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정말 깜짝 놀랐다. 깨어나서 보니 사람들에게 포위된 자신을 발견했으니.그리고 모두 집안 어른들이었다.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난처했다.얼른 일어나 앞에 있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 뒤 고개를 숙인 채 한쪽에 섰다.무진과 함께 잠든 건 정말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정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무진이 이렇게 사람을 껴안지 않았는데, 역시 성연일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야.”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아 보이니 어른들로서는 기꺼운 마음이었다.무진이 나이가 차니 집안에서 맞선을 종용하기도 여러 차례였다.비록 병을 앓는다는 소문이 있긴 했지만, 아무리 뭐라 해도 무진은 강씨 집안 적장자였다.그러니 딸을 내미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그러나 무진은 누구에게도 이처럼 가깝게 대하지 않았다.그전엔 여자를 보면 항상 무슨 병균을 대하듯이 피해 다니지 못해 안달이었다.지금 성연과는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안금여의 말을 듣고 있는 성연은 그저 난감할 뿐이다.하지만 성연은 가타부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확실히 무진은 자신을 좀 더 특별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대답하지 않고 무진을 바라보던 성연이 물었다.“무진 씨가 왜 아직도 안 일어날까요?”강씨 집안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것을 보고 곤란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혹 무진에게 또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자신이 아주 깊이 잠들긴 했지만 죽어 있었던 것도 아니니 설마 기척이 있었는데도 못 들은 건 아니겠지?’운경은 옆에서 말해줬다.“무진이 깼었어. 밥도 먹고 약도 먹었어. 약에 수면 효과가 있어서 깊이 잠들었을 뿐이야. 아무 일도 없었어.”그제야 마음이 놓인 성연은 더 이상 무진의 잠을 방해하지 않았다. ‘무진 씨는 잠을 많이 자는 게 좋아. 몸도 좀 보양하고.’깨어 있을 때보다 수면 상태에서 더 쉽게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게다가 무진이 상한 것은 정신이다. 오래동안 힘들었던 사람이니 이
오후, 성연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무진을 간병했다. 안금여와 운경과 함께 대화도 나누면서.성연의 생각은 아주 간단했다. 이왕 늦은 이상 아예 가지 않은 것이다.가서 해명하는 시간도 아까웠고.그런데 하필 자신의 반 담임은 여전히 이윤하였다. 만약 이윤하가 자신이 결석계를 내고 또 집에 가는 것을 본다면 또 어떤 문장을 쓸지.‘차라리 그냥 집에 있는 게 나아.’무진은 출근하지 않고 강운경 혼자만 출근했다.본가에서 지금 회사에 나와 있는 사람은 강운경 혼자였다.강상철의 사무실.사무실에 들어서는 강일헌의 눈에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할아버지, 저쪽의 정보에 따르면 그 분이 또 병으로 쓰러졌답니다. 꽤 심각한 모양이랍니다.”강일헌의 입에서 나온 그 분이 누구인지는 그들 모두 잘 알고 있다.강상철이 바로 냉소를 지었다.“그러게 내가 말했지 않느냐? 그 병자가 어떻게 회사를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있다는 건지, 원. 아마 조만간 일 날 거라고 했지?”강무진은 확실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그러나 그 죽어가는 몸이 문제였다.요 몇 년 동안 계속 명의를 찾고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이런 놈이 자신들과 싸워서 회사의 지배권을 빼앗으려고 해?’‘큰집 장손이면 다야?’그 놈이 죽으면 결국 회사에 남는 것은 우리 둘째, 셋째 일가뿐 아닌가?’그는 강무진의 의기양양한 기세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맞습니다. 제가 무슨 자격으로 회사를 운영한다고요. 곧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숨을 질질 끌며 살아남아서 맞서다니.” 강일헌은 무진 얘기가 나오자마자 화가 치밀었다.강무진이 회사 실권을 쥐며 그가 맡은 계열사의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모두 잘려 나갔다.수익도 예전보다 못했다.그가 강무진을 미워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강무진 그 놈은 미친 놈에 불구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 자신의 머리 위에 있단 말인가.자신의 어디가 강무진보다 못하다는 건지.‘강무진만 끌어내릴 수 있다면 그 자리에 앉게 되는 사람은 바로 나야!’“너, 성질
