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는 크지 않았다. 서너 개 신발 박스를 쌓아 놓은 정도의 크기였다. 투명 테이프로 입구를 봉했지만 택배 겉면에 붙어있는 택배 운송장은 보이지 않았다. 간결한 포스트잇 위에는 그녀의 이름과 그녀가 속한 부서가 적혀 있었다. 포스트잇에 적인 글씨체는 낯선 글씨체여서 누구 것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문제를 더 고민 하지 않고 바로 테이프를 뜯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이상함을 눈치 챘다.이 테이프는 누군가가 뜯고 다시 부친 것 같았다. 그녀가 뜯었을 때 저항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것이 택배를 부친 사람의 실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이미 뜯었는지 모른다. 뜯은 테이프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녀는 박스를 열어 봤다. 박스 안에는 자잘한 물건들이 있었다. 의자에 묶을 수 있는 쿠션도 있었고 낮잠 자기 좋은 목베개와 담요도 있었으며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간식들도 있었다. 그리고 큰 봉투에 담긴 판람근도 있었다. 그 판람근을 보자마자 심유진은 이 물건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챘다. 그녀는 서둘러 서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켜자 수도 없이 많은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떴다. 전화는 허태준한테서 온 것이었고 문자도 허태준한테서 온 것이었다. 시간은 1시간 전으로 나타났다. 그녀와 Maria가 밖에서 밥을 먹을 때다. 허태준은 자신이 아래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한테 줄 물건이 있으니 내려와서 가져가라고 했다. 아마도 오랫동안 답장이 없었던 탓인지 그는 마지막으로 문자 하나를 보냈다. 물건을 안내데스크에 놓았으니 이따가 누군가가 그녀한테 배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더러 물건을 받은 후 확인 문자를 보내 달라고 했다.심유진은 문자로 대답했다.“물건 받았어요.”심유진은 잠깐 생각하다가 또 물었다. “박스 위에 테이프를 붙이고 뜯었었나요?”허태준은 운전 중이었는지 반 시간 후 답장 했다.“아니, 테이프를 붙인 후 손을 대지 않았어.”“왜? 누가 박스를 열었어?”잃은 물건이 있는지 걱정이 되었는지 허
심유진은 흘끔 보고는 핸드폰을 도로 서랍에 넣었다.Maria는 옆에서 소리 질렀다.“Shen!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그녀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보온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약효 때문인가요?”심유진은 자신의 뜨거운 얼굴을 만졌다. Maria가 판람근이 무엇인지 모르니 심유진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Maria는 판람근을 멀리하였다.“이 약은 너무 이상해요. 한국 사람들도 너무 이상해요.”**오후.심유진은 김옥이 전해준 자료를 이미 다 보았다. 그녀는 데이터를 취합하여 자료를 만들려고 했다. 내일 김옥한테 발표할 때 쓸 자료다.절반쯤 완성했을 때 Judy가 와서 물었다.“Shen, 우리 쪽에 있는 프린터가 망가졌어요. 당신 것을 써도 되나요?”총재 사무실에는 두 대의 프린터 기기가 있었다. 하나는 최신형이여서 갖가지 기능을 갖추어 대부분 사람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한대는 간단한 기능만 구비 했다. Maria가 말하길 전에 쓰다 남은 기기라고 한다. 육윤엽이 버리기 아까워 유일하게 비어있는 자리에 놓았다고 한다. 이 자리는 이미 심유진의 자리가 되었으니 프린터도 심유진 소관이었다. 심유진은 Judy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하여 개인적인 감정을 직장에 끌어들이지 않았다.“쓰세요.”그녀는 완성하지 못한 자료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자리를 내줬다.Judy는 USB를 심유진의 컴퓨터에 꽂았다. 그리고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아마 십여 분 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다른 자리를 찾아 앉아 있을래요?”심유진은 책상 위에 놓인 보온병을 들고 말했다.“저는 물을 받아올게요.”그녀는 시간을 보면서 탕비실에서 십여 분을 기다렸다. 돌아왔을 때 Judy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심유진은 보온병을 내려놓고 업무를 마저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료가 작업 표시줄에서 사라졌다.아마 Judy가 실수로 닫았나보다고 심유진은 생각했다.별일이 아니었다. 몇 초를 더 들여서 다시 열면 되었다.하지만
