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현수는 무진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강 대표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막을 자격이 없습니다.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제 마음에서 나오는 겁니다.”무진이 목현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빛이 사람의 속까지 파고드는 듯하다. 한 번 보기만 해도 온몸에 서리가 내릴 것만 같다.그러나 목현수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마치 농담이라도 하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성연이의 고생 중 상당수가 바로 강 대표님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 소지연이라는 여자가 성연을 해치려 한 것도 여러 차례고. 설마 뭐 때문인지 잘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그러니 강 대표님이 잘 하셔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 관심을 가지실 필요가 없겠군요.”이런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답할 말이 궁한 무진은 할 말이 없었다.엄청난 노력으로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당연히 내가 해결할 겁니다. 목 선생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는 원래 소지연을 아프리카로 보내면 적어도 반성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자신이 보내 놓은 사람들이 부주의한 틈을 타서 소지연이 유럽으로 달아났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아마도 MS가문이 소지연에게 도움을 준 까닭에 손건호가 몇 날 며칠을 찾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목현수가 바로 그 일을 들추었다.화가 난 무진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강 대표님이 제게 말씀하신 대로 성연이는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대로 처신하지 못하고 다른 이성과 가깝게 지낸다면 제가 성연일 데려가서 영원히 찾을 수 없게 하겠습니다.”목현수가 냉담한 음성으로 말하며 얼굴의 웃음기도 다소 거두었다.어떤 감정에서 출발했든 어릴 때부터 자신이 세심하게 보살핀 성연이를 괴롭히는 자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었다. “그 점 역시 목 선생님이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저는 온갖 꽃들을 건드리기 좋아하는 누구와는 다릅니다.”무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20여 년 만에 찾아온 심장의 떨림은
찰칵-바닷가의 별장의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 있던 소지연.소리가 들리자 무의식 중에 몸이 떨려왔다.그녀는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소지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렇게 큰 방에서 그녀가 어디로 숨든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소지연은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도대체 누구인지 살짝 훔쳐보았다.고개를 내밀자 마자 마주친 두 쌍의 눈동자, 화들짝 놀란 소지연이 비명을 질렀다. 그제서야 누구인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이곳의 고용인.고용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을 들고 있었다.“미스 소, 음식 좀 드세요.”소지연은 일어서서 고용인을 향해 소리쳤다.“누가 당신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어. 빨리 네 주인에게 나를 풀어주라고 말해.”오웬처럼 냉담한 고용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미스 소, 이런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라고 충고 드리지요. 주인님께서 진짜 화가 나시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겁니다.”순식간에 몸이 굳어진 소지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용인은 식판을 데이블 위에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주인님께서 다 먹으라고 하셨습니다.”굴욕적인 모습으로 테이블에 다가간 소지연은 앞에 있는 음식을 팍팍 다 먹어치웠다.음식을 먹는 동안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소지연과 강제로 관계를 가진 오웬은 그녀를 여기에 가둔 채 몸이 동할 때마다 찾아와 겁탈하듯이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그리고 강무진의 회사 내부 자료에 대해서도 물었다.그녀는 오웬에게 말하지 않은 채 벌써 3일째 버티고 있었다.오웬은 변덕스러운 성격이라서 자신이 과연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소지연의 눈물을 보고도 고용인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소지연의 모습을 보면서도 동정심을 가지지 않았다.‘그냥 장난감일 뿐이야, 지금은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여기 가둬둔 거야.’‘나중에 쓸모가 없어지면, 여기에 감금되어 있었던 다른 사람들처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소지연의 몸이 마비되고 의식을 완전히 잃고 나서야 오웬은 비로소 동작을 멈추었다.침대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 오웬은 높은 곳에서 소지연을 바라보았다.소지연의 몸이 공포심으로 인해 덜덜 떨리고 있었다.담배를 피우던 오웬은 도넛 모양의 연기를 내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더 이상 하찮은 발버둥은 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 강무진 회사의 모든 자료를 내놔.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와 얼마든지 놀아 주지.”이 순간 소지연은 정말 자신이 기절하기를 바랐다. 그러면 오웬을 대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그러나 하필이면 정신이 깨어 있는 상태.소지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깨물린 입술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나는 정말 모든 자료를 당신들에게 다 넘겼어요. 더 이상 내겐 없어요, 진짜에요.”“그래?” 모호한 표정으로 소지연을 쳐다보던 오웬이 곧 다가와서 바로 소지연의 얼굴에 뺨을 때렸다.“그 남자가 그렇게 좋아? 그렇게 지켜주고 싶어?”소지연은 훌쩍거리며 얼굴을 가린 채 감히 오웬을 보지 못했다.오웬은 웃으며 말했다. “말하지 마, 괜찮아.”그는 바로 발을 올려서 소지연을 걷어차기 시작했다.그의 앞에서 소지연은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오웬의 손은 너무 매서워서 때릴 때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소지연은 온몸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그 순간 소지연은 자신이 지옥에 떨어졌다고 느꼈다. 마음속으로는 누가 와서 좀 자신을 구해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오웬은 이 소리를 듣지 못했고, 설사 들었다 하더라도 묵살했을 것이다.오웬의 입에서 담뱃재가 떨어지며 소지연의 피부를 타고 들어갔다.소지연을 보고 오웬이 웃었다. 이 여자가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 줄은 몰랐다.그는 바로 허리춤에서 작은 칼 한 자루를 꺼내 소지연의 얼굴에 놓고 긋는 시늉을 했다.“너의 이 예쁜 얼굴을 칼로 베면, 강무진이 그래도 너를 좋아할까?”차가운 작은 칼이 마치 독사처럼 소지연
