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사람이 고택에 왔다는 사실을 강상철과 강상규는 바로 전해 들었다.일부 사람들이 이미 본가에 항복했다는 소식에 두 사람은 화가 났다.안금여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심어 놓은 수하 몇 명을 바로 뽑아버렸다.비록 국외에 자리 잡은 집안 사람들이라 하나 결국엔 본가를 대신해서 일하는 것이다.강무진 쪽에서 회수한 경영권은 뒤에서 강상철과 강상규가 조종하고 있던 것이었다.발톱을 뽑혔을 뿐만 아니라 아직 거두지 못한 사람들 몇몇도 이미 본가에 붙어버렸다.일시에 그들 곁에는 쓸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된 셈.이번 집안 대모임 기회를 빌려 강무진에게 큰 타격을 줄 거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어째서 자신들이 도리어 낭패를 본 거지?’강상철의 눈에 불만이 가득 들어찼다.“이 사람들, 일을 성사시키지는 못하고 망치기만 하는 종자들 아냐? 조금도 소용없는 이들 같으니라고.”원래는 그들을 기대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조금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강무진은 그래도 능력이 좀 있는 편인데,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농락해? 이전에는 우리가 그 놈을 너무 얕보았지.” 강상규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본가에 붙으러 간 놈들이 있다니, 그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국외 세력은 강상철과 강상규가 자신들의 주머니 속 물건쯤으로 치부했었다.비록 몇 명은 수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상한 데가 없다.그들은 국외의 종족은 모두 그들의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지금 누군가가 저쪽에 투항하러 갔다는 것은 저들이 주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 사람들은 반드시 본가를 도울 테지.정말 예전과 달라졌다.예전에 강무진은 기껏해야 병신일 뿐이었다.지금 무진이 능력이 있는 것을 보고 바로 가서 붙어버린 것이다.“지금 우리는 강무진 쪽에 밀리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이전이라면 강상철은 무진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그들의 가장 강력한 상대는 뜻밖에도 강무진이었다.이 반전을 강상철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답답하기만 했다.어떻게 일
“형님, 어떻게든 해 봐야지요.” 강상규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는 정말 강상철이 무서웠다.그는 자기 스스로 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이번 일만큼은 강상규는 더 이상 떠맡고 싶지 않았다.또 다시 예기치 못한 재난을 당하기는 싫었다.강상철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무진이 저렇게 능력이 있는 이상, 그들이 무슨 풍파를 일으키는지 지켜보자. 만약 제대로 하지 못할 때는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겠지. 주주 쪽에서 먼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해.”이번에 쫓겨난 몇몇 계열사의 경영권은 기본적으로 모두 적자였다.그는 지켜볼 것이다. 무진이 어떻게 손실을 흑자로 바꿀 것인지.강상규도 그 생각을 하며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형님 말씀이 맞아요. 만약 강무진이 제대로 못한다면 그때 진짜 볼만할 겁니다.”무진이 회수한 계열사들은 그 손실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다.물론 손실된 돈은 대부분 강상철, 강상규의 주머니로 들어갔지만.이 계열사들은 두 사람이 뒷주머니 돈을 불리는 중계소에 불과했다.회사의 직원들은 나태하고 성실하지 않았다. 관리하는 사람도 없으니 자연히 손해를 보는 수 밖에.월급만 해도 이미 큰 돈이다.이 돈은 당연히 강상철과 강상규가 낼 리가 만무하고.본사에 보고해서 본사가 결산하도록 하는 것이다.저쪽이 손해를 보든 말든 강상철, 강상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기들의 배만 불리면 그만이니.직원도 얼마 없어 가서 보고할 사람도 당연히 없었다.원체 작은 계열사라 눈에 띄지 않을 줄 알았는데.무진에게 딱 걸리고 만 것이다.하지만 이 또한 그런대로 괜찮다. 그들은 깨끗하게 뽑혔다. 강무진이 경영권을 지닌 이상 지금 회사는 강무진 소관이라는 사실이다.강무진이 관리하면서 만일 손해를 본다면 그것은 강무진의 잘못이 되는 셈이다.강상철과 강상규는 눈을 마주치고는 웃기 시작했다.경영권은 무진이 회수해 간 것이니 자신들을 탓할 수 없을 테고.“너는 강무진 쪽을 주시하게 해. 제대로 안될
