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침대에 앉았다. 육윤엽은 뜨거운 물을 따라서 건네주었다. 김욱은 화장실에서 타올을 가져다가 심유진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었다.허태준은 옆에서 묵묵히 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심유진의 관심은 줄곧 허태준한테 집중되었다.그가 어색해하자 심유진은 입을 열었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허태준은 도시락을 들면서 씁쓸하게 말했다.“아직 안 일어난 줄 알고 아침배달을 하려고 했는데.”“아...”심유진은 난데없이 미안해졌다.“매일 아침 일곱 시면 일어나요. 그리고 아침을 먹고 훈련을 해요.”그녀는 병원 안의 모범환자였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회복도 상당했다. 의사도 그녀의 사례로 다른 환자들을 격려하곤 했다.“그래.”허태준은 웃어 보이고는 도시락을 쓰레기통으로 가져갔다.그가 손을 놓기 전 심유진은 다급히 소리쳤다.“잠깐!”허태준은 멈췄다.“왜?”그리고는 의혹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운동을 하고 나니 또 배고파요.”심유진은 배를 만지면서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든 도시락을 보면서 물었다.“먹어도 되나요?”허태준은 멈칫한 후 도시락을 열면서 말했다.“물론이지.”하지만 심유진은 김이 폴폴 나는 계란후라이, 베이컨 그리고 갖가지 신선한 과일을 보자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허태준도 자연히 그녀의 변화를 알아챘다.하지만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몰랐다.레스토랑의 아침을 먹어봤는데 맛도 좋았고 품질도 좋았는데.그리고...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인데.“왜 스테이크가 없어요? 고구마맛탕은요? 적어도 토마토 계란볶음은 있어야지 않나요?”심유진은 이를 악물고 질문했다.어제 하은설이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심유진은 온 저녁 입맛을 다셨다. 꿈에서까지 그 세 가지 요리를 먹었다.“허태준씨는 너무 편애하는거 아닌가요?”심유진은 화가 났다.왜 별이한테만 맛있는 것을 해주고 자신한텐 레스토랑 아침으로 때우려 하는가?“응?” 허태준은 멈칫하다가 어제 그녀가 보낸
육윤엽은 아직 미팅 중이다. 심유진한테 교육을 당한 후 화를 삼키면서 김욱을 데리고 나갔다.허태준은 남아서 심유진과 얘기를 하고 해빛쪼임하러 데려가곤 했다.병원의 작은 공원은 N시티에 몇 없는 생활 리듬이 늦은 곳이다.주변에는 고층 건물들이 막혀있지 않아 포근한 해빛이 내리쬐고 있어 공원안의 묻 사람들을 금빛으로 물들게 했다.병실을 나서기 전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크고 두꺼운 롱패딩을 입혔다. 그리고 다리에 두꺼운 담요를 깔아주었다. 해빛아래 이분도 앉아있지 않아서 심유진은 더위에 지퍼를 내렸다.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리면서 휠체어를 돌아 그녀한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지퍼를 그녀의 턱까지 올렸다.그의 손가락은 하얗고 길어 패딩의 빨간색으로 인해 더 하얘 보였다. 피부 아래 혈관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심유진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탓했다—허태준한테 모든 것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질투도 못하게 하다니.“바람 때문에 추워.”허태준의 목소리가 심유진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의사가 아직 몸이 약하니 저항력도 일반인보다 못하대.”그는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가볍고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어린아이를 달래듯 얘기했다.이 순간만큼 심유진은 별이가 허태준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았다.그녀는 순종적이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바닥만 한 얼굴의 절반은 패딩 속에 감춰져 맑고 밝은 두 눈만이 허태준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렇게 순수하고 아무런 정서도 섞여 있지 않은 두눈에 허태준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이런 시간 참 오랜만이었다. 허태준은 얼굴까지 붉혔다.그는 일어나 고개를 피하고 화제를 돌렸다.“별이의 눈은 당신과 똑같아.”그는 침을 삼켰고 목소리도 굵어졌다.심유진은 그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내가 별이의 엄마니까요!”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되어 그런지 엘리트다운 차가운 아우라는 이미 가셔져 영락없는 소녀 같았다.허태준의 목은 바짝 타들어 갔다. 심유진은 아직도
“여형민에게서 저희 예전 이야기를 들었어요.” 허태준은 결국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여형민 핑계를 댔다. 심유진에게 이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심유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기억을 잃은 후의 허태준은 심 유진에게 완전 다른 사람과도 같았다. 지금의 허태준은 심유진과의 안 좋은 기억을 다 잊었기에 그녀를 전처럼 차갑게 대하지도 않았다. 지금 그들의 관계가 조금 나아진 것도 기억을 잃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허태준의 기억이 돌아왔다면 상황은 달라졌다. 그녀는 지금의 허태준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전에 자신에게 주었던 상처는 잊을 수 없었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가슴이 날카로운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그냥 일부만 전해 들었어요.”허태준이 다급히 말을 돌렸으나 심유진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허태준은 오늘 다 얘기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기회를 찾지 못할 것 같았다. 허태준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우리가 결혼을 했다고 말했어요.” 심유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허태준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뱉었다.“미안해요.”심유진은 허태준이 무엇 때문에 사과를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 이유가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다 지난 일이에요.”심유진이 시선을 피했다.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기분 나쁘라고 한 얘기가 아니에요.” 허태준이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그냥 혹시 저희가 결혼했던 사이라면 별이가 제 아들을 가능성은 없을까 싶어서 하는 얘기예요.”심유진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가 등뒤의 의자에 부딪쳤다. 허태준이 잽싸게 의자를 잡았다.“그럴 리가 없어요.”심유진은 금방 진정하고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별이 아빠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당신은 아니에요.”심유진이 별이를 임신했을 때 허태준은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저희가 이혼한 뒤에 별이가 생겼어요.”“이혼을 했어도 제 아들이 아니라고는 보장하지 못하잖아요.”