무진은 유럽에서 이틀의 시간을 성연과 함께 보냈다.사실이 증명했다. 역시 그의 생각이 너무 많이 나갔다고. 성연과 목현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주 정상의 선후배 관계.이틀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무진은 원래 성연과 먼저 작별한 뒤에 북성으로 돌아가 MS 가문의 국내 업무를 전부 마비시킬 생각이었다.MS 가문의 존재가 WS 그룹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문제를 일으킬 자본이 없다면 MS 가문이 수그러들게 만들기가 좀 쉬울 것이다.그런데 바로 저녁 무렵에 무진은 손건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손건호는 휴대폰을 통해 여태 듣지 못했던 초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보스, 큰일났습니다. 우리 세 지사의 화물선이 곧바로 부두에 억류된 채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화물들을 순조롭게 인수 인계하지 못하면 유럽의 여섯 개 분야 20여 개 회사로부터 인도 계약 위반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배상금으로 해서 엄청난 금액의 손실액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무진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가까스로 일을 좀 정리했나 했더니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무진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손건호가 대답했다.[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이 소식을 전달받은 후에 손건호는 바로 무진에게 보고하느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자세히 조사할 겨를이 없었다.무진도 손건호를 탓할 뜻은 없었다.너무나 갑작스럽게 발생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아마도 MS 가문에서 기획한 게 아닐까 일단 추측하고 있습니다.]손건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무진도 아마 MS가문의 소행일 걸로 짐작했다. 하지만 MS가문에서 자신들의 화물선을 억류시킬 만큼 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현재 WS그룹의 유럽에 있는 회사들이 무척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우선 사람을 시켜서 MS 가문 쪽에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지켜봐.” 무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알겠습니다. 이미 지켜보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손건호가 대답했
이번에 발생한 갑작스런 사고에 대해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까닭에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회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무거웠다.무진이 넥타이 매듭을 느슨하게 하고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는 사람 있습니까?”회의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 중이니 어느 정도 정보를 제공하는 이가 하나쯤은 있을 터.그러나 모두 화면만 쳐다보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마침내 안경을 쓴 한 남성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가 좀 들은 게 있습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말하세요.”남성은 안경을 치켜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우리 측 대형 화물선 세 척에 대한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노출되었고 부두 쪽에서 고의로 우리를 곤란하게 하고 있습니다.”말을 하면서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이 일은 결코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이때 한 사람이 그 뒤를 이어서 덧붙였다.“예전의 부두 책임자였던 제임스 씨가 갑자기 퇴사했습니다. 지금은 젊은 사람으로 교체되었는데, MS가문 5장로의 장녀 미시즈 존스입니다.”이쯤 되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모두들 대략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미시즈 존스가 취임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이 지역에서 일이 생겼으니 MS 가문의 보복이 분명했다.무진도 MS 가문에서 획책한 일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던 터. 대신 MS 가문이 이렇게 바로 자신과 반목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모두들 오랫동안 암투를 벌여 왔지만 이렇게 바로 맞선 적은 없었다.지금 MS 가문은 거칠 것 없이 노골적으로 이쪽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쪽은 부두 쪽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부두에서 물건을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정말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어떤 책임자가 괴로운 표정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긴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지금 자리에 앉아 있는 20여 명은 모두 실직자 신세가 될 터.모두 이 직장에 기대어 생활하는 이들이다 보니 다들 초조한 마음으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
