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Judy를 중심으로 여자 직원들 몇 명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마침 커피 머신 앞에 서 있었다. 심유진이 웃으면서 물었다.“잠시 비켜 주실 수 있어요?”웃음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여직원들은 자리를 피해 주면서 심유진을 위아래로 훑었다. Judy는 자세히 심유진의 표정을 살폈다. 심유진이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자 Judy는 심유진이 방금의 대화를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정 했다.“커피가 아직 안 돼서 저희도 기다리고 있어요.” Judy는 심유진과 십 년 지기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친한 척을 했다.“아, 그럼 이따가 올게요.”심유진이 가려고 하자 Judy가 막아섰다.“유진 씨가 마실 거예요 아니면 김욱 씨가 마실 거예요?”심유진의 손에 들린 컵을 바라보는 Judy의 눈빛에 질투가 가득했다. 심유진은 그제야 자초지종을 알 것 같았다. 이 컵은 어제 김욱이 쓰라고 준 것이었는데 김욱의 책상 위에 놓인 것과 똑같은 컵이어서 오해를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심유진은 특별히 해명을 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아무리 말해도 여직원들이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제가 마실 거예요.”Judy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말했다.“그럼 컵은 여기 두고 가세요. 제가 커피 가져다 드릴게요.”심유진은 가식적인 그 웃음을 보며 소름이 끼쳤다. Judy가 가져다준다고 해도 심 유진은 마시지 않을 것이다. 안에 뭘 넣을지 모르니 말이다.“고마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번에는 제 차례까지 오지 않을 거 같은 데 조금 이따 올게요.”회사의 커피 머신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한번 작동하면 다섯 컵 정도 되는 커피가 나왔다. 근데 지금 직원이 일곱 명이나 있었다. 심유진은 이 핑계를 되면 자리를 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Judy는 심유진을 놓아주지 않았다.“괜찮아요. 매 사람마다 조금씩 적게 마시면 한 컵 정도는 더 나오죠.”Judy는 그렇게 말하면서 심유진의 컵
“실수로 컵을 깼어.” 심유진은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사실을 숨겼다. “다른 컵 있어? 커피 마시고 싶은데.”“컵은 없고 몇 번 안 쓴 텀블러는 있어. 깨끗하게 씻어 뒀는데 괜찮으면 이거라도써. 내일 새 걸로 사다 줄게.”김욱이 말했다.“그래.’심유진은 텀블러를 건네받고 다시 휴게실로 갔다. 파편들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고 여직원들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심유진은 커피를 받아서 휴게실을 나섰다. 입구에서 심유진은 또 Judy를 마주쳤다. Judy는 손에 일회용 컵을 들고 있었는데 심유진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지금 유진 씨 커피 타드리려고 했는데 이미 와 계셨네요.”심유진이 웃으면 말했다.“고마워요.” Judy는 일회용 컵을 버리고는 심유진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이 텀블러도 김욱 씨랑 같은 거네요.”Judy가 신경 쓰지 않는 척 은근히 또 떠봤다. 심유진은 사실대로 말했다.“김욱 씨가 빌려 준거예요. 컵이 깨졌는데 마침 안 쓰는 텀블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심유진은 일부러 Judy 앞에서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면서 표정이 굳어진 Judy를 만족스럽게 쳐다봤다.“아 맞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Judy가 화제를 돌렸다.“근처에 새로 생긴 식당이 있어서 같이 가기로 했는데 유진 씨도 갈래요?”심유진은 같이 가기로 한 사람들 중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게 누가 됐던 가기 싫었다.“죄송해요. 시간이 없어서.”심유진이 난감해하며 말했다.“정리해야 될 자료들이 있거든요.”Judy는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그럼 다음에 시간 있을 때 같이 가요.”“그래요.”심유진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다음에는 무슨 핑계를 댈지 고민했다. 점심시간에 심유진은 Maria와 같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제 발도 그렇게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점심을 대신 가져다 달라고 부탁할 이유가 없었다. 심유진은 사면팔방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밥이 입으로 넘어 가는지 코로 넘어 가는지 알 수 없을