다시 병실로 돌아왔을 때 두 사람 사이에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심유진은 기억을 부분적으로 찾은 허태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비록 허태준은 신유진과 과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으나 심유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 과거는 심 유진이 가장 피하고 싶은 주제였다. 심유진은 입을 가리며 하품을 하는척 했다.“저 좀 졸려요.”심유진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전 좀 잘 테니까 일 보세요.”허태준은 당연히 심유진이 지금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에서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네, 그럼 쉬세요.”허태준이 N시티로 온 목적은 두 개밖에 없었다. 하나는 심유진을 보기 위해서이고 하나는 육윤엽과 협상하여 허태서와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후자는 이미 어제 해결했기에 허태준이 여기에 남아 있었던 것은 심유진 곁을 지키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봐서는 심유진은 한동안 그를 피할 것만 같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병원에서 한동안 지낼 줄 알았기에 허태준은 많은 일들을 미뤘었다. 그러기에 호텔로 돌아와서 허태준은 바로 비서에게 연락하여 미룬 일들을 다시 처리하기 시작했다. 회사 직원들도 갑작스러운 일정 변동에 앓는 소리를 냈다. 기나긴 회의가 끝나고 비서가 허태준에게 말했다.“대표님, 태하그룹에 아드님이 다음 주 토요일에 결혼을 한대요. 청첩장이 사무실로 도착을 했는데 참석하실 겁니까?”허태준은 이 이름을 들은 지도 한참 된 것 같았다. 몇 년간 회사가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올해 정재하가 나씨네 집안 딸에게 장가를 가고 나서야 조금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형민에게서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나씨네 집안은 정재하를 별로 탐탁지 않아 한다고 했다. 가정배경을 제외하고 정재하 이 사람만 놓고 본다고 해도 그는 학벌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심연희와의 과거도 있으니 좋은 사윗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 씨네 집 딸은 무
경비는 그 부부는 며느리를 찾으러 왔다고 했고 그들이 말하는 며느리는 이름이 신유진이었다고 했다. 아파트 경비가 매우 삼엄했기에 비록 입주민 중에 심유진이라는 사람이 있었어도 경비는 그들을 들여보내지 않았다. 여기에서 며느리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며느리가 경비실에 전화를 해서 확인이 끝나면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지만 그 부부는 그 어느 방법도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그냥 억지를 부렸다. 결국 경비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고 경찰이 그들을 데려갔다. 허태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당시 조건웅네 집안사람들은 사영은이 준 배상금을 들고는 본가로 돌아갔고 그후 다시는 소식이 없었기에 허태준도 그들을 더 이상 관심 하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야 또 나타날 줄은 몰랐다.“심유진은 왜 찾는 거지?” 허태준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여형민은 허태준이 눈앞에 있지 않아도 그의 차가운 시선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그건 나도 모르지.”아무리 여형민이라 하더라도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근데 듣기로는 아파트에 찾아오기 전에 킹 호텔에도 갔었다나 봐. 거기에서도 난리를 쳤대.”“나 내일 아침에 돌아갈게.”허태준은 귀국한다는 소식을 별이와 김욱에게만 알려줬다. 그는 잠시 일이 있다고만 했지 구체적인 사정은 설명하지 않았다. 허태준은 항상 회사일로 바쁜 사람이었기에 다들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김욱은 허태준을 공항까지 데려다줬다. 허태준은 김욱에게 파일 하나를 건넸다.“이것 좀 심유진 씨에게 전달해 주세요.”파일 안에는 종이 몇 장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알겠습니다.”김욱이 말했다.“조금 있다가 가져다 드릴게요.” 허태준은 일찍 길을 떠났기에 김욱이 그를 데려다주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여덟 시도 안 됐다. 심유진은 어젯밤에 제대로 자지 못했기에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났다. 김욱이 도착했을 때는 심유진이 금방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있을 때였다.“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심유진은 치약 거품을 입에 머금은 채로
허태준이 경주에 도착했을 때는 당지 시각으로 새벽이었다. 매니저는 허태준이 도착하기 전에 미리 통지를 받고 일찌감치 차를 몰고 와 기다리고 있었다. 장장 열두 시간 비행을 끝마치고도 허태준은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시차에 적응할 새도 없이 회사로 갔다. 그동안 밀린 업무도 이미 대부분 처리했다. 매니저는 운전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사실 이렇게 급하게 회사로 가실 필요 없어요. 집에 가서 좀 더 쉬시지.”허태준은 손을 저으며 필요 없다고 말했다. 매니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허태준은 휴대폰으로 메일함을 확인했다. 심연희의 상황이 업로드되고 있었다. 사영은은 1인 병실이 아니었기에 심현희는 의자에 앉아 있거나 간호사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사영은 침대에 누워 있기도 했다. 그녀는 경찰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수경이 협박을 했었기 때문이었다.“내 말대로 안 하면 바로 경찰에 넘겨버릴 거야. 한평생 감옥에서 살게 할 수도 있어.”