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은 연신 장담했다.“그래,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든 크든 작든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너한테 다 말할게.”성연은 그제야 만족했다.잠시 조용해지자 성연은 소지연의 소행을 무진에게 알려주었다.모든 일은 소지연이 뒤에서 기획하고 지시했던 것.무진은 이전에 자신이 그렇게 믿었던 소지연이 이처럼 모질고 악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무진의 얼굴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눈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무진은 순간 벌컥 화를 내며 휴대전화를 꺼내 손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제 무진이 떠난 후부터 혹여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손건호는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러던 차에 무진의 연락을 받은 손건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보스.”무진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소지연을 잡아!”손건호는 원래 소지연의 위치를 계속 조사하고 있던 중이었다.그러다 이같은 무진의 지시를 받자 한순간 멍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보스, 걱정 마세요. 최대한 빨리 소지연을 잡을 겁니다.”무진은 손건호의 대답을 들은 후에 전화를 끊었다.성연은 화가 나서 시퍼런 얼굴을 한 무진을 옆에서 위로했다.“괜찮아요. 우리는 소지연의 목적을 알고 있잖아요. 앞으로 많이 주의할 게요. 소지연의 뜻대로 되지 않게 할 거예요.”무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이렇게 해도 소지연의 존재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언제 어디서 성연을 위험에 빠뜨릴 지 모른다.무엇보다 자신이 성연의 곁에 없는데.“너 나중에 위험에 처하면 나에게 말해라. 내가 너를 보호할 사람을 배치할 거야.”성연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어떤 가능성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무진이다.“좋아요.” 성연은 무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이 계속 물었다.“송아연은 어떻게 되었어요?”송아연에 대해 무진은 사람을 시켜 예의 주시하게 했다.“송아연은 이미 국내 경찰에 연행되었어. 그러나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어쨌든 송아연이 너에게 그런 짓을 한 장소가
유럽으로 돌아온 제이슨은 MS 가문의 장로들에게 경과를 보고했다.그러나 장로들은 이미 제이슨이 A국에 세운 회사가 영업 정지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제이슨은 WS그룹을 조금도 흔들어 놓지 못했다.모든 문제들을 강무진이 해결한 것이다.이번에 유럽으로 돌아온 제이슨은 의기소침해서 고개를 숙인 채 한 쪽에 서 있었다.그때 금발에 푸른 눈의 외국인이 제이슨의 앞으로 다가갔다.비쩍 마른 체격에 음침한 표정은 아주 계산적으로 보였다.MS 가문의 제7장로. 가문 내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그가 바로 제이슨을 질타하기 시작했다.“너는 처음에 이 일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나에게 맹세했지? 그런데 그 결과는? 네가 감히 나를 이 꼴로 만들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데, 너 때문에 전부 다 낭비하게 됐어!”“7장로님,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A국 사람들이 너무 교활해서 그렇습니다.”제이슨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욕을 먹자 굴욕감을 느꼈다.하지만 화가 나도 말을 할 수 없었다.그의 지위는 7장로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서열상으로는 일곱 번째이지만 가문 내에서 범상치 않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골이 빈 것도 아니고, 결국 똑똑하지도 않은A국 사람들과 싸울 수도 없다니. 그렇게 오랫동안 키워줘도 아무 쓸모가 없군.”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제이슨은 이를 악문 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움츠린 제이슨의 모습을 보는 그 사람의 눈에 들어찬 한기가 더 짙어졌다. 마치 쓰레기 더미를 보는 것처럼 제이슨을 쳐다보았다.7장로의 아들인 오웬, 아주 훤칠하게 잘생긴 미남자였다.그러나 에메랄드 빛의 두 눈은 한기가 서리기 시작하면 사악한 기운마저 느껴진다.매끈한 금발은 마치 그림 속에서 막 나온 듯한 모습이다.다만 도도하게 비웃는 듯한 표정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외모를 훼손시켰다.오웬은 겉으로 보기에는 우아한 피아니스트를 연상케 한다.그러나 그저 외모
