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이 하나 둘 차를 세우고 부서진 가드레일을 바라보았다.누군가 경찰에 신고했다. 또 서로 목격한 장면을 나누기도 했다.“죄를 지어서 그래, 멀쩡한 차가 어떻게 갑자기 날아갈 수가 있어요? 고급 승용차인 것 같았는데.”“운이 안 좋았겠지, 초보 운전이었거나.”“내가 보기에는 아니야. 그런 고급차를 초보가 어떻게 운전해?”모두들 승용차가 왜 추락했는지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곧 경찰이 왔다.사람들을 모두 사고 지점으로부터 떨어트렸다. 또 시끄럽게 구는 사람들은 모두 차를 몰고 가게 했다.구간 감시카메라를 통해 경찰은 차량이 추락하던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가드레일이 파괴된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몰려 있어 여전히 안전 상 위험했다.경찰은 이미 그 구간을 봉쇄하여 사람들의 안전을 먼저 고려했다.하지만 격리 선 밖에 서서 부서진 가드레일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성연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평상시 대로 냉장고에서 우유 한 병을 꺼냈다.비린 맛이 느껴져서 원래 우유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진의 권고로 점차 성연도 우유 맛을 좋아하게 되었다.매일 마시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것 같았다.지금은 무진이 뭐라 하지 않아도 성연 스스로 우유를 마셨다.책상다리를 하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집사가 걸어왔다.“사모님, 오늘은 뭐 드시겠어요?”평소 일찍 하교하고 집에 오면 집사가 이렇게 와서 성연의 의견을 묻는다.“아무거나 해 주시면 돼요.” 성연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무진이 집에 없어 그녀 혼자 먹으니 별 맛이 없다.‘뭘 먹어도 똑같아.’“네, 사모님.”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성연이 아무거나 먹겠다고 하지만 집사는 가족들의 입맛을 손금 보듯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성연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것이다.그래도 음식을 가리지 않고 비교적 유순한 성격의 성연이라 음식을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낭비를 하지
송의 마음이 전대미문의 황망함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무진에게 정말 일이 생겼다면 어떻게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마치 큰 손이 심장을 꽉 잡아 챈 것 같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을 강하게 먹으며 성연은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그녀는 외투를 껴입고 바로 외출했다.성연이 총총 나서는 모습을 본 집사가 바로 거실에서 쫓아 나왔다.“사모님, 어디 가십니까?”“나 잠깐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요.” 성연이 말을 마치고 나가버렸다.모든 일을 다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경솔하게 결과를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강무진은 이 집에서 모든 이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이다.만약 무진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이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성연은 택시를 타고 무진의 사고가 난 현장으로 재빨리 갔다.부딪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가드레일을 보고 성연의 심장도 덩달아 조여 들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다가 경찰에게 가로막혔다.“아가씨, 위험 지역이라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경찰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린 성연은 무진의 차량 번호를 물었다.“경찰 아저씨, 정말 이 차량이 사고를 당한 거예요?”짧은 시간이지만 경찰서 쪽에서 확인하기에 충분했다.그리고 무진은 북성의 유명 인사였기 때문에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그러자 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성연의 얼굴이 한순간 창백해졌다.성연의 이 혼비백산한 모습을 경찰도 차마 볼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물었다.“아가씨, 희생자와 어떤 관계입니까?”성연이 입술을 깨물며 꽉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는 약혼녀예요.”확인을 마친 성연이 고모 강운경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사고 소식을 운경에게 전했다.아직 집에 있다가 소식을 들은 운경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그녀는 일어나서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실신할 뻔했다.“성연아, 네 말이 사실이야? 고모가 나이가 많아서 놀라는 것 못 견뎌. 무진이가, 정말, 정
