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은 심유진 아파트 입구에 멈췄다. 익숙한 창밖 풍경에 심유진이 물었다. “왜 돌아왔어요?”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랑 같이 호텔로 갈래?” 허태준은 다시 차에 시동을 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럼 가던지.” “아니요!” 심유진이 얼른 허태준을 말렸다. “별이가 기다리고 있어요.” “갈래? 그래도 되고.”허태준이 자신의 볼을 톡톡 치며 말했다. “뽀뽀해 주면 보내줄게.” 심유진은 허태준의 완벽한 옆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차 안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서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서서히 허태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심유진의 입술이 허태준의 볼에 닿였고 또 금방 떨어졌다. “갈게요.” 심유진은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허태준은 아직도 입술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볼을 만지며 입꼬리를 올렸다. 집으로 가던 심유진은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허태준 쪽으로 걸어왔다. 조수석의 창문이 열리자 심유진은 붉어진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내일 봐요.” “응.” 허태준이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일 봐.” 아침 여덟 시에 허태준은 아침을 가지고 왔다. 허태준은 가져온 음식들을 식탁에 차려놓고 자연스럽게 심유진 옆에 앉았다. 하은설은 예리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두 사람...” 하은설은 아침부터 두 사람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 허태준은 항상 별이와 붙어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 허태준은 별이가 안중에도 없었다. 허태준은 웃으며 심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하은설은 눈을 더 크게 떴다. “결혼하려고요.” 허태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폭탄발언을 했다. “뭐라고요?”하은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별이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좋아!”
허태준이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별이도 허태준의 품에 안겼다. “언제 결혼해? 어디에서 결혼해? 드라마처럼 손님도 엄청 많이 오고 그런 거야? 친구들도 초대해도 돼? 근데 어른들 결혼에 애들은 못 오는 건가? 나도 못 가?” 흥분해서 여러 질문들을 던지던 별이는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별이를 바라보던 어른들은 웃음이 터졌다. “별이도 당연히 참가할 수 있지.” 허태준이 차분하게 말해줬다. “친구들도 초대할 수 있어. 근데 언제 결혼식을 올릴지는 정해지지 않아서 조금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 “알겠어.” 별이는 조금 실망한 것 같았지만 바로 화제를 돌렸다. “여기에서 결혼할 거야 아니면 경주에 가서 할 거야? 경주에서 하면 친구들 초대해도 돼? 그리고 우리 경주에서 살아? 나 또 전학가?” 별이가 하는 질문들은 모두 허태준과 심유진이 상의하지 않은 문제여서 대답을 줄수 없었다. “음... 어디에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별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 허태준이 별이에게 믈었다. “난 두 곳에서 다하고 싶어.” 별이는 이미 행복한 결혼식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럼 모든 친구들 다 초대할 수 있잖아! 경주에 있는 친구들도 보고 싶어.” 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심유진은 이미 결혼식을 한번 치렀었다. 비록 비극으로 끝난 결혼이지만 그래도 소녀시절의 꿈을 이뤘으니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원인보다 일단 결혼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허태준과 별이 모두 결혼에 로망이 있는 것 같으니 심유진은 그 환상을 깰 수가 없었다. “나중에 얘기해요. 급한 건 아니니까.” 심유진은 허태준과 공개하지 않기로 협상을 했기에 당분간 결혼식은 역시 열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동안 결혼식을 포기하도록 밑밥을 깔기로 했다. “그래.” 허태준은 화제를 돌렸다. 심유진이 겨우 한 발자국 뗐는데 이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았고 다급하게 밀어붙이고 싶지도 않았다.
