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은 연신 장담했다.“그래,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든 크든 작든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너한테 다 말할게.”성연은 그제야 만족했다.잠시 조용해지자 성연은 소지연의 소행을 무진에게 알려주었다.모든 일은 소지연이 뒤에서 기획하고 지시했던 것.무진은 이전에 자신이 그렇게 믿었던 소지연이 이처럼 모질고 악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무진의 얼굴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눈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무진은 순간 벌컥 화를 내며 휴대전화를 꺼내 손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제 무진이 떠난 후부터 혹여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손건호는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러던 차에 무진의 연락을 받은 손건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보스.”무진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소지연을 잡아!”손건호는 원래 소지연의 위치를 계속 조사하고 있던 중이었다.그러다 이같은 무진의 지시를 받자 한순간 멍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보스, 걱정 마세요. 최대한 빨리 소지연을 잡을 겁니다.”무진은 손건호의 대답을 들은 후에 전화를 끊었다.성연은 화가 나서 시퍼런 얼굴을 한 무진을 옆에서 위로했다.“괜찮아요. 우리는 소지연의 목적을 알고 있잖아요. 앞으로 많이 주의할 게요. 소지연의 뜻대로 되지 않게 할 거예요.”무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이렇게 해도 소지연의 존재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언제 어디서 성연을 위험에 빠뜨릴 지 모른다.무엇보다 자신이 성연의 곁에 없는데.“너 나중에 위험에 처하면 나에게 말해라. 내가 너를 보호할 사람을 배치할 거야.”성연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어떤 가능성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무진이다.“좋아요.” 성연은 무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이 계속 물었다.“송아연은 어떻게 되었어요?”송아연에 대해 무진은 사람을 시켜 예의 주시하게 했다.“송아연은 이미 국내 경찰에 연행되었어. 그러나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어쨌든 송아연이 너에게 그런 짓을 한 장소가
유럽으로 돌아온 제이슨은 MS 가문의 장로들에게 경과를 보고했다.그러나 장로들은 이미 제이슨이 A국에 세운 회사가 영업 정지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제이슨은 WS그룹을 조금도 흔들어 놓지 못했다.모든 문제들을 강무진이 해결한 것이다.이번에 유럽으로 돌아온 제이슨은 의기소침해서 고개를 숙인 채 한 쪽에 서 있었다.그때 금발에 푸른 눈의 외국인이 제이슨의 앞으로 다가갔다.비쩍 마른 체격에 음침한 표정은 아주 계산적으로 보였다.MS 가문의 제7장로. 가문 내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그가 바로 제이슨을 질타하기 시작했다.“너는 처음에 이 일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나에게 맹세했지? 그런데 그 결과는? 네가 감히 나를 이 꼴로 만들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데, 너 때문에 전부 다 낭비하게 됐어!”“7장로님,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A국 사람들이 너무 교활해서 그렇습니다.”제이슨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욕을 먹자 굴욕감을 느꼈다.하지만 화가 나도 말을 할 수 없었다.그의 지위는 7장로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서열상으로는 일곱 번째이지만 가문 내에서 범상치 않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골이 빈 것도 아니고, 결국 똑똑하지도 않은A국 사람들과 싸울 수도 없다니. 그렇게 오랫동안 키워줘도 아무 쓸모가 없군.”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제이슨은 이를 악문 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움츠린 제이슨의 모습을 보는 그 사람의 눈에 들어찬 한기가 더 짙어졌다. 마치 쓰레기 더미를 보는 것처럼 제이슨을 쳐다보았다.7장로의 아들인 오웬, 아주 훤칠하게 잘생긴 미남자였다.그러나 에메랄드 빛의 두 눈은 한기가 서리기 시작하면 사악한 기운마저 느껴진다.매끈한 금발은 마치 그림 속에서 막 나온 듯한 모습이다.다만 도도하게 비웃는 듯한 표정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외모를 훼손시켰다.오웬은 겉으로 보기에는 우아한 피아니스트를 연상케 한다.그러나 그저 외모