운경이 도착했을 때, 경찰, 구급차가 현장에 와 있었고 구조대도 와서 강물에 들어가 인양하고 있었다.앞에 있는 장면을 보던 운경이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정신을 차렸으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지? 무진이가 어떻게 사고가 나?”이제 큰집의 일이 제대로 잘 풀리기 시작했는데.그런데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무진의 사고가 났다.‘도대체 어쩌란 말이야?’운경과 안금여의 모든 희망은 무진이었다.만약 그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은 어떻게 살겠는가?“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구조 중이니까 무진 씨 괜찮을 거예요.” 성연이 마음이 힘들었다.하지만 운경 앞에서 표현할 수가 없었다.운경은 이미 완전히 초조한 상태라 더 이상 마음을 힘들게 해서는 안되었다.게다가 지금 초조해서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뜻밖의 사고는 너무도 당혹스럽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운경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성연 자신도 운경을 부를 때 이럴 것이라 이미 예상했었다.무진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데 걱정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게다가, 만약 무진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성연은 그 가능성을 생각하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리고 나서 고개를 한 번 저은 뒤에 마음속에 떠오르던 생각을 빠르게 끊었다.‘아니야, 무진 씨는 절대 아무 일 없을 거야, 난 믿어.’‘무진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운경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조급해하지 말라고? 그런데 생각해 봐. 내가 어떻게 조급해하지 않겠니? 회사에서 멀쩡하게 잘 있던 무진이에게 어떻게 이런 사고가 생기니? 그리고 무진이 차도 몇 번이나 검사했었는데, 어떻게 통제가 안된다는 말이야?” 운경은 마음이 진정되지가 않았다.그녀는 이런 일이 그렇게나 똑똑한 조카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운경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성연이 말했다.“고모, 경찰이 차를 인양할 때까지 기다리면 어떤 원인인지 알 수 있을 거예
성연과 운경은 줄곧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아무도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그날 밤, 추락했던 무진 차량이 인양되었다.그런데,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잠시 흥분한 운경이 구조대원들의 손을 꼭 잡았다.“우리 무진이는요? 우리 무진이?”구조대도 운경의 심정을 이해했다.그래서 옆에서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강 여사님, 우선 진정하세요. 저희가 여기서 오후 내내 인양작업을 했습니다. 현재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사람을 못 찾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색팀이 계속 수색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운경은 구조대원들의 손을 잡은 채 놓지 않았다.마치 눈앞의 사람이 자신의 생명 줄이라도 되는 듯이.놓으면 바로 희망이 사라질 듯이.옆에서 지켜보던 성연이 운경의 어깨를 토닥였다.“고모, 구조대가 오후 내내 수고하고 있어요. 일단 손을 놓아주세요. 돌아가서 쉬게 해주세요. 또 다른 사람들이 와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어요.”그제야 운경이 멍하던 정신을 차리고 손을 놓았다.성연은 구조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구조대원들도 이해한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며 표시했다.이런 상황을 그들은 너무도 많이 보았다.결국 자기 가족인데 어떻게 상관없겠는가?가족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것도 정상적이다.성연이 운경을 부축해서 옆에 세워둔 차 안에 앉혔다.이곳은 사고가 났기 때문에 길이 이미 봉쇄되어 차량이 통행할 수 없었다.하지만 피해 가족의 차량이라 근처에 주차할 수 있었다.운경이 차를 몰고 왔기 때문에 마침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있었다.성연은 운경에게 물을 좀 마시게 한 후 말했다.“고모, 일단 여기 좀 앉으세요. 제가 내려가 볼게요. 곧 돌아올게요.”운경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 인양 차 앞으로 걸어갔다.검은색 롤스로이스의 앞 범퍼는 이미 부딪힌 충격으로 원래의 형체를 잃은 지 오래였다.성연은 무진이 이 차를 타고 자신을 데려왔던 순간이 떠올랐다.‘그런데 지금은…….’성연이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사람이 간 후에 성연의 안색이 차가워졌다.성연의 얼굴은 나이에 맞지 않게 침착했다.성연은 유난히 차분한 모습으로 핸드폰을 꺼내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한기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보스, 왜요?]성연은 아주 빠르게 서한기에게 이쪽의 상황을 간단히 말했다.[강무진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겼어요?] 서한기는 눈살을 찌푸렸다.‘강무진이 그렇게 신중한 사람인 걸 생각하면, 당연히 사고가 안 나야 하지 않아?’‘차량이 분명히 이상해. 게다가, 그들 같은 사람들 차는 전문적으로 주문 제작한 것일 테고. 안전 시스템은 말할 필요도 없어.’‘어떻게 사고가 났을까?’“응.” 성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음모와 계략에는 대처하기 힘든 법이야.’‘주의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 강무진이 신도 아닌데,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그녀조차도 속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보스,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서한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는 자기 보스의 말투가 무겁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성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 바로 이런 말투를 들었었다.