해가 기울어지며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고개를 숙인 황금 빛 논자락이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시골 마을에 색채감을 더하고 있다.마침 하교 시간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따라 늘어선 교복 차림의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책가방을 손에 든 송성연이 아이들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다소 나른한 듯한 표정에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헐거운 교복, 개성을 드러내는 길이가 다른 바지자락. 개구장이처럼 묶은 포니테일의 머리가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얼굴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길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던 할아버지가 성연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성연이 학교 다녀오는 거냐?”“네. 학교 다녀왔어요.”성연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건넸다.“새로 나온 맛이에요. 드셔 보세요. 무척 달아요.”“그래.”‘허허’웃으며 받은 할아버지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참, 네 아버지가 또 왔었다. 너를 도시에서 지내게 하려고 데리러 온 걸게야.”그 말을 듣던 성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며, 어두워진 눈동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하…… 그렇다면 좋겠네요!”성연의 입가에 한 줄기 조소가 걸렸다.성연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미 이혼했다. 3개월도 안 되어 새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그녀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데려왔다.계모는 그녀를 키울 수 없다며 집에서 쫓아냈다.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성연의 친엄마 역시 그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결국 성연을 불쌍하게 생각한 외할머니가 데려와 여태까지 키웠다.하지만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돌아 가시자, 할 수 없이 엄마가 성연을 떠맡았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려 안달이 난 엄마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녀를 아버지에게 버릴 생각인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역시 성연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성연이 막 집 입
남자는 거의 1미터 90에 육박하는 키와 체중이었다.묵직한 체중에 눌린 성연이 지탱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넘어졌다.“윽, 아파!”성연에게서 숨이 터져 나왔다.등이 바닥에 완전히 닿을 정도로 넘어진 데다 위에서 누르고 있는 남자때문에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이중으로 전해지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그러다 성연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심하게 잘 생긴 이목구비는 성별이 모호할 만큼 정교해서 천사와 요괴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길게 뻗은 속눈썹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 반듯한 미간을 쓸어 올리니 정신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냉랭한 포스가 배어 나온다.꽉 다문 얇은 입술은 서늘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고, 도자기 같은 피부는 병적일만큼 창백해 보였다.그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남자의 이마 위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약하고 가쁜 호흡이 그녀의 얼굴 위에 뿌려졌다.몹시 초조해진 성연이 속으로 생각했다.‘아니, 이게 다 뭐람?’그러나 남자가 이미 몸을 누르고 있는 이상,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젖 먹던 힘까지 짜내 간신히 일어난 성연은 남자를 끌며 근처의 폐창고로 갔다.이 폐창고는 평소 달리 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성연이 망설이지 않고 피로 물든 비싼 양복과 셔츠를 재빨리 풀어헤쳤다.상처가 드러났다!복부에 위치한 새끼손가락 길이의 상처는 칼에 찔린 자상이었다. 흘린 피의 양을 봤을 때, 확실히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이 상황이라면 병원에 보내는 게 맞겠지만, 이 작은 마을엔 제대로 된 병원이라고는 없었다.유일하게 진료하는 보건소에서도 이 상처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성연에게는 이 정도 상처 치료쯤 일도 아니었다. 성연은 손을 재게 놀리며 책가방을 열고 안에서 잡다한 병이랑 용기들을 꺼내었다. 남자의 상처를 깨끗이 씻고 소독한 다음 지혈을 시키고, 약을 발랐다!치료하는 모든 과정들이 아주 깔끔한 것이 매우 숙련되어 보였다.모든 처치를 끝낸 성연은 다
반쯤 눈을 뜬 채 생각하던 강무진은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기억나기 시작했다.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적의 흉계에 걸려 이 작은 마을까지 오게 되었다.당시 골목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를 만나 구조를 요청했었다.결국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고!“목숨은 건졌나 보군!”고요한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임무 중 상대의 계략에 빠졌던 것은 팀 내의 스파이가 적에게 정보를 팔아먹었기 때문이다.기억을 떠올리던 강무진의 얼굴이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는 손목시계의 버튼을 눌러 구조 신호를 보냈다.약 20분 뒤, 창고 밖에서 일사불란한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곧이어 검은 옷의 한 무리가 우르르 들어왔다.강무진을 본 수석비서 손건호는 다소 감정이 격해지면서 바짝 긴장했다.“보스, 괜찮으십니까? 제가 애들을 데리고 보스를 한참 찾고 있었습니다! 보스 상처는 어떻습니까?”“괜찮아, 이미 처치했어!”잔뜩 잠긴 음성은 무심한 듯 냉담함이 배어 있는 어조였다. 미간에는 타고난 위압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그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자, 상태를 살표보고 있던 손건호가 얼른 부축했다.강무진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창백했던 얼굴에 혈색도 약간 돌아와 있었다.“보스, 보스 상처는…… 누가 처치했습니까?”손건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강씨 집안 후계자 강무진은 오랫동안 수면장애를 앓아 왔다. 집안에서는 세계 명의들은 모두 찾아 모셔왔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부상을 당한 강무진이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상처로 인해 반 송장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차였다.그런데 이렇게 기운이 생생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질문을 받은 무진도 잠시 멍하다가 곧바로 기억을 되살렸다. 정신을 잃기 직전, 희미한 약 냄새를 맡았던 같았다. 그러다가 바로 의식을 잃었고.막 대답하려던 그는 ‘어'하는 손건호의 음성을 들었다.“이건 뭐지?”그리고 허리를 굽힌 손건호가 건초 더미에서 향낭을 하나 집어 올렸다.은은한 약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