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자신을 만나러 온 사실을 성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을 마친 성연.룸메이트 앨리스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성연의 주위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엘리스는 학우들과 재잘재잘거리는 중이었고, 성연은 그 옆에서 듣고만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처음 보자마자 성연에게 눈길을 보내며 주시했다.엘리스가 성연의 팔을 붙잡고 몇 마디 걸면 성연도 한 마디 대답했다.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연을 알고 있기에 앨리스는 억지로 성연을 대화에 끌어들이지 않았다.식당 입구에 거의 도착했을 때 앨리스가 성연에게 말했다.“성연, 방금 엄청난 뉴스를 들었어.” “무슨 뉴스?” 성연이 물었다. “너 우리 식당 음식이 아직 익숙하지 않잖아? 방금 내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 학교 2층에 A국 요리사가 와서 너희 나라 음식을 만든데. 우리도 빨리 가보자.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어.”성연의 손을 붙잡고 있는 앨리스는 얼른 가서 맛보고 싶었다. “A국 요리사?” 성연은 앨리스의 말에 진짜 흥미가 생겼다.성연은 확실히 유럽의 음식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처음에는 새로운 음식들을 이것저것 맛보는 것도 괜찮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서 먹던 음식이 점점 더 생각났다.스스로 음식을 만들 줄은 알지만 학교에서 음식하기도 불편해서 그만두었다. “그래, 어서 가보자.” 엘리스가 성연을 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원래 A국의 음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디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유럽 학생들로 2층의 식당이 붐볐다.성연과 엘리스는 얌전히 뒤로 가서 줄을 서야 했다.앨리스의 음성에 약간 조바심이 묻어났다.“오 마이 갓, 줄이 이렇게나 길어. 우리 차례는 언제쯤 올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더라면 더 빨리 올 걸 그랬어.”성연이 웃으며 앨리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우리 몫도 있을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엘리스는 마음이 급했지
벤츠 승합차를 타고 학교 입구에 도착한 무진은 목현수에게 이끌려 가고 있던 성연을 보게 되었다.무진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지며 눈에서 한기를 내뿜는 것이 마치 얼음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주먹을 꽉 움켜쥔 무진은 냉정해야 한다고 계속 자신을 타일렀다.마음속의 분노가 좀 걷힌 후에야 무진은 핸드폰을 들고 일부러 성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의 음성은 무척 평온했다.“성연아, 너 뭐 하고 있어?”성연은 무진을 속이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나 지금 차에 타고 있어요. 나를 데리고 박물관에 가려고 사형이 왔는데, 내가 사형에게 도움을 청했어요.”성연의 말에 무진은 속으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 다행히 성연이 자신에게 사실 대로 말했다.그러나 여전히 감정을 누르기가 힘들었던 무진은 짙은 불쾌감이 쑥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무슨 일이든 언제든지 나에게 말하면 돼. 내가 널 위해 사람을 보내면 되는데.”자신의 약혼녀인 성연이 늘 다른 남자를 귀찮게 하는 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그리고 그는 성연이 목현수와 너무 가깝게 지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지난번 목현수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다만 목현수 그 인간이 너무 능청스러운 탓에 성연이 눈치채지 못했을 뿐.약간 화가 난 듯한 무진의 음성에 성연은 조금 충격을 받았다.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성연은 설명했다.“무진 씨를 너무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무진 씨는 회사 일이 너무 많잖아요. 나 때문에 무진 씨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요.”아무리 위험한 일이 생긴다 해도 성연은 일이 해결된 후에야 무진에게 알려줄 터였다.먼 거리에 떨어진 무진이 괜히 걱정만 할 뿐 당장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까.성연은 곽연철이 자신에게 말해 준 조수경의 일이 생각났다.이번에야말로 무진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다.마침 무진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성연이 반대로 물었다.“요즘 집안에 뭐 재미있는 일은 없어요?”성연이 타고 있는 전방의 차만 주시하며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던 무진이 대답했다