그 외에는 들은 적이 없는 서한기다.이번이 두 번째다.“네가 사람을 데리고 연안에서 사람을 좀 찾아봐, 무슨 소식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주고, 어떤 상황이든 보고해야 해.”성연은 마음속에서는 비록 무진이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 눈앞에 놓여 있으니 성연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물론 어떤 결과든 그녀가 직접 봐야 비로소 단념할 수 있을 것이다.“알겠습니다, 보스.” 성연의 무거운 말투를 통해서, 이 일이 성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감히 대충할 수 없었던 서한기는 즉시 준비해서 사람들을 데리고 그 부근의 해안가로 가서 무진을 찾기 시작했다.전화를 끊고 나서야 성연은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적어도 그녀는 무진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했다.지금은 성연도 그렇게 많은 것을 돌볼 겨를이 없다.‘어떤 것도 무진보다 중요하지 않아, 이건 정말이야.’
밤새 수색대가 찾고 있다.거의 하루 종일 찾았지만, 무진과 손건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현장은 혼란스러웠고, 음식을 먹은 운경은 또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은 운경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함께 옆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운경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차에서 담요를 꺼내 덮어주기도 했다.그들이 기다리고 있을 때 구조대 요원들이 속속 올라왔다.그들의 동작을 보고 운경이 눈살을 찌푸렸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 사람을 아직 찾지 않았는데 왜 올라왔어요?”운경의 말투는 아주 좋지 않았다.그러나 수색구조대 사람들은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강 여사님, 이렇게 오래 찾았는데도 못 찾았다면 아마 앞으로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여기서 그만 두어야 할 듯합니다. 다시 가 봐도 대개 수심이 저렇게 깊으면 더 희망이 없습니다.”수색팀이 찾기 싫은 게 아니다.이 강의 모든 구간을 그들은 모두 찾아보았다.사람의 형상은 뚜렷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무도 보지 못할 리가 없다.그러나 그렇게 오랫동안 찾았지만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구석까지도 그들이 이미 모두 다 수색했지만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는 건, 사람이 이곳에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걸 의미한다.만약 다른 곳으로 떠내려갔다면, 생환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다.운경은 눈을 부릅뜨고 흥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포기라니요?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당신들은 포기하자고 한다고 바로 포기할 수 있나요?”“강 여사님, 우리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을 곳을 다 찾아봤어요. 몇 번이나 수색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수색대원들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날씨는 춥고 땅도 얼어서 모두들 이쪽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수색대원들의 얼굴은 빨갛게 얼었고 손가락에도 감각이 없었다.그들은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다 찾아보았다.만약 일정한 시간이 되지 않았다면, 그들
성연은 운경을 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역시 고모부 병원이 좋을 것이다.’운경의 모습을 본 조승호는 직접 운경의 응급처치를 맡았다.운경의 상황이 안정된 후에야 조승호가 안에서 나왔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성연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운경은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조승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그러다 병원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운경을 본 것이다.성연은 무진이 사고가 난 과정과 운경이 쓰러진 일을 간단히 말했다.조승호는 한밤중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운경의 감정이 그렇게 흥분되는 것도 당연하다.오후에 자기 병원의 구급차가 출동했다.그러나 그때, 그는 수술하느라 바빠서 눈치채지 못했다.뜻밖에도 구급차는 무진의 사고 현장으로 달려 간 것.성연이 말을 마치자, 병원의 복도는 침묵에 잠겼다.결국 조승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 고모가 고생이다. 무진이한테 일이 생길 때마다 네 고모는 늘 마음을 태웠어.”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때 그는 자신이 아내의 곁에 있을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랐을까?그러나 그가 마지막으로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모의 마음을 이해해요.” 어쨌든 부모님이 안 계신 무진을 운경이 자신의 친자식처럼 키웠다.그들은 조심스럽게 무진을 숨겼다. 심지어 무진이 좋지 않은 결벽증이 생길 정도로 철저하게 감싸고 보호해 왔다.지금 무진이 사고가 났는데 운경이 미치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특히 무진 부모의 죽음을 겪으면서 운경은 더욱 예민해졌다.“네가 참 철이 들었구나.” 조승호는 성연을 보면서 더욱 탄복했다.‘이런 때에 어른들이 성연이 보다 침착하지 못해.’성연은 입을 열지 않았다.앞서 그녀는 운경과 함께 할머니에게 숨기려고 온갖 궁리를 다 했다.그런데 지금 운경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렇게 큰 소리가 났으니, 할머니가 모를 리가 없다.‘지금은 아마 할머니도 이미 놀라셨을 거야.’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녀를 보며 조승호가 물었다.“이 일은 아직 할머니께 알리지 않았지