심유진이 놀라서 허태준을 쳐다봤다. “유진이가 시간 될 때 이사하려고요.” 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토요일에는 유치원 행사가 있으니까 일요일로 할까?” 심유진의 눈이 더 커졌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심유진은 말도 더듬었다. “어디로 이사 가요? 전 모르는 일인데?”허태준은 심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허태준은 일요일이 되기 전까지 심유진이 아무리 졸라도 절대 새집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 심유진은 출근길 내내 물어봤으나 입도 뻥끗하지 않는 허태준 때문에 화가 나서 차문을 쾅 닫고 내렸다. 허태준은 멀어져 가는 심유진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심유진은 정각에 출근했고 동기들은 이미 다 도착해서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서로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성격인지 옆에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다들 고개도 들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차림을 가지고 수군대지도 않았다. 심유진은 드디어 자신의 업무환경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조심스럽게 다닐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자리로 돌아갔을 때 심유진은 먼 곳에서 원망 가득한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시선의 주인공은 Maria였다. 심유진은 그 시선에 영문을 몰라 일단 문자부터 보냈다. “왜 그래요?” 심유진은 어제 헤어지고 나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떠올려봤으나 그 후로 연락을 안 했으니 Maria의 원망을 살만한 일은 없었다. Maria는 화를 내는 캐릭터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왔다. 무슨 뜻인지 추측하고 있는데 격렬한 타자 소리가 들렸다. 타자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기분이 안 좋은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심유진은 조금 초조해졌다. “너무해요! 어떻게 김욱 씨한테 데려다주라고 얘기할 수가 있어요? 제가 어제 얼마나 어색했는데요! 진짜 너무해요!” 심유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만약 어제 심유진이 기회를 만들어준 게
심유진은 그제야 조금 후회됐다. 둘을 엮어줄 생각만 했지 타이밍이 알맞은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사과의 의미를 담아서 오늘 저녁은 저희 집에서 드실래요?”어제 약을 제때에 발라서인지 Maria 얼굴에서 이제는 흉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침 지금이 기회였다.“그래요.”심유진은 김욱의 차를 타고 가면 됐기에 일부러 허태준에게 데리러 오지 말라고 했다. Maria가 안 가겠다고 할까 봐 김욱도 온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퇴근해서도 김욱을 버리고 Maria랑만 나왔다. 아파트 단지 앞에는 차량 두 대가 도착해 있었다. 심유진과 Maria가 차에서 내렸을 때는 흰색 차량 한 대가 주차를 하고 있었다. Maria는 어제 김욱의 차를 탔었기에 한눈에 누구 차인지 알아차렸다.“저건...”Maria가 놀라워하는 사이 김욱도 차에서 내렸다. Maria는 저도 모르게 심유진의 뒤에 붙으며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김욱은 그 둘을 보고 다가왔다. Maria를 보자 김욱도 눈빛이 흔들렸으나 이내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왜 안 올라가요?”“마침 마주쳤네요!”심유진은 Maria를 잡아당기고는 머쓱해하며 말했다.“김욱 씨도 초대했다는 걸 말했어야 하는데 깜빡했어요. 그래도 괜찮죠?”“그럼요.”Maria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셋은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문을 두드리니 별이가 열어줬다.“엄마!”별이는 심유진을 보고 기뻐하다가 등뒤의 두 사람을 보고 멈칫했다. 한 사람은 익숙한 삼촌이었지만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예전부터 하은설과 심유진이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아들이라는 걸 밝히지 말라고 가르쳤기에 별이는 얼른 호칭을 바꿔서 심유진과 김욱을 불렀다.“이모! 삼촌!”심유진과 김욱이 오히려 당황했지만 별이는 심유진의 손을 잡고 Maria를 가리키면서 물었다.“이모! 이 이쁜 이모는 누구야?”Maria는 별이의 달콤한 말에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별이에게 자신을 소개했다.“이모 회사 동료야. 이모라고 불
하은설은 이미 반시간 전에 집에 도착했기에 이미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품에는 어제 마트에서 사 온 과자까지 들려져 있었다. 주방에서 바쁘게 돌아치는 허태준에 비해 심하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심유진은 손님들의 외투를 들고 하은설의 앞을 지나치면서 몰래 발로 찼다. “가서 돕지도 않아?” 하은설은 맞은 곳을 어루만지며 심유진을 째려봤다. “도울 게 있어야 도와주지! 너네 대표님이 이른 시간부터 집에 와서 이미 야채고 해산물이고 다 준비해 뒀는데 내가 뭘 해.” “그럼 아직도 주방에서 뭐 하는 거야?” “너네 아들한테 물어봐.” 심유진이 별이를 쳐다보자 별이가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 “나 주려고 튀김음식 하고 있어.” “튀김? 갑자기 웬 튀김?” 하은설이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봤겠지. 별이가 처음 보는 튀김요리 보고 신기해하니까 해주겠다고 주방으로 갔어.” 심유진은 집에서 튀김을 해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앉으세요.” 심유진은 일단 김욱과 Maria를 앉혔다. “마실 것 좀 내올게요. 물이나 음료수중에 뭐가 좋으세요?” “물이요.” 김욱과 Maria가 동시에 대답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Maria가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심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았다. 주방에서 허태준은 튀김요리를 하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요리들을 보며 심유진은 침을 삼켰다. “맛있겠다.” 허태준은 식혀둔 튀김을 조금 찢어서 심유진의 입에 넣어주었다. “먹어봐.” 허태준은 마치 선생님의 평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봤다. 바삭한 튀김에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너무 맛있어요!” 허태준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다행이다. 처음 해보는 거라 걱정했는데.” 심유진은 괜한 겸손을 떠는 허태준을 보며 튀김에 또 손을 뻗었다. 그때 허태준이 그녀를 말렸다.