7장로와 제이슨에게는 또 다른 호칭이 있다.제이슨은 7장로의 사위. 장인이라 해도 가문의 회의에서는 7장로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고, 절대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제이슨의 가문이 7장로보다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7장로이 자신을 발탁해줘야 했다.그래서 제이슨은 7장로의 앞에서 치미는 울분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7장로의 가족들 중에서 제이슨을 존중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특히 오웬이 가장 심했다.오웬은 제이슨을 매형으로 대해 준 적이 없었다. 아니 제이슨을 아주 경멸했다.‘이런 놈이 어떻게 내 매형이랍시고 여기에 있는 거야?’‘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오웬은 제이슨에게 거들먹거리며 말했다.“빨리 항공편을 준비해. 앞으로 A국 쪽의 일은 전적으로 내가 책임질 테니까, 당신은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돼.”제이슨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리더에서 단번에 보좌하는 역할로 바뀌다니, 제이슨은 정말 너무 괴로웠다.게다가 보좌해야 할 인간이 하필이면 오웬이다.앞으로의 생활이 얼마나 괴로울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다른 사람 앞에서 오웬은 절대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것이다.예전 부하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자신의 모습이 벌써 눈에 선했다.‘그리고 장인은 절대 내 편에 서지 않고, 오웬의 행동을 그저 보고만 있겠지.’‘어쩌면 혈기왕성한 오웬에게 기생하는 벌레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현재 7장로와 맞서 상대할 능력이 없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제이슨이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본 오웬은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계속 지시했다.“오늘 밤 소지연을 만날 거야. 지난번에 그 여자가 제공한 자료로 강무진의 회사에 타격을 입히긴 했지만, 당신이 A국에서 한 방 먹고 돌아오는 바람에 기껏해야 비긴 정도에 불과해.”제이슨을 바라보는 오웬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말을 할수록 당신이 얼마나 쓸모 없는지 알겠군!”제이슨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웬을 바라보았다.‘지금 말대꾸를 하면 오웬은 더 신이 나 날뛰겠지.’‘입 다무는 게
오웬은 소지연을 데리고 이태리 레스토랑으로 갔다.이곳은 MS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보안이 아주 철저했다. 오웬은 당연히 목적이 있었기에 소지연을 이곳으로 데려왔다.룸에서 외투를 벗은 오웬이 소파에 앉았다.소지연은 오웬의 맞은편에 앉았다.오웬이 메뉴를 밀었다.“미스 소, 뭘 드실 지 보시죠?”소지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오웬을 바라보았다.자신에게 먼저 메뉴를 선택하게 하는 오웬의 모습에 소지연은 그가 꽤 젠틀한 남자라고 착각했다.‘남자는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약한 법이지.’소지연은 자신의 용모에 대해서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마음속에 쓸데없는 우월감이 조금씩 생긴 소지연은 오웬과 함께 있는 동안 긴장하지 않은 채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오웬은 맞은편에 있는 소지연을 보면서 아주 재미있다고 느꼈다.‘조금 잘해줬더니 바로 경계심을 풀었네.’‘원래 머리는 좀 있는 줄 알았더니 완전 멍청한 X일 줄은 몰랐어.’요리가 곧 올라오자, 소지연의 곁에 앉은 오웬이 직접 와인을 따서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미스 소, 이 곳의 와인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만약 조금 전에 소지연이 오웬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준 게 있었다 해도 지금은 그마저 모두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소지연은 어쩔 수 없이 와인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소지연이 술을 마실 때 갑자기 허벅지 위에 손 하나가 올라왔다.그 손은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점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몸이 뻣뻣하게 굳은 소지연은 얼굴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그녀로서는 방법이 없었다.오웬의 지위와 그의 성격 때문에 소지연은 감히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꾹 참고 있는 소지연의 표정을 보며 오웬의 태도는 더욱 방자해졌다.소지연이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오웬은 소지연의 잔에 술을 가득 따르며 다 마시기를 강요했다.소지연은 또 오웬의 동정심을 사기 위해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미스터 오웬, 저 정말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오웬은 전혀 개의치 않고 손바닥 아