7장로와 제이슨에게는 또 다른 호칭이 있다.제이슨은 7장로의 사위. 장인이라 해도 가문의 회의에서는 7장로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고, 절대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제이슨의 가문이 7장로보다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7장로이 자신을 발탁해줘야 했다.그래서 제이슨은 7장로의 앞에서 치미는 울분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7장로의 가족들 중에서 제이슨을 존중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특히 오웬이 가장 심했다.오웬은 제이슨을 매형으로 대해 준 적이 없었다. 아니 제이슨을 아주 경멸했다.‘이런 놈이 어떻게 내 매형이랍시고 여기에 있는 거야?’‘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오웬은 제이슨에게 거들먹거리며 말했다.“빨리 항공편을 준비해. 앞으로 A국 쪽의 일은 전적으로 내가 책임질 테니까, 당신은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돼.”제이슨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리더에서 단번에 보좌하는 역할로 바뀌다니, 제이슨은 정말 너무 괴로웠다.게다가 보좌해야 할 인간이 하필이면 오웬이다.앞으로의 생활이 얼마나 괴로울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다른 사람 앞에서 오웬은 절대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것이다.예전 부하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자신의 모습이 벌써 눈에 선했다.‘그리고 장인은 절대 내 편에 서지 않고, 오웬의 행동을 그저 보고만 있겠지.’‘어쩌면 혈기왕성한 오웬에게 기생하는 벌레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현재 7장로와 맞서 상대할 능력이 없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제이슨이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본 오웬은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계속 지시했다.“오늘 밤 소지연을 만날 거야. 지난번에 그 여자가 제공한 자료로 강무진의 회사에 타격을 입히긴 했지만, 당신이 A국에서 한 방 먹고 돌아오는 바람에 기껏해야 비긴 정도에 불과해.”제이슨을 바라보는 오웬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말을 할수록 당신이 얼마나 쓸모 없는지 알겠군!”제이슨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웬을 바라보았다.‘지금 말대꾸를 하면 오웬은 더 신이 나 날뛰겠지.’‘입 다무는 게
오웬은 소지연을 데리고 이태리 레스토랑으로 갔다.이곳은 MS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보안이 아주 철저했다. 오웬은 당연히 목적이 있었기에 소지연을 이곳으로 데려왔다.룸에서 외투를 벗은 오웬이 소파에 앉았다.소지연은 오웬의 맞은편에 앉았다.오웬이 메뉴를 밀었다.“미스 소, 뭘 드실 지 보시죠?”소지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오웬을 바라보았다.자신에게 먼저 메뉴를 선택하게 하는 오웬의 모습에 소지연은 그가 꽤 젠틀한 남자라고 착각했다.‘남자는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약한 법이지.’소지연은 자신의 용모에 대해서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마음속에 쓸데없는 우월감이 조금씩 생긴 소지연은 오웬과 함께 있는 동안 긴장하지 않은 채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오웬은 맞은편에 있는 소지연을 보면서 아주 재미있다고 느꼈다.‘조금 잘해줬더니 바로 경계심을 풀었네.’‘원래 머리는 좀 있는 줄 알았더니 완전 멍청한 X일 줄은 몰랐어.’요리가 곧 올라오자, 소지연의 곁에 앉은 오웬이 직접 와인을 따서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미스 소, 이 곳의 와인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만약 조금 전에 소지연이 오웬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준 게 있었다 해도 지금은 그마저 모두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소지연은 어쩔 수 없이 와인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소지연이 술을 마실 때 갑자기 허벅지 위에 손 하나가 올라왔다.그 손은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점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몸이 뻣뻣하게 굳은 소지연은 얼굴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그녀로서는 방법이 없었다.오웬의 지위와 그의 성격 때문에 소지연은 감히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꾹 참고 있는 소지연의 표정을 보며 오웬의 태도는 더욱 방자해졌다.소지연이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오웬은 소지연의 잔에 술을 가득 따르며 다 마시기를 강요했다.소지연은 또 오웬의 동정심을 사기 위해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미스터 오웬, 저 정말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오웬은 전혀 개의치 않고 손바닥 아