Maria는 손에 남은 나머지 반 조각 쿠키마저 입에 넣어 고개를 돌려 그의 질문을 피했다.심유진은 김욱을 대할 때 Maria와 같은 위축감이 없었다. 그래서 태연하게 대답했다.“식당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줄을 서기 귀찮아서 Maria랑 같이 올라왔어요.”김욱의 눈빛은 그녀의 얼굴에 이 초 동안 멈췄다. 그리고 Maria한테 말했다.“내일부터 점심 도시락 사 인분 주문하도록 하세요. 두 사람도 올라와서 드시고요.”Maria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녀의 입안에는 여전히 씹다 남은 쿠키가 있었다. 그래서 얘기를 할 때 부스러기가 기도에 들어가 Maria는 끊임없이 기침하였다.김욱은 이마를 찌푸렸다. 그리고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심유진한테 건넸다.“두 사람의 점심시간은 2시간 연장 하도록 하세요. 근처 레스토랑을 찾아서 식사를 하세요. 제가 쏠게요.”심유진은 그의 카드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들의 점심시간을 늘리는 데에 대해 거절하지 않았다.**블루항공 빌딩은 N 시티 제일 번화한 곳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근처에는 유명한 레스토랑들이 즐비했다.심유진은 Maria가 고른 식당 중 한곳을 골랐다. 두 사람은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Shen.”이 시각, 김욱과 떨어져 있었기에 Maria는 자신의 의문을 제기 했다.“왜 김욱 씨한테 사실대로 얘기 하지 않았나요? 김욱 씨는 손을 쓸 텐데, 아닌가요?”“소용 없어요.”심유진은 메뉴판을 펼치던 손을 멈추고 어쩔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김욱 씨가 나서면 다들 앞에서 토론 하지 않을 뿐 뒤에서는 똑같이 얘기할 겁니다. 이것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어요.”“그건 그래요.” Maria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름을 놓고 웃었다.“이제 더는 아래에서 구경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겠네요. 그 사람들의 생각도 당신한테 영향을 미치지는 못 할 거예요.”심유진은 그녀한테 알리지 못한 사실이 있다. 총재 사무실이야말로 유언비어의 중심이자 재난 구역이다.“그래요.”심유진은 대답
박스는 크지 않았다. 서너 개 신발 박스를 쌓아 놓은 정도의 크기였다. 투명 테이프로 입구를 봉했지만 택배 겉면에 붙어있는 택배 운송장은 보이지 않았다. 간결한 포스트잇 위에는 그녀의 이름과 그녀가 속한 부서가 적혀 있었다. 포스트잇에 적인 글씨체는 낯선 글씨체여서 누구 것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문제를 더 고민 하지 않고 바로 테이프를 뜯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이상함을 눈치 챘다.이 테이프는 누군가가 뜯고 다시 부친 것 같았다. 그녀가 뜯었을 때 저항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것이 택배를 부친 사람의 실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이미 뜯었는지 모른다. 뜯은 테이프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녀는 박스를 열어 봤다. 박스 안에는 자잘한 물건들이 있었다. 의자에 묶을 수 있는 쿠션도 있었고 낮잠 자기 좋은 목베개와 담요도 있었으며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간식들도 있었다. 그리고 큰 봉투에 담긴 판람근도 있었다. 그 판람근을 보자마자 심유진은 이 물건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챘다. 그녀는 서둘러 서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켜자 수도 없이 많은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떴다. 전화는 허태준한테서 온 것이었고 문자도 허태준한테서 온 것이었다. 시간은 1시간 전으로 나타났다. 그녀와 Maria가 밖에서 밥을 먹을 때다. 허태준은 자신이 아래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한테 줄 물건이 있으니 내려와서 가져가라고 했다. 아마도 오랫동안 답장이 없었던 탓인지 그는 마지막으로 문자 하나를 보냈다. 물건을 안내데스크에 놓았으니 이따가 누군가가 그녀한테 배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더러 물건을 받은 후 확인 문자를 보내 달라고 했다.심유진은 문자로 대답했다.“물건 받았어요.”심유진은 잠깐 생각하다가 또 물었다. “박스 위에 테이프를 붙이고 뜯었었나요?”허태준은 운전 중이었는지 반 시간 후 답장 했다.“아니, 테이프를 붙인 후 손을 대지 않았어.”“왜? 누가 박스를 열었어?”잃은 물건이 있는지 걱정이 되었는지 허