성연이 학교에 가고 없을 때 무진은 따로 목현수에게 커피 한 잔 마시자며 약속을 잡았다.아주 세련되고 분위기 있는 커피숍의 내부. 서로 다른 외모이나 비슷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두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시선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은 이런 상황이 이미 익숙한 듯 아주 태연했다.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 앉은 목현서가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이 오늘 무슨 말을 하려고 나를 불러냈는지 모르겠군요.”물론 속으로는 무진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입을 열어 물었을 뿐이다.그러지 않으면 분위기가 좀 어색할 터.“천천히요, 목 선생님, 주문하시죠. 뭐 드실 지 한 번 보시죠.” 무진은 목현수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습니다.그러나 목현수는 메뉴판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일관되게 나른한 어조로 대답했다.“아무 커피나 두 잔 주문하시면 되죠, 뭐.”무진도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블루 마운틴 두 잔.”종업원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잠시 후 주문한 커피를 가져온 종업원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고객님, 맛있게 드세요.”짙은 커피 향이 금세 테이블 주위를 둘러쌌다.무진이 한 모금 입에 머금자 약간 쓴 맛이 느껴졌다.그러나 정신을 차리는 데도 딱이다. 그리 맛없는 편도 아니고.자리에 앉아 느긋한 모습으로 무진의 동작을 지켜보던 목현수는 재촉하지 않은 채 무진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릴 작정이었다.잔을 살짝 내려놓은 무진이 고개를 들어 목현수를 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목 선생님, 성연을 챙겨주시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때로 너무 지나친 부분 들도 있더군요. 이후 유럽에서 성연을 챙겨 줄 사람을 따로 붙일 생각입니다.”“강 대표님,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 너무 늦지 않으셨나요?” 목현수의 예리한 눈빛이 똑바로 무진을 향했다.무진도 고개를 들어 조금도 거리낌 없이 목현수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두 사람의
목현수는 무진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강 대표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막을 자격이 없습니다.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제 마음에서 나오는 겁니다.”무진이 목현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빛이 사람의 속까지 파고드는 듯하다. 한 번 보기만 해도 온몸에 서리가 내릴 것만 같다.그러나 목현수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마치 농담이라도 하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성연이의 고생 중 상당수가 바로 강 대표님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 소지연이라는 여자가 성연을 해치려 한 것도 여러 차례고. 설마 뭐 때문인지 잘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그러니 강 대표님이 잘 하셔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 관심을 가지실 필요가 없겠군요.”이런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답할 말이 궁한 무진은 할 말이 없었다.엄청난 노력으로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당연히 내가 해결할 겁니다. 목 선생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는 원래 소지연을 아프리카로 보내면 적어도 반성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자신이 보내 놓은 사람들이 부주의한 틈을 타서 소지연이 유럽으로 달아났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아마도 MS가문이 소지연에게 도움을 준 까닭에 손건호가 몇 날 며칠을 찾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목현수가 바로 그 일을 들추었다.화가 난 무진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강 대표님이 제게 말씀하신 대로 성연이는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대로 처신하지 못하고 다른 이성과 가깝게 지낸다면 제가 성연일 데려가서 영원히 찾을 수 없게 하겠습니다.”목현수가 냉담한 음성으로 말하며 얼굴의 웃음기도 다소 거두었다.어떤 감정에서 출발했든 어릴 때부터 자신이 세심하게 보살핀 성연이를 괴롭히는 자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었다. “그 점 역시 목 선생님이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저는 온갖 꽃들을 건드리기 좋아하는 누구와는 다릅니다.”무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20여 년 만에 찾아온 심장의 떨림은