마지막 파일까지 뒤져보자 심유진은 확신했다. 자신이 만든 파일은 진짜 없어졌다.심유진은 화가 나서 마우스를 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목의 아픔도 참은 채 Judy 앞에 달려가다시피 했다.Judy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심유진이 온 것을 보자 기다려달라는 눈빛을 했다.심유진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 인내심 있게 오분 가까이 기다렸다. Judy는 그제야 통화를 마쳤다.“무슨 일인데요?”Judy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무고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심유진은 그녀와 가식을 떨고 싶지 않아 직접적으로 물었다.“제 컴퓨터 바탕화면 파일을 지웠죠?”“네?”Judy는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일인데요. 아까 프린트할 파일을 USB에서 당신 화면에 옮겨 놓았어요. 프린트하고는 삭제 처리했는데. 아마 그때 주의하지 못했나봐요..., 미안해요, Shen!”그녀는 손을 모아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쁜 척을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미안한 말투가 아니었다.“중요한 파일인가요? 도저히 안 되겠으면 제가 대신 해줄까요?”심유진은 눈이 멀지 않고서야 Judy가 일부러 파일을 삭제한 것을 모를 리 없다.“그래요.”심유진은 이를 악물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시 만들어 주세요.”Judy는 그녀가 이렇게 대답할 줄 몰라 이 초 동안 멍해 있다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도울 수야 있죠..., 하지만 제가 지금 바빠서요. 고객님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 드려야 하거든요. 언제까지 필요한데요? 내일 시간 날 때 해줘도 되나요?”“내일 아침에 써야 하니까 오늘까지 완성해야 합니다.”심유진은 한 치 양보도 없었다.“지금 바쁘다면 퇴근하고 시간을 내서 하세요. 완성되면 제 메일함에 보내주시고요. 사용하게 될 자료는 이따가 보내줄게요.”Judy의 얼굴색은 변했다.“Nina네랑 저녁 약속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Judy는 계속 핑계를 댔다.“그럼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가서 하던가요.”몇 시간 동안 들인 노력이
”무슨 소란이세요? 일들 안 하나요?”김욱은 차가우면서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격분해있던 동료들도 이 순간 얼어붙은 것처럼 소리를 죽였다.김욱이 걸어오자 심유진을 에워싸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업무를 하는 척 고개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김욱의 눈빛을 마주칠까 봐서였다.Judy도 한순간 당황했다.그녀는 손등으로 얼굴의 눈물자국을 닦아내고 고개를 살짝 내린 채 빨간 눈을 드러냈다. 그녀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김욱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멈췄다. 이마는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왜 저러죠?”김욱은 심유진한테 물었다.심유진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금세 평온해졌다.심유진은 애초에 이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 없었다. 김욱이나 육윤엽이 알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저랑 Judy가 업무상에 상이한 의견을 갖고 있어서요. 마찰이 조금 있었습니다.”심유진은 엄중하지 않게 얘기하려 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조마조마한 표현이었으며 잘못을 인지하는 표현이었다.Judy는 얼굴을 더 깊이 숙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눈물은 또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삼십 초도 안 되는 사이에 그녀의 책상에는 눈물이 흥건했다. “Judy, Shen 의 얘기에 동의하지 않는듯하네요?”김욱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사리에 밝고 자상한 상사 역할을 하였다.“얘기해 보세요. 무슨 일이죠?”Judy는 한참을 소리 없이 울다가 울먹이면서 입을 열었다.“Shen이 얘기한 것이 사실입니다.”그녀는 눈을 피했다. 크나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조심스러워했다.심유진은 이런 인재가 오스카 연기대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아깝다.김욱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말투도 아까처럼 차갑지 않았다.“저를 믿으신다면 솔직하게 얘기하세요.”그는 말하면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블루항공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 한다면...”