박물관에 오니 유럽 문화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한 나라의 문화이지만 들어간 후에 전율을 느꼈다.목현수는 흥미가 없었지만 성연의 옆을 내내 지켰다.하나하나 둘러보는 동안 흥미로운 문화 유물들이 많이 보였다.가끔 알아보기 힘든 것이 있으면 묵현수 더러 설명해 달라고 했다.박물관은 크지도 작지도 않아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구경을 모두 마쳤다.잠시 돌아다닌 후에 두 사람이 나왔다.목현수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목 마르지 않아?”구경하는 한 시간 동안 성연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던 터라 역시 목이 좀 마른 것 같았다.그러나 이 박물관에서는 음료를 파는 것 같지 않았다.그래서 목현수가 음료를 사러 너무 멀리 나갈까 봐 손을 흔들며 사양했다.“됐어요, 괜찮아요.”잠시 후에 다른 곳에 가서 마셔도 되니까.그러나 성연의 의도를 알아차린 목현수가 웃으며 말했다.“옆에 자판기 있어. 뭐 마실래?”그 소리에 성연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나는 생수 마실게요. 고마워요, 사형.”웃으며 고개를 흔들던 목현수가 자판기 앞으로 갔다.이어서 생수 두 병을 사온 목현수.성연은 병 뚜껑을 열자마자 바로 반을 비웠다.시원하게 물을 마신 성연의 눈에 물병을 보며 제자리에 서 있는 목현수가 보였다.성연이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사형, 왜 안 마셔요? 목 마르지 않아요?” “다른 여자애들처럼 병 뚜껑을 열어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목현수가 농담하듯이 말했다.성연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사형, 내 병 뚜껑은 내가 따요. 내가 어떤 사람인데 다른 사람에게 따 달라고 하겠어요? 아마 평생 볼 일 없을 걸요?”성연은 뭐든 자신의 능력으로 스스로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병뚜껑 하나 못 열 정도로 힘이 없어서 어디에 써 먹겠어?’ ‘그 정도면 아마 스스로 생활도 할 수 없을 거야.’성연은 도시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강무진 앞에서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그렇게 생각하니 두 사람은 꽤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았
그 장면을 거리를 유지하고 계속 두 사람의 뒤를 따르던 무진이 보았다.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는 무진의 눈에는 그저 성연과 목현수가 바짝 붙어있는 것만 보였다.금세 차가운 표정이 된 무진은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차에서 내려 곧장 두 사람 앞으로 걸어갔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눈앞에 나타난 무진으로 인해 성연은 한순간 멍한 상태가 되었다.그러다 이내 심상치 않은 무진의 표정을 보고는 곧바로 멈칫했다.하지만 발에 힘을 주지 못해 몸이 휘청거렸다.도대체 무진이 언제 이곳으로 온 건 지 성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두 사람이 통화를 하던 순간에 무진은 이미 이곳에 와 있었던 모양.무진의 시선에 괜히 찔리는 마음이 들긴 했으나 무진에게 떳떳하지 않은 일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며 성연이 물었다.“무진 씨, 언제 왔어요?”“어젯밤에.” 덤덤한 음성으로 대답하는 무진에게서 착 가라앉은 기운이 흘렀다.“그럼 도착하고 왜 바로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요?” 무진의 대답에 왠지 망연한 기분이 드는 성연.평소라면 무진은 한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가장 먼저 자신을 찾아왔을 터.그런데 이제서야 자신 앞에 나타나다니.더 이상 성연에게 다가가 부축하지 않고 한 옆에 느긋한 모습으로 옆에 서 있던 목현수가 무진을 바라보며 물었다.“강 대표님, 어떻게 또 오셨습니까?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무진은 목현수의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곧장 앞으로 걸어가 두 팔을 펼쳐 성연을 들어올려 안았다.성연은 무진의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순순히 무진의 목을 감싸 안았다.옆에 서 있던 목현수는 잠시 멍했지만 곧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목현수가 보기에 강무진이 질투하고 있음이 분명했다.‘강무진, 아무런 말 한마디도 없이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풋, 진짜 귀엽네.’미안한 마음이 든 성연은 목현수를 보며 살짝 웃었다.무진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자신이 데려와 달라고 목현수에게 부탁해 놓고는 또 이렇게 찬밥 신세가 되게 해서