무진이 문제의 지사들을 회수했지만 그 적자가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어쨌든 강상철과 강상규 쪽에서 소란을 피우던 몇 곳의 경영권을 회수한 것이다.이 일은 일장일단이 있어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무진도 잘 안다.요 며칠, 무진은 두 늙은 여우 쪽을 제거하는 것 외에 이 지사들의 구체적인 회계, 업무 및 각종 내부 상황을 평가하는 데 인원을 투입했다.무진의 책상 위에 서류가 한가득이다.모두 이 몇 개 지사들의 자료였다.손건호도 무진의 옆을 지키면서 수시로 무진에게 차를 가져다주기도 하며 서류들을 정리, 분류했다. 무진이 좀 더 쉽게 볼 수 있도록.직원들의 업무 상태를 보던 무진은 하마터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본부 사람들을 허수아비로 본 듯하다.그 쪽 직원들은 모두 거저 놀면서 월급 받아간 꼴이었다. 정말 본부가 되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란 말인가?아마 강상철과 강상규는 자신이 이렇게 진지하게 회사를 회수해 갈 줄은 생각하지 않았을 테다.그러나 회수하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원래 강상철과 강상규는 이렇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자신들이 이득을 보는 건 그렇다 치고 회사 직원들이 일하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 두다니.회사가 그렇게 큰 적자투성이인 이유가 있었다.무진의 눈에 뚜렷한 분노가 서린 것을 본 손건호가 옆에서 물었다.“보스, 왜 그러십니까?”무진은 자료를 손건호에게 건네주었다.“네가 직접 봐봐.”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본 손건호도 따라서 눈살을 찌푸렸다.“강상철, 강상규, 이 사람들 너무한 거 아닙니까?”지금도 무진이 실권을 잡고 있음에도 그들이 이러는 것은 무진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도 모르겠군.”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안금여가 경영을 맡았을 때부터 시작되었지 싶은데 그들은 숨길 생각도 없이 마구 날뛰었다.이 지사들을 회수할 때, 무진은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그렇지만 상황이 이렇게나 엉망일 줄은 몰랐다.생각하던 무진이 미
과중한 업무량에 무진은 매일 새벽 같이 나가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땅에 발을 디딜 틈도 없을 만치 매일 바빴다.성연은 이미 며칠 동안 그와 밥을 먹지 못했다.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제대로 만나지를 못했다.성연도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저렇게 많은 집안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분명 무진의 계획이 있을 것이다.게다가 저들 중 몇 사람은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을 해서 무진을 더 바쁘게 만들었다.성연은 가끔씩 무진이 제때에 밥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등 소식을 보냈다. 그러면 무진은 때때로 너무 늦게 들어올 때는 미리 연락해서 성연이 먼저 자도록 했다.때로는 한밤중이 되어도 무진은 돌아오지 않았다.무진을 매번 자신에게 밥을 먹었다고 말한다.그러나 성연은 믿지 않았다. 무진이라는 사람은 사실 엄청난 일 중독자였다.그래서 이날 수업이 없는 틈을 타서 성연은 음식을 만들어 무진에게 가져갔다.이번에는 이미 성연을 알고 있는 프론트 데스크에서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성연은 엘리베이터 카드를 가지고 올라갔다.무진이 자신을 속이지 못하도록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왔다.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올라가다.성연은 총괄대표실이 있는 층에서 내렸다.먼저 손건호의 사무실을 지났다.이때 소절은 아직 사무실에 있었다. 성연은 그의 책상 옆에 도시락이 놓인 것을 보았다.그녀는 직접 걸어가서 도시락을 젖혔는데, 안에 과연 음식이 들어 있고 이미 식었다는 것을 발견했다.손건호는 한창 일에 몰두하던 중이다.그러면서 도대체 누가 이처럼 대담한지 궁금해하던 중이다.고개를 들자마자 성연 쪽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그러다 완전히 멍하니 정신을 놓았다.이마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보스는 오늘 저녁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작은 사모님에게 현행범으로 잡힌 꼴이다.도대체 무슨 운이 이런지 모르겠다.손건호가 벌떡 일어나며 인사했다.“작, 작은 사모님.”“무진 씨, 오늘 저녁도 안 먹었어요?” 성연의 음성이 차갑다.“보스가 오늘 저녁은 입맛이 별로 없다고 하셔서
