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문제의 지사들을 회수했지만 그 적자가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어쨌든 강상철과 강상규 쪽에서 소란을 피우던 몇 곳의 경영권을 회수한 것이다.이 일은 일장일단이 있어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무진도 잘 안다.요 며칠, 무진은 두 늙은 여우 쪽을 제거하는 것 외에 이 지사들의 구체적인 회계, 업무 및 각종 내부 상황을 평가하는 데 인원을 투입했다.무진의 책상 위에 서류가 한가득이다.모두 이 몇 개 지사들의 자료였다.손건호도 무진의 옆을 지키면서 수시로 무진에게 차를 가져다주기도 하며 서류들을 정리, 분류했다. 무진이 좀 더 쉽게 볼 수 있도록.직원들의 업무 상태를 보던 무진은 하마터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본부 사람들을 허수아비로 본 듯하다.그 쪽 직원들은 모두 거저 놀면서 월급 받아간 꼴이었다. 정말 본부가 되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란 말인가?아마 강상철과 강상규는 자신이 이렇게 진지하게 회사를 회수해 갈 줄은 생각하지 않았을 테다.그러나 회수하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원래 강상철과 강상규는 이렇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자신들이 이득을 보는 건 그렇다 치고 회사 직원들이 일하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 두다니.회사가 그렇게 큰 적자투성이인 이유가 있었다.무진의 눈에 뚜렷한 분노가 서린 것을 본 손건호가 옆에서 물었다.“보스, 왜 그러십니까?”무진은 자료를 손건호에게 건네주었다.“네가 직접 봐봐.”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본 손건호도 따라서 눈살을 찌푸렸다.“강상철, 강상규, 이 사람들 너무한 거 아닙니까?”지금도 무진이 실권을 잡고 있음에도 그들이 이러는 것은 무진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도 모르겠군.”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안금여가 경영을 맡았을 때부터 시작되었지 싶은데 그들은 숨길 생각도 없이 마구 날뛰었다.이 지사들을 회수할 때, 무진은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그렇지만 상황이 이렇게나 엉망일 줄은 몰랐다.생각하던 무진이 미
과중한 업무량에 무진은 매일 새벽 같이 나가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땅에 발을 디딜 틈도 없을 만치 매일 바빴다.성연은 이미 며칠 동안 그와 밥을 먹지 못했다.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제대로 만나지를 못했다.성연도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저렇게 많은 집안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분명 무진의 계획이 있을 것이다.게다가 저들 중 몇 사람은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을 해서 무진을 더 바쁘게 만들었다.성연은 가끔씩 무진이 제때에 밥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등 소식을 보냈다. 그러면 무진은 때때로 너무 늦게 들어올 때는 미리 연락해서 성연이 먼저 자도록 했다.때로는 한밤중이 되어도 무진은 돌아오지 않았다.무진을 매번 자신에게 밥을 먹었다고 말한다.그러나 성연은 믿지 않았다. 무진이라는 사람은 사실 엄청난 일 중독자였다.그래서 이날 수업이 없는 틈을 타서 성연은 음식을 만들어 무진에게 가져갔다.이번에는 이미 성연을 알고 있는 프론트 데스크에서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성연은 엘리베이터 카드를 가지고 올라갔다.무진이 자신을 속이지 못하도록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왔다.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올라가다.성연은 총괄대표실이 있는 층에서 내렸다.먼저 손건호의 사무실을 지났다.이때 소절은 아직 사무실에 있었다. 성연은 그의 책상 옆에 도시락이 놓인 것을 보았다.그녀는 직접 걸어가서 도시락을 젖혔는데, 안에 과연 음식이 들어 있고 이미 식었다는 것을 발견했다.손건호는 한창 일에 몰두하던 중이다.그러면서 도대체 누가 이처럼 대담한지 궁금해하던 중이다.고개를 들자마자 성연 쪽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그러다 완전히 멍하니 정신을 놓았다.이마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보스는 오늘 저녁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작은 사모님에게 현행범으로 잡힌 꼴이다.도대체 무슨 운이 이런지 모르겠다.손건호가 벌떡 일어나며 인사했다.“작, 작은 사모님.”“무진 씨, 오늘 저녁도 안 먹었어요?” 성연의 음성이 차갑다.“보스가 오늘 저녁은 입맛이 별로 없다고 하셔서
