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수색대가 찾고 있다.거의 하루 종일 찾았지만, 무진과 손건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현장은 혼란스러웠고, 음식을 먹은 운경은 또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은 운경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함께 옆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운경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차에서 담요를 꺼내 덮어주기도 했다.그들이 기다리고 있을 때 구조대 요원들이 속속 올라왔다.그들의 동작을 보고 운경이 눈살을 찌푸렸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 사람을 아직 찾지 않았는데 왜 올라왔어요?”운경의 말투는 아주 좋지 않았다.그러나 수색구조대 사람들은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강 여사님, 이렇게 오래 찾았는데도 못 찾았다면 아마 앞으로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여기서 그만 두어야 할 듯합니다. 다시 가 봐도 대개 수심이 저렇게 깊으면 더 희망이 없습니다.”수색팀이 찾기 싫은 게 아니다.이 강의 모든 구간을 그들은 모두 찾아보았다.사람의 형상은 뚜렷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무도 보지 못할 리가 없다.그러나 그렇게 오랫동안 찾았지만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구석까지도 그들이 이미 모두 다 수색했지만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는 건, 사람이 이곳에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걸 의미한다.만약 다른 곳으로 떠내려갔다면, 생환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다.운경은 눈을 부릅뜨고 흥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포기라니요?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당신들은 포기하자고 한다고 바로 포기할 수 있나요?”“강 여사님, 우리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을 곳을 다 찾아봤어요. 몇 번이나 수색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수색대원들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날씨는 춥고 땅도 얼어서 모두들 이쪽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수색대원들의 얼굴은 빨갛게 얼었고 손가락에도 감각이 없었다.그들은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다 찾아보았다.만약 일정한 시간이 되지 않았다면, 그들
성연은 운경을 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역시 고모부 병원이 좋을 것이다.’운경의 모습을 본 조승호는 직접 운경의 응급처치를 맡았다.운경의 상황이 안정된 후에야 조승호가 안에서 나왔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성연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운경은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조승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그러다 병원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운경을 본 것이다.성연은 무진이 사고가 난 과정과 운경이 쓰러진 일을 간단히 말했다.조승호는 한밤중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운경의 감정이 그렇게 흥분되는 것도 당연하다.오후에 자기 병원의 구급차가 출동했다.그러나 그때, 그는 수술하느라 바빠서 눈치채지 못했다.뜻밖에도 구급차는 무진의 사고 현장으로 달려 간 것.성연이 말을 마치자, 병원의 복도는 침묵에 잠겼다.결국 조승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 고모가 고생이다. 무진이한테 일이 생길 때마다 네 고모는 늘 마음을 태웠어.”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때 그는 자신이 아내의 곁에 있을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랐을까?그러나 그가 마지막으로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모의 마음을 이해해요.” 어쨌든 부모님이 안 계신 무진을 운경이 자신의 친자식처럼 키웠다.그들은 조심스럽게 무진을 숨겼다. 심지어 무진이 좋지 않은 결벽증이 생길 정도로 철저하게 감싸고 보호해 왔다.지금 무진이 사고가 났는데 운경이 미치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특히 무진 부모의 죽음을 겪으면서 운경은 더욱 예민해졌다.“네가 참 철이 들었구나.” 조승호는 성연을 보면서 더욱 탄복했다.‘이런 때에 어른들이 성연이 보다 침착하지 못해.’성연은 입을 열지 않았다.앞서 그녀는 운경과 함께 할머니에게 숨기려고 온갖 궁리를 다 했다.그런데 지금 운경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렇게 큰 소리가 났으니, 할머니가 모를 리가 없다.‘지금은 아마 할머니도 이미 놀라셨을 거야.’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녀를 보며 조승호가 물었다.“이 일은 아직 할머니께 알리지 않았지