강상철 쪽이 가히 열심히 주판알을 굴렸지만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게 있었다. 무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또 잘 회복되었다는 것.저녁식사 시간에 성연이 적극적으로 무진에게 국을 떠 주었다.“많이 먹어요.”성연의 호의를 무진이 거절할 리가 없다.연거푸 두 그릇이나 먹었다.‘그래도 이 국 맛이 괜찮네. 뒷맛이 깔끔한 게 맛있네.’“국 맛이 꽤 괜찮네.” 무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칭찬했다.“괜찮으면 많이 먹어요.” 칭찬을 들은 성연은 꽤 보람을 느꼈다.이 국은 성연이 주방에 가서 직접 강무진을 위해 끓인 것이다.당연히 무진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 성연도 그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고.성연은 국에다 아주 귀한 약재를 좀 가미했다.신경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약재들이다.사람들은 대부분 이 약재들을 조합하면 이런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른다.성연이 스스로 연구해 낸 독점 비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강씨 집안 창고에는 많은 약재가 저장되어 있어 성연이 마음대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이미 점차 회복되고 있던 무진은 더 이상 그렇게 무기력한 느낌이 없었다.이전에 발작이 일어났을 때는 적어도 며칠은 걸려야 회복할 수 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회복이 아주 빨랐다.저녁을 다 먹은 후, 기운이 더 넘친 무진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심지어 평소보다 혈색이 더 좋았다.성연은 게임 조종기를 꺼내 소파에 앉아 게임을 했다.그 옆에 앉은 무진은 성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젯밤에 나를 돌보느라 힘들었잖아? 가서 쉬지 않을 거야?”그의 기억에, 오후에도 성연은 계속해서 고모, 할머니와 함께 있으며 쉴 시간이 전혀 없었다.“아니, 난 괜찮아요.” 성연이 어깨를 으쓱했다. 진짜 별로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너무 일찍 자면 한밤중에 깨서 오히려 귀찮다.“게임 나랑 같이 해.” 무진이 게임 조종기 하나를 더 꺼내 손에 쥐었다.성연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무진 씨는 이 시간에 쉬러 가는 게 더 낫겠어요. 무슨 게임을 하려고 해요?”“나 지금
화원을 거닐며 산책하던 성연과 무진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거실로 돌아왔다.“보스, 사모님.” 거실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본 손건호가 공손하게 불렀다.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손건호를 본 무진은 뭔가 일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무진이 고개를 돌려 성연에게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는 것 같군. 먼저 방으로 돌아가 쉬고 있어.”성연은 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게임을 할 때는 못 느꼈지만, 지금 화원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성연 자신도 꽤나 노곤했다.어제 밤을 새며 생긴 후유증이리라.느릿한 걸음으로 걷던 성연이 돌연 계단 입구에서 몸을 돌려 잊지 않고 신신당부했다.“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말아요. 일찍 자야 하는 거 잊지 마요.”“그래.”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은 무진이 대답했다.성연이 위층으로 올라간 후, 무진과 손건호는 함께 서재로 갔다.의자에 앉은 무진의 기운이 매섭게 가라앉았다.“무슨 일이야?” 성연을 대하던 온화한 기운이 일시에 사라지며 무진의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뻗어 나왔다.급격한 변화에 손건호가 입을 비쭉거렸다.‘이게 바로 소위 ‘차별대우’ 라는 거야.’뭐 그렇다고 항의할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어서 곧 보고할 내용을 생각하던 손건호의 안색이 진지해졌다.“보스, 둘째, 셋째 작은 할아버님들 쪽에서 다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 있던 우리 화물이 X국 보안검사 과정에서 세관에 의해 압수되었습니다.” 물론 자신들의 화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모두 가격이 높은 화물들이었다.화물의 가격도 높고.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알 수 있었다. 작은 할아버지들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무진의 발작을 틈타서 꾸민 작품이라는 걸.그 두 늙은 여우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지 않고 있었다.하긴 다른 움직임이 없다면 더 이상할 터.“당장 급하지는 않으니 우선 저들이 또 무엇을 하려는 지 좀 기다려 보지. 이 참에 내 병이 심각하다는 정보를 흘리는 게 좋겠