“그래, 내가 잘못 알았어. 약속할게. 다음에는 꼭 밥 잘 먹을게 응?” 무진은 성연의 손목을 잡았다.성연은 그의 눈 밑의 피로를 보고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그녀는 식탁에 도시락을 겹겹이 올려놓았다. “그럼 빨리 먹어요.”“그래.” 성연의 화가 가라앉는 것을 본 무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성연이 드러낸 것이 모두 그에게 관심을 가졌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만약 성연이 나를 개의치 않았다면, 그녀는 특별히 이 일을 꺼내서 말하지 않았을 거야.’그러나 이 요리의 향기를 맡자, 무진은 오히려 좀 배가 고파졌다.그의 입맛이 때때로 성연에게 길들여져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그는 손건호가 가져온 그 음식 냄새를 맡을 때는 입맛이 없었다.가끔 먹어 보면 괜찮은데, 많이 먹으면 구역질이 났다.분명히 지난 20여 년 동안 그는 모두 이렇게 지내왔다.그러나 급작스럽게 예방하지 못하면서 좋은 것을 체험했고, 무진은 이런 나쁜 것은 참기 어렵다고 느꼈다.사람은 정말 억지를 잘 부린다.무진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자신을 비웃었다.이렇게 된 것은 그도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성연이 늘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음식을 먹으면서 무진은 한편으로는 성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는 매우 강렬한 침략성이 있다.마치 자신이 그의 사냥감이 된 것처럼 성연은 몹시 불편했다.무진은 지나치게 고개를 돌려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내가 뭘 하는지 보려고요? 빨리 먹어요. 아래에 국물도 있으니, 국물을 마시는 걸 기억해요.”“알았어.”무진은 바로 대답했다.그의 목소리에는 다소 부드러운 감정이 더해졌다.소파에 앉은 성연은 무료하게 핸드폰을 가지고 놀았다.무진의 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연이 준비한 음식을 곧바로 싹쓸이했다.그가 보기에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성연도 줄곧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그가 국물을 마시는 틈을 타서, 성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물었다.“기왕 마시면서 왜 먹지 않아요?”무진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맛이 별로
아무 말없이 정리한 서류를 서랍에 넣고 잠근 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살짝 뺨을 꼬집었다.“약혼녀가 직접 데리러 왔는데 안 돌아갈 수야 없지. 안 돌아간다면 약혼녀가 화낼 텐데 말이야.”성연은 단지 그가 무진이 제때 식사를 하게 할 생각이었다. 일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잠시 머뭇거리던 성연이 입을 열었다.“다 먹었으면 계속 일해요. 나 혼자 가도 돼요.”“오늘 일은 거진 다 처리했으니 같이 가.” 무진이 이마를 쓸며 말했다.성연도 무진이 계속 남아서 일하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업무 보느라 긴장해 있었을 테니 이제는 좀 쉬어야 할 때였다.그래서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진의 뒤를 따랐다.밖에 있던 비서 손건호는 무진이 사무실 불을 끄고 성연과 함께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우선 정중하게 불렀다.“보스, 작은 사모님.”손건호의 부름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은 야근할 필요가 없으니 너도 이만 퇴근해.”퇴근하란 말에 눈을 반짝이며 사무실을 나가는 두 사람을 쳐다보던 손건호는 곧 책상 위를 깨끗이 정리한 후 따라 사무실을 나갔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일 중독자인 보스가 손에서 일을 놓게 하다니.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 자신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던 성연 덕분에 무진은 그녀와 함께 차 뒷좌석에 탔다.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피곤하면 잠깐 눈 좀 붙여요. 도착하면 깨울게요.” 하루 내내 일하느라 피곤했을 무진을 떠올린 성연이 불쑥 입을 열었다.쉴 수 있을 때 최대한 시간을 내어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진은 성연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음, 알았어.”그리고 무진은 성연의 어깨에 바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무진이 무척 피곤해 보이자 성연은 그가 좀 더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자세를 조절했다.가끔 강무진은 정말 모순덩어리 같이 느껴졌다.어느 때는 배후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조종하는 강인한