찰칵-바닷가의 별장의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 있던 소지연.소리가 들리자 무의식 중에 몸이 떨려왔다.그녀는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소지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렇게 큰 방에서 그녀가 어디로 숨든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소지연은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도대체 누구인지 살짝 훔쳐보았다.고개를 내밀자 마자 마주친 두 쌍의 눈동자, 화들짝 놀란 소지연이 비명을 질렀다. 그제서야 누구인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이곳의 고용인.고용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을 들고 있었다.“미스 소, 음식 좀 드세요.”소지연은 일어서서 고용인을 향해 소리쳤다.“누가 당신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어. 빨리 네 주인에게 나를 풀어주라고 말해.”오웬처럼 냉담한 고용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미스 소, 이런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라고 충고 드리지요. 주인님께서 진짜 화가 나시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겁니다.”순식간에 몸이 굳어진 소지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용인은 식판을 데이블 위에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주인님께서 다 먹으라고 하셨습니다.”굴욕적인 모습으로 테이블에 다가간 소지연은 앞에 있는 음식을 팍팍 다 먹어치웠다.음식을 먹는 동안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소지연과 강제로 관계를 가진 오웬은 그녀를 여기에 가둔 채 몸이 동할 때마다 찾아와 겁탈하듯이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그리고 강무진의 회사 내부 자료에 대해서도 물었다.그녀는 오웬에게 말하지 않은 채 벌써 3일째 버티고 있었다.오웬은 변덕스러운 성격이라서 자신이 과연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소지연의 눈물을 보고도 고용인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소지연의 모습을 보면서도 동정심을 가지지 않았다.‘그냥 장난감일 뿐이야, 지금은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여기 가둬둔 거야.’‘나중에 쓸모가 없어지면, 여기에 감금되어 있었던 다른 사람들처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소지연의 몸이 마비되고 의식을 완전히 잃고 나서야 오웬은 비로소 동작을 멈추었다.침대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 오웬은 높은 곳에서 소지연을 바라보았다.소지연의 몸이 공포심으로 인해 덜덜 떨리고 있었다.담배를 피우던 오웬은 도넛 모양의 연기를 내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더 이상 하찮은 발버둥은 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 강무진 회사의 모든 자료를 내놔.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와 얼마든지 놀아 주지.”이 순간 소지연은 정말 자신이 기절하기를 바랐다. 그러면 오웬을 대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그러나 하필이면 정신이 깨어 있는 상태.소지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깨물린 입술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나는 정말 모든 자료를 당신들에게 다 넘겼어요. 더 이상 내겐 없어요, 진짜에요.”“그래?” 모호한 표정으로 소지연을 쳐다보던 오웬이 곧 다가와서 바로 소지연의 얼굴에 뺨을 때렸다.“그 남자가 그렇게 좋아? 그렇게 지켜주고 싶어?”소지연은 훌쩍거리며 얼굴을 가린 채 감히 오웬을 보지 못했다.오웬은 웃으며 말했다. “말하지 마, 괜찮아.”그는 바로 발을 올려서 소지연을 걷어차기 시작했다.그의 앞에서 소지연은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오웬의 손은 너무 매서워서 때릴 때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소지연은 온몸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그 순간 소지연은 자신이 지옥에 떨어졌다고 느꼈다. 마음속으로는 누가 와서 좀 자신을 구해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오웬은 이 소리를 듣지 못했고, 설사 들었다 하더라도 묵살했을 것이다.오웬의 입에서 담뱃재가 떨어지며 소지연의 피부를 타고 들어갔다.소지연을 보고 오웬이 웃었다. 이 여자가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 줄은 몰랐다.그는 바로 허리춤에서 작은 칼 한 자루를 꺼내 소지연의 얼굴에 놓고 긋는 시늉을 했다.“너의 이 예쁜 얼굴을 칼로 베면, 강무진이 그래도 너를 좋아할까?”차가운 작은 칼이 마치 독사처럼 소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