Judy의 흐느낌은 곧바로 멈춰졌다. 그녀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Shen, 제가 도와주기 싫은 게 아니라...”그녀는 난처해하는 척하며 말했다.“김욱 씨가 얘기하는 것을 들었겠지만..., 미안해요. 자료는 Shen이 해야겠네요.”심유진은 이초 동안 Judy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심유진은 더 머무르다가는 그녀의 뺨을 칠 것 같았다.Maria는 심유진의 푸르딩딩한 얼굴을 보자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도로 삼켰다.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다.그녀의 자리는 Judy와 멀었다. 방금 심유진이 그쪽에 가서 뭐라고 했는지 하나도 듣지 못했다.그녀는 다만 그쪽에서 소란이 일었다는 것만 알았다. 심지어 업무시간에 사무실에서 나온 적이 거의 없는 김욱마저 나오게 했다는 것도 알았다.그리고 김욱이 돌아올 때의 얼굴색을 보니 썩 유쾌하지는 않은 일인 것 같았다.**심유진은 파일을 열어 재작성하기 시작했다.전에 했던 내용이 이미 머릿속에 있어서 재작성 하기는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표가 많아 시간을 많이 허비해야 했다.그녀는 퇴근 직전까지 자료를 완성하지 못했다.다들 떠나자 공용 사무실에는 심유진과 Maria만 남았다. Maria는 조용히 다가와서 물었다.“아까 Judy를 찾아서 뭐라 했어요?”심유진은 표에 데이터를 입력하면서 대답했다.“Judy가 제가 절반이나 만든 파일을 삭제해서 다시 하는 중이에요.”“너무 하네요!”Maria는 분했다.“김욱 씨가 혼쭐 내지 않았나요?”심유진은 경각성을 높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김욱 씨가 왜 저 대신 혼쭐을 내야 하죠?”Maria는 실언했음을 감지하고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김욱 씨가 직접 가시길래 유진 씨를 위해 나서주실 줄 알았죠...”다른 사람들처럼 자신과 김욱의 관계를 의심하는 티를 내지 않자 심유진의 마음은 그제야 조금 놓였다.“Judy가 실수로 삭제했다고 하고 김욱 씨도 저한테 하루 더 시간을 준다고 했어요.”“내일 급히 바칠 게
Maria가 오래 기다릴까 봐 심유진은 반 시간만 야근하고 컴퓨터를 껐다.그녀는 아직 입력이 끝나지 않은 표를 가방에 넣었다. 집에 가서 자료를 마저 할 생각이었다.“가죠.”정리를 다한 심유진은 Maria한테 말했다.“이렇게 빨리요?”그녀를 기다릴 때 Maria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소리를 듣자 의아스레 고개를 들었다.“네.”심유진은 웃으면서 말했다.“늦으니 배가 고프네요.”“저두요.”Maria는 배를 만지면서 심유진 곁에 다가와 친근하게 그녀의 팔짱을 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빨리 가요.”**Maria는 아마 진짜로 배고팠는지 차를 거칠게 몰았다.N 시티는 경주시처럼 퇴근길이 엄청나게 막혔다. 그녀의 핑크 S|mart는 체형우세로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누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퀸 애비뉴에 도착했다.그들이 가려는 레스토랑은 퀸 애비뉴에 위치해 있는 큰 간판을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사가 잘되어 보였다. Maria가 사전 예약을 했어도 그들은 문어구에서 제지당했다.웨이터는 차가운 얼굴로 그들한테 얘기했다.“앞에 있는 손님께서 식사를 끝마치지 못했으니 아직 반 시간가량 기다리셔야 합니다.”가게 안은 웨이팅 존을 만들지 않았다. 자리 웨이팅을 하는 사람들은 가게 앞에 서있어 작은 공간에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심유진과 Maria는 기다리는 사람 중에 서서 기다리지도 떠나지도 못했다.Maria는 심유진한테 연신 사과했다.“미안해요, Shen, 일찍 도착하게 될 줄 몰랐어요. 기다리기 싫으면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요.”심유진은 바람막이를 더 꽉 여미면서 옆에 선 체형이 큰 남성 뒤쪽으로 슬그머니 옮겨갔다. 체형이 큰 남자는 차가운 바람을 다 막아줬다. 심유진은 그제야 떨림을 멈추면서 어렵사리 미소를 지어 보였다.“괜찮아요. 먹고 싶어 했잖아요? 이왕 왔으니 기다리죠. 반 시간밖에 안 되는걸요.”“고마워요, Shen!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Maria는 감동에 겨