고용인들이 와서 보고하는 걸 듣는 순간 안금여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러나 그녀는 그래도 억지로 버티면서 달려왔다.여기까지 온 안금여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투가 굳게 물었다.“성연아, 무진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희들은 현장에 갔는데,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니?”성연은 전반 과정을 솔직하게 설명했다.“저는 뉴스에서 차량번호를 보고 달려갔어요. 수색구조대와 함께 줄곧 그곳에서 기다렸지만, 사람을 찾지 못했어요. 수색구조대는 우리에게 찾기가 힘드니 포기하고 그 지역을 떠나라고 했어요.”안금여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터질 것 같은 가슴을 가까스로 억눌렀다.“찾지 못한 것은 좋은 일이야. 혹시…… 아직 살아 있을 거야.”그녀는 무진에게 사고가 났다는 걸 조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사람이 재수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무진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곁의 사람이 또 다시 자신을 떠나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만약 무진에게 정말 일이 생긴다면, 그녀의 이 늙은 몸이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것이다.성연이 말했다.“무진 씨는 분명히 살아있을 거예요. 다만, 경찰 쪽에서 무진 씨의 차에 누군가가 손을 댔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 일은 결국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 해요.”‘무진은 그렇게 총명하니, 틀림없이 방법을 강구해서 탈출했을 거야.’성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이 아직 살아 있다고 인정했는데, 그것은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다.성연은 일부러 경찰이 발견했다고 하고, 자기가 발견했다고 말하지 않았다.‘할머니가 의심하지 않도록 해야 해.’그녀는 학생이라서 아무래도 차의 구조를 볼 줄 모른다.그래서 이 일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우선 사람을 구하는 것이 급해서, 현장의 차는 경찰도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 이 일을 만약 경찰이 발견한다면, 안금여는 당연히 믿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안금여는 즉시 자신의 수행 비서를 불러 즉시 이 일을 조사하게 했다.“가서 확실하
같은 시각, 교외의 또 다른 병원.병상에 누워 잇던 준수한 얼굴의 남자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떴다.바로 무진이었다.그가 깨어난 것을 본 손건호는 한숨을 돌렸다.당시 차가 돌진해 올 때의 상황은 매우 긴박했지만, 반응이 빠른 두 사람은 바로 차문을 열고 뛰어내렸다.차가 물에 빠지던 순간, 차 안에서 빠져나왔다.그래도 순간의 충격으로 무진이 정신을 잃었다.“보스, 좀 어떠십니까?” 손건호는 무진이 놀랄까 음성을 낮추었다.무진은 온몸이 좀 아팠지만 약간의 찰과상만 입었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차가 추락할 때, 자신을 보호하는 신체 메커니즘이 즉시 깨어나 결정적인 순간에 무진을 보호했다.무진은 자신의 몸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지금 상황이 그리 위급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피부에 찰과상을 입은 정도면 됐다.그러나 다행히 발병하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작은 병원에서는 그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개를 든 무진은 마침 손건호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마주한 후에 고개를 저었다.“나는 괜찮아.”손건호는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무진 얼굴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예전이 아플 때보다 좀 더 좋아 보였다.그도 보스가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누군가에게 제때에 치료를 받은 원인일 것이다.그러나 손건호의 몸이 무진보다 좀 더 좋았기 때문에 보스보다 조금 더 일찍 깨어났을 뿐.두 사람은 함께 사고를 당했고, 손건호의 병실은 무진의 병실 옆에 있었다.현재 두 사람은 같은 병실에 있었다.이 작은 병원에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니 누구든 치료되면 괜찮은 것이다.무진이 손건호를 한 번 쳐다본 뒤에 이어서 말했다.“너 가서 쉬어, 나를 지킬 필요 없어.”“어떻게 그래요? 보스, 저는 괜찮아요. 의사선생님이 검사했는데, 큰 문제없답니다. 한숨 자면 완전히 회복될 겁니다. 그런데 보스는 몸에 아직 예전 상처가 남아 있잖아요. 정말 버티기 힘들 땐 꼭 저한테 말해주세요. 억지로
