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a의 손이 너무 맵기도 하고 Maria는 피부가 약한 아가씨였기에 반 시간이 지나도록 그녀 얼굴의 손바닥 자국은 가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빨갛게 부어올랐다.점심시간은 다 끝나지 않았다. 심유진은 그녀가 파운데이션으로 자국을 가리려는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Maria를 데리고 의무실로 갔다.의사는 부기 빼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이 약은 얼굴에 직접 바를 수 없어 먼저 화장을 지워야만 했다.Maria는 심유진의 손을 꼭 잡고 무릎 꿇기 일보 직전인 상태로 말했다.“집에 가서 마스크팩을 하는 것처럼 혼자 두껍게 바를게요, 네?”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한테나 있는 법이다. 심유진은 화장에 대해 집념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화장을 지우기 싫어하는 마음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요, 그럼.”심유진은 말했다.“저녁에 잘 발라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일이 되어도 부기가 가라앉지 못할 거예요.”“네!”Maria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총재 사무실 사람들은 온 오후 혼란과 바쁨 속에서 일과를 보냈다.타 부서에서 전배 온 직원은 두 시에 맞춰 도착했다. 이 사람들의 등장으로 인해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인사팀의 이직 절차 실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김욱은 진작 도착했다. 이 시각, 빈자리를 메꾸러 온 직원들을 이끌고 그들에게 자리를 안배해 주었다. 마침 이직하는 사람 수에 맞는 인원이었다.김욱은 회의에서 인수인계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유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다. 김욱이 바로 공표하니 사람들은 놀라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제야 불평과 불만스러운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오후에 떠나라고 하셨잖아요? 왜 이제 와서 인수인계하라고 하나요?”“그러니까요! 약속을 지키셔야죠!”“저희가 떠나는 것에 대해 동의하셨으니 후회 하지나 마세요!”김욱은 사람들 중심에 서서 그들의 푸념을 태연하게 들어주었다.“어느 회사에 가시던 이직을 한다면 인수인계는 필수입니다. 여러분은
김욱은 육윤엽의 특별 조수이자 총재 사무실의 핵심 인원이다. Maria를 제외하고 부서 내 모든 사람의 업무는 최종 김욱의 손을 거쳐야만 했다. 김욱한테 보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욱은 매 사람의 업무 내용과 진도에 대해 빠삭했다. 마치 자신이 직접 한 것처럼 말이다.한사람이 열 몇 명 되는 사람과 인수인계하는 것은 힘들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김욱은 마치 스킵 버튼을 누른 것처럼 배속으로 움직였다. 심지어 퇴근 전에 총재 사무실은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모든 문제를 해결하자 김욱은 드디어 시큰한 허리를 폈다. 그는 한 손으로 허리를 두드렸다. 심유진은 고개를 들자마자 그 모습을 보게 되어 김욱한테 물었다.“눌러줄까요?”심유진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였다. 그래서 김욱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것도 까먹었다.말이 입 밖에 나가고 나니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서 맞은 편의 Maria를 바라보았다.Maria도 이마를 살짝 찌푸린 채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유진의 눈빛과 마주치자 Maria는 냉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김욱은 심유진 앞에 멈춰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공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저한테 잘 보이려 해도 소용없어요. 이번 달 개근상은 없습니다.”심유진은 대답했다.“네, 없어도 방법이 없죠.”심유진은 관심을 거두어들이고 냉담한 척하였다.김욱이 사무실로 돌아가자 심유진은 냉큼 김욱한테 문자를 보냈다.“오빠가 방금 명석하게 행동했으니 망정이에요! 아니면 우리 관계가 들통날 뻔했어요!”김욱은 이참에 사기 치려 들었다.“고마움을 표시해야지? 오늘 저녁이나 사주지 않겠어?”“오늘 저녁은 안 돼요.”심유진은 허태준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내일 저녁은 어때요? 집에서 훠궈 먹을 건데 같이 먹어요.”“좋지.”김욱도 사절하지 않았다.“허 대표더러 많이