“그래, 내가 잘못 알았어. 약속할게. 다음에는 꼭 밥 잘 먹을게 응?” 무진은 성연의 손목을 잡았다.성연은 그의 눈 밑의 피로를 보고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그녀는 식탁에 도시락을 겹겹이 올려놓았다. “그럼 빨리 먹어요.”“그래.” 성연의 화가 가라앉는 것을 본 무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성연이 드러낸 것이 모두 그에게 관심을 가졌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만약 성연이 나를 개의치 않았다면, 그녀는 특별히 이 일을 꺼내서 말하지 않았을 거야.’그러나 이 요리의 향기를 맡자, 무진은 오히려 좀 배가 고파졌다.그의 입맛이 때때로 성연에게 길들여져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그는 손건호가 가져온 그 음식 냄새를 맡을 때는 입맛이 없었다.가끔 먹어 보면 괜찮은데, 많이 먹으면 구역질이 났다.분명히 지난 20여 년 동안 그는 모두 이렇게 지내왔다.그러나 급작스럽게 예방하지 못하면서 좋은 것을 체험했고, 무진은 이런 나쁜 것은 참기 어렵다고 느꼈다.사람은 정말 억지를 잘 부린다.무진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자신을 비웃었다.이렇게 된 것은 그도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성연이 늘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음식을 먹으면서 무진은 한편으로는 성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는 매우 강렬한 침략성이 있다.마치 자신이 그의 사냥감이 된 것처럼 성연은 몹시 불편했다.무진은 지나치게 고개를 돌려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내가 뭘 하는지 보려고요? 빨리 먹어요. 아래에 국물도 있으니, 국물을 마시는 걸 기억해요.”“알았어.”무진은 바로 대답했다.그의 목소리에는 다소 부드러운 감정이 더해졌다.소파에 앉은 성연은 무료하게 핸드폰을 가지고 놀았다.무진의 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연이 준비한 음식을 곧바로 싹쓸이했다.그가 보기에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성연도 줄곧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그가 국물을 마시는 틈을 타서, 성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물었다.“기왕 마시면서 왜 먹지 않아요?”무진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맛이 별로
아무 말없이 정리한 서류를 서랍에 넣고 잠근 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살짝 뺨을 꼬집었다.“약혼녀가 직접 데리러 왔는데 안 돌아갈 수야 없지. 안 돌아간다면 약혼녀가 화낼 텐데 말이야.”성연은 단지 그가 무진이 제때 식사를 하게 할 생각이었다. 일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잠시 머뭇거리던 성연이 입을 열었다.“다 먹었으면 계속 일해요. 나 혼자 가도 돼요.”“오늘 일은 거진 다 처리했으니 같이 가.” 무진이 이마를 쓸며 말했다.성연도 무진이 계속 남아서 일하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업무 보느라 긴장해 있었을 테니 이제는 좀 쉬어야 할 때였다.그래서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진의 뒤를 따랐다.밖에 있던 비서 손건호는 무진이 사무실 불을 끄고 성연과 함께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우선 정중하게 불렀다.“보스, 작은 사모님.”손건호의 부름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은 야근할 필요가 없으니 너도 이만 퇴근해.”퇴근하란 말에 눈을 반짝이며 사무실을 나가는 두 사람을 쳐다보던 손건호는 곧 책상 위를 깨끗이 정리한 후 따라 사무실을 나갔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일 중독자인 보스가 손에서 일을 놓게 하다니.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 자신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던 성연 덕분에 무진은 그녀와 함께 차 뒷좌석에 탔다.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피곤하면 잠깐 눈 좀 붙여요. 도착하면 깨울게요.” 하루 내내 일하느라 피곤했을 무진을 떠올린 성연이 불쑥 입을 열었다.쉴 수 있을 때 최대한 시간을 내어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진은 성연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음, 알았어.”그리고 무진은 성연의 어깨에 바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무진이 무척 피곤해 보이자 성연은 그가 좀 더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자세를 조절했다.가끔 강무진은 정말 모순덩어리 같이 느껴졌다.어느 때는 배후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조종하는 강인한