성연이 학교에 가고 없을 때 무진은 따로 목현수에게 커피 한 잔 마시자며 약속을 잡았다.아주 세련되고 분위기 있는 커피숍의 내부. 서로 다른 외모이나 비슷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두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시선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은 이런 상황이 이미 익숙한 듯 아주 태연했다.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 앉은 목현서가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이 오늘 무슨 말을 하려고 나를 불러냈는지 모르겠군요.”물론 속으로는 무진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입을 열어 물었을 뿐이다.그러지 않으면 분위기가 좀 어색할 터.“천천히요, 목 선생님, 주문하시죠. 뭐 드실 지 한 번 보시죠.” 무진은 목현수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습니다.그러나 목현수는 메뉴판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일관되게 나른한 어조로 대답했다.“아무 커피나 두 잔 주문하시면 되죠, 뭐.”무진도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블루 마운틴 두 잔.”종업원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잠시 후 주문한 커피를 가져온 종업원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고객님, 맛있게 드세요.”짙은 커피 향이 금세 테이블 주위를 둘러쌌다.무진이 한 모금 입에 머금자 약간 쓴 맛이 느껴졌다.그러나 정신을 차리는 데도 딱이다. 그리 맛없는 편도 아니고.자리에 앉아 느긋한 모습으로 무진의 동작을 지켜보던 목현수는 재촉하지 않은 채 무진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릴 작정이었다.잔을 살짝 내려놓은 무진이 고개를 들어 목현수를 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목 선생님, 성연을 챙겨주시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때로 너무 지나친 부분 들도 있더군요. 이후 유럽에서 성연을 챙겨 줄 사람을 따로 붙일 생각입니다.”“강 대표님,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 너무 늦지 않으셨나요?” 목현수의 예리한 눈빛이 똑바로 무진을 향했다.무진도 고개를 들어 조금도 거리낌 없이 목현수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두 사람의
목현수는 무진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강 대표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막을 자격이 없습니다.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제 마음에서 나오는 겁니다.”무진이 목현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빛이 사람의 속까지 파고드는 듯하다. 한 번 보기만 해도 온몸에 서리가 내릴 것만 같다.그러나 목현수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마치 농담이라도 하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성연이의 고생 중 상당수가 바로 강 대표님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 소지연이라는 여자가 성연을 해치려 한 것도 여러 차례고. 설마 뭐 때문인지 잘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그러니 강 대표님이 잘 하셔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 관심을 가지실 필요가 없겠군요.”이런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답할 말이 궁한 무진은 할 말이 없었다.엄청난 노력으로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당연히 내가 해결할 겁니다. 목 선생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는 원래 소지연을 아프리카로 보내면 적어도 반성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자신이 보내 놓은 사람들이 부주의한 틈을 타서 소지연이 유럽으로 달아났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아마도 MS가문이 소지연에게 도움을 준 까닭에 손건호가 몇 날 며칠을 찾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목현수가 바로 그 일을 들추었다.화가 난 무진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강 대표님이 제게 말씀하신 대로 성연이는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대로 처신하지 못하고 다른 이성과 가깝게 지낸다면 제가 성연일 데려가서 영원히 찾을 수 없게 하겠습니다.”목현수가 냉담한 음성으로 말하며 얼굴의 웃음기도 다소 거두었다.어떤 감정에서 출발했든 어릴 때부터 자신이 세심하게 보살핀 성연이를 괴롭히는 자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었다. “그 점 역시 목 선생님이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저는 온갖 꽃들을 건드리기 좋아하는 누구와는 다릅니다.”무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20여 년 만에 찾아온 심장의 떨림은