심유진이 대답을 하려는 찰나 Maria가 손목을 잡았다. Maria가 말했다. “제가 실수로 다리를 책상에 부딪혀서 유진 씨가 의무실에서 약을 가져다줬어요.” “그렇군요.” 김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 “조심해요.” “네.” 심유진은 Maria의 얼굴이 예전에 Nina에게 맞았을 때보다 더 붉어진 걸 느꼈다. 심유진은 입구에서 그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Maria는 한눈에 허태준의 차량을 알아봤다. “기사님이 또 데리러 오신 거예요?” Maria가 물었다. 심유진은 김욱이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것을 보며 대답했다. “맞아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심유진은 앞으로 걸어가려다가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김욱에게 말했다. “혹시 Maria를 집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요? 좀 전에 다리를 다쳐서 운전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 말에 Maria는 얼굴이 더 붉어져서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운전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Maria가 계속 거절했지만 김욱은 매너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데려다 줄게요.” Maria가 도움의 눈길을 심유진에게 보냈지만 심유진은 웃으며 그녀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Maria가 멈칫할 사이 심유진은 재빨리 차에 올랐다. 차 안에서 허태준은 별이와 사야 할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심유진이 차에 오르자 별이가 입을 삐죽거렸다,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심유진은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아빠 있다고 엄마는 필요 없어진 거야?””그럴 리가!” 별이가 눈을 반짝이며 애교를 부렸다. “엄마가 제일 좋아!” 별이는 아빠가 좋았지만 허태준은 별이에게 여러 번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여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물론 결혼하면 와이프로 바꿔도 된다고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심유진은 별이가 자신을 달래려고 하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별이를 바라보는 심유진의
평일 저녁 마트에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퇴근하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별이는 심유진의 손을 잡고 허태준의 뒤를 따랐다. 심유진은 마트에 와서 장을 본적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마트가 유달리 컸었기에 보통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심유진은 직원에게 위치를 물어보군 했다. 심유진이 평소와 다름없이 직원에게 물으려는데 별이가 심유진을 말렸다. “엄마! 물어볼 필요 없어. 아빠는 다 알아.” 별이의 표정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아빠 엄청 대단해! 딱 한번 왔는데 위치 다 기억하고 있어.” 별이는 심유진에게 뭐라 하지 않았지만 심유진은 왠지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려는데 직원이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칭찬을 했다. “남편분이 멋있으시네요. 아들도 귀여워요!” “감사합니다.” 심유진은 허태준과의 관계에 대해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별이는 그걸 굳이 캐물었다. “아빠가 남편이야?” “음...” 심유진은 허태준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허태준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이라는 듯 쳐다보기만 했다. 심유진은 그냥 무시하고 장 보는데 집중했다. “일단 밀가루부터 사요.” 심유진은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두 걸음도 걷지 못하고 허태준에게 잡혀왔다.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쪽 아니고 이쪽.” 심유진은 머쓱하게 따라갔다. 하지만 허태준은 계속 심유진의 손을 놓지 않았다. “길 잃을 수도 있잖아.” 합당한 이유에 심유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허태준은 정말 별이의 말대로 길을 너무 잘 찾았고 헤매지 않으니 장 보는 시간도 반으로 줄었다. 순식간에 장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허태준은 장바구니를 들고 차에 올라타고 별이는 내내 허태준을 칭찬했다. 심유진은 이미 질투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질리게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하은설은 요즘 일이 많이 줄어 제시간에 퇴근을 했다. 심지어 심유진보다 집에 일찍 들어왔다. 심유진은 집에
