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먹는 저녁식사는 오순도순 분위기가 좋았다. 별이와 하은설은 식사시간내내 허태준의 솜씨를 칭찬했다. 다행히 허태준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는지 태연했다. 심유진은 그 대화에 끼지 않으며 묵묵히 밥만 먹었다. 그때 허태준이 갑자기 하은설에게 물었다. “혹시 연락하던 그 친구는 언제 온대요? 제가 데리러 갈수 있을것 같은데.” 하은설은 그말에 사레가 들려 연신 기침을 했다. 심유진은 얼른 물을 건네주며 등을 두드려줬다. 하은설은 그제야 진정이 됐다. “괜찮아요!”하은설은 허태준의 호의를 거절했다. “회사측에서 데리러 간대요. 호텔도 이미 다 잡아놨거요.” “그럼 다행이고요. 필요하면 저 불러요.” “네.” 하은설은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심유진은 그 대화를 들으며 의문이 들었다. 허태준은 이렇게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아니였고 공항에까지 마중을 가는 성격도 아니였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행동에 의심이 생겼다. 심유진은 식사를 하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전에 이 일에 대해 허태준에게 말한적이 없었고 하은설은 더더욱 말한적이 없을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그 썸남이 허태준에게 하은설과의 관계를 말해주어서 알게 되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정도로 허태준과 친한 사람이라면 여형민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정말 여형민이라면 하은설이 숨기는것도 이해가 갔다.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려서 좋을게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텔 사업으로 인해 유럽에 오는거라면 변호사인 여형민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였다. 그리고 아까 통화할때 들은 목소리는 아무리봐도 여형민 같지 않았다. 심유진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 원인은 자신이 허태준에 대해 아는게 너무 적은 탓도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심유진은 갑자기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허태준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생일, 별자리, 혈액형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친한 동료까지 다 알고 있는데 심유진은 허태준에 대해 그 정도로 알지 못했다.갑자기 심유진이 조금 우울해한다는걸 허태준은 눈
심유진은 억지로 같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허태준은 문부터 닫더니 물었다. “아까 왜 그랬어?” 허태준은 문을 막고 섰다. “아까요? 무슨 뜻이에요?” “아까 밥 먹을 때 표정이 어두웠어.” 심유진은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조금 당황했다. 심유진은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어서 하은설을 방패로 세웠다. “그냥 은설이가 저한테 얘기 안 해주는 게 속상해서요.” 심유진은 일부러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저랑 제일 친한 친구고 저는 다 얘기하는데... 저한테까지 속일 줄은 몰랐어요.” 허태준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심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했다. “그냥 어색해서 그런 거겠지 아니면...” 순간 허태준의 눈빛이 변했다. “그 남자가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널 만나기 싫어하거나.” 심유진은 순간 눈빛이 반짝해서 허태준에게 바짝 붙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거 보면 누군지 아는 거죠?” 허태준은 당장이라도 심유진을 품에 안고 싶었지만 이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가 난감해서 일단 그녀를 밀어냈다. “모른다고 했잖아.” “그럴 리가 없어요!”심유진은 더욱 확신했다. “아니면 왜 데리러 간다고 했어요?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난 정말 몰라.” 허태준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냥 은설 씨를 도와주려던 거뿐이야.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근데 그렇게 쉽게 도와주는 사람 아니잖아요.” 심유진은 허태준과 오래 같이 지낸 데다가 여형민에게 많이 전해 들었기에 이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여형민의 말처럼 허태준은 이익을 보고 사람을 사귀는 타입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받을 게 없다면 도움도 주지 않았다. 비록 친한 사람들은 예외이긴 했지만 하은설은 당연히 그 안에 속해있지 않았다. “은설이한테 빚진 것도 없잖아요.” 심유진의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니지. 은설 씨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 사람인데.” “네?” 심유진이 미처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심유진의 뜻밖의 행동에 허태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도 갈래!” 별이도 얼른 일어나서 허태준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하은설이 별이를 잽싸게 품에 안았다.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가려고. 감기 걸려.” 별이가 반항하려 하자 하은설이 별이를 째려보더니 귓가에 대고 말했다. “움직이면 앞으로 엄마 몰래 햄버거 안 사줄 거야.” 별이는 그제야 조용해졌다. 하은설은 심유진과 허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이는 제가 챙길 테니까 둘 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는 대표님 데려다주고 너무 늦으면 안 돌아와도 돼.” 심유진은 조용하라는 듯 눈빛을 쏴주더니 허태준의 손을 잡았다. “가요.” 심유진네 집은 집 밖을 나가기만 하면 바로 도로였다. 허태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했기에 걸어서 1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다. 허태준이 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심유진은 당황하더니 저도 모르게 허태준의 손을 잡았다. “걸어가요.” 