고용인들이 와서 보고하는 걸 듣는 순간 안금여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러나 그녀는 그래도 억지로 버티면서 달려왔다.여기까지 온 안금여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투가 굳게 물었다.“성연아, 무진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희들은 현장에 갔는데,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니?”성연은 전반 과정을 솔직하게 설명했다.“저는 뉴스에서 차량번호를 보고 달려갔어요. 수색구조대와 함께 줄곧 그곳에서 기다렸지만, 사람을 찾지 못했어요. 수색구조대는 우리에게 찾기가 힘드니 포기하고 그 지역을 떠나라고 했어요.”안금여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터질 것 같은 가슴을 가까스로 억눌렀다.“찾지 못한 것은 좋은 일이야. 혹시…… 아직 살아 있을 거야.”그녀는 무진에게 사고가 났다는 걸 조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사람이 재수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무진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곁의 사람이 또 다시 자신을 떠나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만약 무진에게 정말 일이 생긴다면, 그녀의 이 늙은 몸이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것이다.성연이 말했다.“무진 씨는 분명히 살아있을 거예요. 다만, 경찰 쪽에서 무진 씨의 차에 누군가가 손을 댔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 일은 결국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 해요.”‘무진은 그렇게 총명하니, 틀림없이 방법을 강구해서 탈출했을 거야.’성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이 아직 살아 있다고 인정했는데, 그것은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다.성연은 일부러 경찰이 발견했다고 하고, 자기가 발견했다고 말하지 않았다.‘할머니가 의심하지 않도록 해야 해.’그녀는 학생이라서 아무래도 차의 구조를 볼 줄 모른다.그래서 이 일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우선 사람을 구하는 것이 급해서, 현장의 차는 경찰도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 이 일을 만약 경찰이 발견한다면, 안금여는 당연히 믿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안금여는 즉시 자신의 수행 비서를 불러 즉시 이 일을 조사하게 했다.“가서 확실하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
무진과 성연은 잠시 낮잠에 빠져들었다.저녁이 되자 무진이 예약한 곳으로 가서 그래함과 유채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유채연을 본 무진은 정말 미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예쁜 여자들도 많지만.’‘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런 단순함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지.’‘그래서 그래함이 좋아했구나.’무진은 유채연이 수줍게 그래함의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먼저 유채연에게 인사를 했다.“유채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성연이 약혼자인 강무진입니다.”유채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안녕하세요.”요리가 곧 나오자 무진이 말했다.“채연 언니, 사양하지 마시고 드시고 싶은 대로 드세요. 모두 친구인데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요.”성연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언니. 이 집의 생선 요리는 정말 잘 해요. 비린내도 하나도 없는 데다가 아주 신선해요. 빨리 먹어봐요.”말을 하면서 유채연의 접시에 듬뿍 집어 주었다.유채연은 약간 머뭇거렸다.이제야 자신과 그래함과의 차이를 실감한 것이다.이전에 자신은 넘볼 수 없었던 곳을 그래함은 마음대로 도달할 수 있었다.게다가 유채연은 이런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서 다소 불편했다.거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어주는 대로 먹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처럼 행동하면 그래함이 망신을 당하겠지.’그래함은 유채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스테이크를 썰어 유채연의 앞에 주면서 말했다.“당신이 낯선 음식을 잘 먹지 못할까 봐 완전히 익힌 걸로 시켰어. 입맛에 맞는지 먹어봐.”유채연은 다 익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다 먹었는데, 이렇게 비싼 음식은 말할 것도 없어.’고개를 숙이고 먹으려고 할 때, 그래함이 휴지로 유채연의 입을 닦아주면서 낮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만약 먹기 싫으면, 먹지 말고 그냥 놔두고 다른 걸 먹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어. 나는 단지 당신이 즐겁게 식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래함이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