“큼큼!” 심유진은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하은설은 그제야 입구에 사람들이 서있는 걸 주의했다. 하은설은 얼른 전화를 끊고 심유진에게 볼 멘 소리를 했다. “왜 들어올 때 기척도 없대.” 심유진은 얼른 신발부터 갈아 신고 하은설에게 물었다. “왜? 내일 온대?” 하은설은 심유진을 밀어냈다. “뭔 상관이야! 얼른 밥이나 해. 너무 배고파.” 하지만 심유진은 물러서지 알았다. “간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오는 거야? 진짜 너한테 마음이 있나 본데?” 심유진이 팔꿈치로 하은설이 쿡쿡 찌르며 말했다. “이런 기회 흔치 않아. 꽉 잡아.” “진짜 뭐라는 거야.” 하은설이 발차기를 날렸으나 심유진은 웃으며 날렵하게 피했다. “언제 소개해 줄 거야? 내가 밥 한 끼 사고 싶은데 어때?” “악!” 하은설은 귀를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대표님! 얘 좀 데려가요!” 허태준은 왼손에 들었던 장바구니를 오른손으로 옮기고는 심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죄송해요.” 그리고 허태준은 심유진을 강제로 주방으로 끌고 갔다. 허태준은 장바구니를 내려놓았고 심유진은 자각적으로 물건들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고 허태준에게 물었다. “양파부터 썰까요?” 심유진은 아까 허태준이 별이에게 양파랑 계란으로 요리를 하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었다. “내가 할게.”허태준은 양파를 건네받고 익숙하게 자르면서 물었다. “아까 은설 씨랑 통화하던 분은 남자친구인 거야?” “그게 궁금했어요?” 심유진은 종래로 다른 사람의 개인사정을 궁금해하지 않던 허태준이 이런 걸 물으니 조금 놀라웠다. 허태준은 매운 양파 때문인지 아니면 뜨끔해서인지 순간 기침이 나왔다. “그냥 물어보는 거야.” 허태준은 신경 쓰지 않는 척 물었다. “에이, 궁금할 수도 있죠.” 심유진은 흥미롭다는 듯 놀리려다가 허태준의 시선에 다시 얌전해졌다. “남자친구는 아니고 썸 타고 있는 관계인가 봐요.” “사진은 본 적 있어?” 심유진은
다같이 먹는 저녁식사는 오순도순 분위기가 좋았다. 별이와 하은설은 식사시간내내 허태준의 솜씨를 칭찬했다. 다행히 허태준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는지 태연했다. 심유진은 그 대화에 끼지 않으며 묵묵히 밥만 먹었다. 그때 허태준이 갑자기 하은설에게 물었다. “혹시 연락하던 그 친구는 언제 온대요? 제가 데리러 갈수 있을것 같은데.” 하은설은 그말에 사레가 들려 연신 기침을 했다. 심유진은 얼른 물을 건네주며 등을 두드려줬다. 하은설은 그제야 진정이 됐다. “괜찮아요!”하은설은 허태준의 호의를 거절했다. “회사측에서 데리러 간대요. 호텔도 이미 다 잡아놨거요.” “그럼 다행이고요. 필요하면 저 불러요.” “네.” 하은설은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심유진은 그 대화를 들으며 의문이 들었다. 허태준은 이렇게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아니였고 공항에까지 마중을 가는 성격도 아니였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행동에 의심이 생겼다. 심유진은 식사를 하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전에 이 일에 대해 허태준에게 말한적이 없었고 하은설은 더더욱 말한적이 없을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그 썸남이 허태준에게 하은설과의 관계를 말해주어서 알게 되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정도로 허태준과 친한 사람이라면 여형민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정말 여형민이라면 하은설이 숨기는것도 이해가 갔다.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려서 좋을게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텔 사업으로 인해 유럽에 오는거라면 변호사인 여형민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였다. 그리고 아까 통화할때 들은 목소리는 아무리봐도 여형민 같지 않았다. 심유진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 원인은 자신이 허태준에 대해 아는게 너무 적은 탓도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심유진은 갑자기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허태준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생일, 별자리, 혈액형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친한 동료까지 다 알고 있는데 심유진은 허태준에 대해 그 정도로 알지 못했다.갑자기 심유진이 조금 우울해한다는걸 허태준은 눈