심유진은 목도리에 얼굴을 푹 묻으며 말했다. “걸어가자고?” “네.” “추워.” 허태준은 딱히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오늘 얇게 입었어.” 허태준은 코트 안에 얇은 셔츠 한 장만 입었고 목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었다. 심유진은 매혹적인 그의 목젖을 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허태준은 그 표정을 보며 웃더니 심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에 타. 드라이브하자.” 유럽의 밤거리는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저녁 9시가 거의 되는 시간이었지만 이때야말로 모두가 저녁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길에는 조명이 반짝거리고 개성 있는 젊은 남녀들이 밤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허태준은 차를 매우 천천히 운전했기에 뒤에서 차량들이 경적을 몇 번이나 울렸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갔다. 차 안은 히터를 빵빵하게 틀었기에 심유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났다. 심유진은 목도리와 겉옷을 벗어서 손에 들었다. 허태준은 휴지를 뽑아서 자상하게 심유진의 이마에 난 땀을 닦아주었
막상 말을 꺼내려고 하니 심유진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였다. 하지만 겨우 결심을 내렸기에 오늘을 놓치면 다시는 용기를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심유진은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일주일 준다고 했잖아요. 일주일은 이미 지났어요.” 심유진은 일주일이 언제 지나는지 매일 체크했다. 그리고 마침 일주일이 됐을 때 허태준이 자신에게 대답을 구하기를 기다렸으나 허태준은 까먹은 건지 내내 질문이 없었다. 심유진은 더 이상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심유진의 말을 듣고 허태준은 두 눈을 반짝였다. “어?” 허태준은 요즘 심유진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이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았기에 시간이 다 돼도 답을 구하지 않은 것이었다. 심유진은 확실하지 않은 일은 회피하는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먼저 말을 꺼낸 걸 보면 일이 허태준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결혼할래요.” 심유진의 대답에 허태준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순간 자기가 운전하고 있다는 것도 까먹고 엉뚱한 길로 들어설뻔했기에 허태준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응.” 허태준은 침착한척하며 대답했지만 입꼬리는 감출 수가 없었다. “근데요...” 심유진이 말을 보탰다. “당분간 귀국할 생각이 없어서 혼인신고는 못해요.” 심유진은 아직 정식으로 이민수속을 밟은 것이 아니였기에 여전히 대한민국 국적이었다. 외국에서 혼인신고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수속이 훨씬 복잡하기에 심유진은 귀국해서 한 번에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래.” 허태준은 이해했지만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사실 아직까지 심유진에게 숨기고 있는게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었다. 심유진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심유진이 자신을 정말 좋아하고 진심으로 결혼을 원할 때가 되여서야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저희가 결혼한다는 사실은 일단 비밀로 하면 안 될까요? 저희 둘이랑 별이, 그리고 은설이까지만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
차량은 심유진 아파트 입구에 멈췄다. 익숙한 창밖 풍경에 심유진이 물었다. “왜 돌아왔어요?”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랑 같이 호텔로 갈래?” 허태준은 다시 차에 시동을 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럼 가던지.” “아니요!” 심유진이 얼른 허태준을 말렸다. “별이가 기다리고 있어요.” “갈래? 그래도 되고.”허태준이 자신의 볼을 톡톡 치며 말했다. “뽀뽀해 주면 보내줄게.” 심유진은 허태준의 완벽한 옆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차 안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서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서서히 허태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심유진의 입술이 허태준의 볼에 닿였고 또 금방 떨어졌다. “갈게요.” 심유진은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허태준은 아직도 입술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볼을 만지며 입꼬리를 올렸다. 집으로 가던 심유진은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허태준 쪽으로 걸어왔다. 조수석의 창문이 열리자 심유진은 붉어진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내일 봐요.” “응.” 허태준이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일 봐.” 아침 여덟 시에 허태준은 아침을 가지고 왔다. 허태준은 가져온 음식들을 식탁에 차려놓고 자연스럽게 심유진 옆에 앉았다. 하은설은 예리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두 사람...” 하은설은 아침부터 두 사람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 허태준은 항상 별이와 붙어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 허태준은 별이가 안중에도 없었다. 허태준은 웃으며 심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하은설은 눈을 더 크게 떴다. “결혼하려고요.” 허태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폭탄발언을 했다. “뭐라고요?”하은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별이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좋아!”
