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헌, 강씨 집안 둘째 일가의 둘째 도련님인 그가 은성그룹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으며, 다들 이 일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강씨 집안 둘째, 셋째 일가가 천륜을 어긴 죄값을 드디어 받은 거죠?'“봐요, 은성그룹이 무너진 다음에 그런 일들이 드러났는데, 어떤 일이 눈에 들어오겠어요? 이런 사람은 진작에 죽었어야 해요.”“바로 이렇게 투신자살했다고? 저들이 강한 정신력을 지닌 줄로 알았는데? 어쨌든 이런 과도한 일도 저들은 해내는 군요.”강일헌의 죽음에 아무도 동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조롱뿐이었다.이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느꼈다. 둘째, 셋째 일가에 사람이 없어진 것은 또한 그들이 강씨 집안을 쪼개려던 저들의 계획이 철저히 박살났음에 대한 선포였다.성연은 TV로 그에 관한 보도를 보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해바라기씨를 까먹었다.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하며 봤다.성연의 옆에 앉은 무진이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이렇게 건조된 것들은 많이 먹지 마. 열이 나지 않게 물을 많이 마셔야 해.”물을 한 모금 받아 마신 성연이 얼굴을 구겼다.“이건 무슨 맛이 이래요?”“주방에 말해서 안에 화기를 제거하는 것을 좀 넣으라고 했어.”무진이 설명했다. 얼굴에 좀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은 채.성연이 물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무진 씨는 내 전공이 뭔지 잊었어요? 설마 내가 내 몸이 어떤 지도 잘 모르겠어요? 무진 씨야 말로 몸에 화기를 없애야 한다고요!”말하면서 성연은 자기 앞에 놓인 물잔을 무진 앞으로 밀어 놓으며 무진을 향해 양 눈썹 끝을 세웠다.무진은 아무 말도 없이 잔 속의 물을 한 번에 다 마셨다.그리고 잔을 흔들어 잔이 비었다는 뜻을 성연에게 표시했다.성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바꿔보지만 이리저리 돌려봐도 모두 이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눈이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둘째, 셋째 일가에 관한 뉴스는 가급적 안 보
둘째, 셋째 일가가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면 무진이 저들을 그냥 놓아줄 줄 알았다.그런데 무진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이어 자신을 배신했던 협력업체들에게도 타격을 주었다.이 사람들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여긴 사람들은 둘째, 셋째 일가처럼 처참한 상태가 될까 두려워 미스터 제이슨에게 투항했다.자료를 뒤적거리던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손건호가 물었다.“보스, 왜 그러십니까? 자료들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말하면서도 손건호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자료들은 자신이 직접 확인한 것들이라 누락된 부분은 절대 없을 테니까.다만 자신의 보스가 어떤 일로 인해 안색이 나빠진 것인지 궁금했다“자료는 별 문제가 없어. 단지 이건 어째 MS 가문이 판 함정이 아닌가 싶다.” 무진의 의심은 수집한 자료들과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연관 지으며 든 것이다.둘째, 셋째 일가가 쓰러진 이후, 미스터 제이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들을 삼켜버렸다. 그전에 은성그룹과 협력하던 회사들도 모두 미스터 제이슨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사건 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바로 미스터 제이슨.또한 강명재와 강명기 두 사람의 추진해서 세웠던 은성그룹은 결국에 미스터 제이슨의 수중에 들어가며 그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결국 둘째, 셋째 일가는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한 셈이다.지난 일을 되돌아보던 손건호 역시 하나 둘 차례대로 정리되면서 갑자기 등 뒤에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정말 그렇다면 미스터 제이슨의 계략이 너무 치밀한 것 아닌가요?”“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 MS 가문도 외국에서 100년을 이어온 가문이야. 오래된 역사만큼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는 가문에서 미스터 제이슨이 인정받았다는 건 미스터 제이슨이 그만큼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거겠지.”무진은 분석할수록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느껴졌다.‘이건 역시 미스터 제이슨 쪽에서 계획한 게 분명해.’아닐 수도 있