성연은 이것에 대해 일절 몰랐다.무진이 회복된 후, 성연은 다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연극을 공연한 이후 크게 화제가 된 터라 학교에서 성연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성연은 이미 ‘북성남고의 퀸’으로 불렸다.하루 학교를 빠지고 이틀만에 나온 성연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자신에 대한 뉴스가 또 게시판에 올라온 거라고 생각한 성연이 핸드폰을 켜서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게 없었다. 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관심을 끊었다.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성연은 반 학우들의 관심이 쏟아졌다.“송성연, 몸이 안 좋아서 하루 결석계 냈다고 들었어. 지금은 좀 어때? 아직 아픈 데는 없어?”“아직 안 좋은 거라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그냥 한 이틀 더 쉬고 와. 어차피 수업 안 들어도 다 알잖아.”“맞아. 건강이 더 중요해.”아이들 모두 한 마디씩 쏟아내는 관심의 말들에 성연은 얼떨떨한 마음이 들었다.성연 또한 좋고 나쁨을 가릴 줄 알았다.다른 사람이 진심으로 자신을 대한다면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좋은 태도로 대할 것이다.성연이 웃으며 학우들의 말에 화답했다.“모두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 이제 많이 좋아졌어.”성연의 대답을 들은 아이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여자아이들 몇 명이 성연의 책상 옆에 서서 재잘거렸다. 주로 성연이 예쁘고 사람도 좋다는 말들에 성연이 겸손하게 대답해 주었다.수업 시작 벨이 울리고서야 모두 아쉬워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모두 성연과 친구로 지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점심 시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성연은 보건실에 가서 잠을 잤다.오늘 하루 내내 성연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보건실로 들어온 성연을 본 서한기가 얼른 문을 닫은 후 말했다.“보스, 큰일 났어요.”“무슨 일이야?” 침대 가까이 다가간 성연이 눈을 휙 치켜 뜨며 서한기를 바라보았다.서한기는 보기 드물게 긴장한 표정이었다.“최근 해외에 블랙문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죽기
성연이 집에 돌아가니 강운경과 안금여가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무진이 두 사람과 함께 뭔가 의논 중인 것 같았다.먼저 두 사람에게 안부를 물은 성연은 무진의 옆에 앉아 세 사람이 의논하는 말을 조용히 들었다.이야기를 듣던 성연이 눈치를 챘다.WS그룹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무진이 직접 처리하러 출장을 가야 할 모양이다.그런데 공교롭게도 출장지가 바로 X국이었다.성연의 눈동자에 반짝 이채가 돌았다.서한기가 상황을 보고하는 동안, 성연은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어쨌든 지금 자신은 강씨 집안에 매여 있는데다 해외로 나갔다 오는 기간도 짧지 않다.자신의 출국을 강씨 집안의 사람들은 틀림없이 동의하지 않을 터.그래서 한창 고민 중이던 차였다.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자신이 염려하던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보였다.그러나 안금여와 강운경은 무진의 건강을 걱정하며 가지 말라고 계속 무진을 설득하고 있었다.“무진아, 업무는 천천히 해도 돼. 네 곁에 능력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무슨 일이든 네가 직접 하려고 하니?” 할머니와 고모는 회사보다 무진을 더 걱정했다.“할머니, 고모, 이 일은 작은 할아버지들과 관련된 거라, 다른 사람은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 겁니다. 제가 직접 갈 수밖에 없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몸은 이미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했어요.”사실 이미 모든 일을 안배해 둔 터라 무진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할머님, 고모님, 아니면 제가 무진 씨랑 같이 가게 해 주세요. 거기서 무진 씨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돌볼 수 있게요.” 듣고 있던 성연이 끼어들며 의견을 냈다.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녀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X국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여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아니, 이 애가…….”꾸짖는 듯한 눈길로 안금여가 성연을 돌아보았다.자신들은 무진이 직접 간다는 생각에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성연이 함께 가겠다고 나서며 무진의 출장행에 더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준 셈