앞에 있는 명함을 본 할아버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요, 사소한 수고일 뿐인 걸. 우리 집은 돈이 없으니, 병원비는 당신들이 직접 내야 해여.”말이 끝나자 할아버지는 마치 전염병을 피하는 것처럼 도망치듯이 병원을 나갔다.손건호가 그를 불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그가 복도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계단을 다 내려간 상태.손건호는 어쩔 수 없었다.‘저 할아버지는 북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가지려는 명함인지 모르시겠지.’병실로 걸어간 손건호가 무진에게 말했다.“보스, 따라잡지 못했습니다.”무진이 명함을 내려놓았다.“괜찮아, 이런 작은 지역의 노인들은 외지인에 대해서 모두 경계심을 지니고 있어. 아마도 자신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운 거지. 명함을 원하지 않았지만, 됐어. 그때 가서 보답할 방법을 다시 강구해 보자.”‘이 생명의 은혜는 당연히 갚아야지.’‘할아버지가, 분명히 다른 사람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우리를 구해준 것은 본성이 선량하다는 거지.’다시 말해서, 만약 손건호와 그 할아버지가 구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살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네.”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무진이 침대에서 일어나자, 급히 다가간 손건호는 베개를 무진의 뒤에 베개를 깔고, 그를 좀 더 편안하게 눕혔다.무진이 물었다.“외부와 연락을 취했겠지? 지금 바깥 상황은 어때?”손건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외부와 연락을 취했다.다른 부하들에게도 중고 폰을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손건호는 간단하게 상황을 말했다.“지금 우리의 차가 강에 추락한 일은 이미 뉴스에 나왔고, 구조대도 이미 철수했습니다. 아마도 외부에서는 보스와 제가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 차에 다른 사람이 손을 댔습니다.”무진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완전히 어두워졌다.누군가가 그를 죽이려 했다는 말.지금 자신이 죽으면 누구에게 가장 유리한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알 수 있다.게
무진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암암리에 증거를 수집해, 기억해.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은 일단 가족들에게만 말할 수 있다.”무진은 가족들의 성질을 잘 알았다.안금여와 운경은 그에게 사고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을지.이제 마음을 졸이고 있을 여자애가 하나 더 있다.이 소식을 듣고 집에서 초조함에 뱅뱅 돌고 있을 것이다.‘그러니까 생환 소식은 집의 가족들에게 얘기해야 돼.’그러나 반드시 남의 이목을 피해야 하며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 된다.강상철, 강상규 쪽은 개 코처럼 냄새를 잘 맡았다.풀을 베어 뱀을 놀라게 하지 않도록, 그들 쪽은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물론 이런 말을 무진이 할 필요가 없다. 손건호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테니.손건호는 무진의 질문에 모두 대답했다.“보스, 이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보스는 너무 오래 음식을 먹지 않았으니 우선 뭐 좀 드시죠.” 손건호는 무진을 걱정하며 바라보았다.무진이 매일 포도당을 맞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포도당을 맞으면 한 시름은 놓았지만, 사람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손건호는 마음이 초조했지만 무진이 잠이 들자 감히 방해하지 못했다.침대 옆만 지킬 수밖에.“아무거나 먹을 거 가져와, 너무 번거롭게 하지 말고.” 무진은 먹는 걸 힘들어 하는 게 아니다. 그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지금 그와 손건호의 처지는 모두 매우 위험하다.결국 그들은 지금 곁에 사람이 없다. 만약 두 할아버지들에게 자신들이 지금 있는 곳을 들킨다면, 분명히 또다시 자신들에게 손을 대려 할 것이다.무진은 마음이 조심스럽다.지금은 입맛이 없어도 먹을 수만 있으면 된다.“네.” 손건호는 즉시 물러나서 근처로 음식을 사러 갔다.이곳 사람들은 모두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한다.그래서 이곳에는 해산물이 많았다.죽집을 찾은 손건호는 환자가 먹을 수 있는 몇 가지를 주문해 놓고 옆에서 기다렸다.자신은 이