찰칵-바닷가의 별장의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 있던 소지연.소리가 들리자 무의식 중에 몸이 떨려왔다.그녀는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소지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렇게 큰 방에서 그녀가 어디로 숨든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소지연은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도대체 누구인지 살짝 훔쳐보았다.고개를 내밀자 마자 마주친 두 쌍의 눈동자, 화들짝 놀란 소지연이 비명을 질렀다. 그제서야 누구인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이곳의 고용인.고용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을 들고 있었다.“미스 소, 음식 좀 드세요.”소지연은 일어서서 고용인을 향해 소리쳤다.“누가 당신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어. 빨리 네 주인에게 나를 풀어주라고 말해.”오웬처럼 냉담한 고용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미스 소, 이런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라고 충고 드리지요. 주인님께서 진짜 화가 나시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겁니다.”순식간에 몸이 굳어진 소지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용인은 식판을 데이블 위에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주인님께서 다 먹으라고 하셨습니다.”굴욕적인 모습으로 테이블에 다가간 소지연은 앞에 있는 음식을 팍팍 다 먹어치웠다.음식을 먹는 동안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소지연과 강제로 관계를 가진 오웬은 그녀를 여기에 가둔 채 몸이 동할 때마다 찾아와 겁탈하듯이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그리고 강무진의 회사 내부 자료에 대해서도 물었다.그녀는 오웬에게 말하지 않은 채 벌써 3일째 버티고 있었다.오웬은 변덕스러운 성격이라서 자신이 과연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소지연의 눈물을 보고도 고용인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소지연의 모습을 보면서도 동정심을 가지지 않았다.‘그냥 장난감일 뿐이야, 지금은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여기 가둬둔 거야.’‘나중에 쓸모가 없어지면, 여기에 감금되어 있었던 다른 사람들처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소지연의 몸이 마비되고 의식을 완전히 잃고 나서야 오웬은 비로소 동작을 멈추었다.침대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 오웬은 높은 곳에서 소지연을 바라보았다.소지연의 몸이 공포심으로 인해 덜덜 떨리고 있었다.담배를 피우던 오웬은 도넛 모양의 연기를 내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더 이상 하찮은 발버둥은 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 강무진 회사의 모든 자료를 내놔.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와 얼마든지 놀아 주지.”이 순간 소지연은 정말 자신이 기절하기를 바랐다. 그러면 오웬을 대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그러나 하필이면 정신이 깨어 있는 상태.소지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깨물린 입술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나는 정말 모든 자료를 당신들에게 다 넘겼어요. 더 이상 내겐 없어요, 진짜에요.”“그래?” 모호한 표정으로 소지연을 쳐다보던 오웬이 곧 다가와서 바로 소지연의 얼굴에 뺨을 때렸다.“그 남자가 그렇게 좋아? 그렇게 지켜주고 싶어?”소지연은 훌쩍거리며 얼굴을 가린 채 감히 오웬을 보지 못했다.오웬은 웃으며 말했다. “말하지 마, 괜찮아.”그는 바로 발을 올려서 소지연을 걷어차기 시작했다.그의 앞에서 소지연은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오웬의 손은 너무 매서워서 때릴 때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소지연은 온몸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그 순간 소지연은 자신이 지옥에 떨어졌다고 느꼈다. 마음속으로는 누가 와서 좀 자신을 구해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오웬은 이 소리를 듣지 못했고, 설사 들었다 하더라도 묵살했을 것이다.오웬의 입에서 담뱃재가 떨어지며 소지연의 피부를 타고 들어갔다.소지연을 보고 오웬이 웃었다. 이 여자가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 줄은 몰랐다.그는 바로 허리춤에서 작은 칼 한 자루를 꺼내 소지연의 얼굴에 놓고 긋는 시늉을 했다.“너의 이 예쁜 얼굴을 칼로 베면, 강무진이 그래도 너를 좋아할까?”차가운 작은 칼이 마치 독사처럼 소지연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