무진은 전례 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문을 열고 성연의 뒷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곧장 달려가서 성연을 백허그로 안았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날렸다.무진은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대표실 문을 잠궜다.이어서 성연에게는 숨막히고 공격적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의 손도 슬슬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성연도 빨갛게 뺨이 달아올랐지만 무진의 손을 잡고 막았다.“지금은 회사라서 안 돼요.”성연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려던 무진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그리고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되었다.성연을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나서야 성연에게 그래함의 일에 대해 물었다.“어떻게 됐어?”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그전의 우여곡절들은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말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무진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함이 그렇게 다정한 남자인 줄 몰랐네.’‘그래함의 권력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인들 얻지 못하겠어?’‘줄곧 고향의 연인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니.’무진의 생각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그러나 내가 성연과 함께 있을 때 성연의 신분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감정이란 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느낌만 따라야 해.’무진은 유채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해졌다.‘그래함 같은 대단한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니.’“무진 씨도 믿기지 않지요?” 성연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믿기 힘든 일이야.’“이전에 사형이 채연 언니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사형이 예전에 채연 언니가 자신에게 준 증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채연 언니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걸
북성에 도착하자 그래함은 유채연을 데리고 최고급 호텔을 체크인했다.뒤에서 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진이 생각났다.‘나도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 뭐.’‘요 며칠 사형과 채연 언니가 애정을 과시하는 것만 바라보았지.’유채연과 그래함도 성연을 잊지 않았다.유채연이 물었다.“성연아, 너 우선 우리 호텔로 가서 쉬지 않을래? 차를 그렇게 오래 탔는데 힘들었잖아.”유채연은 멀미가 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그래함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됐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할 수 있겠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성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유채연은 성연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걱정했다.“성연이 걔가 갈 곳이 있어?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그래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채연아, 성연이는 이곳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잊었어? 전에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성연이에게는 아주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는 거 말이야.”유채연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성연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약혼자를 찾아간 거야?”“그래, 걱정하지 마. 지금 멀미하지? 힘들면 내가 밖에 나가서 약 좀 사올까?” 그래함은 유채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좀 자면 돼.”“그럼 그렇게 해.” 그래함도 마음 놓고 유채연을 혼자 둘 수 없었다.‘처음 이곳에 왔는데, 내가 채연이 곁에 없다면 채연이가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아.’한편 성연은 바로 무진을 찾아갔다.그러나 자신이 돌아온 걸로 무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무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예전에 지문을 입력해 놓아서, 보고 없이 바로 최고층까지 갈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레는 듯했다.성연이 집무실 입구에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