잠에서 깬 성연은 옆 자리를 더듬어 보았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것을 보니 무진은 벌써 일어나 나간 모양이다.아래층으로 내려오니 거실도 텅 비어 있었다.보아하니 오늘 아침은 챙겨 먹이지 못할 것 같다.무진이 얼마나 바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뭐라 할 수도 없다. 이해할 수 밖에.하지만 이대로 가면 몸이 견디지 못하고 조만간 망가지고 말 것이다.원래부터 건강이 안 좋은 무진이 어떻게 그런 힘든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거지?그러나 무진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어쨌든 할머니 안금여가 맡아 할 수는 없을 테니까.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무진도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테지.정말이지 무진이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무진이 손에서 일을 놓을 수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먹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강무진은 많이 먹어야 몸도 강해질 테니.’무진은 또 밖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이 매일 그를 위해 음식을 해 줄 수는 없다.아직은 학생이어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기에.하지만 집에서 만든 음식이 아무래도 밖의 음식보다는 위생적이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이리저리 방법을 생각하던 성연은 아침을 다 먹은 후에 집사를 불렀다.종종걸음으로 곁으로 다가온 집사가 물었다.“작은 사모님, 무슨 지시할 게 있으세요?”“앞으로 주방에 무진 씨 먹을 것들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집사님이 직접 가져다 드리세요. 그리고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시고요.” 무진의 몸 상태는 정말 안심할 수 없었다.“아…….” 집사가 잠시 머뭇거렸다.도련님이 성연의 말이라면 듣겠지만,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할 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도련님이 식사할 때까지 지켜보려다가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건 아닌지?집사가 이 일을 내켜 하지 않는 듯하자 성연이 약간 화를 냈다.“무진 씨 건강을 설마 모르는 거예요? 계속 이렇게 나가면 몇 년 못 산다고요.”성연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그제야 집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
북성남고의 기말시험 기간이 다가오며 모의고사 등 시험이 점차 많아졌다.시험만큼은 성연도 내키는 대로 할 수 없었다.명문고에 해당하는 북성남고는 수업 수준만큼이나 시험 문제의 난이도도 높기로 유명하다.그래서 성연도 시험을 볼 때 최선을 다해야 했다.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 있을 때도 성연은 시험 준비를 해야했다.그렇지 않았다가는 성적이 떨어질 게 자명했다.절대적인 천재는 없는 법이니, 성연 또한 남들 모르게 노력하지 않았다면 전교 1등이라는 석차를 늘 유지하지는 못했을 터.또 점점 올라가는 점수를 보면서 당연히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이번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이 각자의 시험지를 받아 들었다.연정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성연의 점수를 흘깃 쳐다보던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함을 느꼈다.국어를 제외하고 성연은 거의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이게 사람이야?’연정이 속으로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성연이 느릿한 음성으로 대답한 뒤, 책상 위에 엎드렸다.자신의 성적에 대해 성연은 조금의 감흥도 없는 듯하다.연정 역시 책상에 엎드린 채 성연과 눈을 마주했다.연정의 어투가 상당히 시니컬하다.“성연아, 네 이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거니? 네 지능을 나에게 반만 나누어 주면 안 될까?”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 성연이 연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시험이 꽤 힘들었는지 성연은 좀 피곤함을 느꼈다.예전에는 아무렇게나 시험을 쳐도 만점을 받을 수 있었지만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임해야 했다.지난번 시험에서는 자만하다 실수로 선생님이 함정을 파놓은 문제를 놓쳤다.그래서 그 과목은 사상 최저점을 받았다.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 성연 스스로 이런 성적을 참을 수가 없었다.수업 후, 며칠 동안 다시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함정이 숨겨진 문제들을 연습했다.성연은 스스로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은 편이다.연정은 머리가 다 벗겨진 느낌이다.“열심히 했단 말이야.”자신은 이미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학교가 막 끝났을 때 성연은 전화를 받았다.특수하게 처리된 알림음을 들은 성연은 잠시 멍했다.곧 정신을 차린 성연은 은밀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그녀의 음성은 공손하면서도 흥분한 상태였다.“사부님, 어떻게 전화하실 시간이 다 있으셨어요?”