어떤 상황이든 보고해야 해.”성연은 마음속에서는 비록 무진이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 눈앞에 놓여 있으니 성연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물론 어떤 결과든 그녀가 직접 봐야 비로소 단념할 수 있을 것이다.“알겠습니다, 보스.” 성연의 무거운 말투를 통해서, 이 일이 성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감히 대충할 수 없었던 서한기는 즉시 준비해서 사람들을 데리고 그 부근의 해안가로 가서 무진을 찾기 시작했다.전화를 끊고 나서야 성연은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적어도 그녀는 무진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했다.지금은 성연도 그렇게 많은 것을 돌볼 겨를이 없다.‘어떤 것도 무진보다 중요하지 않아, 이건 정말이야.’
밤새 수색대가 찾고 있다.거의 하루 종일 찾았지만, 무진과 손건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현장은 혼란스러웠고, 음식을 먹은 운경은 또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은 운경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함께 옆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운경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차에서 담요를 꺼내 덮어주기도 했다.그들이 기다리고 있을 때 구조대 요원들이 속속 올라왔다.그들의 동작을 보고 운경이 눈살을 찌푸렸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 사람을 아직 찾지 않았는데 왜 올라왔어요?”운경의 말투는 아주 좋지 않았다.그러나 수색구조대 사람들은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강 여사님, 이렇게 오래 찾았는데도 못 찾았다면 아마 앞으로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여기서 그만 두어야 할 듯합니다. 다시 가 봐도 대개 수심이 저렇게 깊으면 더 희망이 없습니다.”수색팀이 찾기 싫은 게 아니다.이 강의 모든 구간을 그들은 모두 찾아보았다.사람의 형상은 뚜렷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무도 보지 못할 리가 없다.그러나 그렇게 오랫동안 찾았지만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구석까지도 그들이 이미 모두 다 수색했지만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는 건, 사람이 이곳에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걸 의미한다.만약 다른 곳으로 떠내려갔다면, 생환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다.운경은 눈을 부릅뜨고 흥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포기라니요?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당신들은 포기하자고 한다고 바로 포기할 수 있나요?”“강 여사님, 우리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을 곳을 다 찾아봤어요. 몇 번이나 수색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수색대원들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날씨는 춥고 땅도 얼어서 모두들 이쪽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수색대원들의 얼굴은 빨갛게 얼었고 손가락에도 감각이 없었다.그들은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다 찾아보았다.만약 일정한 시간이 되지 않았다면, 그들
이씨 가문의 저택. 이상효는 지사의 최근 회계 장부를 모두 소지연에게 넘겨주었다.“전부 다 유럽 업무의 명세서인데, 문제가 있는지 좀 살펴 볼래?” 이상효는 유럽 수출에 대해서 전혀 경험이 없었다. 단지 연계진이 자신을 끌어들였으니 당연히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올 거라고만 생각했다.이상효를 돕기로 선택한 이상 소지연은 당연히 책임을 다해야 했다.임신한 뒤 소지연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벗어날 수 없는 이상 순종할 수밖에 없어. 노예가 된 기분이지만 때리고 걷어차면서 비웃고 모욕하는 것보다는 나아.’옆에서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상효의 머릿속에는 온통 돈 생각이 가득했다. ‘적어도 수백만 달러는 벌 수 있을 거야.’‘게다가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말이야!’‘연계진과 함께 하기로 한 건 역시 잘한 일이야. 비록 연계진이 강무진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결국 패배하게 되더라도 나하고는 크게 관계가 없어.’‘지금은 돈만 있으면 다 돼!’한 시간 정도 지나자 소지연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면서 심각해졌다.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면서 회계 장부를 하나씩 반복해서 검사했다.“아니야, 어떻게 계산해도 금액이 맞지 않아.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걸까?”“뭘 중얼거리는 거야? 장부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바로 말해. 중얼거리지 말고!”참지 못한 이상효가 차갑게 소리를 질렀다.고개를 돌린 소지연이 이상효를 쳐다보며 물었다.“화물 명세서가 더 많아요. 혹시 상대방이 아직 계산해 주지 않는 품목이 있어요?”“다 줬어. 유럽에 있는 연계진의 투자회사하고 우리가 직접 거래한 건데 아직도 정산하지 않은 게 있어? 연계진도 이 품목들을 우선 결제하겠다고 말했어.” 이상효가 소리를 질렀다.