나가서 소식을 전하고 돌아온 손건호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무진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물었다. “왜? 계획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손건호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그래서 무진도 그의 뒤에 있는 성연을 보았다.성연은 무진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바로 달려가 무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무진의 위치는 서한기가 알아냈다.서한기는 거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아주 세밀하게 수색했다.길을 수색하던 중에 어민들에게 무진과 손건호의 모습을 설명했다.마침 무진과 손건호를 구했던 할아버지도 같이 있어서 위치를 알려주었다.무진과 손건호는 보기에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특히 무진의 온몸에 흐르는 기운은 혼수상태에서도 감출 수 없었다.그래서 할아버지의 인상에 아주 깊이 남았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찾는 것을 보면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더 잘 알 수 있었다.서한기는 또 속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할아버지가 말한 곳으로 갔다.그리고 무진이 확실히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성연에게 소식을 전했다.성연은 수업시간에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이윤하 선생에게 휴가계를 내고 바로 달려왔다.무진의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도대체 저 아이가 여길 어떻게 찾아왔을까?’부드러운 감촉과 달콤한 향기에 흠뻑 젖었다.무진은 저도 모르게 성연을 꼭 끌어안았다.눈시울이 붉어진 성연은 울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괜찮아요? 알아요? 고모는 당신 걱정에 입원하셨어요. 그리고 할머니도 걱정하시고.”그녀는 줄곧 무진에게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직감일 뿐이었다.진짜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그러나 진짜 무진을 보았을 때, 줄에 매달려 간당거리던 그녀의 마음이 비로소 바닥으로 내려왔다.그의 품에 안긴 성연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성연이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성연이기만 하다면 무진은 아무것도 상관없었다.무진은 그녀에게 가족들에 대해 물어보았다.그리고 가볍게 웃으며 달래듯 성연의 머리를 만졌다.“할머니와 고
두 사람은 침대 위에 잠시 엇갈린 채 누워 있다가 성연이 얼굴의 열기가 물러간 후에야 정상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다.분위기가 냉랭해지자 성연은 비로소 무진에게 이번 사고를 일으킨 범인에 대해 마음속으로 짐작가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무진은 잠시 생각한 후에야 대답했다.“둘째, 셋째 할아버지 쪽일 거야.”둘째, 셋째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 이런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그가 회사를 회수하자마자 죽을 뻔했는데 이게 우연이 아니라고?둘째, 셋째 할아버지들 쪽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다만 무진에게 약간의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좋은 상황도 만들어야 하고.저쪽에서 사정을 봐주지 않는 이상 그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그도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둘째, 셋째 할아버지를 완전히 뒤집어 버려야 한다.자신의 손에 저들의 약점을 잡힌 동시에, 저들은 예상치 못하게 자신에게 손을 댔다.정말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얘기를 들은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쪽에서도 범인을 찾고 있어요. 내가 알려줄게.”무진이 말한 사람은 성연의 생각과 비슷했다.강씨 집안에서 그렇게 모질게 굴 수 있는 사람은 그 두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다.성연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무진은 잠시 뒤 궁금해서 물었다.“너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내가 여기 있다는 소식을 알았니?”평소에도 계집애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그러나 안금여도 아직 알지 못한 상황에서 성연이 먼저 알게 되다니,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성연은 무진이 이 문제를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다.‘역시, 역시 나왔다.’다행히 그녀는 미리 방법을 생각해냈다.“내 직감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어요? 나는 우리 학교 보건교사와 사이가 좋아요. 원래는 수업시간에 나올 수 없는데, 보건교사를 통해서 나왔어요.” 성연은 본래 핑계를 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무진이 그런 어민을 본 적이 있을 것이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