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이 곧 유럽으로 대학 진학하는 날이 되었다.그 기간 동안은 무진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성연과 함께 할 것이다.자신의 어린 약혼녀가 먼 유럽으로 가면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그리고 무진의 말을 통해 성연이 유럽에 가는 일도 알고 있었던소지연이 선물을 들고 방문했다.성연과 무진, 두 사람은 바둑을 두며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얼굴에 시종 훈훈한 웃음을 띠고 있는 무진을 보는 소지연의 눈에 질투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예전 무진은 자신에게 무척 잘해주었지만,자신의 눈앞에서는 지금 같은 표정을 지어 준 적이 없었다.소지연은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말했다.“무진 오빠, 성연 씨, 바둑 두고 있어요?”성연은 고개를 들어 소지연을 한 번 쳐다본 후에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눈앞의 바둑판을 연구하는 데 전념했다.무진이 소지연에게 인사를 했다.“왔어? 편하게 앉아.”소지연은 선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단정한 자세로 소파에 앉은 자세가 예의범절의 정석 같았다.보아하니 양갓집 규수들이라야 익힐만한 우아함이 배어 있었다.물론 자신의 단정한 자세와 성연의 앉은 것 같지 않은 자세와 비교되게끔 소지연은 일부러 그런 모습을 보였다. 무진이 자신의 뛰어난 점을 알아볼 수 있도록.그동안 소지연은 두 사람이 바둑을 두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두 사람의 바둑이 끝난 후에야 소지연은 입을 열었다.“성연 씨, 유럽으로 진학한다고 들었어요. 마침 우리 둘이 서로 동반자가 되어 줄 수 있겠어요. 성연 씨는 언제 갈 생각이에요? 우리 둘이 같이 가요.”성연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아니오, 몇 시간만 비행기를 타면 바로 도착인데요, 뭘.”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소지연과 동행하고 싶지 않았다.새 학교에 대한 기대로 들뜬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소지연은 순간 불쾌한 마음을 드러냈다.하지만 가까스로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성연 씨, 몇 시간이래도
성연에게 거절당한 소지연의 머리 속에 계략이 떠올랐다. 잠시 엠파이어 하우스에 머물고 있던 소지연은 기회를 엿보다 서재에 있는 무진을 찾아갔다.무진이 서류를 펼치는데 서재 문입구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였다.그는 성연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평소 성연은 이처럼 조심스럽게 자신을 대하지 않으니까.성연은 보통 바로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온다.고용인이 몰래 나쁜 짓을 하려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소리를 쳤다.“누구야?”그 소리에 깜짝 놀란 소지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소지연인 것을 본 무진이 좀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어째서 거기 있어?”소지연은 다소 불만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무진 오빠, 왜 그렇게 무섭게 말해?”무진의 안색이 좀 누그러졌다.“다음에는 용건이 있으면 문을 두드려. 남몰래 수상하게 행동하지 말고.”유럽에 있을 때 무진이 본 소지연은 모든 일들을 깔끔하게 처리해냈다.그러나 이번에 북성에 온 후에 소지연이 한 일에 대해서는 무척 불만스러웠다. 심지어 의심스러운 점도 보였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곁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한 소지연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마음속의 의심을 털어버린 무진은 예전의 마음으로 소지연을 대했다.“용, 용건은 없어요. 난 그냥, 오빠가 여기 있는지 어떤 지 잘 몰라서.” 소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무진이 자신을 수상하다고 말하다니.보아하니 무진의 심중에 자신이 차지하는 위치가 정말 낮아졌구나 싶었다.“됐어,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 무진은 빙빙 돌리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자신과 소지연 단둘이 있는 모습을 성연이 보고 의심하면 안되니까.소지연 역시 대놓고 바로 말했다.“무진 오빠, 나 이렇게 빨리 유럽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휴가를 더 내고 싶어요. 며칠 더 여기 머물 생각이에요.”무진이 눈을 들어 소지연을 쳐다보았다.며칠 전, 소지연 자신이 나에게 말하지 않았나? 모든 게 이미 잘 안배되었으니 유럽으로 갈 수 있겠다고 말이다.‘그런데