“그럼 이상한데요! 우리는 모두 10척의 화물선으로 화물 4천여 톤을 보냈어요! 그런데 상대방은 3천여 톤만 계산했어요. 나머지는요? 결산 리스트가 없다는 건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거든요. 빨리 전화해서 확실하게 물어보세요!”소지연이 진지하게 알려줬지만 이상효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무진은 성연과 함께 WS그룹 산하 병원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한 번 진찰을 받았다.의사는 입덧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니, 성연이 먹어도 올리지 않는 음식만 찾으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또 입덧을 완화하는 약도 처방해 주었다.“최신 약인데 부작용도 거의 없어요. 이 약을 먹으면 입덧은 확실히 많이 좋아질 겁니다.”의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것처럼 무진에게 거듭 당부했다. “남편께서 반드시 임산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고, 임산부의 정서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임산부는 때로는 예민하고 연약해지기도 하는데, 까탈스러운 게 아니라 반드시 주의해야 할 현상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시겠지요?”의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무진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또 임산부를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방법을 담은 책도 주었다.무진은 한껏 들뜬 기분으로 성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의사가 준 책을 열심히 읽었다.그래서 손건호가 상황을 보고하러 왔을 때도 떠들지 말라고 손짓했다.“보스, 정말 아주 중요한 상황입니다!”“잠깐만 기다려. 우선 이 주의사항을 다 봐야 해. 세상의 어떤 일이라도 아내의 임신보다 중요하지는 않아!”무진이 불만스럽게 말하면서 손사래를 쳤다.잠시 멍하니 있던 손건호가 곧 크게 기뻐했다.“축하합니다, 보스. 사모님께서 마침내 임신하셨군요!”손건호는 씩 웃으면서 얌전하게 무진이 책자를 다 볼 때까지 기다렸다.커피를 한 모금 마신 무진이 비로소 천천히 물었다.“뭔가 알아냈어?”“보스, 안진검 기억하시죠? 최근 무심결에 한 가지가 떠올라서 계속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안진검이 연계진과 진교철의 투자회사가 전에 MS 가문과 합작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해결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 중에서 MS 가문의 실력이라면 진교철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에 의문이
연계진의 파티가 끝나고 이틀 뒤.이른 아침부터 속이 한바탕 뒤집어지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에 성연은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성연아, 왜 그래? 속이 불편해?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바로 병원에 가 보자!” 재빨리 성연의 뒤로 가서 등을 토닥여 주던 무진이 초조하게 연거푸 물었다.한동안 헛구역질을 하던 성연이 그 말을 듣더니 바로 임신확인서를 무진에게 건네주었다.어리둥절해진 무진은 좋지 않은 생각을 떠올렸다. ‘성연이가 무슨 심각한 병을 숨긴 건 아니겠지?’무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황급히 성연이 건넨 종이를 살펴보았다.결국 쌍둥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한참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갑자기 크게 기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하하하... 임신이야? 쌍둥이라니? 성연아, 정말 대단해!”흥분과 기쁨에 바로 성연을 안고는 몇 바퀴나 돌면서 침실로 돌아왔다.“임신이야! 내가 아빠가 되는 거야!”평소 차분하던 무진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즐거워했다.“어지러우니까 돌지 말고 내려줘요. 또 토하고 싶어요.”성연이 재빨리 멈추라고 소리쳤다. 무진이 자신을 안고 계속 빙빙 돈다면 입덧만 더 심해질 것이기에.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닫자, 무진이 서둘러 성연을 내려놓았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두 눈을 빛내면서 성연을 바라보았다.“정말 잘됐어, 여보! 정말 대단해! 쌍둥이라니...”무진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남편의 눈빛에 가득 담긴 사랑을 느끼자 성연의 마음에도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하지만 입덧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남편과 정답게 눈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황급히 다시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다.“욱- 욱-”이어지는 구역질 소리.무진이 바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 얼굴을 보고도 또 토하고 싶은 거야?”그 말을 듣자 성연은 입덧을 하는 와중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입덧이 좀 잦아들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삐진 아이 같은 표정의 남편을 바라보았다.“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