그리하여 성연과 무진이 함께 출국하는 일이 이렇게 확정되었다.학교 쪽은 성연이 한동안 결석계를 내야 한다고 무진이 이미 교장에게 말해 놓았다. 교장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성연의 결석계를 받아주었다.출국하기 전날 밤, 성연은 방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중이다.X국의 날씨를 검색해 보니, 날씨가 비교적 더운 편이었다. 기후는 북성 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고.그래서 성연은 비교적 얇고 가벼운 옷들로 준비했다.선크림이나 스킨케어 같은 제품들도 챙겼다.대신 거기 가서 살 수 있는 것들은 준비하지 않았다.트렁크 하나에 여행에 필요한 성연의 모든 짐들이 담겼다.트렁크를 다 정리한 성연은 무진이 아직 짐을 다 싸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서재로 달려간 성연이 서류를 보고 있는 무진에게 물었다.“무진 씨, 여행 가방 안 싸요? 이미 늦었어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잖아요?”“내일 가는 거 맞아. 서류 다 보고 나서 내가 정리할게.” 무진은 손건호가 건네준 X국 세관에 관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비교적 중요한 보고 내용이라 무진이 보고 머릿속에 기억해 둘 필요가 있었다.“그럼…… 내가 대신 짐을 챙겨줄까요?” 예전부터 임무를 수행할 때면 자주 비행기를 타고 다녔던 성연인지라,여행가방 싸는 데에 꽤 일가견이 있는 편이다.“너 짐 챙길 줄 알아?” 무진은 좀 놀랐다. 성연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짐을 대신 싸겠다고 할 줄도 알고, 이제 진짜 약혼녀 신분에 걸맞는 모습을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 그거 무슨 뜻이에요? 지금 사람 무시하는 거예요?”무진이 좀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하자 성연은 알 수 없는 불쾌함이 올라왔다.“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너를 무시하려던 뜻은 없었어. 옷장 안의 옷, 아무거나 몇 벌 가져가면 돼.” 무진이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몇 마디 더 한다면 성연이 아마 폭발할지도 모른다.흥, 코웃음을 친 성연이 서재에서 방으로 돌아온 뒤, 무진을 대신해 가져 갈 옷들을 챙겼다.여행가방을 완전히 채우지 않
무진과 성연이 출국하던 순간, 둘째, 셋째 할어버지 강상철과 강상규도 소식을 들었다.무진이 직접 출국했다는 말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국외의 일은 안금여가 직접 나설 줄 알았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강무진, 그 환자를 내보내?강무진이 겨우 숨만 붙어서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해외에 내보냈다고?‘형수님도 참 너무 하시네.’이건 큰댁에 정말 사람이 없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그게 아니라면 애면글면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보호하던 손자 강무진을 어떻게 내보낼 수 있겠는가?“형님, 우리에게 기회가 왔군요.” 강상철에게 차를 한 잔 따라준 강상규는 자신도 찻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무진이 별 대단하지 않다 해도 그 자리에 있는 게 계속 거슬렸는데.” 강상철이 느릿느릿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뗐다.“이거 참 잘되었군요. 저쪽의 법은 우리와는 다르지요. 무진이 만에 하나 실수로 그곳 사람과 문제가 생겨 죽는다 해도 아무도 파고들지 않을 겁니다.” 강상규의 눈에 비열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무진은 원래 밥만 축내는 식충이 같은 생활을 하며 잘 지낼 수 있었다.‘그냥 자신의 낡은 집에서 잘 지냈으면 좀 좋지 않아?’그러나 무진이 기어코 회사로 나와 자신들의 걸림돌이 되었으니.그러니 야박하다고 자신들을 탓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무진이 튀어나와 먼저 자신들을 건드린 탓이다.“말은 쉽게 한다마는, 너는 무진이 쪽 사람들이 아무런 능력도 없을 거라 생각하느냐?” 강상철이 콧방귀를 뀌었다.그 역시 일찍부터 사람을 시켜 무진 쪽의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그래서 강상철은 알게 되었다. 무진의 실력은 자신들이 쉽게 건드릴 수 없을 정도라는 걸.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진도 분명히 원할 것이다.출국 후, 무진의 신변을 지키는 사람들은 더 철통같이 보호할 게 분명하다. 자신들이 기회를 엿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일인 것이다.“무진이 그 약혼녀도 같이 갔다면서요? 그 두 사람 뒤를 매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