금세 성연이 유럽의 학교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성연을 위해 직접 전세기를 띄운 무진은 성연을 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비행기 안에는 조종사와 승무원을 제외하고 성연 혼자뿐이라 무척 조용했다.과자가 가득 담긴 커다란 봉지를 든 주연정이 성연을 보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성연아, 성연아.”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던 성연은 얼른 주연정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받으러 갔다. 이 봉지의 무게는 아마 주연정의 절반은 될 터였. ‘도대체 뭘 그렇게나 많이 샀는지.’ 성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연정아, 너 뭘 이렇게 많이 샀니?”무진이 먼저 앞으로 다가가 과자가 담긴 봉투를 받아서는 한쪽에 선 채 두 사람에게 먼저 시간을 양보했다.어느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주연정이 성연의 어깨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흑흑흑, 성연아, 이번에 가면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어?”어깨의 촉촉함을 느낀 성연의 마음이 모처럼 말랑말랑해졌다. 주연정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성연이 말했다.“별거 아니야, 방학하면 돌아올 거야. 만약 내 생각 나면 네가 유럽으로 나를 찾아와도 되고.”주연정도 그러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허락하지 않았다.해외로 나가기에는 좀 어려운 형편.주연정이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하듯 말했다.“내가 여름 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모아서 꼭 너를 찾아갈 게.”성연은 연정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기만 할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연정의 우정은 순수하고 담백했다.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그대로.북성남고에서 유일하게 사귄 친구. 성연 또한 주연정 같은 친구만 사귀고 싶었다.대답을 듣지 못하고 고개를 둔 주연정이 눈시울이 붉었다. 눈에는 짙은 아쉬움을 한가득 띈 채.“너 꼭 돌아와서 날 만나야 해. 기억해. 나는 네가 너무 그리울 거야.”성연은 가볍게 한숨을 쉰 뒤에 손을 뻗어 주연정을 안았다.“걱정 마, 꼭 그럴게.”주연정은 성연의 손을 잡아당겼다. 무진이 한 옆에 선 무진이 언뜻 눈에 들어왔다. 사실 성연에게 하고
몇 시간 후, 성연은 순조롭게 파리에 도착했다.비행기에서 내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한 성연은 무진에게 연락했다.호텔의 푹신한 침대에 누워 턱을 괸 채 전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렸다.곧이어 휴대폰 화면에 무진의 모습이 나타났다.무진이 엠파이어 하우스의 서재에 있었다. 아직 서류를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두 사람은 화면을 사이에 둔 채 마주보았다. 가까운 듯 또 아주 먼 듯했다.어느 순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 채 아무 말도 없었다.성연을 바라볼 때면 늘 냉기를 머금은 듯한 무진 눈동자가 순식간에 따뜻함을 머금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마저 부드러워지는 듯했다.“네가 떠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나는 벌써 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아직 새털 같은 시간들이 남았는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성연은 모처럼 무진의 말에 반대하지 않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나도, 무진 씨가 보고 싶어요.”말하는 성연의 얼굴에 옅은 분홍 빛이 피어났다. 모처럼 보이는 부끄러운 기색.이런 모습은 어쩌면 무진 앞에서만 드러낼 터.무진의 마음은 이미 보들보들해졌다.‘아, 송성연, 왜 이리 사랑스러운 거니? 당장 네 곁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게 한이다.’‘하지만, 아직은 안 돼. 미스터 제이슨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전까지는.’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무진이 스크린을 사이에 둔 채 성연의 뺨을 가볍게 쓸었다.“시간이 나는 대로 너를 만나러 갈게.”성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강씨 집안의 상황으로 봐서 일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자신 도한 무진의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어쨌든 이런 시기에 무진이 손을 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언제요?”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침대 시트 위를 반복해서 문지르며 무진을 바라보는 성연의 얼굴에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금방, 약속할 게.” 먼 유럽에 있는 성연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무진은 모든 사람들의 일을 최대한 빨리 속도를 내어 처리할 생각이다.‘시간