심유진은 흘끔 보고는 핸드폰을 도로 서랍에 넣었다.Maria는 옆에서 소리 질렀다.“Shen!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그녀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보온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약효 때문인가요?”심유진은 자신의 뜨거운 얼굴을 만졌다. Maria가 판람근이 무엇인지 모르니 심유진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Maria는 판람근을 멀리하였다.“이 약은 너무 이상해요. 한국 사람들도 너무 이상해요.”**오후.심유진은 김옥이 전해준 자료를 이미 다 보았다. 그녀는 데이터를 취합하여 자료를 만들려고 했다. 내일 김옥한테 발표할 때 쓸 자료다.절반쯤 완성했을 때 Judy가 와서 물었다.“Shen, 우리 쪽에 있는 프린터가 망가졌어요. 당신 것을 써도 되나요?”총재 사무실에는 두 대의 프린터 기기가 있었다. 하나는 최신형이여서 갖가지 기능을 갖추어 대부분 사람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한대는 간단한 기능만 구비 했다. Maria가 말하길 전에 쓰다 남은 기기라고 한다. 육윤엽이 버리기 아까워 유일하게 비어있는 자리에 놓았다고 한다. 이 자리는 이미 심유진의 자리가 되었으니 프린터도 심유진 소관이었다. 심유진은 Judy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하여 개인적인 감정을 직장에 끌어들이지 않았다.“쓰세요.”그녀는 완성하지 못한 자료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자리를 내줬다.Judy는 USB를 심유진의 컴퓨터에 꽂았다. 그리고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아마 십여 분 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다른 자리를 찾아 앉아 있을래요?”심유진은 책상 위에 놓인 보온병을 들고 말했다.“저는 물을 받아올게요.”그녀는 시간을 보면서 탕비실에서 십여 분을 기다렸다. 돌아왔을 때 Judy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심유진은 보온병을 내려놓고 업무를 마저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료가 작업 표시줄에서 사라졌다.아마 Judy가 실수로 닫았나보다고 심유진은 생각했다.별일이 아니었다. 몇 초를 더 들여서 다시 열면 되었다.하지만
마지막 파일까지 뒤져보자 심유진은 확신했다. 자신이 만든 파일은 진짜 없어졌다.심유진은 화가 나서 마우스를 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목의 아픔도 참은 채 Judy 앞에 달려가다시피 했다.Judy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심유진이 온 것을 보자 기다려달라는 눈빛을 했다.심유진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 인내심 있게 오분 가까이 기다렸다. Judy는 그제야 통화를 마쳤다.“무슨 일인데요?”Judy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무고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심유진은 그녀와 가식을 떨고 싶지 않아 직접적으로 물었다.“제 컴퓨터 바탕화면 파일을 지웠죠?”“네?”Judy는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일인데요. 아까 프린트할 파일을 USB에서 당신 화면에 옮겨 놓았어요. 프린트하고는 삭제 처리했는데. 아마 그때 주의하지 못했나봐요..., 미안해요, Shen!”그녀는 손을 모아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쁜 척을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미안한 말투가 아니었다.“중요한 파일인가요? 도저히 안 되겠으면 제가 대신 해줄까요?”심유진은 눈이 멀지 않고서야 Judy가 일부러 파일을 삭제한 것을 모를 리 없다.“그래요.”심유진은 이를 악물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시 만들어 주세요.”Judy는 그녀가 이렇게 대답할 줄 몰라 이 초 동안 멍해 있다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도울 수야 있죠..., 하지만 제가 지금 바빠서요. 고객님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 드려야 하거든요. 언제까지 필요한데요? 내일 시간 날 때 해줘도 되나요?”“내일 아침에 써야 하니까 오늘까지 완성해야 합니다.”심유진은 한 치 양보도 없었다.“지금 바쁘다면 퇴근하고 시간을 내서 하세요. 완성되면 제 메일함에 보내주시고요. 사용하게 될 자료는 이따가 보내줄게요.”Judy의 얼굴색은 변했다.“Nina네랑 저녁 약속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Judy는 계속 핑계를 댔다.“그럼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가서 하던가요.”몇 시간 동안 들인 노력이