차에 도착한 무진. 비록 화는 났지만 성연을 내려놓는 동작이 몹시 조심스럽다.무진은 성연에게 단단히 경고했다.“앞으로 아무도 네 손을 건드리게 하지 마. 아무도 안 돼!”성연은 무진이 한참 더 마음속에 담고 있다가 말을 꺼낼 줄 알았다.그런데 이렇게 못 참고 바로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무진이 진짜 화났음을 알았기에 성연도 더 이상 장난치지 않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았어요.”‘성연이 약속했으니 앞으로는 약속을 지키겠지.’무진은 성연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오늘 자신의 행동이 너무 지나쳤던 건 아닌지 반성했다.‘성연과 목현수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말이지.’이런 생각을 하자 무진의 말투가 좀 누그러졌다. 손도 못 댈 만큼 벌겋게 부은 성연의 발목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많이 아파?”성연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오.”잠시 전에 사형 목현수가 이미 뼈를 바로잡아 주어서 지금 성연의 발목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다만 성연은 지금 이 순간 무진 앞에서 목현수 얘기를 꺼내는 건 부적절함을 잘 알고 있었다.무진이 얼마나 질투하고 있는 지는 몰랐다. 자신과 목현수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있지 않다 보니 약간의 오해도 불가피한 법.마치 자신이 혼자 있을 때 쓸데없는 생각을 자제하지 못하는 것처럼.입장을 한 번 바꾸어 생각해 보면, 이런 무진의 생각도 정상인 셈.그래서 무진의 오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다만, 사형에게 조금 미안할 뿐.이렇게 다리를 다쳤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겠나?성연이 괜히 억지를 부린다고 판단한 무진의 미간 주름이 더 깊어졌다.“걸을 때 조심할 줄 모르지? 어떻게 이렇게 심하게 다칠 수 있단 말이야?”자신이 있었으면 성연을 잘 챙겨줬을 텐데.“아이고, 내가 조심하지 않은 거예요. 괜찮아요.” 성연이 무진의 팔을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하루 종일 걱정하게 만들고 너 도대체 나한테 말 안
호텔에 도착해서도 무진은 성연을 객실 안까지 안고 갔다.이동 중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성연은 무진의 품에 기대어 가슴에 머리를 묻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했다.무진은 경호원에게 발목 염좌에 바르는 연고를 사오라고 지시했다.그리고 자신이 직접 성연의 운동화를 벗겨준 후, 아주 부드럽게 성연의 발을 천천히 문질렀다.성연은 발 감각이 꽤 민감한 편.무진이 만지는 동안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무진은 성연의 발을 꾹꾹 누르며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자꾸 그렇게 움직이지 마. 내가 멍을 문질러 줘야 네 발이 좀 편할 거야.”성연도 무진이 자신을 위해 그러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성연은 도무지 자신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커다란 손이 성연의 다리 위를 미끄러지듯이 오르내렸다.아주 투박한 느낌.성연의 얼굴은 금세 달아올랐다. 몹시 수줍은 표정과 함께.성연은 입술을 깨물고 참았지만 몸의 반응을 억제하기가 힘들었다.고개를 든 무진의 눈에 촉촉하게 젖은 성연의 눈동자와 발그레한 뺨이 보였다.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무진은 성연의 발이 이렇게까지 예민할 줄은 몰랐다.그러나 성연 본인도 잘 몰랐을 것이다. 지금 성연이 보이는 모습은 이렇게 유혹적이라는 건...무진이 자신을 통제하기 힘들게 만들었다.그러나 성연의 발목 부상을 생각해서 참을 수밖에 없는 무진은 천천히 성연의 발목 주변을 주무르기만 했다.성연의 몸도 이에 점차 이완되기 시작했다.그러나 몸이 완전히 풀리자 성연은 무진의 안마가 상당히 수준급임을 인정했다.발목의 통증이 많이 줄었던 것.발목 주위로 혈액이 순환되며 붓기가 그렇게 심해 보이지 않았다.성연이 궁금한 눈길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 씨 배운 적 있죠?”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이전에 꽤 큰 회사 하나와 합작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상대가 꽤 까다로웠어. 당시 제대로 투자를 받기 위해 두 가지를 배웠어.”성연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런 일도 있었어요?”북성에서