푹 휴식을 취한 후, 그 다음날 성연은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다.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성연이 약속 장소로 향했다.창가에는 용모가 준수한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캐주얼한 차림의 남자는 위로 쭉 뻗은 장신이었고 아주 고고한 분위기를 지녔다.레스토랑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남자의 뛰어난 이목구비에 수시로 돌아보았다.입꼬리를 당겨 올린 성연이 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어깨를 툭 쳤다.“오랜만에 봤는데 당신 매력은 여전하네.”성연을 돌아본 남자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밝아지며 눈에 기쁜 마음이 오롯이 드러났다.“너 드디어 왔네. 나는 네가 나한테 장난 친 줄 알았어.”성연이 의자를 당겨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이렇게 큰 일을 어떻게 속이겠어?”“왔으니 됐어. 너무 오래 너를 보지 못하는 바람에 보고 싶어 병이 다 났다고.” 남자의 갸름하면서도 시원스러운 눈에 웃음이 가득 담기자 저도 모르게 빠져들 만큼 매력적이었다.워낙 많이 본 터라 면역력이 생긴 성연은 여심을 자극하는 듯한 남자의 눈을 못 본 체하며 말했다.“밥은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말은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되지.”“얼른, 주문해. 배고파. 너무 기뻐서 완전히 속을 비운 채 너를 만나러 왔어.” 남자는 성연에게 메뉴판을 건넸다.성연도 사양하지 않고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주문했다.성연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심재환.예전에 스승님께 구조되어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그곳에서 한동안 같이 생활한 적이 있었다.현재 심재환은 유럽에서 그 이름을 아주아주 날리고 있다. 자신의 명의로 된 회사 브랜드와 제품들로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 마디로 어마어마한 부자였다.심재환도 메뉴를 골랐다. 메뉴를 고르는 내내 성연과 대화를 나누면서.“고 사부님은 요즘 좀 어떠셔?” 심재환은 늘 마음에 담고 있다. 만약 성연의 스승 고학중이 아니었다면 오늘 자신은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매년 그의 회사에서 의료 사업에 큰 금액을 기부하는 것 역시 고학중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나도 스승님을 뵌
성연이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 무진의 생활도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지금 강씨 집안의 상황으로서는 무진이 멈출 수가 없었다.이를 악물고 WS그룹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계속해서 쓸어내야 했다.호텔 안, 무진이 앉아 있는 자리 옆으로 그룹의 주요 파트너들이 함께 했다.테이블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가득했고, 사람들 앞에 가득 찬 술잔이 놓여 있었다. 짙은 향을 풍기는 술은 한눈에 봐도 최상품이다.그 중의 한 중년 남성이 일어났다.“강 대표, 내가 한 잔 올리지요. 강 대표 정말 선견지명이 있습니다.”무진도 자리에서 일어섰다.“여러분들 정말 저를 난처하게 하시는 군요. 여러분들이 뒤에서 저를 지지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제가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WS그룹을 굳게 믿고 선택하신 만큼 절대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무진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몇 사람 역시 연이어 일어섰다.“그건 당연히 강 대표의 능력이지요. 우리 모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강 대표를 선택한 우리의 판단은 절대 틀리지 않았습니다.”“네, 맞습니다. 강 대표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우리 이 늙은이들은 그저 강 대표만 믿고 돈을 벌게 됐습니다.”“걱정 마십시오. 여러분께서 성심성의껏 협력하시는 만큼 저는 절대 어느 누구도 푸대접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무진이 잔을 들고 사람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잔 속의 술을 한 번에 마셨다.“그렇지, 역시 강 대표는 시원시원해.” 누군가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며 동시에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술잔을 비워 자신들의 마음을 내보였다.술잔을 흔들며 저들이 하는 소리를 듣는 무진의 입꼬리도 따라서 살짝 올라갔다.이 파트너들은 모두 호탕한 성격에 야심도 있었다. 또 모두 착실한 사람들이라 무진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이들과 교제했다.빙빙 돌려서 말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았다.소지연은 무진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미리 조사했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