“이런 걸로 배 채우지 마.” 허태준이 말했다. “이따가 해산물 많이 먹어. 엄청 비싼 거 사 왔는데 다른 사람한테만 먹일 수는 없자.” 조금 치사하게 구는 허태준의 모습에 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대표님, 너무 치사하신 거 아니에요?” “남 좋은 노릇 할 수는 없잖아?” 허태준이 심유진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내 돈은 와이프한테만 써야지.” 심유진은 얼굴이 빨개져서 얼른 몸을 돌렸다. “오빠랑 Maria한테 물 좀 가져다줄게요.” 그녀는 얼른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주방을 뛰쳐나갔다. 김욱과 Maria는 거실에 앉아있었다. 하은설은 늘 집에서 게으른 모습만 보였지만 손님을 대접하는 열정은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심유진이 잠시 자리를 비울사이 이미 테이블에는 각종 간식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은설은 간식 한 봉지를 뜯어서 손님들에게 건넸다. “이거 좀 드셔보세요. 맛있더라고요.” 김욱은 정중하게 거절했고 Maria도 다이어트 때문에 군것질은 안 한다고 거절했다. 하은설은 그제야 주방에서 나온 심유진을 보며 물었다. “근데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심유진은 어색하게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주방이 너무 더워서.” 하은설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허태준을 걱정했다. “그럼 대표님은 더 덥겠다. 벌써 몇 시간째 가스불 앞에 있는데.” 심유진은 대충 얼버무리고는 일단 물부터 건넸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금방 식사준비가 다 되니까.” “혹시 면요리도 있어요?” 심유진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당황했다. “그건 모르겠는데... 확인해 볼게요.” 심유진이 주방 쪽으로 가자 김욱도 그 뒤를 따랐다. 거실과 멀어지자 김욱이 심유진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 함부로 이런 자리 만들면 삼촌한테 너 맞선자리 알아봐 달라고 한다?” 심유진이 변명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김욱은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허태준이 모든 요리를 다
저녁 메뉴는 훠궈였는데 이건 하은설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식사시간 내내 가장 신이 난 건 하은설과 아무것도 모르는 별이었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곁에 앉지 못해서 내내 표정이 어두웠고 김욱은 심유진이 마음대로 자신과 Maria를 엮으려 하는 행동에 조금 화가 난 상태여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지만 김욱은 해산물만큼은 많이 먹었다. Maria는 김욱의 태도 때문인지 아니면 안 친한 사람들과의 식사자리여서 그런지 굉장히 조용했다. 심유진은 김욱과 Maria 사이에서 입장이 매우 난감했다. 이런저런 대화주제를 꺼내며 괜히 말을 걸면서 심유진은 이 일에 끼어든 것을 후회했다. 식사자리가 겨우 끝나고 허태준이 준비한 음식들은 깨끗이 사라졌다. 물론 대부분은 하은설이 먹은 것이었다. 하은설은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워했다. “아, 행복하다. 매일 오늘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네.” “돈만 있으면 매일 이렇게 먹겠다.” 심유진이 차갑게 말하자 하은설이 심유진을 째려보며 말했다. “그래, 대표님이 안타깝다 이거지? 진짜 넌 우정보다 사랑이야? 내가 사람 잘못 봤네.” “사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네 사랑은 어떻게 된 거야? 전화해서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그제야 하은설은 자신이 잊고 있던 일이 생각나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심유진의 수상한 눈빛을 보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앉을 수밖에 없었다. “뭘 물어봐. 다 큰 사람이 길을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하은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일부러 차가운 척했다. “난 너 같은 사람이 아니야. 지금 우리 대표님보다 중요한 건 없어.” 심유진은 당장이라도 한대 쥐여 박고 싶었지만 마침 그때 하은설이 허태준에게 말을 걸었다. “식사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쓰레기는 유진이한테 버리라고 하고 좀 쉬세요! 이따가 유진이가 마사지도 해주고 과일도 썰어줄 거예요.” “난 왜 끌어들여?” “온 저녁 고생하셨는데 보답해 드려야지 않
허태준이 멈추라는 말을 안 하니 심유진도 멈추지 않았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점점 자신에게로 기우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심유진은 차마 그를 깨울 수가 없었다. 온오후 요리를 하느라 애썼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다. 심유진은 조용히 별이에게 TV를 끄라고 했다. 하은설도 폰 볼륨을 줄였다. “오늘은 대표님도 여기에서 주무시라고 해.” “응.”심유진 역시 그럴 계획이었다. 거실에 두 명밖에 남지 않을 때에야 심유진은 허태준을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근데 그때 마침 허태준이 눈을 떴다. 심유진은 비몽사몽 눈을 뜨는 그 모습이 조금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잠든 건가?” 잠긴 목소리로 말을 하니 훨씬 매력 있는 모습이었다. “몇 시야?” “10시 반이에요. 너무 늦었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요.” 허태준은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어디서 잘까?” 심유진은 씩 웃는 허태준을 보며 심장이 철렁했다. “소파에서 자거나 별이 방에서 자요.” 심유진이 시선을 피하며 말하자 허태준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심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이제 결혼하기로 했으니까 따로 잘 이유가 없는 거 같은데.” 허태준은 웃으며 심유진에게 입을 맞췄다. 심유진이 씻고 나왔을 때 허태준은 이미 침대에 누워있었다. 저번에 열이 날 때 같이 누워있긴 했지만 맨 정신으로는 처음 같이 자는 거라 왠지 어색했다. 허태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심유진이 다가오기를 빤히 쳐다봤다. 심유진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며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잘게요.” 심유진은 허태준을 등지고 스탠드 조명을 껐다. 잘 자라는 인사를 마무리 짓기도 전에 따뜻한 체온이 가까이 붙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