룸 안의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며 성연의 눈도 흐릿해졌다.점점 더 뜨거워질 때, 무진은 성연의 입술을 한 차례 깊숙이 베어 문 후 동작을 멈추었다.입술의 통증이 성연의 정신을 약간 맑게 했다.성연이 원망의 눈빛으로 무진을 한 차례 쏘아본 후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문질렀다.“앗, 아파...”그 소리를 들은 무진은 자신의 힘이 너무 셌나 싶어 얼른 고개를 숙이고 다정하게 물었다.“왜? 너무 심하게 빨았나?”“혹시 개띠에요? 내가 아플까 걱정하는 사람이 이렇게 물어요?” 성연은 타박하는 눈빛으로 무진을 노려보았다.무진은 성연을 안으며 연신 사과했다.“미안. 감정을 억제하기가 어려워. 나를 좀 봐 줘?”성연도 정말 그를 책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터라 무진을 반대편 자리로 밀어낸 후에 좀 느슨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리고 분위기가 거의 가라앉았다 싶으면 무진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고 생각했다.곽연철의 말이 맞다. 갈등이 생겼으면 즉각 해결해야 한다.이렇게 질질 끄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성연이 다시 물었다.“무진 씨 요즘 무슨 일로 바빠요?”무진은 좀 이상했지만 앞에 있는 이는 성연이었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했다.“너 이미 물어봤잖아? 회사 일로 바쁘다고. 그리고 할머니 옛 친구분의 손녀를 회사에 넣었어. 경성 지역의 조씨 집안이야.”다 말한 후에 무진은 혹여 빠뜨린 부분은 없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다른 사항이 없는 게 확실했다. 그동안 바쁘게 일한 것 외에 특별한 일은 이 것뿐이었다.성연이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성연은 마음속으로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무진은 그런대로 솔직하게 먼저 모든 일을 똑똑히 자백한 셈이다.성연이 짐짓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조씨 집안 아가씨를 한 번 만나봐야겠네요. 어떻게 할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신다니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네요.”무진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조수경과
무진은 연신 장담했다.“그래,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든 크든 작든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너한테 다 말할게.”성연은 그제야 만족했다.잠시 조용해지자 성연은 소지연의 소행을 무진에게 알려주었다.모든 일은 소지연이 뒤에서 기획하고 지시했던 것.무진은 이전에 자신이 그렇게 믿었던 소지연이 이처럼 모질고 악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무진의 얼굴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눈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무진은 순간 벌컥 화를 내며 휴대전화를 꺼내 손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제 무진이 떠난 후부터 혹여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손건호는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러던 차에 무진의 연락을 받은 손건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보스.”무진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소지연을 잡아!”손건호는 원래 소지연의 위치를 계속 조사하고 있던 중이었다.그러다 이같은 무진의 지시를 받자 한순간 멍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보스, 걱정 마세요. 최대한 빨리 소지연을 잡을 겁니다.”무진은 손건호의 대답을 들은 후에 전화를 끊었다.성연은 화가 나서 시퍼런 얼굴을 한 무진을 옆에서 위로했다.“괜찮아요. 우리는 소지연의 목적을 알고 있잖아요. 앞으로 많이 주의할 게요. 소지연의 뜻대로 되지 않게 할 거예요.”무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이렇게 해도 소지연의 존재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언제 어디서 성연을 위험에 빠뜨릴 지 모른다.무엇보다 자신이 성연의 곁에 없는데.“너 나중에 위험에 처하면 나에게 말해라. 내가 너를 보호할 사람을 배치할 거야.”성연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어떤 가능성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무진이다.“좋아요.” 성연은 무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이 계속 물었다.“송아연은 어떻게 되었어요?”송아연에 대해 무진은 사람을 시켜 예의 주시하게 했다.“송아연은 이미 국내 경찰에 연행되었어. 그러나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어쨌든 송아연이 너에게 그런 짓을 한 장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