허태준이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별이도 허태준의 품에 안겼다. “언제 결혼해? 어디에서 결혼해? 드라마처럼 손님도 엄청 많이 오고 그런 거야? 친구들도 초대해도 돼? 근데 어른들 결혼에 애들은 못 오는 건가? 나도 못 가?” 흥분해서 여러 질문들을 던지던 별이는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별이를 바라보던 어른들은 웃음이 터졌다. “별이도 당연히 참가할 수 있지.” 허태준이 차분하게 말해줬다. “친구들도 초대할 수 있어. 근데 언제 결혼식을 올릴지는 정해지지 않아서 조금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 “알겠어.” 별이는 조금 실망한 것 같았지만 바로 화제를 돌렸다. “여기에서 결혼할 거야 아니면 경주에 가서 할 거야? 경주에서 하면 친구들 초대해도 돼? 그리고 우리 경주에서 살아? 나 또 전학가?” 별이가 하는 질문들은 모두 허태준과 심유진이 상의하지 않은 문제여서 대답을 줄수 없었다. “음... 어디에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별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 허태준이 별이에게 믈었다. “난 두 곳에서 다하고 싶어.” 별이는 이미 행복한 결혼식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럼 모든 친구들 다 초대할 수 있잖아! 경주에 있는 친구들도 보고 싶어.” 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심유진은 이미 결혼식을 한번 치렀었다. 비록 비극으로 끝난 결혼이지만 그래도 소녀시절의 꿈을 이뤘으니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원인보다 일단 결혼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허태준과 별이 모두 결혼에 로망이 있는 것 같으니 심유진은 그 환상을 깰 수가 없었다. “나중에 얘기해요. 급한 건 아니니까.” 심유진은 허태준과 공개하지 않기로 협상을 했기에 당분간 결혼식은 역시 열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동안 결혼식을 포기하도록 밑밥을 깔기로 했다. “그래.” 허태준은 화제를 돌렸다. 심유진이 겨우 한 발자국 뗐는데 이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았고 다급하게 밀어붙이고 싶지도 않았다.
심유진이 놀라서 허태준을 쳐다봤다. “유진이가 시간 될 때 이사하려고요.” 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토요일에는 유치원 행사가 있으니까 일요일로 할까?” 심유진의 눈이 더 커졌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심유진은 말도 더듬었다. “어디로 이사 가요? 전 모르는 일인데?”허태준은 심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허태준은 일요일이 되기 전까지 심유진이 아무리 졸라도 절대 새집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 심유진은 출근길 내내 물어봤으나 입도 뻥끗하지 않는 허태준 때문에 화가 나서 차문을 쾅 닫고 내렸다. 허태준은 멀어져 가는 심유진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심유진은 정각에 출근했고 동기들은 이미 다 도착해서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서로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성격인지 옆에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다들 고개도 들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차림을 가지고 수군대지도 않았다. 심유진은 드디어 자신의 업무환경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조심스럽게 다닐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자리로 돌아갔을 때 심유진은 먼 곳에서 원망 가득한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시선의 주인공은 Maria였다. 심유진은 그 시선에 영문을 몰라 일단 문자부터 보냈다. “왜 그래요?” 심유진은 어제 헤어지고 나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떠올려봤으나 그 후로 연락을 안 했으니 Maria의 원망을 살만한 일은 없었다. Maria는 화를 내는 캐릭터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왔다. 무슨 뜻인지 추측하고 있는데 격렬한 타자 소리가 들렸다. 타자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기분이 안 좋은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심유진은 조금 초조해졌다. “너무해요! 어떻게 김욱 씨한테 데려다주라고 얘기할 수가 있어요? 제가 어제 얼마나 어색했는데요! 진짜 너무해요!” 심유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만약 어제 심유진이 기회를 만들어준 게
심유진은 그제야 조금 후회됐다. 둘을 엮어줄 생각만 했지 타이밍이 알맞은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사과의 의미를 담아서 오늘 저녁은 저희 집에서 드실래요?”어제 약을 제때에 발라서인지 Maria 얼굴에서 이제는 흉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침 지금이 기회였다.“그래요.”심유진은 김욱의 차를 타고 가면 됐기에 일부러 허태준에게 데리러 오지 말라고 했다. Maria가 안 가겠다고 할까 봐 김욱도 온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퇴근해서도 김욱을 버리고 Maria랑만 나왔다. 아파트 단지 앞에는 차량 두 대가 도착해 있었다. 심유진과 Maria가 차에서 내렸을 때는 흰색 차량 한 대가 주차를 하고 있었다. Maria는 어제 김욱의 차를 탔었기에 한눈에 누구 차인지 알아차렸다.“저건...”Maria가 놀라워하는 사이 김욱도 차에서 내렸다. Maria는 저도 모르게 심유진의 뒤에 붙으며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김욱은 그 둘을 보고 다가왔다. Maria를 보자 김욱도 눈빛이 흔들렸으나 이내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왜 안 올라가요?”“마침 마주쳤네요!”심유진은 Maria를 잡아당기고는 머쓱해하며 말했다.“김욱 씨도 초대했다는 걸 말했어야 하는데 깜빡했어요. 그래도 괜찮죠?”“그럼요.”Maria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셋은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문을 두드리니 별이가 열어줬다.“엄마!”별이는 심유진을 보고 기뻐하다가 등뒤의 두 사람을 보고 멈칫했다. 한 사람은 익숙한 삼촌이었지만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예전부터 하은설과 심유진이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아들이라는 걸 밝히지 말라고 가르쳤기에 별이는 얼른 호칭을 바꿔서 심유진과 김욱을 불렀다.“이모! 삼촌!”심유진과 김욱이 오히려 당황했지만 별이는 심유진의 손을 잡고 Maria를 가리키면서 물었다.“이모! 이 이쁜 이모는 누구야?”Maria는 별이의 달콤한 말에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별이에게 자신을 소개했다.“이모 회사 동료야. 이모라고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