”무슨 소란이세요? 일들 안 하나요?”김욱은 차가우면서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격분해있던 동료들도 이 순간 얼어붙은 것처럼 소리를 죽였다.김욱이 걸어오자 심유진을 에워싸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업무를 하는 척 고개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김욱의 눈빛을 마주칠까 봐서였다.Judy도 한순간 당황했다.그녀는 손등으로 얼굴의 눈물자국을 닦아내고 고개를 살짝 내린 채 빨간 눈을 드러냈다. 그녀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김욱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멈췄다. 이마는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왜 저러죠?”김욱은 심유진한테 물었다.심유진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금세 평온해졌다.심유진은 애초에 이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 없었다. 김욱이나 육윤엽이 알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저랑 Judy가 업무상에 상이한 의견을 갖고 있어서요. 마찰이 조금 있었습니다.”심유진은 엄중하지 않게 얘기하려 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조마조마한 표현이었으며 잘못을 인지하는 표현이었다.Judy는 얼굴을 더 깊이 숙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눈물은 또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삼십 초도 안 되는 사이에 그녀의 책상에는 눈물이 흥건했다. “Judy, Shen 의 얘기에 동의하지 않는듯하네요?”김욱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사리에 밝고 자상한 상사 역할을 하였다.“얘기해 보세요. 무슨 일이죠?”Judy는 한참을 소리 없이 울다가 울먹이면서 입을 열었다.“Shen이 얘기한 것이 사실입니다.”그녀는 눈을 피했다. 크나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조심스러워했다.심유진은 이런 인재가 오스카 연기대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아깝다.김욱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말투도 아까처럼 차갑지 않았다.“저를 믿으신다면 솔직하게 얘기하세요.”그는 말하면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블루항공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 한다면...”
Judy의 흐느낌은 곧바로 멈춰졌다. 그녀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Shen, 제가 도와주기 싫은 게 아니라...”그녀는 난처해하는 척하며 말했다.“김욱 씨가 얘기하는 것을 들었겠지만..., 미안해요. 자료는 Shen이 해야겠네요.”심유진은 이초 동안 Judy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심유진은 더 머무르다가는 그녀의 뺨을 칠 것 같았다.Maria는 심유진의 푸르딩딩한 얼굴을 보자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도로 삼켰다.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다.그녀의 자리는 Judy와 멀었다. 방금 심유진이 그쪽에 가서 뭐라고 했는지 하나도 듣지 못했다.그녀는 다만 그쪽에서 소란이 일었다는 것만 알았다. 심지어 업무시간에 사무실에서 나온 적이 거의 없는 김욱마저 나오게 했다는 것도 알았다.그리고 김욱이 돌아올 때의 얼굴색을 보니 썩 유쾌하지는 않은 일인 것 같았다.**심유진은 파일을 열어 재작성하기 시작했다.전에 했던 내용이 이미 머릿속에 있어서 재작성 하기는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표가 많아 시간을 많이 허비해야 했다.그녀는 퇴근 직전까지 자료를 완성하지 못했다.다들 떠나자 공용 사무실에는 심유진과 Maria만 남았다. Maria는 조용히 다가와서 물었다.“아까 Judy를 찾아서 뭐라 했어요?”심유진은 표에 데이터를 입력하면서 대답했다.“Judy가 제가 절반이나 만든 파일을 삭제해서 다시 하는 중이에요.”“너무 하네요!”Maria는 분했다.“김욱 씨가 혼쭐 내지 않았나요?”심유진은 경각성을 높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김욱 씨가 왜 저 대신 혼쭐을 내야 하죠?”Maria는 실언했음을 감지하고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김욱 씨가 직접 가시길래 유진 씨를 위해 나서주실 줄 알았죠...”다른 사람들처럼 자신과 김욱의 관계를 의심하는 티를 내지 않자 심유진의 마음은 그제야 조금 놓였다.“Judy가 실수로 삭제했다고 하고 김욱 씨도 저한테 하루 더 시간을 준다고 했어요.”“내일 급히 바칠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