병원에 도착한 후에도 시현이는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리지 않은 채 간병인이라고만 했다. 간호사들 모두 그녀의 신분을 조금 의심했다. 심씨네 집 안에서 사영은의 의료비도 제대로 내지 않는데 간병인을 무슨 돈으로 구했을까? 게다가 심연희 지금 상태를 봐서는 간병인이라기보다는 환자 같았다. 병원에서 언제 의료비를 낼 거냐고 심연희에게 물을 때마다 심연희는 모른 척하며 집안사람들과는 친하지 않고 연락 방식도 없다고만 했다. 간호사들도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메일을 보낸 부하가 허태준에게 물었다.“대표님, 신고할까요?”심연희는 현재 범죄자였기에 신고를 한다면 고의살인이라는 이런 엄격한 형벌은 그녀를 감옥에서 평생 썩게 하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허태준은 메일을 보며 잠깐 고민하다가 답장했다.“조금 더 기다리세요.”적어도 다음 주 토요일 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나니 더 큰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여형민과 통화를 마치고 그는 바로
허태준은 두려웠다. 비록 심유진과 다시 만난 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심장이 또 빨리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조씨네 집안사람들이 심유진을 찾는 이유는 아마 돈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서 그런 대우를 받고 그들의 뻔뻔함을 겪은 심유진이 그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허태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만약 이미 세상을 뜬 조건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면 심유진이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비록 심유진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에 대해 꽤 파악할 수 있었다. 심유진은 아무리 독한 말을 하고 차갑게 대한다 하더라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심유진이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허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조건웅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 더 이상 심유진을 괴롭혀서는 안 됐다. 두터운 자료들이 파일에서 쏟아져 나와 책상에 떨어졌다. 허태준은 가장 위에 놓인 이력서에 붙여진 사진을 주목했다. 사진 속의 남성은 예전에 부하가 조씨네 집안사람들에 관한 자료를 줬을 때 본 적이 있었다. 허태준은 그 사람이 조건웅의 동생 조건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예전에 그 자료를 받을 때만 해도 조건이는 대학생이었다. 성적은 계속 학년 삼등을 유지했고 매년마다 고액의 장학금까지 받으며 학생회, 동아리 등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조건이는 형보다 더 출세할 가망이 있었고 조건이의 집안도 조건이를 유일한 희망으로 여겼다. 하지만 조건이는 인성이 좋지 않았다. 대학교의 학생회는 선후배 관계가 엄격했고 조건이는 회장이라는 직책을 얻은 후에 더욱 의기양양 해졌다. 그러니 주변에 다른 친구들 중에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취직을 하고 나서도 큰 발전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이력서가 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조건이는 화려한 이력서를 등에 업고 유명한 대기업에 입사할 기회를
조씨네 집안사람들은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인맥도 없었다. 예전에는 아들 둘이 잘 나서 많은 진척들이 관계를 다지려고 찾아오긴 했으나 그들은 자기 자식이 대구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거나 돈을 빌려 달라고 하기도 했다. 조씨네 부부는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으나 돈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에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해 달라고 한다면 그건 돈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건웅에게 부탁하여 대신 구해주곤 했다. 심지어는 심유진마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진척들을 도와 로열 호텔에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아들들이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집안이었을 것이다. 특히는 조건웅 어머니가 종종 말을 함부로 하며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기에 사실 그들 집안사람들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그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사실은 그냥 집안 사정이 어떤지 구경을 하러 오거나 사업에 관한 얘기를 하러 올뿐이었다. 조씨네 부부는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 하자 결국 전 며느리를 찾아왔다. 그들은 그동안 사영은의 요구에 따라 심유진을 다시는 찾지 않았기에 심유진이 뭘 하고 지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예전처럼 대구에 로얄호텔로 찾아갔다 두 사람은 로열 호텔을 막론하고도 대구에서 유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보안인원들은 그들을 보자마자 밖으로 내쫓았다. “심 매니저님은 여기 안 계십니다. 그만 가주세요.”하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다. 그들 모두 심유진의 지시를 받고 자신들을 내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심유진이 호텔에 드나드는 것을 마주치지 못 하자 그들은 그제야 심유진이 정말 이곳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나서야 그들은 심유진이 경주의 로열호텔로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유진이 경주에 갔다니... 그곳은 로열호텔의 모든 고위급 간부들이 다 모