평소 고학중이 성연에게 전화하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아주 중요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말이다.성연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사부님이 자신에게 전화를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수화기 저편에서 고학중이 바로 용건을 말했다.“이제 1년 남았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출국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둬. 네 진로는 스승인 내가 모두 안배해 두었다. 네가 이전에 시험을 보려고 했던 HF에 입학할 준비 해. 초심을 잊지 말거라.”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입을 연 고학중이 훈계 조의 어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 너에게 건네는 온정으로 기세를 잃으면 안된다. 너의 최종 목표는 결혼이 아니야. 너는 집에서 남편 내조하고 아이 양육하는 그런 생활에 맞지 않아.”사부님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성연은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성연은 그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무진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왠지 모르게 성연의 마음이 괴로워졌다.마치 가슴에 큰 구멍이 나서 휘휘 바람이 불어대는 것 같아 성연을 당황스럽게 했다.그러나 성연은 아무런 내색 없이 차분한 음성으로 바로 대답했다.“네, 사부님. 말씀하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성연아, 누구보다 내가 너를 가장 잘 안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잃으면 안되느니라.”고학중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학중은 성연의 마음이 다소 흔들리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아챘다.그러나 아마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미련을 가지는 거겠지.어릴 때부터 혈육의 정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자란 데다 마음도 여린 성연이 자신에게 잘해 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간에 강
성연은 넋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언제나 생기발랄하던 성연이었다.그런데 창백한 얼굴로 현관문을 들어서는 성연을 보고 집사가걱정스럽게 물었다. “작은 사모님, 괜찮으십니까?”멍한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보던 성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바로 위층 침실로 올라가 침대에 쓰러져 잤다.저녁 식사를 차린 후 집사가 침실 문을 두드렸으나 성연은 안에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침대에 누워 있던 성연은 아무 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잠시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집사가 자신의 일을 무진에 알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무진은 지금 이미 충분히 바쁠 테니 더 이상 신경 쓰이게 하는 건 곤란했다.“잠시만요. 나가요.” 머리를 정리한 성연이 문을 열고 나갔다.집사가 보기에 성연은 여전히 좀 이상했다.집사가 관심 어린 눈길로 물었다.“작은 사모님, 몸이 불편하시면 저에게 말씀하세요. 주치의 선생님을 부를까요? 아니면 도련님께 오시도록 연락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성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냥 최근에 시험이 좀 많아서 피곤했을 뿐이에요. 무진 씨 일도 많은데 알릴 필요 없어요.”집사는 다시 성연을 살펴보았다. 평소와 다름 없는 성연의 표정에 집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집사를 따라 내려가 저녁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성연은 올라가서 공부해야 하니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집사에게 일렀다.성연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평상시와 똑같이 보이려 했다.성연이 애써 연기를 한 덕에 자연히 집사는 알아챌 수 없었다.이제 성연이 별 문제가 없는 듯하자 집사는 그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찌되었든 성연은 아직 청소년기의 아이였다.공부하느라 힘든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한 집사는 이 일을 무진에게 알리지 않았다.물론 성연도 자신에게 말하지 말라는 뜻을 내비쳤지만.그날 밤, 성연의 머리는 혼란의 극치였다.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일찌감치 잠을 잤다.무진이 언제 돌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