”자, 손이라도 데워요.”그녀는 뜨거운 물을 심유진에게 건넸다.“알다시피 여기에는 뜨거운 물이 없어요. 일부러 물을 끓여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어요.”심유진은 컵을 두 손으로 들었다. 끊임없이 손바닥에 전해지는 온기에 심유진의 움츠려있던 어깨는 천천히 펴졌다.심유진은 감동하면서 소리냈다.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눈빛이 아니라면 컵을 얼어붙은 얼굴에 대고 싶었다.“Maria가 아니라면 죽었을 거예요.”심유진은 잠긴 목소리로 Maria한테 말했다.“전혀 오바하지 않았어요.”Maria는 큰 눈으로 심유진을 노려봤다.“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아까 물어보니까 앞에 계신 손님이 다 먹고 결산하고 있다네요. 우리도 곧 들어갈 수 있으니 유진 씨도 밖에서 더 고생하지 않아도 되겠네요.”심유진은 이 말에 살아났다.아니나 다를까 오분도 지나지 않아 웨이터가 준비되었다고 통지하러 왔다.레스토랑 안은 에어컨이 빵빵했다. 심유진의 얼어붙은 사지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웨이터는 앞에서 자리로 안내했다. 홀 중앙까지 가자 심유진과 Maria는 한창 웃고 있는 Judy 일행을 발견했다.그들의 목소리는 너무 높았다. 조용한 편도 아닌 레스토랑 안이고 심유진과 Maria가 거리를 두고 서있어도 그들의 얘기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아까 걔 표정 봤어? 하하하! 분이 풀리는 거 있지!”“김욱 씨가 Judy 편에 설 줄 몰랐어요. 솔직히 그 천한 년 편을 들어주고 Judy를 벌할 줄 알았거든요.”“김욱 씨는 늘 공정한 분이잖아요? 역시 제가 숭배하는 남자예요!”“근데 김욱 씨랑 그 천한 년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관계가 없다면 김욱 씨가 왜 갑자기 육 대표님에게 여자 비서를 안배해 주겠어요? 그런데 관계가 있다고 하기에도..., 오늘 일어난 일은 어떻게 설명하죠?”“예전에 잠깐 관계가 있었나 보죠. 김욱 씨도 그랬잖아요? 직장 내 괴롭힘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그 천한 년이 Judy를 괴롭힌 걸 딱 김욱 씨한테 잡힌 거죠. 김욱 씨도 지
심유진은 프로필 사진으로 누군지 알아냈다. 끝없는 밤하늘, 중간에는 금빛이 나는 초승달, 그 옆에는 작지만 밝아 무시할 수 없는 별이 있었다.이것은 별이 지난주에 그린 그림 숙제다. 별이 설명하길 이 그림의 이름은 >다. 심유진이 자신을 별이라고 부르고 자신도 심유진의 이름에 달이 들어간 줄 알았다고 한다. 심유진은 당연히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별인 줄 알았다. 별이의 빠른 속도에 감탄하고 있던 중 대화창을 누르자 허태준의 이름이 떴다.허태준이 그녀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것은 별로 희한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별이의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니..., 그것도 이렇게 의미가 있는 그림을 쓰니 심유진의 마음은 조금 복잡했다.맞은 쪽에 앉은 Maria는 이미 포크와 나이프를 잡았다. 한입 먹고는 연신 감탄했다.“Shen! 이것 좀 먹어봐요! 완전 맛있어요!”심유진은 흠칫하다가 시선을 허태준의 프로필 사진에서 뗐다.“좋죠.”그녀는 웃으면서 핸드폰을 가방 안에 넣었다.아직 완성하지 못한 자료를 생각하며 심유진은 길게 식사하지 않았다.Maria와 같이 떠날 때 그 일행은 아직 그대로 있었다. 그들 상 위의 음식은 이미 비었지만 끼리끼리 붙어서 각종 포즈를 하면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이번에 심유진은 멈춰 서지 않았다.레스토랑 출구까지 걸어왔을 때 안에서 한 여인의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심유진은 이런 광경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Maria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이 목소리는..., Judy 같은데요?”“네?”심유진은 흥미진진했다.레스토랑 안의 사람들은 식사를 멈추고 호기심에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모두의 시선이 멈춰 있는 곳에는 Judy와 제복을 입은 여성 웨이터가 있었다.Judy는 여성 웨이터보다 키가 한 뼘 더 컸다. 상대방을 손가락질하면서 욕하는 모습이 괴롭히는 모습 같았다.“돈을 내면서 여기서 식사하는데 당신 눈치나 봐야겠어요?”“고객은 하늘같은 존재란 걸 모르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