심유진은 억지로 같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허태준은 문부터 닫더니 물었다. “아까 왜 그랬어?” 허태준은 문을 막고 섰다. “아까요? 무슨 뜻이에요?” “아까 밥 먹을 때 표정이 어두웠어.” 심유진은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조금 당황했다. 심유진은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어서 하은설을 방패로 세웠다. “그냥 은설이가 저한테 얘기 안 해주는 게 속상해서요.” 심유진은 일부러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저랑 제일 친한 친구고 저는 다 얘기하는데... 저한테까지 속일 줄은 몰랐어요.” 허태준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심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했다. “그냥 어색해서 그런 거겠지 아니면...” 순간 허태준의 눈빛이 변했다. “그 남자가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널 만나기 싫어하거나.” 심유진은 순간 눈빛이 반짝해서 허태준에게 바짝 붙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거 보면 누군지 아는 거죠?” 허태준은 당장이라도 심유진을 품에 안고 싶었지만 이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가 난감해서 일단 그녀를 밀어냈다. “모른다고 했잖아.” “그럴 리가 없어요!”심유진은 더욱 확신했다. “아니면 왜 데리러 간다고 했어요?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난 정말 몰라.” 허태준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냥 은설 씨를 도와주려던 거뿐이야.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근데 그렇게 쉽게 도와주는 사람 아니잖아요.” 심유진은 허태준과 오래 같이 지낸 데다가 여형민에게 많이 전해 들었기에 이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여형민의 말처럼 허태준은 이익을 보고 사람을 사귀는 타입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받을 게 없다면 도움도 주지 않았다. 비록 친한 사람들은 예외이긴 했지만 하은설은 당연히 그 안에 속해있지 않았다. “은설이한테 빚진 것도 없잖아요.” 심유진의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니지. 은설 씨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 사람인데.” “네?” 심유진이 미처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심유진의 뜻밖의 행동에 허태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도 갈래!” 별이도 얼른 일어나서 허태준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하은설이 별이를 잽싸게 품에 안았다.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가려고. 감기 걸려.” 별이가 반항하려 하자 하은설이 별이를 째려보더니 귓가에 대고 말했다. “움직이면 앞으로 엄마 몰래 햄버거 안 사줄 거야.” 별이는 그제야 조용해졌다. 하은설은 심유진과 허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이는 제가 챙길 테니까 둘 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는 대표님 데려다주고 너무 늦으면 안 돌아와도 돼.” 심유진은 조용하라는 듯 눈빛을 쏴주더니 허태준의 손을 잡았다. “가요.” 심유진네 집은 집 밖을 나가기만 하면 바로 도로였다. 허태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했기에 걸어서 1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다. 허태준이 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심유진은 당황하더니 저도 모르게 허태준의 손을 잡았다. “걸어가요.” 심유진은 목도리에 얼굴을 푹 묻으며 말했다. “걸어가자고?” “네.” “추워.” 허태준은 딱히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오늘 얇게 입었어.” 허태준은 코트 안에 얇은 셔츠 한 장만 입었고 목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었다. 심유진은 매혹적인 그의 목젖을 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허태준은 그 표정을 보며 웃더니 심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에 타. 드라이브하자.” 유럽의 밤거리는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저녁 9시가 거의 되는 시간이었지만 이때야말로 모두가 저녁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길에는 조명이 반짝거리고 개성 있는 젊은 남녀들이 밤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허태준은 차를 매우 천천히 운전했기에 뒤에서 차량들이 경적을 몇 번이나 울렸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갔다. 차 안은 히터를 빵빵하게 틀었기에 심유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났다. 심유진은 목도리와 겉옷을 벗어서 손에 들었다. 허태준은 휴지를 뽑아서 자상하게 심유진의 이마에 난 땀을 닦아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