잠에서 깬 성연은 옆 자리를 더듬어 보았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것을 보니 무진은 벌써 일어나 나간 모양이다.아래층으로 내려오니 거실도 텅 비어 있었다.보아하니 오늘 아침은 챙겨 먹이지 못할 것 같다.무진이 얼마나 바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뭐라 할 수도 없다. 이해할 수 밖에.하지만 이대로 가면 몸이 견디지 못하고 조만간 망가지고 말 것이다.원래부터 건강이 안 좋은 무진이 어떻게 그런 힘든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거지?그러나 무진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어쨌든 할머니 안금여가 맡아 할 수는 없을 테니까.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무진도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테지.정말이지 무진이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무진이 손에서 일을 놓을 수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먹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강무진은 많이 먹어야 몸도 강해질 테니.’무진은 또 밖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이 매일 그를 위해 음식을 해 줄 수는 없다.아직은 학생이어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기에.하지만 집에서 만든 음식이 아무래도 밖의 음식보다는 위생적이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이리저리 방법을 생각하던 성연은 아침을 다 먹은 후에 집사를 불렀다.종종걸음으로 곁으로 다가온 집사가 물었다.“작은 사모님, 무슨 지시할 게 있으세요?”“앞으로 주방에 무진 씨 먹을 것들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집사님이 직접 가져다 드리세요. 그리고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시고요.” 무진의 몸 상태는 정말 안심할 수 없었다.“아…….” 집사가 잠시 머뭇거렸다.도련님이 성연의 말이라면 듣겠지만,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할 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도련님이 식사할 때까지 지켜보려다가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건 아닌지?집사가 이 일을 내켜 하지 않는 듯하자 성연이 약간 화를 냈다.“무진 씨 건강을 설마 모르는 거예요? 계속 이렇게 나가면 몇 년 못 산다고요.”성연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그제야 집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
북성남고의 기말시험 기간이 다가오며 모의고사 등 시험이 점차 많아졌다.시험만큼은 성연도 내키는 대로 할 수 없었다.명문고에 해당하는 북성남고는 수업 수준만큼이나 시험 문제의 난이도도 높기로 유명하다.그래서 성연도 시험을 볼 때 최선을 다해야 했다.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 있을 때도 성연은 시험 준비를 해야했다.그렇지 않았다가는 성적이 떨어질 게 자명했다.절대적인 천재는 없는 법이니, 성연 또한 남들 모르게 노력하지 않았다면 전교 1등이라는 석차를 늘 유지하지는 못했을 터.또 점점 올라가는 점수를 보면서 당연히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이번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이 각자의 시험지를 받아 들었다.연정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성연의 점수를 흘깃 쳐다보던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함을 느꼈다.국어를 제외하고 성연은 거의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이게 사람이야?’연정이 속으로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성연이 느릿한 음성으로 대답한 뒤, 책상 위에 엎드렸다.자신의 성적에 대해 성연은 조금의 감흥도 없는 듯하다.연정 역시 책상에 엎드린 채 성연과 눈을 마주했다.연정의 어투가 상당히 시니컬하다.“성연아, 네 이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거니? 네 지능을 나에게 반만 나누어 주면 안 될까?”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 성연이 연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시험이 꽤 힘들었는지 성연은 좀 피곤함을 느꼈다.예전에는 아무렇게나 시험을 쳐도 만점을 받을 수 있었지만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임해야 했다.지난번 시험에서는 자만하다 실수로 선생님이 함정을 파놓은 문제를 놓쳤다.그래서 그 과목은 사상 최저점을 받았다.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 성연 스스로 이런 성적을 참을 수가 없었다.수업 후, 며칠 동안 다시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함정이 숨겨진 문제들을 연습했다.성연은 스스로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은 편이다.연정은 머리가 다 벗겨진 느낌이다.“열심히 했단 말이야.”자신은 이미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